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불편했던 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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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사이트 IMDb의 트위터 계정엔 영화에 관련된 수많은 게시물이 있다. 새 영화의 스틸, 예고편 영상을 업로드하거나 그날 생일인 배우를 소개하기도 한다. 또 특정 배우의 최고작을 사용자들에게 묻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존 윅: 파라벨룸>의 개봉을 앞두고 “당신이 생각하는 키아누 리브스의 최고 작품은 뭔가요?”와 같은 질문이다. 가끔씩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당신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불편한 영화는?”(What’s the most uncomfortable movie you’ve ever seen? 😬) 엥? 불편한 영화가 뭐지? 사람의 심리란 참 오묘해서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절대 보지 말라면 더 보고 싶은 법이다. 찜찜한 마음이 있었지만 결국 댓글을 확인해봤다. 댓글에서 자주 보이는 영화 몇 편을 추렸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아래 소개하는 영화는 거르시길.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1989)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IMDb의 트위터에 메타크리틱 공식 계정 운영자가 가장 먼저 댓글을 달았다. 메타크리틱은 로튼토마토와 함께 영화 관련 평점을 보여주는 사이트다. 게임 등의 평가로도 유명하다. 메타크리틱의 선택은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라는 영화다. 2005년 부산영화제에서 발간한 데일리에 실린 글 한 대목을 가져왔다. “도둑이 아내의 정부를 죽이고, 아내는 그 시체를 남편인 도둑에게 먹게 하는 부분에선 비위가 약한 많

은 관객들이 고개를 돌렸고, 감독의 팬들은 악몽에 가까운 그런 상황 자체를 즐겼다. ‘그리너웨이의 골수 팬’들을 탄생시킨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돌이킬 수 없는 (2002)



<돌이킬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이 칸영화제에서 상영될 당시, 많은 이들은 상영관을 떠났다고 한다. 이유는 선을 넘은 폭력과 강간 장면 때문이다. 모니카 벨루치가 연기한 알렉스는 강간을 당하고, 벵상 카셀이 연기한 알렉스의 연인 마쿠스는 복수한다. 강간과 복수가 여러 영화에 등장하긴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은 정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잔인하고 끔찍하다. 제목과는 달리 <돌이킬 수 없는>은 과거로 시간을 돌리는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은 그들이 가장 행복한 한때를 보여준다.


세르비안 필름 (2010)



<세르비안 필름>

<세르비안 필름>은 2010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됐다. 당시 이 영화가 상영될 때 영화제측에서 구급차를 대기시켰다고 한다. 지나친 호들갑 아니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세르비안 필름>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폭력적인 장면이 난무하는 영화다. 부천영화제 당시 영화를 본 것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남긴 댓글을 찾아봤다. “7월 17일 새벽 4시, 부천시청은 지옥이었다. 상처다. ㅠㅠ” “예술 포르노 영상으로 가장한 ○○○ 필름…구역질난다…” 이 댓글은 영화잡지 ‘씨네21’ 홈페이지에서 찾았다. <세르비안 필름>은 성인 컨텐츠로 분류돼 로그인하지 않으면 검색이 되지 않는다. 네이버에서도 마찬가지다. 성인 인증 후 영화의 정보를 볼 수 있다. <세르비안 필름>은 국내 개봉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웬만하면 <세르비안 필름>은 검색해서 시놉시스도 보지 않기를 추천한다. 참고로 <세르비안 필름>은 세르비아에서 만들었다.


레퀴엠 (2000)



<레퀴엠>

<레퀴엠> 개봉 당시 기사 가운데 한 대목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국내 수입 추천을 거부당한 전력이 있다. 미국 개봉 당시에도 NC-17등급과 R등급 두 버전으로 개봉되기도 했는데, 국내 수입 심의를 통과한 것은 후반부의 난교파티 장면에서 2초 정도가 삭제된 R등급 버전이다.” <레퀴엠>은 앞서 소개한 영화들에 비하면 비교적 건전한(?) 영화다. 실제로 많은 평론가와 영화팬들이 <레퀴엠>을 좋은 영화로 평한다. 문제는 <레퀴엠>이 마약과 관련이 있는 영화라는 점이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기괴한 편집, 신경쇠약이 걸릴 듯한 음악, 흔들리는 화면의 구성 등으로 이를 표현했다. 절대 관객이 편하게 영화를 볼 수가 없다.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최근작 <마더!> 역시 IMDb 트위터에서 불편한 영화로 몇 차례 언급됐다.


안티크라이스트 (2009)



<안티크라이스트>

영화 제목과 라스 폰 트리에라는 감독의 이름만으로 이미 <안티크라이스트>는 불편함을 뿜어낸다. 한 영화평론가는 <안티크라이스트>에 대해 쓰면서 라스 폰트리에 감독을 이렇게 표현했다. “영화를 공개하여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 라스 폰 트리에 영화 작업의 진정한 최후 공정으로 자리잡은 지는 오래됐다.” 그래도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예술영화 감독 아니냐고? 맞다. 그의 영화를 꽤 본 관객이라면 마음의 준비가 돼 있을 테지만 혹시라고 호기심에 이 영화를 접할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안티크라이스트>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고문, 포르노, 신체훼손 등이다. 결국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연출했기에 <안티크라이스트>는 예술이 될 수 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꽤 있을 거라 믿는다.


시계태엽 오렌지 (1971)



<시계태엽 오렌지>

새삼 놀라게 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는 197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은 하지 못했다. 이게 놀라운 이유는 아카데미 위원회는 매우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앤서니 버지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시계태엽 오렌지>는 걸작이지만 폭력 장면으로 개봉 당시 논란이 됐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보면 수위가 낮은 거 아니냐고? 절대 아니다. 특히 청소년인 주인공 알렉스(말콤 맥도웰)가 <싱잉 인 더 레인>(Singing in the Rain)을 부르며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눈 뜨고 보기 힘들다. 영국에서는 영화 속 이 장면을 따라하는 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다. 큐브릭 감독이 나서서 상영을 중단했고 이후 영국에서 <시계태엽 오렌지>는 27년간 공식 상영되지 못했다.


그밖에 불편한 영화로 언급된 몇몇 작품들



<올드보이>



<살로 소돔의 120일>



<마더!>



<이레이저 헤드>



<퍼니게임>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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