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노벨문학상, OTT에서 점쳐보자(1) <핸드메이즈 테일: 시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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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에서 만나는 맨부커상 수상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여성 서사

마거릿 애트우드

편성용 제목: 출산만이 살 길! 과거인 듯 현재 같은 ‘시녀이야기’

매년 노벨상 시즌이 되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한 사람이 있다. <시녀 이야기> <눈먼 암살자>를 비롯한 수많은 시, 소설을 썼고 그중 <눈먼 암살자> <증언들>로 부커상을 두 번 수상한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 작가. 바로 마거릿 애트우드다.

팔순이 넘어서도 글 쓰는 본투비 글쟁이 마거릿 애트우드​

애트우드는 1964년 첫 시집 <서클 게임> 을 출간하며 작가 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순수 문학뿐만 아니라 평론, 드라마 극본, 동화 등 다방면에 걸친 창작 활동으로 약 60권의 작품을 출간했다. 글쓰기의 소재와 형식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역사상 인간이 이미 어딘가에서 하지 않은 일은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지켰다. 그의 통찰은 ‘역사’와 ‘현실’에 기반한다.

그래서일까? 애트우드는 SF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작 작가는 그의 소설을 ‘사변 소설’로 분류한다. 그는 본인의 작품을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을 포함하는 SF 소설보다는 조지 오웰의 ‘1984’와 괘를 같이한다 말한다. 애트우드는 많은 소설 속에서 SF적 장치를 차용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그 내용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섬뜩할 정도의 사실적 묘사는 탄탄한 ‘배경 조사’ 덕분이다. 사건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방대한 자료 조사를 기반으로 쓰인 작품들은 극제작자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많은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유명한 일화가 있다. 20여 년 전, 17살의 소녀 사라 폴리는 마거릿 애트우드에게 편지를 보낸다. 소설 <그레이스>의 판권을 구입하고 싶다는 당찬 요구였다. 애트우드는 당연히 거절했지만 사라는 훗날 넷플릭스를 통해 각본과 프로듀서로 참여한 드라마 시리즈 <그레이스>를 공개한다.

마거릿 애트우드와 사라 폴리. 둘의 만남 자체가 드라마.

아직도 SF를 어린이나 읽는 ‘공상’ 과학소설이라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마거릿 애트우드의 책 <시녀이야기>, <미친아담 3부작>을 추천한다. 책이 부담스럽다면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먼저 보아도 좋다.


과거인 듯, 미래인 듯, 현재인 듯 <핸드메이즈 테일: 시녀이야기> (2017)

핸드메이즈 테일: 시녀이야기

20세기 후반, 전 지구적 전쟁과 환경오염으로 극심한 혼란 상태에 놓인 미국. 이를 틈타 기독교 극우 근본주의자들은 새로운 국가 ‘길리아드’를 세운다. 길리어드에는 아내, 자녀, 시녀, 하녀, 가난한 아내, 이모, 미망인, 비여성, 접대부 등 아홉 개의 여성 계급이 존재한다. 여성 계급 구조는 철저히 남성들에 의해 정의되며 이는 여성을 통제하고 착취하는 데 사용된다. 시녀는 아내들을 대신해 아이를 출산하는 일을 담당하는 여성들이다. 그들의 존재 가치는 오직 자궁으로 수렴된다.

빨간 드레스에 하얀 베일을 쓴 시녀들이 장을 보고 있다.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한 장려책의 일환으로 하루 한 번 2인 1조로 마트 산책을 갈 수 있다.

극의 주인공은 ‘오브프레드’. 평범한 삶을 살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이름과 가족을 뺏긴 채 사령관의 시녀가 된다. 이름 (‘오브(of)프레드’)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프레드에 종속된 존재이다. 시녀들의 이름은 고유명사가 아니다. 생식능력을 가진 자라면 누구나 ‘오브프레드’가 될 수 있다. 아이를 낳지 못하면 식민지로 추방돼 ‘비여성’으로 핵폐기물을 치우며 살아야 한다. 오직 출산만이 살 길이다.

<시녀이야기>를 드라마로 접하기 전 소설 속 사령관-시녀-아내 삼자 간 의례적 성행위와 시녀의 출산 장면을 화면으로 어떻게 옮길까? 궁금했다. 드라마는 원작에 충실했다. 소설 속 묘사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장면은 불편함, 기이함, 우스꽝스러움을 불러일으킨다.

오직 아이를 낳는 것만이 시녀들의 임무다.

상류층 불임 부부에게 파견된 시녀는 한 달에 한 번씩 의례적 성행위에 참여한다. 시녀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사령관 아내의 다리 사이에 누운 뒤, 팔을 위로 뻗어 아내에게 팔목이 잡힌 채 사령관과 관계를 가져야 한다. 출산할 때도 시녀는 아내와 한팀이다. 시녀가 아기를 출산할 때 뒤에 연결되어 있는 높은 해산용 의자에 같이 앉아 해산 시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인 양 표현하며 몸을 꿈틀대는 아내들의 모습은 안쓰럽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계급을 막론하고 불운하다. ‘아내’들은 어려서부터 순종 교육을 받고 열세 살만 되어도 높은 계층의 사령관과 결혼하는 ‘조혼’을 강요당한다. 이들은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제공받지 못한 채 공포심을 품도록 교육되고, 결혼해 아이를 낳는 것만이 신분을 유지하고 상승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1987년 차우셰스쿠 정권 치하 루마니아에서 낙태를 하려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4개월, 3주…그리고 2일

길리어드라는 디스토피아는 중세 기독교 시대일 수도, 일부다처제가 행해졌던 19세기 구 유타주일 수 있다. 참고로 애트우드는 이 소설 속 기독교원리주의 국가를 17세기 청교도에 기반을 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길리어드의 문제는 ‘이미 지나간 과거’인가?

아니다. 가깝게는 60년대 우리들 어머니의, 모택동 이후의 중국 여성의, 1980년대 루마니아 여성들의 문제였고, 대한민국 여성에게 자기결정권 투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디스토피아 그것은 언제든 갑자기 도래할 수 있는 우리의 세상이자, 이미 도래했던 그리고 지금도 실존하는 세상임을 드라마는 경고한다.

<핸드메이즈 테일: 시녀이야기>를 재밌게 봤다면 원작 <시녀이야기>도 도전해 보자. <시녀이야기>로부터 15년 후의 이야기를 그린 <증언들>도 일독하길 추천한다. 특히 길리어드에서 여성 관련 제도와 업무를 총괄하는 악명 높은 ‘아주머니’ 계급 리디아를 주목하라. <증언들>에 다시 등장하여 ‘전체주의는 내부로부터 무너진다’를 증명한다. ​

핸드메이즈 테일: 시녀이야기 시즌4

<핸드메이즈 테일: 시녀이야기> 트리비아

  • 소설 <시녀 이야기>는 1990년 영화 양철북의 감독 폴커 슐렌도르프에 의해 처음 영화화되었으며 이때 음악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담당했다.

  • ‘핸드메이즈 테일: 시녀 이야기’는 OTT 드라마 최초로 제69회 에미상 드라마 부문 작품상 수상을 포함, 여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등 8관왕을 기록했다.

  • 원작에서 탈출을 꿈꾸는 주인공의 백인 친구 모이라(사미라 윌리)가 드라마에서는 흑인이자 레즈비언으로 설정이 변경됐다.

  • 소설 속에서 나이 들고 추한 외모로 묘사된 ‘아내’ 세레나 조이(이본느 스트라호브스키). 화면 속에서는 젊고 매력적이다.


문화기획자 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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