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으로 즐겨요, 제24회 BIFAN 온라인 상영작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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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회를 맞이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가 오는 7월 9일 개막한다. 그동안 금기시된 상상력을 불어넣은 영화들을 선보이며 과감한 행보를 보여준 BIFAN도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에 영화제 현장을 축소하는 등 한숨 돌리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래도 상상력은 쉬지 않는 법. BIFAN은 왓챠와의 협력을 통해 ‘BIFAN X WATCHA’ 섹션을 개설, 올해 상영작의 일부를 온라인으로도 공개한다. 장편 37편과 단편 31편, 총 68편의 영화를 선보일 이번 온라인 상영에서 눈에 띄는 작품들을 선정해 소개한다.

‘BIFAN X WATCHA’ 안내

– 온라인 상영작은 7월 16일(목) 오후 8시까지 언제든 예매를 할 수 있다. 다만 작품별 500매 한정(단, <펠리컨 블러드>는 350매, <라스트 앤 퍼스트 맨>는 200매)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바로 예매해두길 추천한다.

– 예매는 BIFAN 공식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프로그램 란의 ‘BIFAN X WATCHA 온라인 상영관’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자세한 안내는 티켓 예매 란의 ‘BIFAN X WATCHA 온라인 상영관 안내'(링크)를 참고하자.

– 티켓 가격은 장편 5천 원, 단편 1천 원. 예매로 제공받은 ‘티켓 코드’를 상영관 페이지에 입력하고 24시간 동안 관람이 가능하다. 티켓의 유효기간은 16일(목)까지지만, 상영 종료도 16일이므로 16일에 구매한 티켓은 당일에 바로 보는 걸 권한다.

이미 검증받은 그 영화들

랩시스

Lapsis

<크루드 인디펜던스>, <딥 타임>으로 석유 산업의 변화를 오랜 시간 주시한 다큐멘터리 감독 노아 허튼의 극영화. 첫 극영화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노아 허튼은 자신이 지속적으로 환기한 문제를 무리 없이 이야기의 형태로 끌어올렸다. 동생 제이미를 부양하기 위해 한 대기업이 실시한 ‘케이블 설치’ 작업에 참여한 레이. 레이가 이 작업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며 점차 작업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통해 기술집약적 사회 형태와 대기업의 이면을 그려낸다.

유물의 저주

Relic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부 관객에겐 그 무엇보다 신뢰가 되는 이력. ‘선댄스 영화제 상영작’. 나탈리 에리카 제임스의 데뷔작 <유물의 저주>는 인간이 유발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공포를 진득하게 그려낸다. 치매가 걸린 에드나, 그리고 그의 딸 케이와 손녀 샘을 통해 여성 삼대가 경험하는 공포를 포착한다. 공포 영화에서 일반적으로 ‘희생’의 키워드인 모성을 재조명하며 동시에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를 형성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라스트 앤 퍼스트 맨

Last and First Men

마치 제목이 그의 운명을 예견한 것처럼 느껴진다. <라스트 앤 퍼스트 맨>은 2018년 2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영화음악가 요한 요한슨의 첫 영화다. 감성적인 멜로디 라인이 아니라 파쇄적인 사운드를 지향한 그의 음악답게 <라스트 앤 퍼스트 맨>은 ’20억 년 후 인간’의 목소리와 전체가 아닌 부분을 포착한 구조물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시대 초월적 분위기를 주조한다. 사진 몽타주 위로 인물의 목소리를 더해 완성한 1962년 SF 영화 <방파제>(La Jetée)처럼 <라스트 앤 퍼스트 맨>은 SF 영화의 한계를 다시 한번 확장한다. 다른 건 다 제쳐도 내레이션을 맡아 극을 이끄는 틸다 스윈튼의 목소리와 요한 요한슨이 야이르 엘라자르 글롯만과 함께 작업한 OST는 이 영화의 필람 포인트.


BIFAN에서 엿볼 거장의 이야기

윌리엄 프리드킨, 엑소시스트를 말하다

Leap of Faith

영화를 안 보는 사람도 <엑소시스트>는 안다. <엑소시스트>를 모르는 사람도 아치 자세로 기어가는 소녀의 이미지는 안다. 공포를 안겨주는 작품은 ‘엑소시스트의 저주’라는 무성한 소문을 낳는 등 그 자체가 공포 영화의 원형이 됐다. 알렉산더 O. 필립은 <엑소시스트>를 만든 윌리엄 프리드킨을 직접 만나 영화를 재조명한다. 알렉산더 O. 필립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 명장면을 해체, 분석한 다큐멘터리 <78/52>로 단번에 스타로 발돋움한 감독. 그런 그가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과 대화하며 <엑소시스트>를 재조명했으니, 분명 ‘스마트한 꿀잼’을 선사하리라.

죽이는 대림절 Vol.1

죽이는 대림절 Vol.2

Deathcember

<죽이는 대림절> 시리즈는 거장만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구의 조화’라는 표현이 더 잘 맞겠다. 기독교에서 ‘성탄절 전의 4주’를 기념하는 대림절을 제목으로 쓴 <죽이는 대림절> 시리즈는 28명의 감독들이 만든 단편 공포 영화 모음집이다. 이를테면 <ABC 오브 데쓰>나 <V/H/S> 시리즈들처럼. 다만 <죽이는 대림절> 시리즈는 이들과 달리 장르나 컨셉 면에서 아예 한계를 두지 않았다는 점이 독특하다. 어떤 단편은 온몸에 힘이 빠질 듯 피가 흩뿌려지는가 하면, 어떤 단편은 슬그머니 다가와 목을 조르듯 숨을 조여온다. 이 영화가 왜 ‘거장’의 이야기냐고? 전설적인 파운드 푸티지 <카니발 홀로코스트>의 루게로 데오다토 감독 또한 참여했기 때문. 공포 영화 마니아라면 이런 종합선물세트 영화의 ‘도발’을 피할 생각도 안 하겠지만.

끝없음에 관하여

About Endlessness

2회 연속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거머쥔 스웨덴 영화감독 로이 앤더슨. 2014년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2019년 차기작 <끝없음에 관하여>로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을 들어 올렸다. 이번 BIFAN은 <끝없음에 관하여>을 한국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 공포나 SF, 유혈 낭자와 유령에 관심 없는 관객이라도 BFIAN에서 꿀같은 영화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경험을 안겨줄 영화다. 그동안의 로이 앤더슨 작품처럼 이번 영화도 평화로운 난해함으로 가득하다. 색감이 전무한 미장센, 대화나 독백으로 이어지는 장면 등 로이 앤더슨이 바라보는 ‘인간의 인생’을 안방에서 느껴볼 기회.


영화제의 마라 맛, 인도네시아

<아브라카다브라>.

BIFAN에서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만날 수 있지만, 이번 온라인 상영관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유독 돋보이는 두 작품을 내밀었다. 하나는 <아브라카다브라>. 본래 실험영화감독으로 활동한 파오잔 리잘의 극영화. 극영화라지만 실험영화 감독 특유의 문법은 어디 가지 않아서 정교한 내러티브 대신 이미지와 사운드를 채워 넣었다. 굉장히 난해한 비주얼을 예상한다면 큰 오산. 예고편 곳곳에서 엿볼 수 있듯 화려한 색감과 수직, 수평을 부각한 구도가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군달라: 슈퍼히어로의 탄생>

<군달라: 슈퍼히어로의 탄생>(이하 <군달라>)은 그와는 정반대에 선 영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인 ‘상업 영화’기 때문. 미국의 코믹스 회사처럼 인도네시아에도 슈퍼히어로를 다룬 만화사 부미랑잇(Bumilangit)가 있고, <군달라>는 이 부미랑잇 세계관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이를테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아이언맨> 같은. 어느 정도 생존이 보장되는 강대국이 아니라, 정말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환경 속에서 슈퍼히어로는 어떻게 태어나는가. 산차카가 슈퍼히어로 군달라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슈퍼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재미를 만날 수 있다.


안방에서 스타를 만나요

<오 머시!>

온라인 상영관에서 모든 작품을 볼 수 있진 않으나, 유명 스타들의 작품이 아예 없진 않다. 최고의 화제작은 레아 세이두가 출연한 <오 머시!>. 프랑스 루베에서 벌어진 노부인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경찰 다우드와 루이, 용의자 클로드와 마리의 심리전을 그린다.

<바보 타로>

국내 영화제 단골손님, 일본 배우 스다 마사키 또한 이번 BIFAN에서 만날 수 있다. 그가 출연한 <바보 타로>는 떠돌이 타로, 일탈을 일삼는 고등학생 에이지와 스기오 세 사람의 과격한 성장담.

<니믹>

카메라 앞에 서는 스타는 아니지만, 작품만 내면 ‘핫’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그의 단편 <니믹>도 온라인 상영관에서 상영한다. 뉴욕 지하철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난 첼리스트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단편의 주인공은 <살인마 잭의 집>에 출연한 맷 딜런이 맡았다.


관객을 새로운 공간으로 안내할 360도 VR

<퍼스트 스텝>

이번 영화제 특별한 온라인 상영은 하나 더 있다. ‘비욘드 리얼리티’ 섹션의 영화들이다. ‘비욘드 리얼리티’ 섹션은 스크린 상영이란 한계를 넘어 체험형, 촉감형 영화를 상영한다. 그중 애플리케이션 ‘Jump VR’에서 만날 수 있는 360도 VR 단편 영화는 총 21편의 단편이 준비돼있다. 단순히 보는 영화가 아니라 체험하는 영화의 경험을 안방에서 즐길 수 있으니 VR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간단한 카드 보드 형식의 VR 액세서리를 구비해서 이번 BIFAN에서 준비한 영화들을 만나보자.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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