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가 인생의 전부야? 최상위권 아니어도 놓치면 후회하게 될 영화 BEST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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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선명해지는 사이, 극장가엔 어김없이 수많은 새 개봉작들이 관객을 맞는다. 박스오피스를 장악한 대작들에 가려진 와중에도 제 빛을 발하는 최신 다양성 영화들을 엄선해 소개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Verdens verste menneske

8월 25일 개봉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신작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의대에 진학한 이후 꾸준히 진로를 바꿔오다가 곧 서른을 앞둔 여자 율리에의 연애를 따라간다. 자기보다 열다섯 살 많은 만화가 악셀과 사귀면서 이런저런 갈등에 부딪히다가 우연히 파티에서 바리스타 에이빈드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인간’이라는 노골적인 제목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순간순간의 마음에 충실한 율리에가 서른 즈음 통과했던 사랑’들’을 사려깊게 풀어놓는다. 트리에는 제시 아이젠버그와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첫 영어영화 <라우더 댄 밤즈>(2015)에 이어, 작년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율리에를 연기한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썬다운

Sundown

8월 31일 개봉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동생 앨리스(샤를로트 갱스부르)와 그의 아이들과 함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닐(팀 로스)은 돌연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공항에 와 어머니의 임종을 듣자 닐은 호텔에 여권을 두고 왔다며 일행만 영국으로 보내고, 혼자 아카풀코로 돌아와 시간을 보낸다. <썬다운>은 닐이 엉뚱한 거짓말로 가족을 떼어 놓고, 급기야 연락까지 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비워 놓은 채 느릿느릿 진행된다. 미셸 프랑코 감독은 전작 <크로닉>(2015)에서 헌신적인 간호사를 연기한 팀 로스에게, 다소 무모하게 자유의 시간을 보내는 중년의 영국인 닐 역을 맡겨 영화의 독특한 미스터리를 완성했다. 전반부의 평화로움과는 전혀 다른 ‘사건’이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닐의 의중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들고 관객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못한다. 


노스맨

The Northman

8월 31일 개봉

독보적인 스타일의 초기작 <더 위치>(2015)와 <라이트하우스>(2019)를 발표해 아리 애스터와 더불어 미국의 새로운 호러영화 마스터로 떠오른 로버트 애거스 감독의 최신작. 애거스의 작품이 한국에 정식 개봉한 건 <노스맨>이 처음이다. 17세기와 19세기 미국 북동부 뉴 잉글랜드를 무대로 한 전작들과 달리, <노스맨>은 바이킹 시대 왕자 암레스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다. 아이슬란드의 디바 뷔요크의 노랫말을 써온 작가 숀과 애거스가 10세기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암레스의 이야기를 재해석 했다. 암레스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결정적인 영감을 준 걸로 알려진 것처럼, 숙부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를 납치하는 걸 보고 성장한 암레스의 복수에 초점을 맞췄다. 오랫동안 바이킹 시대의 영화를 제작하고 싶어 했던 알렉산데르 스카스가드와 더불어 니콜 키드먼, 아냐 테일러 조이, 뷔요크, 에단 호크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아라시 20주년 투어 콘서트 5X20

ARASHI Anniversary Tour 5×20 FILM

“Record of Memories”

8월 31일 개봉

일본의 국민 아이돌 그룹 ‘아라시’는 2020년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지하기 전 진행한 콘서트 투어를 진행했다. 2019년 한해만 51회 공연이 열려 총 237.5만 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라시 20주년 투어 콘서트 5X20>는 2019년 12월 23일, 5만2천 관객이 모인 도쿄돔 공연 실황을 기록한 콘서트 무비다. 아라시가 처음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 <피칸치>(2002)의 감독 츠츠미 유키히코가 연출을 맡아, 125대가 넘는 카메라와 돌비 시네마 사운드 시스템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담아내, 작년 일본 실사영화 중 최고 수익을 기록했다. 전국 메가박스 17개관에서 상영된다.


다 잘된 거야

Tout s’est bien passe

9월 7일 개봉

한해한해 부지런히 필모그래피를 더해가는 프랑스 명장 프랑수아 오종의 2021년 작. 2000년대 초반 여러 작품의 각본을 같이 썼던 작가 엠마뉘엘 베른하임의 소설을 각색했다. 엠마뉘엘(소피 마르소)은 갑작스럽게 쓰러진 아버지로부터 자신을 안락사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혼란스러워 한다. 언뜻 아버지의 죽음을 책임지게 된 이의 막막한 심정이 먼저 엿보이지만, <다 잘된 거야>는 그 긍정적인 제목처럼 주인공 엠마뉘엘이 아버지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그걸 돕기 위해 여러 친지들과 소통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따스한 톤으로 그렸다. 오종과는 처음 작업한, 80년대 청춘스타 소피 마르소의 완숙한 연기를 만날 수 있다.


블레이즈

Blaze

9월 7일 개봉

배우 에단 호크는 첫 장편 <첼시 호텔>(2001)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자기 소설을 직접 영화화 한 <이토록 뜨거운 순간>(2007), 음악 다큐멘터리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2014) 등을 연출한 바 있다. 이번에 개봉하는 <블레이즈>는 현지에선 2018년에 공개됐지만, 한국에서는 다소 늦게 개봉되는 호크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70년대 중반부터 세상을 떠난 1989년까지 활동했지만 단 한 장의 정규앨범만을 남긴 (하여 한국에선 인지도가 전무한 ) 컨트리 가수 블레이즈 폴리의 삶을 재현했다. 연인이자 동료 뮤지션이었던 시빌 로젠의 회고록을 바탕 삼아, 폴리와 로젠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에단 호크, 샘 록웰, ‘비포’ 시리즈의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 등이 짤막하게 얼굴을 비춘다고.


한여름밤의 재즈

Jazz on a Summer’s Day

9월 8일 개봉

<블레이즈>보다 훨씬 오래 전인 1959년 공개됐지만 2022년 9월 한국 극장가에 처음 선보이는 음악 다큐멘터리도 있다. 1958년,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 로드 아일랜드에서 개최된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의 실황을 담은 <한여름밤의 재즈>다. 한국 개봉 제목과 달리 소니 스팃, 애니타 오 데이, 디나 워싱턴, 치코 해밀튼, 에릭 돌피, 루이 암스트롱,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마할리아 잭슨까지 저명한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가 대낮부터 한밤까지 이어진다. 패션 사진가였던 버트 스턴이 연출한 <한여름밤의 재즈>는 무대 위의 아티스트만큼이나 음악과 여름을 만끽하는 1958년 당시의 관객들에게 시선을 돌리는데, 지금 봐도 전혀 손색이 없는 그들의 패션 센스를 보는 재미 또한 상당하다.


성적표의 김민영

9월 8일 개봉

신예 이재은, 임지선 감독이 공동연출한 성장영화 <성적표의 김민영>는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대상을 휩쓸고 오는 9월 초 정식 개봉한다. 청주의 고등학교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정희, 민영, 수산나는 졸업 후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점차 소원해진다. 대학에 가지 않고 청주에 남은 정희는 테니스장에서 일하다가 해고되고, 대구에서 학교를 다니는 민영은 방학을 맞아 정희를 서울 집에 초대한다.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고민을 품어서 서로 꼭 닮은 줄만 알았던 학창시절 친구들은 스무 살이 되어 각자가 선택한 삶을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성적표의 김민영>은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이 보편적인 경험을 다시금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멀어진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것을 묘사하는 걸 넘어 미처 몰랐던 친구의 안간힘을 알게 되고, 그리고 그 상태에서 한발짝 더 내딛고야 마는 어떤 결단이 놀랍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 같으면서도 차돌처럼 단단한 주인공 정희를 연기한 김주아의 연기에 투 떰즈 업!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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