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이후 처음 스크린을 찾은 박소담의 원톱 액션 영화 <특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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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주역들이 연초 극장가의 구원 투수로 나섰다. 영화 <경관의 피>를 통해 2022년 극장가의 포문을 연 최우식과 박명훈에 이어 박소담이 후발 주자로 등판했다. 제작 당시부터 박소담 원톱 영화로 영화계 안팎에서 궁금증을 유발한 작품 <특송>이 오랜 기다림 끝에 관객들 앞에 섰다. 개봉 하루 전인 지난 11일,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기대작 자리를 꿰찬 <특송>의 기대 포인트를 짚어본다.


특송 전문 드라이버. 남들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20대 은하(박소담)는 특별한 방식으로 돈을 번다. 기깔나는 운전 솜씨를 내세워 범죄자들의 도망과 탈출을 도와준다. 그들 사이에서 ‘특송’이라 불리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범죄 행위에 가담하는 만큼 대부분의 일들이 조급하고 난처하게 돌아가지만 은하는 매 순간 태연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목숨을 담보로 탈북을 감행한 은하는 두려움이란 단어를 지워버린 지 오래. 생명줄이자 돈줄인 운전대 앞에서 은하의 유일한 목표는 ‘물건’을 무사히 배송하는 것뿐이다. 나름대로 성실하고 평온하게 지내오던 은하의 일상을 뒤엎은 건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한 데 얽힌 ‘배송품’을 떠안으면서부터다. 하루아침에 살인과 유괴 용의자로 몰린 은하는 경찰과 국정원마저 따돌려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피부에 와닿는 여성 원톱 액션

도전이라는 항목이 영화를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라면, <특송>은 도전 점수에 후한 점수를 더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힘을 주어 시동을 걸고, 잡는 듯 마는 듯 운전대 위에 손을 올린 박소담의 경쾌한 드리프트를 관전하는 것만으로도 <특송>은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박소담의, 박소담을 위한, 박소담에 의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특송>은 시나리오의 뼈대를 세우기 전부터 여성 액션 영화를 만들겠노라 마음먹은 박대민 감독의 욕심이 똘똘 뭉친 작품이다. “여성 액션에 꽂혀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박대민 감독은, 국내에서는 손가락으로 세고도 남을 만큼 드물게 제작되고 있는 여성 원톱 액션물의 계보를 이으며 또 하나의 레퍼런스를 탄생시켰다. <특송>을 함께한 배우 김의성의 말을 빌리자면 <특송>이 또 하나의 새로운 영역을 제공한 건 그것이 “피부에 와닿는 액션”을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옥> <악녀> <마녀> <마이 네임> 등에 존재했던 주인공들이 다소 극적이고 만화적인 색깔이 진했다면, <특송>은 보다 현실적인 액션 시퀀스를 만드는 것에 공을 들이며 판타지적인 요소를 제했다. 사실 카체이싱 액션이라는 것이 그것만으로 신선함을 자아낼 수 있는 소재는 아니나, 그 액션을 행하는 주체의 성별을 뒤집는 ‘시도’만으로도 <특송>은 남다른 지점을 마련했기에 그 도전과 의미는 계속해서 꺼내 볼 가치가 있다.


박소담의 첫 액션 영화

<특송>은 흔한 말로 박소담의, 박소담에 의한, 박소담을 위한 영화다. 운전대를 잡고 달리는 박소담의 얼굴을 러닝 타임 내내 만날 수 있다는 것. <특송>을 기다리는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지점일 테다. <검은 사제들>부터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온 박소담은 이번 작품에서 그 역량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박대민 감독은 박소담을 캐스팅한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대사가 없어도 캐릭터의 분위기와 아우라를 뿜어내는 배우.” 그렇다. 예쁘다거나 아름답다는 말은 오히려 그의 매력을 해칠 뿐이었고, 규정된 형용사로는 표현될 수 없는 남다른 기운을 무기로 박소담은 극을 지배해왔다. 이렇게만 본다면 박소담과 액션은 연이 깊을 것 같으나. 놀랍게도 박소담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 본인 스스로도 “긴 호흡의 액션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갈증이 항상 있었다”는 박소담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 갈망을 여한 없이 풀어내는 데 성공한다.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카체이싱 액션부터 맨몸 액션까지. 모든 몸짓에서 능숙하고 유려한 면모를 드러낸다. 응집된 감정들을 차곡차곡 풀어내는 내면 연기 위로 펼쳐지는 박소담의 새로운 변신. 몸에 밴 생활 액션을 구사하기 위해 다분히 노력했다는 박소담의 첫 액션은 어떻게 담겼을지 기대를 모은다.

<기생충>


레트로한 올드카로 선보이는 자동차 액션

<특송>의 이야기를 훑으며 대부분의 관객들이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혹은 라이언 고슬링의 <드라이브>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이 말인즉슨 <특송>을 기대하는 이들의 대다수는 이 영화가 보여줄 자동차 액션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겠다. 카체이싱 액션의 핵심은 속도다. 매끈한 도로부터 구불구불한 골목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내달리는 무자비한 속도를 느끼기 위해 관객들은 이야기에 몸을 싣는다. <특송>의 카체이싱 액션 역시 여타 작품들과 뒤처지지 않는 속도감을 보여준다. 옥외 타워 주차장과 같은 수직적인 공간부터 넓은 도로, 좁은 도로, 철거촌, 기찻길까지. 다양한 공간들을 빠르게 오가며 “여러 곳을 누비는” 듯한 느낌과 함께 풍부한 속도감을 완성했다. <특송>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바로 박소담이 모는 자동차의 연식이다. 대개 카체이싱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라고 하면 화려한 스포츠카에 몸을 싣는 드라이버의 모습을 상상하겠지만, 박소담의 무기는 올드카다. “올드카가 가진 우직하고 거칠면서 힘 있고 스피디한” 매력에 매료된 박대민 감독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차량들을 가져와 카체이싱 액션신을 완성했다. 오래된 자동차들을 사용함으로써 은하의 운전 실력이 더욱 돋보이는 효과는 덤이다. 레트로한 매력이 깃들어있는 자동차들을 구경하는 재미 역시 <특송>의 관람포인트 중 하나.


송새벽의 인생 캐릭터?

<특송>은 박소담을 첫 번째로 주목해야 할 영화가 맞지만, 그의 옆을 함께하는 조연진 역시 든든하고 탄탄하다. <기생충>에선 선생과 제자 사이로 얼굴을 마주하던 다송이, 배우 정현준부터 송새벽 ,김의성, 연우진, 염혜란이 연륜과 안정감으로 힘을 보탠다. <특송>의 언론시사회가 끝난 후, 박소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이름이 불린 이는 송새벽이다. 송새벽이 연기한 조경필이란 인물은 베테랑 경찰인 동시에 깡패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경찰이란 신분을 이용해 여러 고급 정보들을 빼돌리고, 그것으로 조직의 배를 채운다. 송새벽에게 악역의 옷이 처음은 아니지만, <특송>에서 보여주는 그의 악역 연기는 오래도록 회자될 만 하다. 일말의 연민도, 어떠한 전사도 궁금하게 하지 않는 조경필이란 인물의 악랄함을 그야말로 최고치까지 표현해내며 극의 드라마를 고조시켰다. 그동안 송새벽이 보여준 서글서글함, 친근한 까칠함, 어눌함을 한 번에 전복시키는 에너지가 있을 만큼 조경필이란 캐릭터는 송새벽의 필모그래피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특송>이 송새벽의 인생작이자 인생 캐릭터가 될 거라 단언하기도 했다. <특송> 이후 송새벽의 필모그래피엔 악역의 흔적이 여러 차례 새겨질 거라 생각된다.


황정민의 동생, 황상준 음악감독

자동차 액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연출적인 요소를 한 가지 꼽자면 바로 음악이 아닐까. 자동차의 배기음과 어우러지는 음악이 형편없다면, 관객들은 단호히 영화에 탑승하길 거부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특송>의 박대민 감독은 음악감독 자리에 황상준 감독을 앉혔다. 배우 황정민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황상준 음악 감독은 <히말라야> <검사외전> <공조> <돈> <인간 실격> <마이 네임> 등 굵직한 작품에서 감각적인 음악을 완성시켜 왔다. <특송>에서도 그의 색깔은 빛을 발한다. 시사회를 통해 <특송>이 공개된 이후 많은 이들이 영화의 음악과 사운드에 박수를 보냈는데, “심장을 계속 뛰게 만드는 음악”이라는 평이 아깝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영화의 속도감을 더했다. 스타일리시한 하우스, 힙합,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일렉트로닉 음악 등 박소담의 질주에 리듬을 더하는 음악들에 귀 기울이며 <특송>을 관람해도 좋겠다.

황상준 음악감독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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