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좀비물 처음 본 사람들을 위한 다채로운 좀비 세계관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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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학교는>

K-좀비의 계보를 잇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열풍이 지나가고 있다. 1월 28일 공개된 이후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교복을 입은 좀비들과 그에 맞선 효산고 친구들에게 열광했다. 좀비에 맞선 고등학생. <지금 우리 학교는>의 콘셉트는 말하자면 ‘교복 좀비’다. 좀비 콘텐츠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새로운 유형의 좀비를 만들어내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좀비와 그에 따른 독특한 세계관은 어떤 게 있었는지 정리해보자. <지금 우리 학교는>를 통해 좀비 장르에 입문한 사람들을 위한 간략 가이드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화이트 좀비>

클래식 좀비

좀비 장르에도 클래식이 있다. 조지 A. 로메로 감독이 현대 좀비 영화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9)을 만들었다. 이 영화 속 좀비는 느릿느릿 움직이는 살아 있는 시체였다. 좀비에 물린 사람도 좀비가 되는 설정이 등장한다. 또한 생존자들이 한 농가에 숨어들고 내분을 일으키는 스토리 구조 등이 후대에 영향을 미쳤다. 좀비 창궐의 원인은 알 수가 없다. 다만 영화 속 뉴스 방송에서 금성의 방사능이 언급된다. 참고로 로메로 감독은 좀비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구울(Ghoul)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당시 언론에서 그냥 좀비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참고로 좀비가 최초로 제목에 들어간 영화는 벨라 루고시가 주연을 맡은 <화이트 좀비>(White Zombie. 1932)다.


<새벽의 저주>

<레지던트 이블>

스피드 좀비

잭 스나이더 감독은 좀비 장르물의 진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는 게임 <바이오하자드>나 유럽의 B급 좀비 영화에서 이미 존재하던 빠르게 달리는 좀비를 할리우드에 도입했다. 그렇게 탄생한 2004년 개봉작 <새벽의 저주>는 좀비 장르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좀비들이 사람에게 미친듯이 달려드는 설정은 좀비 콘텐츠에서 핵심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좀비를 퇴치하거나 피해서 달아나는 상황과 액션 연출에 따라 관객은 더 큰 서스펜스를 체험할 수 있다. <새벽의 저주> 이후 위에서 설명한 느릿느릿 다가오는 좀비가 등장하는 경우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좀비 TV시리즈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워킹 데드>에는 느린 좀비가 등장하긴 한다. 참가로 <새벽의 저주>에서 좀비 발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변이 바이러스 때문인 것으로 묘사된다. 이는 좀비 장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설정이다. 좀비 장르에서 액션 장르로 ‘변이’한, <바이오하자드>를 원작으로 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T-바이러스가 대표적인 좀비 바이러스다.


<28일 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인간형 좀비

<새벽의 저주>와 함께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는 꼭 언급돼야 할 작품이다. <새벽의 저주>만큼 이후 좀비 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28일 후>에서 주목할 지점은 두 가지다. 먼저 텅 빈 도시의 스펙터클이다. <28일 후>는 제목처럼 분노 바이러스가 퍼지고 28일 후에 교통사고를 당했던 주인공 짐(킬리언 머피)이 깨어나면서 시작한다. 이때 짐은 왜 도시에 아무도 없는지 영문을 알 수 없다. 관객 역시 마찬가지인데, 텅 빈 도시의 비주얼이 주는 색다른 경험은 당시로써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음으로 주목할 지점은 <28일 후>의 좀비는 엄밀히 말해 좀비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체가 살아나는 콘셉트가 아니라서 그렇다. <28일 후>는 침팬지의 분노 바이러스가 살아 있는 사람에게 전이되면서 시작된 세계를 설정했다. 그런 까닭에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좀비 아닌 좀비’는 인육을 먹지 않는다. 장르적 속성은 전혀 다르지만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이와 유사한 설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이 평범한 사람을 분노에 휩싸이게 만드는 특수한 장치를 개발한다.


<아이 엠 어 히어로>

<나는 전설이다>

진화형 좀비

<아이 엠 어 히어로>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한 좀비 영화다. 이 작품 속 좀비는 각각의 능력치가 다르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마치 전생을 기억하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의 좀비는 자의식이 없는 존재로 묘사됐다. 빠른 발을 가지게 됐지만 두뇌는 가지지 못했다. <아이 엠 어 히어로>의 좀비는 인간이던 시절의 능력을 발휘한다. 혹은 원한을 품은 귀신처럼 생전에 이루지 못했던 것에 집착하기도 한다. <나는 전설이다>에서 등장하는 좀비도 진화형 좀비에 해당한다. <아이 엠 어 히어로>의 좀비보다 더 진화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새로운 인류라도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이들은 자의식이 있고, 무리를 이루고 있으며, 리더도 존재한다. 좀비 장르로 분류되지만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 소설에서는 이들을 좀비가 아닌 뱀파이어의 일족이라고 분류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이 신인류는 해가 뜨는 낮에 활동을 하지 않는다.


<아이 엠 어 히어로>

<지금 우리 학교는>

하이브리드 좀비

다시 <아이 엠 어 히어로>로 돌아가 보자. 이 영화에는 아리무라 카스미가 연기한 캐릭터 히로미가 등장하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에 등장한 ‘절비’와 유사한 형태다. 절반은 좀비, 절반은 인간인 존재. 말하자면 하이브리드 좀비다. 하이브리드 좀비의 형태는 두 가지다. 좀비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인간, 즉 감염이 되지 않는 항체를 가진 인간과 반대로 인간의 지능을 보유하고 있는 좀비가 있다. <아이 엠 어 히어로>의 히로미는 후자의 경우이고, <지금 우리 학교는>의 절비는 전자에 가깝다. 두 경우 모두 보통의 인간보다 강화된 신체 능력을 지니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웜 바디스>

좀비에서 인간으로

거듭된 좀비의 진화는 좀비를 다시 인간으로 되돌려 놓는 설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웜 바디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는 호러 장르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코미디와 로맨스가 적절히 섞여 있다. <웜 바디스>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고 좀비인 것도 기존 좀비물과는 다른 점이다. 폐허가 된 공항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좀비 R(니콜라스 홀트)이라는 이름의 좀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줄리(테레사 팔머)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면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좀비에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웜 바디스>와 같은 색다른 시도는 국내에서도 있었다. <미스터 좀비>라는 영화에서 좀비는 치킨으로 치유된다고 한다. 2010년에 개봉한 <미스터 좀비>는 저예산으로 제작됐다. 정통 좀비 장르의 영화는 아니고 팍팍한 삶을 사는 서민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

<좀비랜드>

<기묘한 가족>

<좀비스쿨>

장르 비틀기

좀비물은 좀비라는 크리처의 진화도 이뤄졌지만 장르의 문법을 뒤엎는 형태로도 진화했다. 좀비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뒤집고 비튼 대표적인 영화로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좀비랜드>가 손꼽힌다. 두 영화 모두 코미디를 좀비물에 접목시켰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연출한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로맨틱 코미디라고 불러주길 바랐다고는 하지만 코미디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이 포스트의 맨 처음에 언급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를 비롯해 온갖 좀비 영화의 패러디를 보여준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제목부터 이 영화는 패러디임을 표방하고 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원제는 ‘Shaun Of The Dead’(숀 오브 더 데드)인데 이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1978년작 <시체들의 새벽>(Dawn Of The Dead)와 유사하다. 이 영화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새벽의 저주>의 원작이기도 하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라는 국내 제목은 로메로 감독의 원작이 아닌 스나이더 감독의 <새벽의 저주>에서 따온 것이다. <좀비랜드>의 경우에는 좀비 장르의 클리셰를 깨부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주인공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과 자막으로 친절하게 이 부분을 설명하고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기존 좀비물에서 좀비라는 존재 자체가 뭔지 모르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과 달리 <좀비랜드>는 영화 속 캐릭터는 물론 관객들도 좀비의 존재를 다 알고 있으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전제로 영화를 시작한다. 국내에서도 두 영화와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좀비 장르물의 정통성을 유지했다고 볼 수 있는 <부산행> 이후에 등장한 <기묘한 가족>이라는 영화가 코미디로서의 좀비물에 도전했다. 그밖에 장르 비틀기의 범주에 사극과 결합한 <창궐>이나 <킹덤> 등을 포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등학생, 청소년을 내세운 <지금 우리 학교는> 이전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좀비스쿨>이라는 영화가 2014년에 개봉했다. 다만 이 영화는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의 연재가 끝난 뒤 나온 작품이다. 웹툰은 2009년 5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연재됐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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