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으로 넘겨짚기 엄금! 따뜻함 대신 지독한 차가움을 지닌 잔혹 동화 <크리스마스 캐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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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포스터. 출처: 디스테이션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제목에만 이끌려 이 영화를 감상하게 된다면 불편함을 잔뜩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 내내 혀를 내두를 만한 온갖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도무지 따뜻함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영화이지만, 스릴러의 대가인 김성수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유미의 세포들>에서 다정한 멜로 연기를 선보였던 박진영의 파격 연기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모았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 작가의 동명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김성수 감독은 “원작이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폭력 속에서 인간성을 상실하고 괴물이 되어버린 소년의 비극’을 다룬 이야기라면, 영화는 ‘이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폭력 속에서 인간성을 상실해버린 소년이 다시 사람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라며 차별점을 밝혔다. 한 편의 잔혹 동화같은 <크리스마스 캐럴>이 가진 매력과 아쉬운 점을 함께 살펴보자.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날 벌어진 월우의 죽음

크리스마스이브날 의문의 죽음을 당한 월우. 출처: 디스테이션

발달장애인 월우의 정신 연령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부모님은 2년이 넘도록 집을 비웠고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자신에게 차갑게 구는 형, 일우가 유일한 그의 가족이다. 힘든 형편으로 인해 온갖 고지서가 문 앞에 쌓이고, 급기야 월우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러 집을 나선다. 1년 중 크리스마스를 가장 기다린 월우는 크리스마스이브날 일우에게 롯데리아에서 보자며 포스트잇으로 메모를 남긴다. 일우는 월우의 말을 흘려듣고 용역 업체 현장에 뛰어들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결국 월우는 정체불명의 이유로 죽음을 당하게 되고, 일우는 월우와의 마지막 통화 내용을 증거 삼아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소년원으로 들어간다.

소년원 속 일진 패거리. 출처: 디스테이션

소년원에서 모두 똑같은 머리를 하고 똑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그들 내 서열은 분명히 존재했다. 사건의 유력한 가해자인 자훈(송건희)을 중심으로 패거리가 형성되어 있었고, 그들은 손환(김동휘)을 집중적으로 괴롭히며 희열을 느꼈다. 분노와 상처로 점철된 일우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소년원에 입소하자, 패거리는 일우에게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는 월우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일우와 자신의 과거를 숨기려는 자훈, 그리고 자훈과 일우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손환의 모습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박진영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

쌍둥이 동생 월우를 귀찮아하던 형, 일우. 출처: 디스테이션

드라마 <악마판사>, <유미의 세포들>을 비롯해 영화 <야차>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꾸준히 필모를 쌓아 박진영이 <크리스마스 캐럴>을 통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박진영은 <크리스마스 캐럴> 속 쌍둥이 형제 ‘일우’와 ‘월우’를 맡아 1인 2역에 도전했다. 자신의 아픔을 숨긴 채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 ‘월우’부터 월우를 죽음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일우’까지. 상반된 두 캐릭터를 자연스러운 연기로 소화해 내며 놀라움을 안겼다.

일진 패거리에게 폭력을 당하고 거리를 맴도는 월우. 출처: 디스테이션

박진영은 1인 2역을 연기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냐는 물음에 “인물을 연기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보다 ‘내가 지금 대본에 있는 캐릭터와 가까이 다가가고 있을까?’라는 불확실성이 컸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일우’와 ‘월우는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나를 통해 일우와 월우의 모습을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성수 감독은 “영화, 드라마에서 또는 아이돌로서 주로 선한 얼굴을 보여주었지만, 그 선한 얼굴과 동시에 차갑고 날카로운 늑대 같은 눈을 가지고 있는 배우”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선’과 ‘악’을 오가는 김영민의 두 얼굴

일우와 소년원 상담 교사 순우. 출처: 디스테이션

일우와 함께 영화 속 주요 인물로 손꼽히는 인물은 소년원 상담 교사인 조순우다. 조순우 역은 드라마 <부부의 세계>, <구해줘2>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김영민이 맡았다. 순우는 꾸준히 봉사 활동을 해올 만큼 ‘선’에 가까운 인물로 묘사된다. 월우와의 인연 역시 매주 월우네 집으로 봉사 활동을 나가며 시작된 것이다. 월우의 장례식에 찾아가 눈물을 펑펑 쏟고,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소년원에 일우가 입소하자 초반에는 복수를 말리다가 이내 일우의 복수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분노와 상처로 인해 순우를 경계하던 일우도 이내 순우에게는 솔직한 마음을 내비친다.

비밀을 가진 순우. 출처: 디스테이션

김영민은 극 중 가장 많은 비밀을 가진 순우 역을 완벽 소화해 내며 속을 쉽사리 알 수 없는 표정 연기로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상담실에 놓인 십자가를 보며 매일 같이 기도를 올리고, 일우가 최후의 복수를 하러 간 그 순간에도 두 손을 모아 신을 찾는다. 김영민의 얼굴은 때로는 선처럼, 때로는 악처럼 보이며 영화 끝까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김성수 감독은 “부드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섬세하고 복잡한 내면 또한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연기력을 품은 배우”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김영민의 연기는 매 신 모든 스태프를 놀라게 만들었고, 박진영 역시 현장에서 함께 연기하며 가장 편안했던 배우로 김영민을 뽑을 정도였다.

슈퍼 루키, 김동휘와 송건희

월우의 유일한 친구였던 손환. 출처: 디스테이션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박진영과 김영민 못지않게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김동휘다. 그는 최근 제43회 청룡영화상에서 서인국, 옹성우를 제치고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로 신인남우상을 거머쥐었다. 소속사도 없이 혼자 영화 오디션 현장을 찾고 촬영까지 임했다던 김동휘는 <크리스마스 캐럴>에서도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이며 영화계 슈퍼 루키로 떠올랐다.

일진 패거리와 함께 소년원에 들어간 손환. 출처: 디스테이션

김동휘가 연기한 손환은 월우의 고통스러운 비밀을 목격한 유일한 인물이다. 또한 일진 패거리로부터 월우를 지켜내지 못한 죄책감을 가졌다는 점에서 일우와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 패거리에게 맞아 바닥에 나뒹구는 일우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진통제를 건네고, 죽은 월우를 대신해 가해자의 얼굴에 거칠게 침을 내뱉는다. 김성수 감독은 “단편 독립영화 <피터팬의 꿈>에서 보여준 섬세한 연기가 기억에 오래 남았다”라며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일진 패거리의 대장, 자훈. 출처: 디스테이션

한편, 손환을 지독하게 괴롭히는 일진 패거리의 대장 자훈 역은 송건희가 맡았다. 송건희는 앞서 드라마 <SKY 캐슬>을 통해 서울의대에 합격한 엄친아, 박영재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범생이’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고, 이기적이고 악랄한 자훈 역을 완벽 소화했다.

액션신이 아닌 ‘폭력신’

일우와 소년원의 왕으로 손꼽히는 교정 교사, 한희상. 출처: 디스테이션

영화는 폭력으로 가득하다. 일우가 복수의 꿈을 안고 소년원에 입소하는 순간부터 일진 패거리는 일우에게 거센 폭력을 휘두른다. 복수에 눈이 먼 일우 역시 때로는 주먹으로, 때로는 보건실에서 훔쳐 온 가위로 일진 패거리에게 거침없이 폭력을 가한다. 영화 속 폭력은 단순한 주먹다짐에서 끝나지 않는다. 패거리의 괴롭힘 대상인 손환은 매일 밤 보일러실에 불려가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도 힘든 수모와 폭력을 겪는다. 소년원 내 모든 사람이 이를 묵인하고 권력의 왕으로 손꼽히는 교정교사 한희상(허동원) 역시 폭력으로 아이들을 다스린다.

분노에 찬 일우. 출처: 디스테이션

130분의 러닝 타임 중 대부분의 시간이 폭력신으로 지나간다. 특히 팬티만 입은 채 온갖 폭력이 난무하는 목욕탕 액션신은 강한 충격을 남겼다. 김성수 감독은 해당 신에 대해 “액션신이 아닌 ‘폭력신’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의 폭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통쾌함’이 아닌 ‘불편함’을 주고 싶었다”라며 “액션을 사전에 연습하는 과정이 많지 않았고 대부분을 현장에서 처음 진행했다. 자연스레 배우들의 감정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성수 감독의 의도대로 해당 신은 관객에게 엄청난 불쾌감을 안겨주면서도 배우들이 지닌 가장 날 것의 액션과 표정 연기를 보여줬다.

무자비한 폭력 속에서 발생하는 피해와 그 속에서 괴물이 되어가는 일우의 모습을 그린 <크리스마스 캐럴>은 오는 12월 7일 개봉한다.


씨네플레이 / 허프포스트코리아 남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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