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월드컵 열광할 때 스티븐 스필버그 월드컵이라니? 64편 중 1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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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축구 월드컵으로 열기를 더할 때, 영화팬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월드컵이 열렸다. 바로 ‘로튼 토마토’에서 개최한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월드컵’이다. 그의 영화 64편을 후보로 두고 토너먼트 방식으로 팬들이 가장 사랑한 작품을 뽑는 것. 국내 방송에서도 자주 다뤘던 ‘이상형 월드컵’의 스필버그 버전으로 보면 된다. 11월 29일 현재, 결승전만 남은 스필버그 영화 월드컵을 정리했다.


32강 탈락 리스트

(왼쪽부터) <후크>,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스파이 브릿지>

(왼쪽부터)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 <터미널>, <태양의 제국>

후크 (vs. 이티)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vs. 인디아나 존스)

스파이 브릿지 (vs. 우주 전쟁)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 (vs. 쥬라기 공원)

터미널 (vs. 캐치 미 이프 유 캔)

태양의 제국 (vs.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왼쪽부터) <컬러 퍼플>, <영혼은 그대 곁에>, <1941>

(왼쪽부터) <슈가랜드 특급>, <워 호스>, <마이 리틀 자이언트>

컬러 퍼플 (vs. 링컨)

영혼은 그대 곁에 (vs. 레이더스)

1941 (vs. 쉰들러 리스트)

슈가랜드 특급 (vs. 뮌헨)

워 호스 (vs.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마이 리틀 자이언트 (vs. 라이언 일병 구하기)

(왼쪽부터)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 <아미스타드>, <에이 아이>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 (vs. 죠스)

아미스타드 (vs. 더 포스트)

에이 아이 (vs. 마이너리티 리포트)

레디 플레이어 원 (vs. 미지와의 조우)

<레디 플레이어 원>


16강

<이티> vs <인디아나 존스>(2편)

<이티>(왼쪽), <인디아나 존스>

스필버그의 연출작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흥행 기록과 사회적 신드롬을 몰고 온 영화 <이티>. 영화는 몰라도 ‘이티’라는 단어와 손가락을 서로 맞대는 제스처는 지금까지도 통용되고 있으니 말 다 했다. 스필버그에게 ‘가족 드라마에 강한 감독’이란 수식어를 붙게 한 장본인이다. 반대로 <인디아나 존스>는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가 만든 희대의 캐릭터이자 시리즈 ‘인디아나 존스’의 두 번째 영화로 사내아이들이 장래희망에 ‘고고학자’를 쓰게 한 걸작 어드벤처 영화. 시리즈 중 가장 웅장하고 참신한 영화로 평가받지만, 상대가 상대다보니 8강에 오르지 못했다.

WIN <이티>


<우주 전쟁> vs <쥬라기 공원>

<우주 전쟁>(왼쪽), <쥬라기 공원>

스필버그의 SF 영화 두 편이 맞붙었다. H. G. 웰스의 동명 소설을 옮긴 <우주 전쟁>과 마이클 클레이튼의 소설을 영화화한 <쥬라기 공원>이다. ‘외계인의 침공’을 다룬 효시격 작품으로 장르에 깊은 파장을 남긴 「우주전쟁」을 스티븐 스필버그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에 초점을 맞췄다. 전체적으로 SF영화보다 재난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외계인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적고 일반인의 시점으로 상황을 그린다. <쥬라기 공원>은 설명이 필요할까. 화석에서 추출한 공룡 유전자를 이용해 개장한 ‘쥬라기 공원’의 이야기를 그린다. 수준급의 CG와 애니메트로닉스의 활용, 강렬한 긴장감, 무엇보다 언제나 사랑받는 ‘공룡’ 등을 완벽하게 배합해 명작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까지 스필버그의 최고 흥행작이다(재개봉 포함이지만). <우주 전쟁>도 뛰어나지만 대진운은 여기까지였다.

WIN <쥬라기 공원>


<캐치 미 이프 유 캔> vs .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캐치 미 이프 유 캔>(왼쪽),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FBI를 농락한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윌리엄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실화를 다룬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 조합으로 기대를 모았다. 예술적 야욕보다는 캐릭터의 서사와 배우들의 케미스트리에 집중한 영화라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은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의 아버지 헨리 존스(숀 코네리)가 등장하면서 버디무비 요소를 더했다. 이 시리즈 특유의 판타지 요소와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디카프리오-행크스라도 최고의 어드벤처 콤비는 버거울 수밖에.

WIN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링컨> vs. <레이더스>

<링컨>(왼쪽), <레이더스>

유명한 실존 인물 대 유명한 캐릭터의 대결 같다. <링컨>은 노예제도 존폐를 두고 일어난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대통령 에이브라함 링컨의 선택을 그린다. 사실 전세계적으론 스필버그 영화치고 인기가 낮은 편인데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답게 로튼 토마토에선 16강까지 왔다. 명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명연이 특히 유명하다. <레이더스>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포문을 연 작품으로 특히 어드벤처 영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오프닝이 유명하다. <레이더스>가 8강에 올라가면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중 2편만 강적 <이티> 때문에 탈락했다.

WIN <레이더스>


<쉰들러 리스트> vs. <뮌헨>

<쉰들러 리스트>(왼쪽), <뮌헨>

스필버스식 실화 영화의 맞대결. <쉰들러 리스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수용소에서 수용자들을 구한 오스카 쉰들러를, <뮌헨>은 뮌헨 올림픽에서 테러를 일으킨 조직을 쫓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을 그린다. 두 영화 모두 무거운 소재를 다뤘기에 묵직한 드라마를 풀어내는 스필버그의 실력을 엿볼 수 있다. <쉰들러 리스트>는 흑백의 화면 속에서도 느껴지는 나치의 만행과 쉰들러의 고민이 느껴진다면, <뮌헨>은 위험에 노출된 삶에 매몰되는 인물의 심리를 보여주는 실력이 탁월하다. 팬들은 스필버그가 처음으로 작품상을 들어올린 <쉰들러 리스트>에 표를 던졌다.

WIN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vs.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라이언 일병 구하기>(왼쪽),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6강에서 가장 쉬운 대진이 아닐까.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2차 세계대전, 형제가 모두 사망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막내 제임스 프랜시스 라이언 일병을 구축하기 위한 밀러 대위 일행의 행적을 비춘다. 영화 전체의 드라마도 훌륭하지만, 전쟁의 비참함과 전장의 치열함을 재현한 ‘노르망디 상륙작전’ 시퀀스가 특히 유명하다. 시사회에 참석한 참전 군인이 “그때와 다른 건 냄새뿐이었다”고 말했다는 일화가 사실성을 대변한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했다. 원작의 음악과 안무를 가져오되 화려한 카메라워크와 조명을 보강해 현대적인 감각을 담았다. 스페인어를 자막 없이 사용하면서 관객들의 비판을 받았고, 그것을 빼더라도 불호를 표한 관객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8강에 갔다.

WIN <라이언 일병 구하기>


<죠스> vs. <더 포스트>

<죠스>(왼쪽),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천재 감독이 두각을 드러낸 <죠스>와 21세기에도 그의 재능은 녹슬지 않는 걸 보여준 <더 포스트>. <죠스>는 해변에 나타난 식인 상어를 잡으려는 일행이 주인공이다. 스필버그의 단짝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테마곡과 상어의 등장을 최소화하고도 극적인 공포를 자아내는 신예 감독의 재능이 번뜩인다. <더 포스트>는 워싱턴 포스트가 미 정부의 극비 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하기까지의 과정을 짚는다.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등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와 시작부터 차곡차곡 쌓아간 긴장감이 만나면서 실화 영화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빚는다. ‘스필버그 라이즈’와 ‘스필버그 클래식의 부활’ 간의 대결에서 <죠스>가 승리한다.

WIN <죠스>


<마이너리티 리포트> vs. <미지와의 조우>

<마이너리티 리포트>(왼쪽), <미지와의 조우>

비극적 미래와 낙관적 외계. SF라는 점만 빼면 모든 부분이 판이하게 다른 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일어날 범죄를 예지하고 방지하는 시스템과 그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걸 알게 된 팀장의 추적이 주요 스토리. 세 사람의 예언자라는 설정과 미래 사회 디자인의 독특함, 채도가 낮고 거친 영상미가 아우러져 독창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미지와의 조우>는 외계 생명체가 남긴 듯한 흔적들을 연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SF라는 장르에선 무척 단순하고 밋밋한 이야기인데, 각 인물들의 서사를 엮으면서 외계 생명체와 조우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쌓아 비평과 흥행 모두 결실을 맺었다. 우열이 아니라 ‘취향 차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어떤 영화가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두 작품에서 8강에 오른 건 <미지와의 조우>로 결정됐다.


8강

<이티> vs. <쥬라기 공원>

<이티>(왼쪽), <쥬라기 공원>

<이티>와 <쥬라기 공원>이라니. 세기의 대결급이다. 흥행도, 평가도 모두 훌륭한 두 작품인데 하나만 선택하라니. 꽤 잔인한 문제다. 결국 4강 진출작은 <쥬라기 공원>이 됐다. 오락성은 물론이거니와 수많은 속편으로 이어지며 생명력이 유지하고 있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WIN <쥬라기 공원>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 vs. <레이더스>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왼쪽), <레이더스>

인디아나 대 인디아나. 나와 나의 싸움에서 승리한 건 시리즈의 시초, <레이더스>다. 부자지간의 케미스트리도 재밌지만 역시 어드벤처의 재미는 근본을 따라가지 못한 듯하다.

WIN <레이더스>


<쉰들러 리스트> vs. <라이언 일병 구하기>

<쉰들러 리스트>(왼쪽), <라이언 일병 구하기>

‘아카데미 작품상’ 더비이자 ‘2차 세계대전’ 더비. 전쟁에 희생될 뻔한 이들을 구한 영웅과 전장에 뛰어들어 전쟁의 끝을 당긴 용사. 둘 중 4강에 오른 건 후자였다.

WIN <라이언 일병 구하기>


<죠스> vs. <미지와의 조우>

<죠스>(왼쪽), <미지와의 조우>

상어와 외계인. 스필버그의 초기 필모그래피를 빛내는 두 영화는 각각 긴장감과 낙관적 시선을 앞세워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4강에는 <죠스>가 올랐는데, <죠스>의 영향력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걸 생각하면 그럴 만하다.

WIN <죠스>


4강

<쥬라기 공원> vs. <레이더스>

<쥬라기 공원>(왼쪽), <레이더스>

제목만 봐도 심장이 두근두근한 두 영화. SF적 상상력의 서바이벌 영화와 판타지적 상상력의 어드벤처 영화. 이 잔인한 양자택일에서 살아남은 건 <쥬라기 공원>이다.

WIN <쥬라기 공원>


<라이언 일병 구하기> vs. <죠스>

<라이언 일병 구하기>(왼쪽), <죠스>

스필버그식 대작의 대표작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스필버그식 저예산 영화 끝판왕 <죠스>. 누구 하나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두 영화 중 로튼 토마토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은 건 <죠스>.

WIN <죠스>


결승

<쥬라기 공원> vs. <죠스>

<쥬라기 공원>(왼쪽), <죠스> 포스터. 포스터부터 ‘근본력’이 넘치는 두 영화.

어렵다. 너무 어렵다. 보통 이런 토너먼트를 하면 4강쯤에서 ‘사실상 결승’이 나오고 결승전은 쉬운 선택지가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 결승전은 선택이 쉽지 않다. 로튼 토마토에서 대진표를 꽤 잘 짠 셈. 기자가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 결승 투표 마감이 30분 남았는데, 현재 <쥬라기 공원>이 64%를 얻어 압도적으로 앞서가며 우승을 점치고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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