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에 얽힌 영화계 소소한 뒷이야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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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망과 성패가 달린 일에는 징크스가 따른다. 영화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특히, 속편이 전편만 못하다는 2년 차 징크스인 소포모어 징크스는 영화계에선 공공연하게 들리는 관용구. 영화 감상이 취미이자 일인 필자에게도 사사로운 징크스가 있다. 어떤 영화의 예고편에 반하면 꼭 본편은 실망하게 되더라는 것. 때문에 영화사 측에서 예고편 제작에 조금 덜(?) 공을 들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남몰래 갖고 있다(TMI). <인크레더블 2>, <신과함께-인과 연>, <맘마미아!2> 등 ‘소포모어 징크스’는 남의 이야기라며 흥행에 도전장을 내미는 속편들이 줄지어 개봉하고 있는 요즘, 징크스에 얽힌 영화계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추렸다.


1
소포모어 징크스

(왼쪽부터) <대부 2>, <다크 나이트>,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포스터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한 영화도 있다. 물론 흔한 사례는 아니다. 시리즈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고전 명작 <대부 2>는 유명하다. , 팀 버튼 감독 특유의 색깔로 오리지널리티가 된 <배트맨> 시리즈는 천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에 의해 <다크나이트> 시리즈로 리부트 됐다. 결과는 다들 알 듯, 히어로 영화가 상업적으로의 성공뿐 아니라 비평적 접근까지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가 됐다. 놀란 감독의 팬층이 견고해진 것은 덤. 그 외에 기복 없이 완벽한 시리즈를 완성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3부작, 한국 학원 공포물 계보의 수작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70대 노장 감독 조지 밀러가 발표한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도 어마어마했다.


2
파괴왕 주호민 넘고, 웹툰 원작 넘고

<신과 함께-죄와 벌> 포스터 / 웹툰 <신과 함께>

지난해 <신과 함께죄와 벌>의 흥행은 기대 이상이었다. 인기 웹툰 <신과 함께>를 영화화 한 작품으로, 워낙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웹툰으로 꼽힌 작품이었기 때문에 기대와 걱정이 필연적으로 따랐다. 그간 웹툰 원작 영화들은 흥행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게다가 <신과 함께>의 작가 주호민에게 붙은 파괴왕이라는 별명이 우려를 가져왔다. 그가 다녔던 애니메이션 학과는 그가 유명세를 얻기 전에 폐과 됐고, 아르바이트를 했던 외국계 마트는 한국에서 철수했으며, 군복무를 마친 101여단도 개편에 따라 다른 부대에 합쳐졌다. 그밖에 많은 파괴의 기록이 있으나 가장 놀라운 행적은 그가 청와대에 다녀간 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것. 하지만 <신과 함께죄와 벌>은 주호민의 파괴 전력에 예외를 만들어 줬다. 1,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명량>을 이은 역대 국내 2위 관객 스코어를 달성했다. 네티즌들은 징크스마저 파괴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신과함께-인과 연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마동석, 김동욱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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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 글자 제목에 빠진 감독들

이준익 감독(왼쪽), 장률 감독

영화 제목의 글자 수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이준익 감독은 제목을 두 글자로 지은 영화들이 줄곧 좋은 기운을 보여왔다며 최근 발표한 신작 <변산>에도 이런 기운을 담아 봤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 목록을 보면 <소원>, <사도>, <동주>, <박열>에 비해 <즐거운 인생>,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평양성>은 흥행 면에서 아쉬웠다(<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같은 흥행작도 있지만). 한편, 두 글자 제목하면 떠오르는 감독이 한 명 더 있다. 중국 재외동포 출신의 장률 감독. 그의 손길이 닿은 총 16편의 작품들은 단 3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두 글자 제목으로 이뤄져 있다. <망종>, <이리>, <풍경>, <경주>, <춘몽> 등이 그렇다. 그런 탓에 장률 감독에게 두 글자 제목 징크스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장률의 코멘트는 겸손하다. “나는 제목을 잘 못 짓는다. 제목 짓기가 어려워 포기한 결과들이다.”


4
게임, 베스트셀러의 영화화

(왼쪽부터) <툼 레이더>, <7년의 밤> 포스터

기대가 클수록 실망은 배라는 말처럼, 이미 인기를 끈 소재를 가져와 재해석한 영화들은 실패의 위험이 따른다. 물론 장점도 있다. 대중들의 흥미를 끌었던 소재인지라 인지도만큼은 거저 얻는 셈. 화제의 게임이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들은 흥행 징크스를 피하기 어렵다. <툼 레이더>, <픽셀>, <어쌔신 크리드>를 비롯한 게임 소재 영화와 <빅 픽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7년의 밤> 등 유명 소설 원작 영화들이 흥행, 평가 면에서 낮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예외는 언제나 있어왔으니 무작정 외면하기엔 섣부르다.


5
일제강점기



<아가씨>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가 잘 되기 어렵다는 말도 있었다. 사극 영화가 곧잘 참패를 면치 못하기도 했던 데다, 민족의 아픈 역사를 마주하기 힘든 국민 정서 탓도 있었을 거다. 게다가 논란이 되기 쉬운 고증에 대한 리스크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일제강점기를 영화에 담아내기 힘들다는 편견이 영화계에 만연했지만, 지난 몇 년간 한국의 대표 거장 감독들이 그 징크스를 깼다. 최동훈의 <암살>, 김지운의 <밀정>, 박찬욱의 <아가씨>까지. 모두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발표했고 관객들은 앞다퉈 영화관을 찾았다.


6
라이언 레이놀즈의 히어로 징크스



<데드풀>

<데드풀>의 주역, 라이언 레이놀즈도 한때 히어로 징크스에 시달렸던 배우다. 그의 연기력을 문제 삼을 사람은 없겠지만 <데드풀>로 성공하기 전까지는 작품 운이 기구할 정도였다. 그가 출연했던 <블레이드 3>은 시리즈 사상 최악의 평가를 들었고,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는 첫 등장을 한 데드풀이 원작과 심히 다른 설정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데드풀의 흑역사에 정점을 찍은 건 그다음이다. 당시 마블의 인기 대항마로 내놓은 디씨 유니버스의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 주인공 할 조던을 레이놀즈가 맡았는데, 유치한 연출과 개연성의 부재로 팬들과 관객들에게 외면받았다. 하지만 새로운 안티 히어로 데드풀의 솔로 무비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그는 징크스를 극복했다. 최근 개봉한 <데드풀2>에서는 유쾌한 셀프 디스 장면까지 등장했다.

데드풀 2

감독
데이빗 레이치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모레나 바카린, 조슈 브롤린, 재지 비츠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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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영화제 말말말



칸영화제 경쟁작 로고

각국의 영화가 모이는 영화제에도 여러 가지 징크스가 존재한다. 흔히 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영화들이 정식 개봉을 하면 외면받는다는 설이 있다. 다수의 영화제에 출품된 개막작을 검색해보면 낯선 영화들의 향연에 수긍이 갈지도 모르겠다. , 가장 높은 권위와 명성을 가진 프랑스의 칸 국제영화제와 대한민국의 상관관계도 재미있다. 그 해 칸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가 2편 진출하면, 그중 하나는 꼭 본상을 수상한다는 이야기다. 2004년에 박찬욱의 <올드보이>와 홍상수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진출했고, 2007년에는 이창동의 <밀양>, 김기덕의 <>이 진출했다. 2010년에는 다시 이창동의 <>와 임상수의 <하녀>가 동반 진출하면서 수상의 영예는 모두 전자에 주어졌다. 이 징크스는 단순히 통계적으로도 일정 부분 말이 되는 이야기 같다. 한편, 국내 영화팬들의 아쉬움을 달래며 대신 각종 영화제를 오가는 영화 전문 기자들에게도 사사로운 징크스가 있을 터. <씨네21>의 김혜리 기자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영화제에서 항상 심사숙고해 영화를 고르고 나면, 내가 극장에서 견디기 어려워하는 동물에 대한 잔혹 행위 장면이 튀어나온다.”


8
디카프리오와 오스카의 인연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 얘기를 다시 꺼내자니 지루해 할 독자들이 눈에 보인다. 그만큼 디카프리오의 칠전팔기 오스카 도전 일화는 너무 유명하다. 그는 데뷔 이래 수많은 걸작을 남겼지만 아카데미 시상식과는 유독 연이 없었다. 1994 <길버트 그레이프>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2005 <에비에이터>, 2007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지나 2014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까지 끊임없이 오스카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의 수상 불발자체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될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해온 디카프리오였기 때문에, 그가 후보에 오를 때마다 모두들 숨죽여 결과를 기다려왔다. 순전히 그가 부족했다기보다는 대진운이 나빴던 이유가 컸다. 하지만 4전 5기! 우리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지난 2015년 드디어 오스카의 한을 푼다. 당시 트로피에 이름이 새겨지는 광경을 유심히 지켜보던 그의 사진은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 윌 폴터, 도널 글리슨

개봉
201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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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국내 배우들의 징크스

손현주(왼쪽), 설경구

국내 배우들이 인터뷰에서 밝힌 징크스도 다양하다. 설경구는 내 살들 학대하면 영화는 흥행한다는 말을 했는데, 실제로 그는 <공공의 적>, <오아시스>, <실미도>, <역도산>, <그놈 목소리>, <강철중: 공공의적1-1>을 경유하는 동안 계속해서 수십 킬로그램에 이르는 체중 조절을 해왔다. , 배우 손현주는 내 영화 개봉을 앞두고 다른 영화 안 본다고 말하기도 했으며, ‘신하균이 군복을 입으면 영화가 흥행한다’, ‘신세경의 상대역은 항상 죽는다’, ‘극 중에서 장동건이 죽어야 영화가가 흥행한다는 등의 말들도 누리꾼들 사이에 회자됐다.


10
영사사고



<옥자>

영사 사고가 나면 영화가 흥행한다’고 영화 기자들 사이에 거론되는 속설이다. 영사 사고의 곤욕을 치렀던 최근 사례 중에는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옥자>가 있다. 넷플릭스 영화인 <옥자>를 둘러싼 영화제 초청 논란에 비하면 단순 해프닝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논란의 도마 위에 있던 영화였던 터라 이 사건도 은근히 이슈가 됐다. 스크린을 덮은 마스킹 천막이 미처 다 올라가지 못한 채로 약 8분간의 오프닝이 상영된 것인데, 결국 사태 수습 후 영화는 정상적으로 상영을 마쳤다. 이후 <옥자>는 넷플릭스 가입자를 최소 520만 명 이상 늘린 주역으로 지목됐다. 그밖에 파격의 끝을 달린 라스 폰 트리에의 화제작 <님포매니악 1,2>(2013)은 국내 첫 시사회에서 약 30분간의 영사사고가 있었으며,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 기록을 낸 <맨체스터 바이 더 씨>(2016)는 이동진 평론가와 함께하는 국내 시사에서 약 40분에 이르는 자막 오류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속설은 속설이다. 흥행이나 비평 성적과는 무관한 해프닝에 불과해 보인다. 이 속설을 반박할 사례는 너무 많다.

옥자

감독
봉준호

출연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안서현

개봉
2017 대한민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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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심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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