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서 감독으로’ 전주의 선택을 받은 배우 출신 감독들의 영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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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문소리, 안재홍, 구혜선

주말을 맞이하며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여러 쟁쟁한 감독들의 작품이 상영되지만 그중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다. 바로 감독에 도전한 배우들의 영화다. 이전에도 전주영화제는 배우들의 연출작을 빈번히 초청했다. 2015년에는 문소리의 <여배우는 오늘도>가 상영됐으며, 2016년과 2018년에는 각각 안재홍과 구혜선의 단편영화 <검은돼지>, <미스터리 핑크>가 상영됐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는 차인표, 유준상, 조나 힐 세 배우 출신 감독들의 영화가 관객들을 만난다. 세 작품 모두 각각의 개성과 성향이 듬뿍 담겼다. 그들이 선보이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옹알스>

감독: 차인표, 전혜림 / 한국 / 2019 / 87분 / 다큐멘터리



(왼쪽부터) 전혜림, 차인표 감독(사진 제공=전주국제영화제)

<옹알스>는 코미디팀 ‘옹알스’의 라스베가스 진출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멤버 중 한 명인 조수원의 암 투병,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멤버와의 의견 충돌 등 여러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전혜림 감독과 공동으로 메가폰을 잡은 차인표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1990년대부터 꾸준히 배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차인표. 연기도 연기지만 <옹알스>에는 그의 별칭인 ‘열정맨’으로서의 면모가 듬뿍 담겼다. 차인표는 단순히 옹알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미국 진출기에도 직접 관여했다. 선행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2010년 병원 봉사활동에서 옹알스를 처음 만났다. 그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라스베기스 진출을 돕기로 결정했다. <옹알스>는 그 과정을 촬영한 부수적인 결과물. 덕분에 더욱 현실적인 다큐멘터리가 완성됐다.

전작과의 유사성도 있다. 다만 배우로서의 출연작이 아닌 감독으로서의 전작이다. <옹알스> 이전, 단편영화 <50>(2017)에서 중년 가장의 쓸쓸한 일상을 그렸던 차인표 감독. 그는 <옹알스>에서도 가정을 꾸리고 있는 멤버들의 고뇌를 조명했다. 이와 함께 그들의 우정, 열정 등을 담았다. 무대 뒤 코미디언들의 속사정을 있는 그대로 포착, 먹먹함을 전하는 작품이다.



<옹알스>


<아직 안 끝났어>

감독: 유준상 / 한국, 미국 / 2018 / 66분 / 다큐멘터리



유준상

뮤지컬 배우로는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또 다른 꿈이었던 가수로서는 빛을 보지 못했던 유준상. <아직 끝나지 않았어>는 그의 ‘음악 사랑’에서 시작한 영화다.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후배 준화와 떠난 미국 여행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재밌는 점은 유준상 역시 차인표처럼 ‘열정맨’으로 유명하다는 것. 다만 차인표는 굳은 다짐으로 의지를 불태웠다면 <아직 안 끝났어> 속 유준상은 의연한 태도로 열정을 이어간다.

<아직 안 끝났어>는 다큐멘터리지만 연출도 가미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준상과 준화의 내레이션이 이어지며, 중간중간 애니메이션도 삽입됐다. 이런 연출적 요소에서 드러난 것이 바로 ‘홍상수의 향기’. 유준상은 <북촌방향>, <다른 나라에서> 등 무려 여덟 편의 홍상수 영화에 출연했다. 홍상수 감독은 우연에 힘을 받는 즉흥성으로 유명하다. <아직 안 끝났어> 역시 촬영 구도, 빛의 활용 등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듯한 연출이 등장했다. “과연 이 영화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을까”하는 의문을 자아내는, 홍상수의 페르소나 다운 영화다.



<아직 안 끝났어>


<미드 90> 조나 힐 감독

감독: 조나 힐 / 미국 / 85분 / 2019 / 픽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속 조나 힐

마지막은 코믹 연기로 유명한 조나 힐이다. <21 점프 스트리트>,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등에서 유쾌한 에너지를 한껏 발산한 그는 <미드 90>으로 연출에도 도전했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13살 소년 스티비의 성장담을 그린 영화다. 제대로 된 보호자가 없는 스티비는 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친구들과 뜨거운 여름을 보낸다.

앞서 언급한 필모그래피 외에도 조나 힐은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억셉티드>, <디스 이즈 디 앤드> 등 철없는 남자들을 내세운 작품에 자주 출연했다. 그는 첫 장편 연출작으로도 이를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나이대를 확 낮추어 어린 소년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미드 90>은 가볍고 코믹한 분위기로 소년들이 어른이 되는 중도점을 포착했다. 흔히 말하는 ‘영화적 사건’은 등장하지 않지만, ‘다름에 대한 이해’와 이를 통해 ‘존중받는 법’을 물 흐르듯 풀어낸다. 메시지에도 심혈을 기울인 조나 힐 감독. 장르는 정반대이지만, 코미디언에서 현재 가장 ‘핫’한 감독 중 하나가 된 조던 필 감독의 뒤를 따를 수 있을 듯하다.



<미드 90>


씨네21 www.cine21.com

김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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