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올해의 영화’ 리스트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평소 마음에 품던 영화를 리스트에서 발견하곤 자신의 안목이 옳았음을 뿌듯해하는 재미, 만끽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조금 다른 리스트를 가져왔습니다. 바로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최악의 영화 10’. 10편 중 8편이 국내 개봉작이니 <타임>지의 판단을 판단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시작.
10위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20년 만에 돌아온 <인디펜던스 데이> 시리즈. 이번에도 파괴왕 롤랜드 에머리히는 줄기차게 때려부숩니다. 미국도 모자라 판을 키워 세계 곳곳의 랜드마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죠. 하지만 기다림이 컸기 때문일까요. 관객들은 더 많은 걸 기대했나봅니다. 개봉 당시, 열심히 부순 다음에 미국인이 지구를 구하는 멍청하리만큼 단순한 이야기에 실망을 드러내는 이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9위
수어사이드 스쿼드
<수어사이드 스쿼드> 개봉 1년 전. ‘지구에서 가장 섹시한 여자’ 마고 로비가 분한 할리퀸의 모습이 예고편으로 공개되자마자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한 기대는 부풀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개봉 이후, 영화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할리퀸에게만 향했습니다. 온갖 ‘나쁜놈들’이 뭉쳤지만 할리퀸을 제외한 모든 캐릭터가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히스 레저 이후 첫 조커인 자레드 레토마저도 그닥 그랬다면 말 다했죠.
8위
마더스 데이
<마더스 데이>는 <귀여운 여인>(1990), <런어웨이 브라이드>(1999), <프린세스 다이어리> 시리즈를 연출한 게리 마샬 감독의 유작입니다. 하지만 <타임>은 이 작품을 마샬의 마지막 작품으로 기억하지 말자고 하네요. 이 영화를 본다면, 삶에 대한 조언을 그저 즐겁게 따르기만 하는 제니퍼 애니스톤을 기억하게 될 거라고 덧붙이면서요. 게리 마샬이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자기 삶을 누리는 여성 주인공을 소개했다는 걸 떠올린다면, 꽤 설득력 있게 들리는 코멘트입니다.
7위
카페 소사이어티
1930년대 할리우드의 풍요를 그대로 옮겨놓은 비주얼과 제시 아이젠버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꿀케미’로 13만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은 <카페 소사이어티>. <타임>은 관객을 비롯한 많은 평자들 역시 그럭저럭 만족을 표한 이 작품이 그리 달갑지 않았나봅니다. 우디 앨런 감독이 아이젠버그를 뻣뻣하고 부자연스러운 성차별적 이야기 중심에 데려다놓았다고 비판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빛을 발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에 대한 칭송은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6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올 한해 가장 욕 많이 먹은 영화가 있다면 그 자리는 아마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몫이 될 것 같습니다. 세기의 대결이라 할 만한 배트맨과 슈퍼맨의 결투는 ‘엄마 타령’으로 끝나고, 정작 힘을 합친 렉스 루터와의 싸움에선 맥을 못 췄죠. 위 스틸에서 볼 수 있듯, 정작 엔딩 즈음에 짤막하게 등장하는 원더우먼만이 극을 압도합니다. 개봉 초반부터 호된 비판에 시달린 이 영화는 DC 히어로물의 전담 감독 잭 스나이더를 경질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워너브라더스의 인사 개편까지 이끌어내는 저력을…
5위
나우 유 씨 미 2
‘마술’과 ‘사기’를 엮은 설정을 내세운 <나우 유 씨 미>는 유독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좋았습니다. 마술의 비밀을 파헤치기보다 그 환상의 묘미를 건드리는 영화에 대해 북미 현지 관객은 영 싸늘한 반응을 보였죠. 올해 개봉한 속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타임>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속편을 만들었더니만 국내 박스오피스 성적이 반토막이 나는” 마술을 선보였다고, 중국 흥행 덕에 3편이 만들어지게 생겼다고 개탄하고 있습니다.
4위
쥬랜더 리턴즈
쥬랜더의 속편 소식이 전해지던 당시 많은 영화 팬들이 열광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가 공개됐을 때, 열기는 광속도로 식었습니다. 자뻑에 취한 셀피를 찍어날리는 ‘자의식뽕’을 시전하던 쥬랜더를 15년이 지난 현재 다시 선보인다는 건 역시 무리수였던 걸까요. 연출을 겸한 벤 스틸러 역시 그걸 알았는지, 전편을 적절히 돋보이게 했던 카메오 활용에 지나치게 기댄 나머지 배를 산으로 보내고 마는 우를 범하고 말았죠.
3위
오 마이 그랜파
<오 마이 그랜파>의 원제는 ‘더티 그랜파’입니다. 눈치보지 않고 제 맘대로 지껄이고 행동하는 할아버지 딕(이름도 어쩜…)을 지칭하는 제목이죠. 이름이 표방하는 것처럼, 영화는 두 조부자의 기행을 통해 온갖 음담패설, 인종차별, 호모포비아 등을 마음껏 쏟아냅니다. 문제는 이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할아버지의 온정으로 치환하려든다는 점. 속물적인 삶이 아닌 본능이 이끄는 대로 살라는, 영화가 제시하는 삶이란 것도 지극히 일차원적인 수준에 그쳐 있죠. 로버트 드니로 같은 대배우가 와도 구제불능!
2위
브라더스 그림스비
<브라더스 그림스비>에 대한 비판도 3위 <오 마이 그랜파>의 맥락과 얼마간 닿아 있습니다. 샤샤 바론 코헨의 막무가내 입담과 몸짓을 앞세운 ‘약빤 코미디’를 황당무계한 이야기 안에서 풀어내고 있지만, 결국 유쾌하게 받아들이기엔 무리라는 입장이죠. <브라더스 그림스비>의 이야기는 정치적인 맥락을 베이스에 깔고 있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우악스러운 유머 코드를 예민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영화를 본 이들이 입을 모아 “이 영화는 설마 저 정도까지 하겠어, 라고 하는 걸 고스란히 보여주고야 만다”고 하는 걸 보면 보통 영화가 아니긴 한 것 같습니다.
1위
엑스맨: 아포칼립스
그 많은 영화를 제치고 최악의 오명을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안았다니,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너무 잘 만든 <퍼스트 클래스>(2011)와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에 비해서야 한참 떨어지긴 하지만, ‘최악 중 최악’으로 치부하기엔 좀 과하지 않나 싶었거든요. <타임>지는 <아포칼립스>의 진정한 죄악을 “할리우드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들을 낭비시킨 것”이라고 말합니다. 음… 이 의견을 듣고 나니 확실히 이 영화가 저지른 죄, 분명 중죄가 확실해 보이긴 합니다. <아포칼립스>에서 마이클 패스벤더, 제니퍼 로렌스, 오스카 아이삭이 보여준 캐릭터는 정말이지 별볼일 없었으니까요.
이번 ‘최악’ 리스트의 절반은 시리즈물이 차지했습니다. 아무래도 전편에 대한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것만으로도 미운털 박히기 십상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꽤 빡빡한 시선이 느껴지긴 해도 꽤 그럴 듯한 지적 때문에 선정된 명단에 대해 큰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씨네플레이 독자분들 의견은 어떤가요? “속이 후련하다”는 분들, “이건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분들 모두 댓글 달아주시길!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
재밌으셨나요? 내 손 안의 모바일 영화매거진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더 많은 영화 콘텐츠를 매일 받아볼 수 있어요. 설정법이 궁금하다면 아래 배너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