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죽어라 마스크 안 써?” 비현실적 영화는 가라! 코로나 팬데믹 리얼하게 반영한 영화들

In

거리두기가 끝나고 한숨 돌리는 것 같았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잔향을 남기고 있다. 시간이 더 흘러서 ‘그때는 그랬지’ 하는 추억이 되면 좋으련만, 아직은 우리 곁에 남은 가장 가까운 공포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도 영화는 계속 만들어지고, 몇몇 영화인들은 코로나19라는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작금의 현실을 영화에 녹여냈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말아>를 비롯해 팬데믹 현실을 작품에 녹인 영화들을 소개한다.


<말아>

2021, 곽민승

실내에서 마스크는 필수.

<말아>는 백수로 매일을 보내는 주리(심달기)가 잠시 엄마(정은경)의 김밥 가게를 맡으면서 겪는 일상을 그린다. 시놉시스처럼 영화적인 갈등이나 사건은 거의 없이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았다. 다만 <말아>가 여느 독립영화와 다른 점은 코로나19로 변화한 일상들을 고스란히 묘사한 것. 가게 안에선 마스크를 꼭 써야 하고, 야외활동보다는 실내 활동이 미덕인 현실. 이런 것들을 슬그머니 영화 곳곳에 새겨 넣는다. 그 덕분에 <말아>는 주리라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 이렇게 변화한 사회에 점차 지켜가는 관객 모두에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취업 준비생, 팬데믹, 새로운 사랑과 어떤 이별. <말아>의 이야기는 다소 평범한데 그렇기에 그 이야기를 지켜보는 모두에게 일말의 힐링을 안겨준다.


<호스트: 접속금지> & <세이퍼 앳 홈>

2020, 롭 새비지 / 2021, 윌 워닉

‘줌’ 인터페이스까지 활용한 <호스트: 접속금지>

우리나라는 거리두기를 철두철미하게 한 덕분에, 국민들 또한 지침에 잘 따른 덕분에 극단적인 락다운(봉쇄) 정책까지 치닫지 않았다. 하지만 일찌감치 코로나19의 극성을 여과 없이 마주한 몇몇 국가들은 락다운을 강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현실에서 점차 교양이 된 건 화상채팅이었다. 국내에도 이전까지 그렇게 보편화되지 않았던 줌이나 구글 행아웃, MS 팀즈 등 화상회의 프로그램이 보편화되었다. <호스트: 접속금지>와 <세이퍼 앳 홈>은 이런 현실을 곧바로 영화에 적용한 케이스다.

두 영화는 모두 락다운으로 봉쇄돼 자가격리 중인 상황에서 친구들끼리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만난다는 설정이 골자다. <호스트: 접속금지>는 원격으로 강령회를 열자 온갖 희귀한 현상이 발생하는 순간들을 ‘줌’의 인터페이스 그대로 사용해 공포의 화상채팅 현장을 재현했다. <세이퍼 앳 홈>은 친구들이 원격으로 (약을 곁들인)홈 파티를 즐기다가 상해치사를 목격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았다. <세이퍼 앳 홈>은 설정마저 좀 쎈데, 코로나19가 좀처럼 잡히지 않아 락다운이 400일 넘게 이어졌기 때문. 그래서 영화는 2021년 제작임에도 2022년이 배경인 특이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전체적인 평은 <호스트: 접속금지>가 더 좋은 편인데, 59분이란 짧은 러닝타임을 공포 효과에 몰빵했기 때문.

<세이퍼 앳 홈>


<락드 다운>

2021, 더그 라이만

<락드 다운>에도 물론 화상회의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락드 다운>도 락다운의 비극(?)을 다룬 영화다. 영화의 두 주인공 팩스턴(치웨텔 에지오포)과 린다(앤 해서웨이)는 완전히 사랑이 식은 연인이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같이 살고 있는데, 영국 락다운 정책 때문에 섣불리 분가를 할 수 없어졌기 때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팩스턴은 회사에서 해고를 통보받고, 반대로 린다는 회사의 직원들을 해고해야 한다. 이렇게 거듭되는 아이러니 끝에 팩스턴과 린다는 같이 백화점의 다이아몬드를 털어 부자가 되기로 합심한다.

블랙코미디와 하이스트 무비를 결합한 <락드 다운>은 HBO MAX로 서비스됐다. 더그 라이만이 메가폰을 잡고 앤 해서웨이, 치웨텔 에지오포, 벤 스틸러, 루시 보인턴, 벤 킹슬리 등등 출연진도 꽤 빵빵하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대다수가 이 영화의 존재를 처음 알았으리라. 그만큼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생필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했고, 떨어지고 싶어도 떨어질 수 없는 상황 등 락다운 당시 풍경이 세세하게 들어가있으니 나중에 자료화면 같은 걸로 만나게 될지도.


<습도 다소 높음>

2020, 고봉수

코로나19 팬데믹의 한국적 풍경이 담긴 <습도 다소 높음>

가볍게 찍되 인상적인 결과물. <델타 보이즈> <튼튼이의 모험> 등을 찍은 고봉수 감독의 영화는 대개 그렇다. 재치 있는 상황으로 웃게 하다가 문득 씁쓸한 맛을 남기는. 그의 장점이라면 작품 제작 속도가 무척 빠르단 건데, 그 장점이 십분 발휘된 것이 <습도 다소 높음>이다. 이 영화는 2021년 9월에 개봉했는데, 제작은 이미 2020년에 마쳤다. 그런데 영화 내용이 코로나19로 거리두기를 시작하며 일어난 작은 소동이다. 그러니까 2020년 초에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현상들을 보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것. 그럼에도 채 일 년도 걸리지 않고 영화를 완성했으니 작업 속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습도 다소 높음>은 독립영화관 ‘낭만극장’에서 시사회가 열리지만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으면서 참석자들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과정을 그린다. 노 마스크 진상부터 출입 명부를 제대로 기입하지 않는 사람까지, 거리두기 당시 서비스업을 했던 관객이라면 웃기면서도 눈에 습기가 찰지도 모르겠다. 고봉수 감독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이른바 ‘고봉수 사단’의 백승환-김충길-신민재-고성완은 물론이고 배우 이희준이 ‘감독 이희준’으로 출연했다. 코미디니까 다소 과장한 부분도 있지만, 한국의 거리두기 풍경이 이만큼 잘 담은 영화가 있으니 언젠가 국가교육과정의 교본으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


<더 버블>

2022, 주드 아패토우

촬영 현장 장면이 아니고, <더 버블> 속 코로나 검사 장면

팬데믹 시즌에 영화를 만드는 영화를 만든 감독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버블>은 2020년 10월, 팬데믹 속에서 대형 블록버스터를 촬영하는 현장을 그린 코미디 영화. 그린 스크린 천지에, 자가격리로 소통도 안되고, 어영부영 이상한 바이러스까지 퍼지면서 촬영 현장은 엉망진창이 된다. 블록버스터와 B급 코미디를 오가는 구조와 말도 안 되는 연기를 말이 되게 설득하는 배우들의 연기까지, 주드 아패토우의 코미디 감각은 날서있다. 하지만 반대로 영화가 코미디에만 치중한 나머지 이게 팬데믹에 대한 블랙코미디인지, 아니면 그 와중에도 영화를 만드는 할리우드에 대한 패러디인지 모호하다는 혹평도 이어졌다. ‘웃기면 장땡’에 가까운 대중 반응도 썩 좋은 편이 아니었으니 아직은 코로나19가 이렇게 코미디 소재로 적절하지 않았는지도.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Must Read

Related Articles

Enable Notifications OK No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