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탱이 & <마이펫> 맥스와의 가상 대담

In

<터널>과 <마이펫의 이중생활> 재미있게 보셨나요? 저 문부장에게 이 둘은 올 여름 극장가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는데요. <마이펫의 이중생활>의 맥스가 뉴욕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때, 문득 맥스가 <터널>의 탱이와 대화를 나누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은 그때 그 잡생각으로부터 시작한 가상 대담입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 속 맥스와 <터널>에서 탱이를 연기한 ‘배우’ 탱이가 저희 씨네플레이 사무실이 있는 당산에 친히 방문했다는 설정으로요. 



<마이펫의 이중생활> 맥스


<터널> 탱이


*** <마이펫의 이중생활>과 <터널>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보고 읽어주십사.


반가워, 씨네플레이 문부장이라고 하네. 멀리 당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어. 서울 엄청 덥지? 왕코에 허옇고 누런 거 보니까 자네가 맥스고, 쭈글쭈글 억울하게 생긴 쪽이 탱이겠구만. 역시 실물이 훨씬 훤하네! (개저씨라 초면부터 반말)

하이. 나한테 땡스 할 건 없어. 섭외 콜 받은 케이티가 가자고 해서 따라왔을 뿐이야. 걔가 사우스코리아를 좀 좋아하거든. 예전에 걔가 사우스코리아로 휴가 가서 집을 일주일이나 비운 적 있는데, 완전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 근데 여기 소울은 왜 이렇게 더운 거야? 여기 아시아 아니야?

그러게. 완전 개더워서 개짜증난다. 아, 내가 탱이긴 탱이인데, 정확힌 밤탱이야. 탱이를 두 명이서 연기한 건 알지?

헐 몰랐네. 완전 똑같이 생겼드만. 대관절 뭐가 다른 건데?

우리 퍼그들이 그놈이 그놈 같아 보이긴 하지. 더군다나 걘 내 친동생이야. 원랜 내가 다 하려고 했는데 이게 좁은 공간에 갇혀서 해야 되는 촬영이니까 무리라고 봤는지 내 동생 곰탱이를 합류시켰어.

역시… 어쩐지 깨갱대는 소리가 리를빗 다르더라고. 그럼 각자 롤은 어떻게 되는 거야?

내가 감정 연기를, 곰탱이는 액션을 맡았다고나 할까. 터널 안 누비고 다니는 건 곰탱이가 한 거고, 클로즈업은 내가 다 받았다고 보면 될 듯? 그니까, 사람들이 귀여워 죽으려고 하는 장면들은 내가 나온 장면들인 셈이지. 후훗.



<터널> 촬영 현장

그려, 고생 많았네. 아무리 그 먼지가 콩가루로 만든 거래도 거기 있으면 진짜 없던 병도 생길 거 같어. 맥스는 어때? 너도 그날 죽을 고비 엄청 넘겼잖아.

말도 마. 아오 내가 진짜 듀크 개놈 때문에… 그때 고생했던 거 생각하면 아찔하다. 어밴던독 센터맨들한테 쫓기고, 스노우볼 크루한테 쫓기고. 뭐, 그날 같이 뛰어다니면서 이제는 잘 지내긴 한다만… 암튼 사우스코리아엔 케이티랑만 와서 둘만 있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근데 너 기젯이랑 사귀잖아. 걘 안 보고 싶어?

보고… 싶지. 날 머치 좋아하고, 머치머치 잘해줘서 고맙긴 한데… 너무 구속하려 들어. 며칠 전엔 클로이랑 잠깐 얘기만 했는데도 뭔 얘기를 했냐고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더라니까. 계단에서 숨어서 몰래 다 봤다나. 괜히 찍 소리 잘못했다가 플라이킥라도 맞을까 무서워서 암말도 못해. 브루클린 브릿지 위에서 유기동물들 작살내는 거 봤지? 난 듀크 구하느라고 몰랐는데 영화로 보니까 가관도 아니더라고.

테리어랑 포메라니안이 원래 유전적으로 잘 맞는다는데 그런 것도 아닌가봐.

스피시즈 그런 건 젠더 차이에 비하면 낫띵 스페셜이야.



기젯과 맥스. 잘 어울리지 않나요?

야, 듣자하니 인간이나 개나 하나도 다를 바 없네. 그냥 여자한테는 지고 사는 거다 하고 살아. 그게 맘 편해. 나도 결혼하고서야 깨달았는데, 결혼이든 연애든 그냥 여자 말 듣고 살면 만사 오케이야.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니까.

   
(맥스와 탱이가 뭔 개소리야? 라는 얼굴로 문부장을 쳐다본다)

그나저나 난 <터널> 보는데 미나가 그렇게 불쌍하더라. 정수는 그래도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키딩 얼론 하고 그러는데, 미나는 고스란히 거기에 앉아서… 왓 어 셰임… 듀크가 주인 할아버지 죽었다는 소식 들었을 때 옆에서 걔 표정을 봐서 그런가, 탱이는 또 얼마나 슬플까 싶더라고.

(끄덕) 너무 측은하지. 나도 그런 상황을 겪고 있는 탱이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 딴엔 해본다고 한 건데, 마음이 전달됐는지 모르겠네.

너어무 잘 보이던데? 처음에 탱이가 정수한테 가서 도움 요청할 때 니가 웅얼거리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돌더라.

응. 불쌍해 죽겠잖아. 죽어가는 것도 딱해 죽겠는데, 어렵사리 엄마한테 전화 하는 와중에도 회사에는 자기 꼭 신입사원 연수 간다고 말하고.

딸이랑 같이 <터널> 보러 갔는데, 미나 죽을 때 그렇게 울더라. 당장에라도 죽게 생겼는데 거기 못 가면 어떡하나 고민하고 있는 게 남일 같지 않았다고. 작년에 대학 들어간 애가 벌써부터 그런 소리를 하는 거 보니 나도 마음이 아프더라고.

근데 신입사원 연수? 그게 그렇게 시리어스 한 거야? 영화 보는데 거기서 좀 갸우뚱했어.

한국의 젊은이들은 진짜진짜 어렵게 취업을 하거든. 겟팅 잡 말야. 한국의 대학생들은 이력서 몇 백 개씩 쓰고, 자는 시간 쪼개서 영어 단어를 외우는 생활을 그렇게 해도 취직 안 되는 경우가 수두룩해. 아마 영어단어는 케이티보다 미나가 더 많이 알걸.

아… 개도 알 만큼 시리어스 프라블럼이구나. 사우스코리아 왓 더 헬이네.

그래서 헬조선이라고들 하지. 그나저나 우리 이제 좀 다른 얘기로 넘어가볼까? 하하하하;; 스노우볼은 잘 지내? 그렇게 쌍욕해가면서 인간에 대한 증오를 뿜어대더니만, 꼬마 아가씨가 안아주니까 바로 애완묘 모드로 돌변하던데.

무엇이 스노우볼의 진짜 얼굴일까요?

난리도 아냐. 걔가 사람들 유인할 때 짓는 큐트 페이스 있지? 그게 이제 스노우볼 트레이드마크야. 주인 볼 때만 그러는 게 아니라 얼웨이즈 그 표정이야. 하루는, 주인 앞에선 클래식 듣고 없으면 메탈 틀고 헤드뱅잉 하는 레오나르 걔 욕을 그렇게 하더라고. 가식 쩐다고. 뒷담화를 해도 표정은 그렇게 피스풀이데~

역시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해. 무조건이야. 그래야 탱이처럼 오래 갇혀 있어도 그렇게 귀여울 수가 있는 거야. 자기가 먹을 수 있는 물도 탱이한테 나눠달라고 하는 미나가 곁에 있으니까. 아마 정수마저 없었다면 탱이도 얼마 못 버텼을지도 몰라.

정수 얘기 나왔으니 말인데, 탱이가 자기 케익 다 먹은 거 보고 정수가 야 이 *탱아! 라고 하잖아. *탱이가 뭔데 그렇게 후기에 웃기다고 난리야?

어허, 뭘 알려고 그래. 그냥 미국에서 F 가지고 하는 말이랑 연관 있다고 생각하면 돼.

어쩐지. 그 말을 듣고 탱이가 즉각적으로 뱉는 말이 엄청 상스럽더라고. 근데 그게 편집에서 나갈 수 있는 말인 거야? 사람들한테 그냥 우프우프 정도로 들려서 그런가.

아마도 그렇겠지? 난 그 컷은 내 욕 때문에 잘리겠구나 싶었는데, 감독은 구태여 그걸 썼더라고. 천하의 하정우 형도 그 말을 알아들었더라면 “꿈꿨어요~” 같은 애드립은 못 쳤을 텐데.



하정우와 탱이

하정우 씨 인터뷰 읽어보니까 자기가 욕 하니까 니가 계속 피해다녔다고 그러던데.

내가 얼결에 욕을 하긴 했어도 그 다음부터 마음이 진정이 안 되더라고. 우리 퍼그가 쪼끔 지능이 안 좋아서 웬만한 충격에도 무감한데, 그 *탱아!가 보통 걸져야 말이지. 그 다음에 찍은 게 정수랑 탱이가 개사료 나눠 먹는 신인데, 이게 도저히 넘어가질 않는 거라. 웃긴 신이라 밝게 보여야 하는 건데, 그게 안 되니까… 그래서 밤탱이가 대신 투입됐는데, 리허설 차원에서 첫 테이크를 찍어봤는데 그게 바로 오케이가 됐어. 아무래도 밤탱이가 머리보단 몸이 먼저 나가는 타입이라…

<마이펫의 이중생활>에 주인만 오면 그냥 막 신나서 들뛰는 멜이라고 있잖아. 걔 퍼그 맞지? 근데 멜이랑 탱이는 완전 딴판이던데.

<마이펫의 이중생활>의 멜과 현실 속 퍼그

역시 그렇게 느꼈군. 크리스 리노드 감독이 멜이 퍼그라고 하는데 첨엔 뭔 소리가 싶더라고. 어딜 봐도 귀여운 맛이라곤 하나도 없잖아.

문부장, 혹시 에필로그 봤어?

콜라를 너무 많이 마셔서 화장실 가느라…

동네 애완동물들 쭉 나오는 에필로그 보면 멜 주인도 나오거든. 그때 보면 멜이랑 완전 똑같이 생겼어. 아마 그 설정 때문에 그렇게 그린 것 같애. 원래 우리 종족이 살짝 멍청해서 조련시키기 진짜 어려워서 모두 캐스팅을 뜯어 말렸는데, <터널> 감독은 귀여우면서도 불쌍해 보이는 이미지가 좋아서 부득불 우리를 선택했대. 감독이 하라는 대로 해야지 뭐.

아이고, 개들이랑 얘기하는 건 생전 처음인데 무지 재밌구만. 근데 내가 오후까지 써야 하는 기사가 있어서 이제 그만 끝내야 할 것 같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 있어?

없..

나, 나, 나. 탱이한테 어 퀘스천 있어. <터널> 마지막에 장관이 “국민의 안전~” 하면서 스피치 할 때 서든리 왁! 짖었잖아, 그때 너 뭐라고 한 거야? 케이티가 갑자기 재채기를 해서 못 들었어.

아 그거~ 나도 한번 정우형처럼 *탱아!!! 라고 해봤지. 보고 있자니 열 받더라고. 근데 관객들이 그걸 엄청 좋아하데? 알아들은 건가…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

Must Read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