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고경표! 연쇄 홈런 날린 초대박 작품 4편 무엇?

배우 고경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선우의 모습이다. 늘 예의 바를 것 같은 전교회장이지만, 사랑하는 이 앞에선 누구보단 박력 넘치는 연하남을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또한 안재홍, 류혜영과는 실제 대학 동기로 알려져 극 중에서도 엄청난 케미를 선보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으로 돌아왔다. <서울대작전>도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를 다루고 있으니 이쯤 되면 고경표는 1988년 배경 영화 전문 배우가 아닐까. <응답하라 1988> 속 교복을 벗고 <서울대작전>에서 힙합 스트릿 패션을 소화해낸 고경표가 이번에는 또 어떤 매력을 선보일지 기대를 모았다. 이외에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최근 개봉한 <육사오>에도 고경표가 출연했으니, 하반기 인기작에서 줄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가 맡은 인물과 함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여다보자.

서울대작전
액션 / 한국 / 140분 / 넷플릭스

강렬한 카체이싱 액션으로 기대를 모았던 <서울대작전>이 넷플릭스를 통해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서울대작전>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당일에 대규모의 범죄 사건이 일어난다면?’이라는 문성현 감독의 상상력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당시 인기를 끌던 ‘올드 스쿨 힙합 문화’를 기반으로 영화 속 상계동 슈프림팀을 탄생시켰다. 드리프터 동욱, 디제이 우삼, 인간 내비게이터 복남, 바이크의 귀재 윤희, 맥가이버 준기까지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5인 5색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

고경표는 DJ 우삼 역을 맡아 색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우삼은 신학과 출신의 클럽 DJ이자 스파이 임무를 맡게 된다. 그는 디제잉 연습을 위해 DJ 장비까지 직접 구매했다. 실감 나는 연습을 위해 최신식이 아닌 클래식 LP 장비로 구하는 섬세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영화 음악에 참여한 DJ 소울스케이프에게 디제잉을 배워 연습 하다 보니 흥미가 생겨 정식으로 배우고 싶어 장비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육사오(6/45)
코미디 / 한국 / 113분

올 하반기 숨어있던 흥행 로또, 영화 <육사오(6/45)>에도 고경표가 등장한다. <육사오(6/45)>는 남한 말년 병장 박천우(고경표)가 주운 57억 로또가 바람을 타고 북한으로 넘어가, 이를 북한 병사 리용호(이이경)이 줍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화를 다루고 있다. 로또 한 장을 두고 남북은 맹렬한 협상을 이어가고, 지뢰처럼 영화 곳곳에 깔아둔 웃음 폭탄은 관객을 정조준하는 데 성공했다.

고경표와 코미디의 만남은 어딘가 낯설지 않다. 그 이유는 고경표가 <SNL> 1기 크루였기 때문. 그는 2011년~ 2012년 <SNL>에서 ‘잘생긴 개그맨’으로 불리며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다양한 표정 연기를 선보이며 화제의 짤을 남겼다.

고경표의 코믹 연기는 <육사오(6/45)>에서 정점을 찍었다. 그는 천진난만한 성격을 지닌 천우 역을 맡았다. 고경표는 순박하고 모난 데 없이 둥근 천우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실제 8~9kg을 감량했다고. 영화 초반 70kg이었던 몸무게는 영화 촬영 종료 무렵 80kg 후반까지 늘었다. 또한 육군에서 조교로 만기 적역한 고경표는 자신의 군 생활을 영화 안에 녹여냈다. 그는 과거 ‘군뱅’(군대에 빅뱅을 합친 말. 주원, 빈지노, 빅뱅 태양·대성으로 구성된 공연팀)에서 막내로 활약하며 뛰어난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또한 고경표는 전역 직후 <D.P> 1화에 특별 출연해 박성우 역을 연기하며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니 작품마다 군인 역할을 기가 막히게 소화해내고 있다.

헤어질 결심
멜로 / 한국 / 138분

고경표는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박해일)의 후배 형사 수완 역을 맡았다. 고경표는 박찬욱 감독이 먼저 러브콜을 보내 간단한 미팅 이후 곧장 섭외가 되었다고 밝혔다. 극 중 수완은 해준과의 의견과 충돌해 늘 반대로 행동하려 하지만, 누구보다 해준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며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또한 이성보다는 마음이 앞서는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늘 이성적으로 행동하려는 해준과는 정반대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고경표는 수완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박해일과 잔잔하면서도 웃긴 티키타카를 보여줬다.

특히 수완은 의심이 많은 인물이다. 그는 서래(탕웨이)가 남편을 죽였을 것이라는 의심을 버리지 못한다. 늘 이성적이기만 하던 해준이 서래에게 강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그간 쌓인 서운함이 폭발하기도 했다. 해준이 자신에게는 “비싼 거 사 먹지 말고”라고 핀잔을 늘어놨지만, 용의자로 지목되어 수사를 받는 서래에게는 고급 스시를 사줬기 때문. 수완은 그런 해준에게 “형도 다른 짭새하고 똑같아요”라며 묵직한 한 방을 날리기도 했다.

이에 앞서 고경표는 2014년 영화 <하이힐>에서 윤지욱(차승원)의 후배 형사 진우 역을 맡아 <헤어질 결심>과 마찬가지로 ‘선배 바라기’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모퉁이
드라마 / 한국 / 73분

영화 <모퉁이>는 제2의 홍상수 감독으로 불리는 신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모퉁이>는 영화과 출신의 세 친구가 오랜만에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인에게 엄격한 성원, 성원의 이야기를 훔쳐 영화로 찍은 병수, 그런 둘 사이를 붙이려는 중순까지. 각기 다른 성격과 사정을 지닌 이들이 추억이 담긴 식당 ‘개미집’에서 모여 그간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실제 신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투영된 영화로 영화과 졸업 이후 멀어졌던 관계와 이에 대한 불안을 담고 있다.

고경표는 건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동문인 신선 감독과의 인연으로 인해 <모퉁이>에 특별출연했다. 자신의 이름인 고경표 역을 맡아 배우를 연기한 것. 그는 배유람 배우와 함께 깜짝 출연했다. 그는 극 중 카페에서 배유람과 함께 저예산 영화지만 시나리오가 좋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고 뒷담화를 나누다가, 주변에 있던 여자 손님이 알아보고 사진을 요청하니 함께 찍어주는 장면으로 등장한다. “배우를 하고 싶지 주연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강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어느덧 데뷔 13주년을 맞이한 배우 고경표는 날이 갈수록 더욱 단단한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그런 그의 연기 생활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으나 “너 같은 사람은 배우를 할 수 없다. 우리 작품에 시체라도 쓰면 나올래?”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기에 도전한 고경표는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시작으로 류준열, 안재홍과 함께 대세 배우로 거듭났다. 이외에도 디즈니 플러스 <커넥트>, tvN <월수금화목토>에도 출연 예정이라고 하니 2022년은 그의 연기 인생의 새로운 정점을 만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씨네플레이 / 허프포스트코리아 남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