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 올림픽 재밌게 봤다면 챙겨봐야 할 동계 스포츠 소재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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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막을 내린다. 말 많은 올림픽이었다. 개막 전부터 중국을 향한 외교적 보이콧으로 잡음이 시작됐고, 쇼트트랙 경기에서 편파 판정으로 금메달을 딴 중국 대표팀,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의 발리예바 선수 등이 기억에 남는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올림픽은 그래도 올림픽이다. 전 세계에서 모인 선수들은 모두 최선을 다하며 울고 웃었다. 다시 4년 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을 기다리며 보기 좋을 동계 스포츠 영화들을 소개한다.


1993년

<쿨 러닝>

<쿨 러닝>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선수들이 등장하는 <쿨 러닝>은 동계 스포츠 영화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에 속한다. 봅슬레이라는 종목 자체가 이 영화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쿨 러닝>은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1988년 동계 올림픽에 참가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한편 국내에서는 ‘탈룰라’라는 인터넷 밈이 시작된 영화로도 널리 알려졌다. 썰매 이름을 정할 때 등장하는 탈룰라 장면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지미 클리프가 부른 ‘아이 캔 씨 클리어리 나우’(I Can See Clearly Now)는 영화와 함께 크게 흥행하기도 했다. 참고로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에 <쿨러닝>의 실제 주인공 더들리 스토크가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 감독으로 참가했다.


2004년

<미라클>

<미라클>

동계 올림픽에서 인기 있는 종목 가운데 아이스하키를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긴 하지만 분명 재밌는 스포츠임에는 틀림없다. 아이스하키를 소재로 한 영화 가운데 커트 러셀이 출연한 <미라클>을 추천한다. <미라클>은 냉전이 한창인 1980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최강이었던 소련에 맞선 미국 아이스하키팀이 등장한다. 커트 러셀은 미국 대표팀 감독 허브 브룩스를 연기했다. 여기까지 영화에 대한 대략의 정보를 통해 볼 때 결말은 충분히 예상해볼 만하다. 특히 제목이 스포일러에 가깝다. 미국 대표팀은 과연 소련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까? 설마 미국이 지는 모습을 기적(Miracle)이라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못 믿겠다면 직접 영화를 보길 바란다.


2007년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의 차준환이 5위를 기록했다. 박수받아 마땅한 선전이었다. 1위는 미국 대표 네이선 첸이 차지했다. 첸은 4회전 점프를 밥 먹듯이 했다. 차준환과 네이선 첸을 호출한 이유는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가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통해 남자 피겨에도 관심이 생겼다면 꼭 챙겨보면 좋겠다. 단, 이 영화의 주인공이 윌 페렐이라는 사실을 알고 봐야 한다.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는 진지한 감동 실화와는 거리가 좀 멀다. 두 남자 선수가 짝을 이뤄 대회에 출전한다는 설정에서 이미 감이 왔을 걸로 믿는다. 이런 1차원적인 코미디가 영 별로라면 뒤에 등장할 <아이, 토냐>나 피겨스케이팅 영화의 고전 <사랑이 머무는 곳에>(1978)를 추천한다.


2009년

<국가대표>

<국가대표>

<국가대표 2>

이 포스트에서 <국가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어쩐지 러브홀릭스가 부른 노래 ‘버터플라이’의 멜로디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김용화 감독 연출, 하정우, 김지석, 김동욱, 성동일 등이 출연한 <국가대표>는 동계 스포츠를 소재로 한 국내 영화 가운데 가장 흥행한 영화다. 약 84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런 흥행은 <국가대표 2>를 만든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1편에 비하면 영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다시 <국가대표>로 돌아가자. <국가대표>는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등장한다. 아이스하키만큼이나 스키점프 역시 국내에서는 비인기 종목이다. 개봉 당시 실제로 국내에 스키점프 선수가 5명 밖에 없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된 이유가 나오는데 1996년 무주 동계 올림픽 유치가 그 목적이었다. 실제로 동계 올림픽이 열린 곳은? 평창이다.


2017년

<아이, 토냐>

<아이, 토냐>

할리퀸을 연기한 마고 로비 대 토냐 하딩을 연기한 마고 로비. 승자는 <아이, 토냐>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 토냐 하딩을 연기한 마고 로비다. 로비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로비는 그야말로 미친 연기를 보여줬다.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실존 인물 토냐 하딩에 빙의됐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사실 이 영화에는 로비보다 더 대단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가 있다. 하딩의 어머니 라보나 골든을 연기한 앨리스 제니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하딩의 남편 제프 길롤리를 연기한 세바스찬 스탠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윈터 솔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 토냐>는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스포츠 자체에 무게를 둔 스포츠 영화라기보다 희대의 사건을 일으킨 선수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렇기에 미국 레슬링 대표팀의 비극적인 사건을 극화한 베넷 밀러 감독의 <폭스캐처>와 비교해서 보면 좋을 영화이기도 하다.


2018년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하나다>(We are One)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여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극장에서 개봉한 상업영화는 아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미디어 플랫폼인 올림픽 채널에서 제작한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북한 선수단이 긴장된 표정으로 국경을 넘어 우리 선수들과 어색한 첫인사를 나누던 장면부터 5전 전패로 마감된 올림픽에서의 경기 모습, 폐회식에서의 눈물의 작별까지 모든 과정을 담았다. <우리는 하나다>는 올림픽 채널의 웹사이트(www.olympicchannel.com)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다> 이외에도 이 웹사이트에서 동계 스포츠와 관련된 여러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 <브릴리언트 컬링 스토리>(A Brilliant Curling Story)는 스코틀랜드 여자 컬링 대표팀의 이야기이고 피카보(Picabo)는 미국의 스키 선수 피카고 스트리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하프파이프 하이프>(Halfpipe Hype)도 놓치면 아까운 작품이다. 6편으로 구성된 이 단편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는 동계 올림픽에서 봤던 스노보드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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