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에서 가장 무서운 영화를 내세우며 흥행 중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샘 레이미 감독이 참여한 또 한 편의 호러 영화가 11일 개봉했다. 샘 레이미 감독이 제작을 맡은 영화 <UMMA:엄마>(이하 <엄마>)는 미국의 한 외딴 농장에서 딸과 함께 살던 아만다(산드라 오)가 한국에서 온 엄마의 유골을 받게 되며 벌어지는 정체불명 현상의 일들을 그렸다. 국내에서도 이미 친숙한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의 첫 호러 영화이자, 원제 ‘UMMA’는 우리말 ‘엄마’의 음을 그대로 딴 제목으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엄마>를 볼 때 참고하면 좋을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
<그레이 아나토미>, <킬링 이브> 산드라 오의 첫 호러 영화
<그레이 아나토미>, <킬링 이브> 등 다양한 작품에서 압도적인 존재감과 개성 있는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 산드라 오가 K-장녀로 변신했다. 산드라 오는 극 중에서 엄마를 떠나 도망친 한인 2세 아만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아만다와 딸 크리스(피벨 스튜어트)는 전기도, 핸드폰도 없이 외부와 단절된 채 외딴 농장에서 단둘이 양봉업을 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아만다에게 한국에서 죽은 엄마의 유골이 도착하며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
끔찍한 환영에 시달리며 돌변하기 시작하는 아만다와 그런 아만다의 이상행동에 두려움을 느끼는 크리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다. 죽음으로도 풀리지 않은 엄마의 ‘한’이 이들을 옥죄어 오기 시작하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산드라 오는 엄마의 존재와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아만다의 내재된 공포와 불안, 그리고 심리 변화 과정을 섬세하고도 과감하게 표현해내며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여기에 한국계 감독인 아이리스 K. 심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산드라 오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고 알려지며 기대를 높인다. 산드라 오는 감독과의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구축해낸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인다.
믿고 보는 호러 대가 샘 레이미 감독 제작
<엄마>의 제작은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1대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는 물론, 호러 영화 <드래그 미 투 헬>, <이블 데드>, <맨 인 더 다크> 등으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이 참여했다. 상투적인 호러 영화의 틀을 벗어나 독창적이고 재치 있는 호러 수작들을 탄생시키며 열렬한 팬들을 형성해온 샘 레이미가 마침내 K-스릴러로 지변을 넓힌 것. 특히 산드라 오와 함께하는 샘 레이미 제작의 호러 영화라는 사실만으로도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엄마>는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녹여내며 그동안 샘 레이미 감독이 선보였던 작품과는 또 다른 매력을 전달한다. 또한 K-샤머니즘 스릴러 와 동시에 찾아온 샘 레이미 연출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역시 MCU 최초의 스릴러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5월, 그가 선보일 각기 다른 매력의 스릴러는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별나도 괜찮아>의 ‘이지’ 피벨 스튜어트
피벨 스튜어트는 넷플릭스 시리즈 <별나도 괜찮아>의 힙걸 이지 역을 맡아 독보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최애 캐릭터로 자리 잡은 배우다. <엄마>에서는 산드라 오와 완벽한 모녀 호흡을 맞추며 더 깊어진 연기를 펼쳐 관객들을 사로 잡는다. 피벨 스튜어트는 한국계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스릴러라는 <엄마>의 작품 소개에 어떠한 추가 정보도 없이 무작정 오디션에 참여했다. 피벨 스튜어트는 평소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이후 자신의 엄마 역이 산드라 오라는 것을 알게 되어 너무 기뻤다고.
<곡성>, <랑종>…<엄마>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호러물
<곡성>, <랑종> 등으로 샤머니즘을 다룬 스릴러들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가운데, <엄마>는 K-샤머니즘으로 할리우드를 현혹시킨다. 나홍진 감독의 2016년 영화 <곡성>은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들에 무속신앙, 오컬트적 요소를 가미해 관객들의 폭발적 지지를 받았다. 이어 나홍진 감독이 제작과 기획에 참여하고 <셔터>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한 <랑종>도 샤머니즘을 소재로 태국 이산 지역의 한 무당 가문에 벌어진 미스터리한 현상을 그려 또 한 번 화제를 불러 모았다. K-샤머니즘 스릴러 <엄마>는 죽어서도 끊어낼 수 없는 모녀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어긋난 모성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갖게 된 인물이 엄마의 환영에 시달리며 변해가는 과정이 색다른 공포감을 선사한다. 죽은 엄마의 ‘한’과 조상의 원혼을 달래는 제사 등 우리나라 특유의 설정과 정서가 녹아 들어 <엄마>라는 특별한 작품이 탄생했다.
할리우드가 주목한 ‘K-컬쳐’, 한국 이민가족사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까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K-콘텐츠 위력을 증명하고 있다. 여기에 할리우드가 <파친코>, <미나리> 등 한국 문화와 정서가 담긴 영화와 시리즈를 차례로 선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는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 풍성한 서사와 영상미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며, 특히 일제 강점기 한국의 역사를 대대적으로 알려 전 세계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는 한국계 감독 정이삭이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해 만든 작품이다. 재미와 작품성을 두루 갖춘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 B가 제작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배우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낯선 미국으로 딸을 떠나 보낸 엄마 순자 역을 맡아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또 한 번 K-콘텐츠의 위상을 높였다. <엄마>는 한국 고유의 정서인 ‘한’을 주제로 낯익지만 색다른 스릴러를 선보인다. 영화의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 죽어서도 끊어낼 수 없는 엄마와 딸, 그리고 이들 사이의 ‘한’과 집착을 담아낸 이야기다. 한복과 탈, 자개로 만든 오르골, 때밀이 타월 등 영화 곳곳에 자리잡은 한국적인 요소들 역시 기대하게 한다. 국내에서도 이미 친숙한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의 주연 소식과 한국계 감독 아이리스 K. 심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한국인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심리적 공포와 재미를 선사한다.
씨네플레이 봉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