머리 식히려 틀었다 만난 뜻밖의 명작 : 15분 미만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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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영화 감상’이 아닌 ‘OTT 홈 화면 감상’이 되어버린 이들을 위한

고민 없이 틀 수 있는 러닝 타임 ’15분 이내’ 디즈니·픽사 단편 애니메이션 5편

약속 없는 금요일이나 주말 저녁, 많은 이들이 습관처럼 행하는 의식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이 시간만을 기다렸다’는 마음가짐으로 좋아하는 음식을 한상 가득 차린 뒤, OTT 홈 화면을 보며 하염없이 스크롤을 굴리는 일이다. 작품 하나를 골라 재생하기까지 수많은 고민이 이어지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할 거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볼 게 없는 건 아닌데 뭘 보면 좋을지 모르겠다’ 혹은 ‘1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동안 졸음과의 사투에서 이길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을 할 것. 그렇게 홈 화면만 한참 들여다보다 결국 피로를 못 이기고 잠에 빠져들기 일쑤다. 요즘은 심지어 “누군가 취미 생활을 물으면 ‘영화 보기’나 ‘명작 미드 깨기’라고 답할 게 아니라 ‘OTT 홈 화면 구경하기’라고 답해야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금부터 주목하시라. 이런 고민을 타파해 줄 짧은 애니메이션만 골랐다. 모두 러닝 타임 15분 이내다. 이름하여 ‘디즈니·픽사 단편 애니메이션’ 5편. 작품성은 물론이고, 짧은 분량에도 심금을 울릴 정도로 깊은 주제까지 담고 있으니 시청을 미룰 이유는 전혀 없겠다.

*해당 단편 애니메이션들의 줄거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라 루나

La Luna

감독 에린코 카사로사 러닝 타임 7분

제작 년도 2011 본편 메리다와 마법의 숲

<라 루나>

<라 루나>는 2012년 개봉한 <메리다와 마법의 숲>과 함께 상영된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대를 이어서 달에 떨어진 별을 쓸어내리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라 루나>는 사다리를 펴서 달 위로 올라가는 설정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라 루나>는 공개 당시 “한 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할 영화”, “픽사가 선보이는 가장 동화에 가까운 이야기” 등 해외 매체와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몽환적인 비주얼과 황홀한 상상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라 루나>의 감독 엔리코 카사로사는 “이 작품은 어릴 적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기억을 모티브로 했다”며 “또한 이탈로 칼비노의 단편 <달의 거리>에서 영감을 받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페이퍼맨

paper man

감독 존 카스 러닝 타임 12분 3초

제작 년도 2012 본편 주먹왕 랄프

<페이퍼맨>

<페이퍼맨>

2012년 극장가에 <주먹왕 랄프>가 개봉했을 당시 많은 관객들 사이에선 본편 <주먹왕 랄프> 보다 본편 상영 전 나온 단편 애니메이션 <페이퍼맨>에 대한 감상평을 주로 공유하는 희안한 일이 벌어졌다. 지금까지도 잘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꾸준히 회자되는 <페이퍼맨>은 지루한 일상을 살고 있는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첫눈에 반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아날로그적 감성이 특히 눈에 띄는 이 작품은 3D 기법으로 2D의 느낌을 살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더욱 많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과거 픽사 3D 애니메이터로 일했던 존 커스 감독은 3D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디자이너들이 그린 캐릭터 원화를 보고 ‘이런 그림들을 초기 디자인에만 쓸 게 아니라, 이 그림들로 이루어진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는 “<페이퍼맨>을 이러한 생각에서부터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미앤더를 통한 <페이퍼맨> 작업 과정

<페이퍼맨> 캐릭터 스케치

<페이퍼맨>에는 3D 애니메이션 기법과 함께 디즈니 스튜디오의 자체 소프트웨어인 ‘미앤더’가 사용됐다. 또한 3D로 모델링 된 캐릭터 위에 손으로 그린 듯한 선의 레이어를 올려 합성하는 ‘Final line a advection’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시켰는데, 이 기술은 2D 애니메이션과 같이 동작 하나하나를 일일이 그리지 않아도 3D 모델의 움직임에 따라 선이 함께 그려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존 커스 감독은 <페이퍼맨> 작업 과정에서, 원화가와 콘셉트 아티스트 등이 적극적으로 작품 제작에 참여하도록 만들었다고. 이처럼 여러 기술의 협업으로 시너지가 발생한 <페이퍼맨>은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토끼굴

Burrow

감독 매들린 샤라피안 러닝 타임 6분

제작 년도 2020 본편 소울

<토끼굴>

2021년 개봉한 영화 <소울>과 함께 상영된 <토끼굴>은 어린 토끼가 자신만의 집을 짓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땅속 여정을 그린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매번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픽사 스파크쇼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작된 <토끼굴>은 국내 35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코코>의 스토리 아티스트였던 매들린 샤파리안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토끼굴>이라는 작품을 만들게 된 영감 포인트에 대해 “어릴 적 토끼굴로 들어가는 토끼를 본 적 있다. 땅굴 아래의 공간이 어떻게 생겼을지 너무 궁금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토끼굴>

캐릭터의 표정과 움직임만으로도 단숨에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토끼굴>은 대사가 없는 대신 배경음악에 굉장히 공을 들였다. 미지의 세계와도 같은 땅굴에서 느끼는 긴박하고도 경쾌한 상황을 모차르트의 오보에 협주곡 C장조 K.313로 표현해 더욱 찰진 전달력을 만들어냈다. 귀엽고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토끼굴>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아기 토끼가 전하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는 많은 이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도 한다.


라바

Lava

감독 제임스 포드 머피 러닝 타임 7분

제작 년도 2014 본편 인사이드 아웃

<라바>

<라바>

대사가 없던 기존 픽사 단편 애니메이션들과는 달리, <라바>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진행되는 뮤지컬 형식의 작품이다. <라바>는 두 화산섬을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I LAVA You”라는 곡은 두 화산의 사랑을 완벽하게 표현해 내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또한 <라바>는 7분 남짓 되는 짧은 러닝타임 속에 수백만 년에 걸친 시간의 흐름을 세밀하게 표현해 내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픽사 측은 해당 영화에 대해 “열대섬과 해양화산 폭발에 영감을 받았다”며 “라바는 수백만 년을 이어져 벌어지는 뮤지컬 러브스토리다”라고 설명했다.


파란 우산

The Blue Umbrella

감독 사스치카 운셀드 러닝 타임 7분

제작 년도 2013 본편 몬스터 대학교

<파란 우산>

<파란 우산>

<몬스터 대학교>와 함께 공개된 픽사의 컴퓨터 단편 애니메이션 <파란 우산>은 폭풍우가 쏟아지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우산들의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설정을 더욱 생동감 있게,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파란 우산>은 조명, 명암, 합성 기법에 있어서 포토리얼리즘 기술을 사용했다. 한편 감독 사스치카 운셀드는 <파란 우산>을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버려진 한 우산을 발견했고 이에 영감을 받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감독과 동료들은 버려진 우산을 발견한 이후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을 누비며 도로에 나뒹구는 물건을 가져다가 사진을 찍었다고. 사물에 대한 감독의 오랜 고찰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지는 <파란 우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씨네플레이 황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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