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 돋는 암호문 : <더 배트맨> 바이럴 사이트 ‘라타알라다닷컴’은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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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추리 게임이 막을 내렸다. <더 배트맨>이 개봉하면서 공개한 바이럴 마케팅 사이트 ‘라타알라다닷컴’의 이야기다. 영화에서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사한 이 사이트, 제작진은 그 사이트 주소를 그대로 가져와 실제로도 수수께끼를 제공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모았다. 영화를 봤지만 이 사이트를 실제로 찾아볼 생각은 못 했던, 그래서 이 소식을 듣고 뒤늦게 궁금했을 관객들을 위해 ‘라타엘라다닷컴’의 주요 타임라인을 구성해봤다.

※ 본문엔 <더 배트맨> 관련 스포일러가 (당연히) 포함된다.


‘라타 알라다’는 무엇?

<더 배트맨> 공식 SNS, 본문의 대문자만 이어보니…

<더 배트맨>을 본 관객이라면 이 주소를 잊을 수가 없을 테지만, 간단하게 한 번 짚어보자. 고담시의 유력 인사들을 살해한 리들러는 배트맨에게 끊임없이 힌트를 남긴다. 그중 하나는 알프레드가 해석하는데, 그것에 담긴 문장이 ‘유 아 엘 라타 알라다'(you are el rata alada/너는 날개 달린 쥐다). 배트맨은 이 날개 달린 쥐라는 표현과 클럽에서 부패 경찰을 봤다는 점을 연결시켜 ‘펭귄’ 오스왈드 코블팟을 추적한다. 우여곡절 끝에 펭귄을 잡은 배트맨, 하지만 펭귄은 ‘유 아 엘 라타 알라다’라는 말은 관사가 틀렸다며 배트맨의 추측에 반박한다. 배트맨은 리들러가 일부러 틀리게 했을 것임을 알고 문장이 소리 나는 그대로 ‘URL rata alada’임을 깨닫는다. 배트맨이 ‘rataalada.com’에 접속하자 채팅창이 뜨고, 리들러가 또 다른 힌트를 남긴다.

이 장면은 화려한 추격전 끝에 배트맨이 헛다리를 짚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2년 차 배트맨의 미숙함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다. 아직은 고담의 실세가 아닌 펭귄이 배트맨에게 치욕을 당하면서 서로의 악연이 이어질 것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 장면 마지막에 손발이 묶인 채로 낑낑거리는 펭귄의 모습은 그 별명 그대로 펭귄처럼 보이는 일종의 팬 서비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고 나면 ‘Good Bye'(굿바이)라는 문장과 함께 rataalada.com 주소가 뜨는 쿠키가 들어갔다.


rataalada.com에는 어떤 내용이 있었을까

2021년 12월의 수수께끼

처음 사이트에 접속하면 영화와 똑같이 <?>이 화면에 뜨고, 진행하겠냐는 문구가 뜬다. 여기서 Y를 누르면 각종 수수께끼가 제시되고, 문제를 하나씩 풀다 보면 리들러가 준비한 단서나 자료들이 등장한다. 영화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그려진 사진들도 몇몇 만날 수 있다. 신기한 건 <더 배트맨>이 개봉하기 전, 2021년 12월 10일부터 이 사이트의 존재가 공개됐단 것.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으나 전개에 중요한 키를 쥔 사이트를 미리 공개한 제작진의 대담함이 굉장하다.

일단 12월, 개봉 전 라타알라다닷컴에서 제시한 수수께끼를 보자. “나는 쉬울 수도 있고, 막다를 수도 있다. 나를 가로질러 갈 때 조심하라”. 첫 수수께끼의 정답은 스트리트, 길이다. 쉬울 수도 있단 건 걱정거리가 없다는 뜻의 숙어 이지 스트리트(Easy street)를, 막다를 수도 있단 데드 엔드(Dead end)는 글자 그대로 막다른 길을 의미한다. 당연히 길을 건널 때는 조심해야 하고.

다음 수수께끼는 “나를 만든 이들은 나를 부술 수 있다”. 첫 문장에 비하면 간결하지만, 그만큼 정답의 범주도 넓어 보인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도 많은 답안이 오고 갔는데, 정답은 ‘법률'(laws)이었다. 그외에도 꽤 그럴싸한 답안으론 거울, 침묵, 약속 등이 있었다.

세 번째 수수께끼는 “검고 파랗고 죽어있는 것은?”인데, 영화와 관련 있는 인물을 가리킨다. 정답은 “배트맨”. 검다는 건 당연히 그의 의상을 뜻하고, 파랗다는 건 우울한 것을 ‘파랗다'(blue)고 은유하는 서구권의 문화를 이해하면 쉽다. 마지막으로 죽어있는 건이란 말은 리들러의 주관적인 해석인 거 같긴 하다.

이 수수께끼를 모두 풀면 보상이 주어지는데, 바로 고담시 경찰이 그린 배트맨의 몽타주와 리들러의 의상에 그려진 물음표 마크 그림파일이다. 아무래도 영화 개봉 전이라서 엄청 치명적인 단서는 피해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정도의 보상을 선택한 거 같다.

수수께끼 테스트를 통과하면 주어지는 팔코네의 이미지


3월의 수수께끼

이후 영화가 개봉한 3월에도 여러 수수께끼를 쏟아냈다. “중간에 끝이 두 번 있다. 나 때문에 당황하지 않으며 네 정신을 시험하는 것”이란 수수께끼는 꽤 수준이 높은데, 정답을 들으면 의외로 무릎을 탁 칠 정도로 명쾌하다. 정답은 퍼즐(PUZZLE). 끝이 중간에 두 번 들어간다는 건 알파벳의 끝 Z가 두 번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뒤는 퍼즐 그 자체의 속성을 가리킨다.

두 번째, “탄생에서 죽음까지. 소년부터 남자까지. 모든 것이 다 변해도 그가 항상 유지할 한 가지”. 뭔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같은 형이상학적 질문이지만, 이 또한 <더 배트맨>을 관통하는 테마를 생각하면 정답이 납득 간다. 정답은 아들(Son). 소년이 남자가 되든, 더 나이가 들어 죽든 남자라면 누군가의 아들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 한 가지다.

다음 수수께끼는 사실 거저 주는 수준이다. 딱 한 단어만 봐도 정답이 곧 생각날 것이다. “말하자면, 억만장자”. 사실 이 또한 영어의 발음을 이용한 언어유희인데 ‘억만장자’라는 단어가 큰 힌트가 된다. 답은 웨인(Wayne). 원래는 “말하자면”이란 부분이 “In a manner of speaking”인데 여기서 매너를 발음이 똑같지만 ‘영지’를 뜻하는 ‘manor’로 변경해 “영지를 가진 억만장자” 웨인이 된다.

이외에도 여러 수수께끼가 있는데, 수수께끼만 계속 다루면 심심할 수 있으니 ARG에 가까웠던 테스트도 다뤄본다. ARG는 대체 현실 게임의 약자로, 현실의 단서를 찾아 퀴즈나 임무를 깨는 형식을 의미한다. 라타알라다의 ARG는 무슨 좌표라도 되는 듯 수많은 숫자들로 채워졌는데, 이게 또 기가 막히다. 이 숫자들은 모두 배트맨이 등장한 코믹스를 지목한 것. 27.05.19.39은 1939년 발행된 ‘디텍티브 코믹스 27호’인데 여기서 고든 경감 경위가 첫 등장한다. 01.03.19.40는 1940년 ‘배트맨 1호’로 캣우먼과 조커가 첫 등장한 단행본. 58.12.19.41는 펭귄이 처음 등장한 1941년 ‘디텍티브 코믹스 58호’, 140.10.19.48는 리들러가 데뷔한 1948년 ‘디텍티브 코믹스 140호’를 가리킨다. 405.03.19.87는 팔코네가 처음 등장한 1987년 ‘배트맨 405호’, 16.04.19.43는 알프레드가 처음 그려진 1943년 ‘배트맨 16호’를 의미하며 전부 이번 영화의 주요 캐릭터와 관련된 코믹스들이다. 이쯤 되면 이걸 숨긴 제작진도 대단하고, 이걸 찾아낸 팬들도 열정이 상당하다.



라타알라다닷컴이 3월에 대거 공개한 이미지들

이제 이 수수께끼들과 테스트에서 주어진 보상을 살펴보겠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수수께끼보다 리들러가 남긴 유산(?)이 더 궁금할 것이다. 리들러는 (영화의 전개에 맞춰) 3월 말 여러 자료를 한 번에 풀었다. 그중엔 브루스 웨인의 부모 토마스 웨인과 마사 웨인의 사진도 있다. 극중 뉴스 장면으로 지나갔던 자료들을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 전개에 전환점이 된 미첼 시장과 아니카의 밀회 사진도 포함돼있다.


리들러의 암호문 7개

이것을 참고하여 풀 수 있다.

또 마지막까지 수수께끼를 푼 사람들에게 랜덤하게 제공된 7개의 암호문도 팬들의 집단지성(과 영화 속 힌트)을 통해 해독됐다. 각각의 문장은 경계를 늦추지 마라(Stay vigilant), 더 드러날 것이다(More will be revealed), 고담이 더 노출된다(Expose more of gotham), 충분한 질문(Enough questions), 곧 돌아온다(Come back soon), 수수께끼 미로(Maze of riddles), 고담은 부활 스토리가 잘 먹혀(Gotham loves a comeback). 자세히 보면 리들러의 캐릭터성과 <더 배트맨>의 요약이 적절하게 배합됐다.

영화에서 리들러가 구속됐듯 라타알라다닷컴도 폐쇄 엔딩을 맞았다.

앞선 7개 문장이 암시한 것처럼 라타알라다닷컴의 운명은 영화처럼 흘러갔다. 이제 영화를 개봉한지 한 달 남짓 됐으니 자연스럽게 폐쇄 수순에 들어갔다. 그래도 끝까지 영화의 컨셉을 지키고자 그냥 사이트를 없애는 게 아니라 “이 도메인은 압수됨”이란 고담시경의 공지를 내걸었다. 이 도메인이 다음 영화가 나올 때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압수된 도메인에 ‘잘 먹히는 부활 스토리’를 쥔 리들러가 돌아온다면 확실히 소름 돋을 것 같긴 하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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