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체크인> 자유부인 이효리가 누리는 ‘서울의 밤’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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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는 태어날 때부터 서울 사람 같은 느낌이다. 지방에서 ‘서울 사람 같다’라는 말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는 사실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이상이다. 굳이 글자로 쓴다면 옥에 티 하나 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련됐다 정도? 그런 의미에서 세대를 초월한 슈퍼스타 이효리는 정말 서울 사람 같다. 아니, 서울 사람 그 자체다. 여기서 반전은, 이효리는 충청북도 청원군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고 어렸을 때 서울 동작구로 이사했다는 거다.

아무튼 ‘서울 사람’ 이효리는 2013년 싱어송라이터 이상순과 결혼한 뒤 제주도에 정착해 반려견, 반려묘들과 살고 있다. 출퇴근을 무한 반복하는 도시인들의 눈에 비친 ‘제주도의 이효리’는 너무나 워너비다. 자동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집에서 한가로이 차를 끓여마시고, 남편과 나란히 앉아 요가를 하는 삶. ”저스트 원 텐미닛”을 노래하던 이효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이효리는 변함없이 멋지지만, ‘서울의 이효리‘가 그리운 것도 사실이다. 이효리 역시 화려했던 서울에서의 삶을 잊지 못한 모습이다.

8년 전, ‘무한도전’ 촬영 차 제주도를 찾아온 유재석과 신나게 춤을 추던 이효리는 ”오빠 나 서울 가고 싶어. 나 좀 데려가 줘”라고 읍소했다. 이 장면은 무도팬들이라면 절대 못 잊을 레전드로 남았다. 서울에 가고 싶다고 울부짖던 이효리는 3년 뒤 ‘Seoul’이라는 제목으로 노래까지 냈다.

저기 반짝 반짝이는 이 도시

뿌연 회색 하늘 밑 눈이 부신

잠들지 못하는 이 도시의 이 밤

그리고 2022년, 마침내 이효리가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MBC를 퇴사한 김태호 PD와 의기투합해 티빙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 ‘서울체크인’을 만들었다. ‘서울체크인‘은 한마디로 이효리 리얼리티다. 업무차 서울을 찾은 이효리가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자는지를 싹 다 보여준다. 지난 1월 파일럿 형식으로 공개된 ‘서울체크인’이 대박이 터뜨렸고 3개월 만에 정규 편성이 됐다.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서울의 이효리’는 모두의 환상을 보란 듯이 깨부쉈다. ‘서울체크인’ 1회의 첫 장면은 휘황찬란한 서울의 밤거리가 아닌 대낮의 서울이다. ‘서울체크인’ 포스터 촬영을 위해 공항에 도착한 이효리는 소속사 에스팀에서 자신을 담당하고 있는 이근섭 실장을 만나 일터로 향한다. 두 사람은 10년 넘는 세월 동안 함께 일하고 있는 사이로, 선을 넘지 않는 편안함을 보여준다.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하지만 사회적 거리감을 유지하는 아주 이상적인 직장 동료의 모습이다. 추리닝을 벗고 미니 드레스로 갈아입은 이효리는 어느새 톱스타 이효리의 모습으로 ‘열일’한다. 포토그래퍼의 요청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이효리의 손짓 하나에 촬영 현장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진짜 아이코닉하다!” “서울 여자 같다. 예전에 너 논현동 살 때다!”

프로페셔널하게 포스터 촬영을 끝낸 이효리는 칵테일바로 향한다. 역시 퇴근 후에는 술이다. 이태원의 느낌 있는 칵테일바를 찾은 이효리는 정말 신난 것 같다. 칵테일은 젊었을 때 마시고 오랜만이라는 그는 메뉴판을 보고 또 봐도 아는 게 하나도 없지만 움츠려들지 않는다. 바질 허브를 “봐즐”이라고 발음하는 독일 교포 바텐더를 마주해도 절대 당황하지 않는다. 천하무적 이효리니까. 바텐더가 추천해 준 바질 스매시를 입안에 톡 털어 넣은 이효리는 “8년 동안 서울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옛날에 서울에 살 때는 일하느라고 너무 바빠서 서울을 잘 즐기지 못했고 지금은 서울을 잘 모른다”라며 울적해했다.

때마침 이효리의 구원투수들이 등장한다. 절친한 가수 비와 일면식 없는 코미디언 박나래다. 이효리는 칵테일을 홀짝거리며 ‘결혼 6년차’ 비에게 “남편과 불타오르지 않는다”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놨고, 지난해 성희롱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던 박나래에게는 오은영 선생님에 빙의해 ‘은쪽상담소’를 열어줬다. 이효리는 자꾸만 자신이 없어진다는 박나래에게 “사람이니까 실수는 피할 수가 없잖니? 진짜로 사과하고 진심으로 미안해한다면 시청자분들도 결국은 이해해 주시는 것 같다”라고 조언했다. 박나래는 꼭 듣고 싶었던 말을 비로소 들은 사람과 같은 얼굴을 했다. 비록 초면이지만 속 깊은 얘기를 나눈 두 사람은 사실 화면으로 오랫동안 서로를 흠모해온 사이, 이들에게 서울의 밤은 짧기만 하다. 박나래의 집으로 자리를 옮기고 방송인 홍현희까지 합류하면서 서울의 두 번째 밤이 열렸다.

“나 약간 꿈을 꾸는 것 같아. 어떻게 이효리가 우리 집에 있지?” 호들갑을 떨던 호스트 박나래는 이효리와 홍현희를 위해 술상을 내어주고, 마룻바닥에 털썩 앉은 세 사람은 임신, 연애, 일 등등등 카메라 앞에서 말하기 예민할 수 있는 고민을 터놓는다. 임신 4개월째인 홍현희는 2세를 계획 중인 이효리에게 “절대 PPL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자신이 직접 먹고 있는 석류 제품을 선물했다. 1985년생 박나래는 “내가 일을 좇아가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좋은 남자 만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30대 여자 사람들의 흔한 대화 주제를 꺼냈다. 결혼 선배 이효리는 “결혼하고 나면 일을 못 해? 아니야, 나래야, 결혼해도 돼. 결혼해도 일할 수 있어”라며 박나래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홍현희 역시 “나는 결혼 후에 일이 잘 풀릴지 전혀 몰랐다. 일을 끊이지 않고 한 지 이제 3년 정도 됐다”라고 말했다. 세 여자의 밤은 수다에 수다를 더하며 새벽 4시까지 계속됐다.

다음날 아침, 놀랍게도 이효리는 평소 기상 시간인 아침 7시에 눈을 떴다. 집주인 박나래가 늦잠을 자는 동안 이효리는 나 홀로 요가를 하고 뜨거운 차를 끓여 마셨다. 좀 더 땀을 빼고 싶었는지 이효리는 러닝까지 해버렸는데, 딱 붙는 레깅스에 브라톱을 입고 반짝거리는 한강을 배경으로 전력질주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편안한 일상복 차림의 이효리는 “오늘 서울 사람 된 기분인데?”라며 행인이 없는 한적한 인도를 뛰어다녔다. 지난밤 숙취 때문에 숨이 찼는지 잠시 멈춘 이효리는 다닥다닥 붙은 이태원 주택가를 오랜 시간 내려다보다가 “다음에 오빠랑 와야지”라고 말한다. 눈치챘는가. 사실 이효리의 1박 2일 ‘서울체크인’은 자유부인 이효리의 짧은 외출이었다.

<서울체크인>은 결혼 후 남편 이상순과 투샷으로 방송에 등장하는 일이 많았던 이효리가 오랜만에 단독 출연하는 예능이다. 아내 이효리가 아닌 그냥 이효리를 오랜만에 보게 된 것이 마냥 반갑기만 하다. <서울체크인>을 연출한 김태호 PD는 이효리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효리 자체가 새로운 콘텐츠다. 심지어는 말하지 않고 있는 순간에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효리의 이미지가 우리가 보기에는 핫하고 트렌디하지만 혼자 다니며 서울에 대해 어색해하고 ‘나 혼자 다른 것 같다’고 외로움을 표현하는 모습이 새롭게 보였다”

4월8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되는 <서울체크인>은 끝을 정하지 않았다. 자유부인 이효리의 체크아웃이 최대한 늦어지기를 바란다.


씨네플레이 도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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