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여성 감독이라니! 전주국제영화제 <비밀의 언덕> 등이 주는 풍성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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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징인 전주 돔이 다시 우뚝 섰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정상화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 팬데믹을 지나오며 영화계는 겨울철 근육처럼 잔뜩 수축됐고, 수많은 작품의 개봉일 또한 속수무책으로 미뤄지기 일쑤였다. 이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갈증이 깊어졌을 터. 온라인 상영이 주를 이뤘던 최근 몇 년과는 달리 2022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레드 카펫 및 오프라인 행사가 정상화됐다.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총 10일에 걸쳐 열리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영작 라인업을 보니 그간 묵은 갈증은 확실히 풀 수 있겠구나 싶다.

주목할 만한 국내외 작품들이 다수 상영되는 가운데, 이번엔 특히 여성 감독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국제경쟁,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불면의 밤 섹션 상영작 모두 절반 이상이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섹션은 한국경쟁 부문. 해당 섹션의 상영작 9편 중 7편이 여성 감독 영화로, 심사를 담당한 문석 프로그래머는 이에 “선정작 9편 중 7편이 여성 감독의 작품으로 여성 감독의 강세가 계속되는 중이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져 상업영화계에서도 여성 감독의 약진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문석은 “올해 출품작은 전체적으로 소재가 다양했고 장르적인 시도가 많았다”며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가족’이었다. 팬데믹 장기화로 한동안 바깥 세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시선들이 가족이나 사랑 같은 내적인 세계로 향한 듯 보인다”고 경향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선정된 극영화 8편, 다큐멘터리 1편 총 9편은 이지은 감독의 <비밀의 언덕>, 김진화 감독의 <윤시내가 사라졌다>, 김정은 감독의 <경아의 딸>, 정지혜 감독의 <정순>, 최정문 감독의 <내가 누워있을 때>, 이완민 감독의 <사랑의 고고학>, 홍용호 감독의 <폭로>, 임상수 감독의 <파로호>, 홍다예 감독의 <잠자리 구하기>다. 흥미로운 작품이 쏟아진 가운데, 이중 여성 감독 영화 4편을 골라 집중 소개해 보려 한다. 축제가 시작됐다. 축제의 현장으로 다시금 걸어 들어가기 딱 좋은 때가 바로 지금이다.


비밀의 언덕 : 이지은 감독

<비밀의 언덕>

OVER VIEW: 감수성이 풍부하고, 섬세하고, 예민한 열두 살 소녀 명은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과 가족에 대해 알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

이지은 감독: 1985년 한국 출생. 3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했다. 첫 장편영화인 <비밀의 언덕>(2022)은 2022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되었다.

영화 <비밀의 언덕>은 풍부하고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12세 소녀 명은이가 글쓰기를 통해 자신과 가족에 대해 알아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이지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기도 한 <비밀의 언덕>은 지난 1월 진행된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박수를 받은 바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 집행위원장 마리안느 레드패스는 “<비밀의 언덕>은 매우 다정하고 사려 깊은 영화”라며 “이번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섹션은 이 작품을 전 세계에서 최초로 선보일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될 것”이라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첫 장면 데뷔작으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는 쾌거를 이룬 이지은 감독은 2019년 단편 영화 <산타클로스>, 2018년 단편 영화 <정리> 등을 연출했다. 특히 <산타클로스>는 제16회 벨로이트 국제영화제, 제63회 로체스터 국제단편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상영, 그 연출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사랑의 고고학 : 이완민 감독

<사랑의 고고학>

OVER VIEW: 영실과 인식은 만난 지 8시간 만에 연인이 된다. 인식은 영실이 자유로운 영혼이라 확신한다. 불안한 인식은 영실로부터 어떠한 상황에서도 함께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내고, 영실은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헤어진 후에도 매일 연락을 주고받던 두 사람. 8년 후, 영실은 우도에게 설렘을 느끼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완민 감독: 1981년 출생. 단편 <가재들이 죽는.>(2010)이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되었고, 첫 장편 <누에치던 방>(2016)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비전부문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했다

첫 장편 <누에치던 방>으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상을 받은 이완민 감독의 신작 <사랑의 고고학>. <사랑의 고고학>은 만난 지 8시간 만에 연인이 된 영실과 인식의 이야기를 그린다. 고고학 연구자인 영실은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의 인물. 이런 성향을 가진 이가 만난 지 8시간 된 사람과 연애를 시작한다니, 다소 파격적인 관계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랑만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은 또 없을 것. 문석 프로그래머는 이 영화를 두고 “영실이 남긴 사랑의 유물을 통해 관계의 본질을 섬세하게 파고든다”고 평한 바 있다. 전작 <누에치던 방>에서 보여줬던 이완민 감독 특유의 모호하고 혼란한 연출 방식이 이번 작품에선 어떤 방식으로 표현됐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보는 것이 관람 포인트다.


윤시내가 사라졌다 : 김진화 감독

<윤시내가 사라졌다>

OVER VIEW: 이 시대의 ‘관종’ 유튜버, 장하다는 한물간 인기를 되찾고자 사생활까지 팔아가며 구독자를 모은다. 그러던 어느 날 전설의 가수 윤시내가 사라진다! 이에 장하다는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로 활동하는 엄마를 라이브 방송 소재로 삼아 구독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어낸다. 한편, 꿈의 무대를 잃고 절망에 빠진 연시내는 동료 이미테이션 가수 ‘운시내’와 함께 윤시내를 찾아 떠나기로 하고, 장하다는 그들 몰래 라이브 방송을 꾸민다.

김진화 감독: 1990년 수원 출생.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단편 <나는 아직도 그녀의 족발이 그립다>(2018), <차대리>(2019) 등을 찍었다.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윤시내가 사라졌다>의 윤시내는 우리가 아는 그 윤시내가 맞다. 7080 시대를 대표한 대한민국 레전드 가수 윤시내가 자신의 마지막 콘서트 직전 돌연 사라졌다는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김진화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김진화 감독은 <나는 아직도 그녀의 족발이 그립다>, <환생>, <차대리> 등 단편을 통해 미쟝센 단편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수상을 거두며 주목받는 감독으로 거듭났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아무도 없는 곳> 등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주영이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가진 신예 감독과 만나 어떤 시너지를 터뜨릴지 기대가 모이는 바다.


잠자리 구하기 : 홍다예 감독

<잠자리 구하기>

OVER VIEW: 고등학교 3학년인 나는 카메라를 들고 입시를 치르는 나와 친구들을 찍는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나는 입시 때 느꼈던 원인 모를 불안을 여전히 느끼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다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잘 지내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고, 친구를 도와주려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나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기로 한다.

홍다예 감독: 1996년 출생. 단편 다큐멘터리 <시발.>(2014)을 만들어 2015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청소년경쟁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후 <개새끼>(2016), <관종쓰레기>(2018) 등을 연출했다.

<잠자리 구하기>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촬영을 시작, 이후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작을 진행한 작품이며 감독 본인의 감정적 서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낸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잠자리 구하기>는 학생을 오직 성적으로만 규정하는 사회에서 자아를 상실해가는 고3의 일기로 시작된다. 이어 과거의 자책과 현실의 고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20대 중반의 참회록까지 자기 파괴의 정동이 거짓 없이 펼쳐진다. 영화 <잠자리 구하기>를 “20대 청년의 인류학적 반성장 보고서”라고 수식한 홍다예 감독.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나에게 잠자리를 구한다는 건 불편함을 무릅쓰고라도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다. 서먹해진 사이라 두려웠지만 힘든 상황의 친구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고 싶었다. 직접 전할 자신이 없으니 편지 내용을 내레이션 삼아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게 기획의 시작이었다. 물론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다. 굳이 말하자면 절반쯤 성공한 것 같다“고 기획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또한 문석 프로그래머는 이 영화를 두고 “<잠자리 구하기>는 대학이 젊은이들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질문하는 다큐멘터리”라며 “물속에 빠져 버둥거리는 잠자리 같던 자신과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감독의 절실한 마음이 영화 안에 가득하다”고 표했다.


이외 5편의 ‘한국경쟁’ 부문 상영작


내가 누워있을 때 : 최정문 감독

<내가 누워있을 때>

OVER VIEW: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는 선아, 지수, 보미. 이들은 지수의 부모님 산소를 향해 급작스럽게 떠나게 된 여행길에서 차 사고를 당한다. 그렇게 세 사람은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고,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다.

최정문 감독: 1989년생. 2008년 단편 <당신의 날개>를 시작으로 7편을 연출했다. 2015년 <신탄진>으로 제17회 부산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작품이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경아의 딸 : 김정은 감독

<경아의 딸>

OVER VIEW: 요양 보호사로 일하며 홀로 살아가는 경아. 의지할 곳은 딸 연수뿐이지만 연수가 독립한 뒤부터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한편, 전 남자친구 상현에게 시달리던 연수는 최후의 이별 통보를 한 뒤 본가에 다녀온다. 연수가 떠난 뒤 경아는 낯선 이로부터 충격적인 메시지를 받게 된다.

김정은 감독: 1992년 인천 출생. 단편 <우리가 택한 이별>(2015), <야간근무>(2017)는 제16회와 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경아의 딸>(2022)은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정순 : 정지혜 감독

<정순>

OVER VIEW: 동네 식품공장에서 일하는 정순은 세월에 억척스러워질 법도 한데 그 이름처럼 정순하게 살아간다. 그런 정순에게 공장 동료이자 또래인 영수가 다가온다.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며 둘만의 은밀한 관계를 즐기고, 영수는 그 관계를 휴대폰 카메라로 담는 것을 즐기는데…. 그러던 어느 날,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정지혜 감독: 1995년 출생. <면도>(2017)을 포함해 3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했다. <면도>로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 등에 초청된 바 있다.


파로호 : 임상수 감독

<파로호>

OVER VIEW: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고 모텔을 운영하는 도우. 어느 날 엄마가 실종된다. 겨울은 깊어 가는데, 엄마를 찾지 못한 도우는 악몽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모텔에 의문스러운 청년 호승이 장기 투숙한다. 어딘가 음험해 보이는 호승은 도우의 주변을 배회하며 도우를 지켜본다.

임상수 감독: 1981년 경기도 여주 출생. 2007년 독립영화협의회를 수료했다. 단편 연출작으로 <서리>(2011), <곳에 따라 비>(2019) 등이 있다. <파로호>는 첫 장편 연출작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 작품이다.


폭로 : 홍용호 감독

<폭로>

OVER VIEW: 신출내기 변호사 정민은 남편을 살해한 피고인 윤아의 국선 변호를 맡아 야비한 검사, 비밀스러운 판사, 의혹에 싸인 피고인 등에 둘러싸인 채 음모가 뒤얽힌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한다. 마지막 재판에서의 충격적인 폭로로 정민은 모든 것이 밝혀졌다고 생각하지만, 진실은 그가 모르는 곳에 숨겨져 있다.

홍용호 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과정 재학. 단편 <더 멋진 인생을 위해>(2016), <배심원들>(2018), <미지의 왈츠>(2019) 등을 연출했고, 장편 <침묵>(2017), <증인>(2018)의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씨네플레이 황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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