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도 출연한 ‘연상호 월드’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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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첫 실사영화 <부산행>으로 한국은 물론 전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엔 지금까지 연상호가 만들어온 작품들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여럿 등장한다. <지옥>의 배우들 가운데, 연상호가 연출한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 그리고 각본을 쓴 <방법>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들을 소개한다.

*** 연상호 감독이 연출/각본을 맡은 작품

<사랑은 단백질>(단편, 2008)

<돼지의 왕>(2011)

<창>(단편, 2012)

<사이비>(2013)

<부산행>(2016)

<서울역>(2016)

<염력>(2018)

<반도>(2020)

<방법>(2020)

<방법: 재차의>(2021)

<지옥>(2021)


주명훈

김규백

<반도>

<지옥>

“여느 날과 다름없”던 11월 10일 오후 1시 경. 한가로운 분위기의 카페에서 식은 땀을 흘리며 휴대폰 시계를 들여다보는 사내가 있다. 1분을 더해 1시 20분이 되자 그는 거친 한숨을 내뱉고, 곧 지옥의 사자들이 나타나 혼신으로 도망치는 남자를 해하고 곧 잿가루로 만든다. 주명훈이라는 이름조차 세상에서 사라지고서야 알려지는 <지옥> 속 첫 번째 시연자의 배우는 김규백이다. 연상호 감독은 무엇보다 연약하고 불안해 보이는 김규백의 외모에 끌렸던 것 같다. 작년 개봉한 영화 <반도>의 631부대 막내 김 일병은 다리를 다쳐 지팡이와 의족에 의지해 생존하다 그나마 인간성이 남아 있던 서 대위(구교환)를 따르다가 결국 그가 쏜 총을 맞고, <지옥>의 김규백은 그 어떤 사람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시연 당한다.

<반도>


진경훈

양익준

<사랑은 단백질>

<돼지의 왕>

<사이비>

<지옥>

연상호와 양익준의 연은 <똥파리>가 개봉하기 전인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만화/드라마 <지옥>의 공동작가 최규석의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단편 <사랑은 단백질>에서 양익준은 오정세와 함께 치킨을 시켜먹는 자취생 역을 맡았다. 양익준과 연상호의 존재를 널리 알린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과 <사이비>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대필작가로 근근이 먹고 사는 <돼지의 왕>의 정종석, 가산을 탕진하고 폭력까지 일삼다가 마을에 퍼진 사이비종교를 추적하는 <사이비>의 김민철은 모두 열등감과 폭력성이 뒤엉킨 한국 사회의 남성상을 나타냈다. 연상호와 작업한 세 작품이 모두 양익준과 오정세 모두 주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옥>은 양익준이 연상호와 8년 만에 협업한 신작이자, 처음 작업한 실사작품이다. 폭력보다는 무기력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형사 진경훈은 행적이 의심스러운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유아인)를 쫓다가 결국 거대한 딜레마에 부딪히고 만다.

<돼지의 왕>


진희정

이레

<반도>

<지옥>

연상호는 <반도>에서 처음 이레를 캐스팅 했다. 어린 얼굴이 미숙함이 아닌 순수한 의지의 징표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연상호의 편애를 받았던 배우 심은경을 떠올리게 하는 이레가 연상호의 세계에 자리한 모습이 꽤 익숙하게 느껴졌다. 위기에 빠진 정석(강동원)에게 와 “살고 싶으면 타요” 툭 내뱉고 굉장한 운전 실력으로 그를 구해내 준이는 좀비가 삼켜버린 세상에서 보호의 주체로서 최선을 다한다. <지옥>에선 사뭇 다르다. 진경훈의 딸 희정은 엄마가 자기 때문에 변을 당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라, 세상을 깨달은 양 현혹하는 정진수 의장을 돕는다. <지옥>의 세계관을 가로지르는 딜레마에 아슬아슬하게 자리하고 있어, 악인이 불타는 형상을 보는 얼굴이 더욱 입체적으로 보였다.

<반도>


천사

정지소

<방법>

<방법: 재차의>

<지옥>

어느 날 문득 사람들에게 찾아와 죽음을 고지하는 천사의 모습은 완전히 CG로만 구현한 것이 아니다. 연상호가 각본을 쓰고 김용완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방법>과 스핀오프 영화 <방법: 재차의>에 출연한 배우 정지소가 직접 마커를 붙여 안면 움직임을 기록하고 그걸 천사의 얼굴에 입혔다. “<부산행>에서 심은경 배우가 해줬던 첫 번째 감염자”처럼 깜짝 캐스팅을 계획한 연상호는 천사의 콘셉트 아트와 정지소가 닮았다고 느껴 그를 캐스팅 했다. <방법> 시리즈의 소진이 무당의 딸로 태어나 특정한 대상을 찾아가 저주를 내린다는 설정 또한 천사의 역할과 얼추 비슷하다.

<방법>


화살촉 수장

김도윤

(<염력>)

<반도>

<방법>

<지옥>

<지옥>의 최고 비호감 캐릭터. 단연 화살촉 수장이다. 기괴한 분장을하고 틴톡TV에서 방송을 하는 그는 연실 듣기 싫은 목소리를 꽥꽥 대며 사람들을 선동해 <지옥>의 세상을 더 황폐하게 한다. 비단 광란의 스트리머로 끝내지 않고 후반부에 결정적인 역할로 다시 등장시키는 걸 보면 연상호가 그를 연기한 배우 김도윤을 얼마나 편애하는지 알 만하다. 김도윤은 <지옥> 이전에 이미 3개의 작품을 연상호와 함께 했다. 다만 가장 먼저 작업한 <염력>에서는 극중 사고를 찍은 블랙박스를 갖고 있는 회사원을 연기했지만 모든 분량이 편집되고 말았다. <반도>에선 정석과 같이 한국에 왔다가 황 중사(김민재) 일당에서 붙잡혀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비중있는 역할로 활약했다.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이 <곡성>(2016)에서 악마를 본 부제 양이삼을 떠올리게 한다. <방법>의 강력계 형사 양진수는 진종현(성동일)의 저주에 걸려 목숨을 잃는다.

<반도>


박정자

김신록

<방법>

<지옥>

화살촉 수장이 <지옥>의 절대 비호감 캐릭터라면, <지옥>을 본 십중팔구는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긴 배우로 박정자 역의 김신록을 손꼽을 것이다. 두 아이와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박정자는 생일 축하를 받던 중에 천사에게 고지를 받고, 정진수로부터 30억 원을 줄 테니 시연을 생중계 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올해 초 드라마 <괴물>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는 김신록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죽음을 만방에 알리자는 비참한 제안을 받아들이는 모성애와 한편 전남편들에 대한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 의혹 그리고 죽음을 코앞에 둔 자의 불안까지 끄집어내는 명연을 선보였다. <지옥> 이전에 김신록이 연상호 월드에 입성한 건 드라마 <방법>이었다. 소진(정지소)의 친모인 석희는 저주의 능력을 물려준 친모이자 소진에게 든 악귀, 이누가미를 쫓기 위해 진종현에게 악귀를 옮긴 죄책감을 느끼다가 진경(조민수) 패거리에게 맞아죽는 인물로, 소진의 기억 속에서 나른함과 끈질김이 공존하는 무당으로 등장한다.

<방법>


박 변호사

이돈용

<사랑은 단백질>

<돼지의 왕>

<사이비>

<지옥>

민혜진(김현주)과 함께 새진리회의 악행을 알리는 소도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박 변호사는 시연이 거짓이라 믿고, 박정자는 30억 원을 챙기고 새진리회는 망신 당할 거라 생각해 생중계 계약을 적극 성사시킨다. 박 변호사를 연기한 이돈용은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 이 글에서 소개하는 배우들 가운데 가장 낯선데, 연상호와의 작업은 양익준과 마찬가지로 2008년 단편 <사랑의 단백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익준과 오정세가 연기한) 자취생들이 시킨 치킨을 배달하는 의수를 단 족발집 사장 돼지 역을 맡았다. <돼지의 왕> 속 경민 아버지는 가라오케를 운영하며 거기서 일하는 철(김혜나)의 어머니를 괴롭혀 아들 경민이 괴롭힘을 당하는 원인이 되는 인물. 다른 캐릭터가 실제 배우의 얼굴과는 전혀 딴판인 것과 달리, 경민 아버지의 생김새는 유독 이돈용을 닮았다. <사이비>에선 도박판 남자, 마을 주민 등 4개 단역을 혼자 소화했다.

<돼지의 왕>


배영재

박정민

<염력>

<지옥>

<지옥>은 두 명의 아버지 캐릭터가 각각 전반과 후반의 중심에 선다. 진경훈에 이어서 <지옥>을 이끄는 방송국 PD 배영재는 갓 태어났는데도 고지를 받아버린 아이의 아빠다. 새진리회의 세가 급격히 커져 비윤리적인 광고를 만들어 방송해달라는 걸 못마땅해 하는 배영재는 최근 부쩍 수상해 보이는 선배의 행적을 쫓다가 시연을 목격하고, 제 아이가 시연 당할 운명까지 떠앉게 된다. 박정민은 연상호와 처음 작업한 <염력>에선 루미(심은경)를 비롯한 시장 철거민을 돕는 국선변호사 정현을 연기했다. 그리 유능하진 않지만 성심성의껏 철거민을 돕는 정의로운 법조인인 동시에 루미를 짝사랑 하는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기능하는 캐릭터다.

<염력>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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