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잠잠해진 극장가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그 행사가 열렸다. 샌디에고 코믹콘 인터내셔널, 이른바 SDCC는 미국 대중문화가 총집합해 신작 정보를 공개해 ‘덕심’을 불어넣는 행사로 유명하다. 매해 팬들을 환호하게 하는 소식을 전한 SDCC, 올해는 7월 21일부터 24일까지 진행했다.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이 포스트 하나로 요약해본다.
마블 스튜디오, 타노스 뒤 이을 대형 빌런은?
터놓고 말하자. 마블 영화가 여전히 좋든, 지겹든 마블의 슈퍼 히어로 영화는 여전히 산업의 중심에서 대중들을 만나고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가 점점 방대해져 영화뿐만 아니라 TV시리즈로도 전개되면서 일각에선 ‘지겹다’ ‘지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반응과는 달리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대박이라 말해도 과언 아닌 성적을 거두며 대중이 여전히 마블을 사랑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그런 마블이니 SDCC에서 그들의 발표가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건 당연하다. 마블은 올해 SDCC에서도 큼지막한 소식을 몇 개나 꺼내들었다. 일단 지금까지 발표한 라인업을 재조정한 일을 공개했다. 영화, TV시리즈 통틀어 앞으로 공개할 작품은 이렇다. <변호사 쉬헐크>,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로 페이즈 4를 마무리한 후 페이즈 5는 <앤트맨: 퀀텀매니아>, <시크릿 인베이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에코>, <로키> 시즌 2, <더 마블스>, <블레이드>, <아이언하트>, <아가사: 코븐 오브 카오스> <데어데블: 본 어게인>, <캡틴 아메리카: 뉴 월드 오더>, <썬더볼츠>로 이어진다. 영화 6편과 TV시리즈 6편으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쉴 새 없이 신작을 공개하는 셈.
2024년까지 한참 남은 것 같은데, 여기에 페이즈 6의 일부도 덧붙였다. 2024년 <판타스틱 4>와 2025년 ‘어벤져스 5~6편에 해당하는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가 준비됐다. ‘어벤져스’ 신작 이름에서 암시하듯 이번 어벤져스 최대의 적은 ‘정복자 캉’이 될 예정. 정복자 캉은 <로키> 외의 작품에서 등장하지 않았으나 모든 멀티버스를 지배하고자 전쟁을 일으키는 캐릭터다.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기존 인피니티 사가처럼) 이번 페이즈 4~6를 멀티버스 사가라고 발표했다. 또한 멀티버스가 소재이기 때문에 인피니티 사가 이상의 스케일이 그려질 것이라고.
물론 마블이 이렇게 말로만 정보를 푼 것은 아니다. 차기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포스터와 예고편, <아이 엠 그루트>와 <변호사 쉬헐크> 예고편을 공개했다. ‘티찰라’ 채드윅 보스만의 부재를 어떻게 타개할지 관심을 모은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와칸다와 네이머(테노크 휴에타)가 이끄는 해저 왕국의 충돌로 전개될 듯하다. 네이머, 아이언하트(도미니크 손) 등 신규 캐릭터가 등장하는 가운데 티찰라 대신 블랙 팬서의 힘을 이어받을 인물은 누가 될지는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우리는 쉬어갑니다… DC
마블과 양대산맥으로 히어로 영화를 이끈 DC코믹스는 올해 큰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원래대로라면 연말 개봉 예정인 <더 플래시>의 에즈라 밀러가 패널로 참석할 만한데, 에즈라 밀러가 최근 온갖 사건사고에 휘말리면서 그런 자리는 무산된 듯하다. 대신 그 자리는 ‘샤잠’ 패밀리들에게 돌아갔다. <샤잠!>의 속편 <샤잠!: 퓨리 오브 더 갓즈>와 <블랙 아담>이 새로운 예고편을 공개했다. <샤잠!: 퓨리 오브 더 갓즈> 예고편에선 전작에서 거의 맛뵈기만 보여준 샤잠 패밀리가 다시 복귀하고 헬렌 미렌과 루시 리우가 빌런으로 등장한 것이 포인트. <블랙 아담>은 DC코믹스의 히어로 호크맨(알디스 호지)과 아톰 스매셔(노아 센티네오)가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이 현장에서 가장 화제였던 건 예고편이나 스틸컷이 아닌 드웨인 존슨의 발언이었다. 이날 현장에서 드웨인 존슨은 ‘블랙아담과 슈퍼맨의 대결’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2015년 <맨 오브 스틸>부터 슈퍼맨을 맡은 헨리 카빌이 <블랙 아담>에 출연하다는 루머를 노린 질문인데, 드웨인 존슨은 “둘은 체급이 비슷한데 슈퍼맨을 누가 연기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며 “이렇게만 말하겠다”고 대답했다. 드웨인 존슨은 예전부터 블랙 아담과 슈퍼맨의 대결을 반드시 보여주겠노라 팬들에게 약속했고 헨리 카빌과 드웨인 존슨의 신체 조건이 엇비슷하기에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다만 최근 워너브러더스가 헨리 카빌이 아닌 새로운 슈퍼맨을 찾는다고 이야기가 꾸준히 들려왔던 상황. 팬들 사이에선 드웨인 존슨의 발언이 연막작전이거나 혹은 헨리 카빌을 내치는 워너에게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라마운트의 정통 판타지 vs. 넷플릭스 다크 판타지
다른 장르들이 나날이 확장하고 있다면, 판타지 장르는 아직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의 그림자가 역력하다. SDCC에서 발표한 두 작품이 판타지 장르의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수 있을까. 먼저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보여줄 판타지 영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우리가 ‘판타지’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의 원전 ‘던전&드래곤’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엘프, 오크, 노움, 고블린 같이 다양한 종족과 수많은 마법들,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몬스터들이 존재하는 D&D 세계를 배경으로 유물을 탈환하기 위해 뭉친 도적들의 모험기를 다룬다. 2000년 <던전 드래곤>으로 실사화된 바 있으나 어마어마한 혹평을 받았고, 이번엔 심기일전해 재도전하는 것. 크리스 파인, 미셸 로드리게즈, 레게장 페이지, 저스티스 스미스, 소피아 릴리스 등 출연진도 빵빵한데 예고편에서 거대한 스케일까지 보여주니 판타지 장르 팬이라면 속는 셈 치고 또 믿어볼 수밖에 없다.
반면 넷플릭스의 <샌드맨>은 현대와 신화를 소재로 한 다크 판타지. 꿈, 죽음, 파괴 등 초월적 존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닐 게이먼이 집필한 그래픽 노블 「샌드맨」을 바탕으로 하는데, 원작은 10권에 달하는 방대한 이야기와 서로 동떨어진 듯 이어진 구성으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인기작답게 한참 전부터 실사화가 기획됐지만 특유의 복잡한 구성과 음울한 분위기가 난점이었다. 그러다 넷플릭스가 투자하면서 마침내 실사로 만나게 된 것. 초월적 존재를 주인공으로 하기에 우려가 많았지만 예고편의 비주얼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수준. 「샌드맨」의 복잡다단한 이야기만 잘 정리해서 드라마에 녹였다면 더할 나위 없는 명작 드라마 등극일 것이다. 주인공 ‘꿈’ 모르페우스는 톰 스터리지가 맡았으며 총 11부작으로 8월 5일 공개한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