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관 로맨스’ 들어봤나요? 혐오 관계에서 찐사되는 클리셰의 맛! 넷플릭스 대히트작 <퍼플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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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관’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혐오 + 관계의 준말로, 작품 속 주인공들이 서로를 싫어하거나 어쩔 수 없이 항상 싸우는 관계를 뜻한다. 여기에 로맨스 한 스푼 더 해지면, 혐관 로맨스다. 이쯤 되면 이 단어를 들어본 적은 없어도 감이 잡힐 것이다. 포인트는 시작은 혐관이여도 결국 서로에게 스며드는 데 있다. 이런 서사적 특성은 로맨스의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순탄한 연애는 개인의 삶에서는 아름다운 일이지만, 영화라는 틀에서 본다면 이야깃거리가 되긴 힘들다.

혐관 로맨스를 말할 때 최근 공개된 <퍼플 하트>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올해 가장 성공한 넷플릭스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저예산 영화임에도 이런 인기를 얻은 데는 소셜 미디어 틱톡에서의 입소문이 컸다. 또, 두 배우의 ‘얼굴 합’에서 나오는 케미와 미국이 가진 여러 부조리를 짬뽕처럼 한데 넣어 사회 문제의식도 담아냈다. OST로 들을 거리를 더하기도 했다. 여유 있는 시간에 가볍게 보기 좋은 로맨스물로 <퍼플 하트>를 소개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퍼플 하트>

캐시(소피아 카슨 분) 루크(니콜라스 갈리친 분)의 첫 만남은 아름답지 않다. 캐시가 일하는 술집에서 처음 만난 이들이 가짜 부부를 연기하게된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돈. 당뇨 진단을 받았으나, 정기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인슐린의 비용과 보험료를 감당하기 위해 군인 보험 혜택을 노린 팝스타 지망생 캐시와 마약 딜러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미 해병대의 결혼 추가 수당을 노린 군인 루크. 각자 절실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을 빙자한다.

여느 혐관 로맨스 서사가 그렇듯, 두 주인공은 다른 배경과 정치적 신념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를 나누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들이 사랑에 빠지기 전, 둘이 너무나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장면 중 하나가 있다. 페미니스트로 자신을 소개하는 캐시가 ‘미래는 여성이다(The Future Is Female)’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을 때 루크가 “미래에 남자들은 끝장나? 전염병이나 로봇 전쟁으로?”라고 비아냥거리며 말할 때다.

이 둘이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점에서 결국 둘의 캐릭터는 희석되고 ‘연애’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로맨스 장르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비판도 있기는 하다. 이민자 가정의 리버럴한 여성 캐릭터와 보수적인 남성이 만나서 할 수 있는 게 고작 사랑뿐이냐는 거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담아내려고 한 것이 단지 사랑만은 아니다.

이들이 ‘사기 결혼’을 한 이유

각자 돈이 절실해서 하게 된 사기 결혼…. 과연 이들의 미래는?

이 영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기 결혼’이다. 이는 가짜로 시작된 둘의 관계가 어떻게 진짜의 무언가로 변해가는지를 보여주는 요소로, <퍼플 하트>의 주축에 자리하는 사건이다. 이들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를 설명하는데 배경인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닌 부조리가 있다. 일반 서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의료비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건강 보험 제도, 만연한 사기 결혼 그리고 청소년들의 마약 중독 등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이민자 미혼모 가정에서 자라 가차 없는 의료 시스템을 헤쳐 온 캐시는 ‘자유로운 나라’로 불리는 미국이 자신과 같은 사람을 어떻게 배제하는지를 경험해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편입되는 것을 택한 것이다. 이는 자유 의지라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내몰린 것에 가깝다. 물론 둘은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점에서 결혼이 당위성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떤가. 위에서 언급된 문제들은 미국에선 많은 이들이 발 딛고 있는 현실 그 자체다.

실제로 미국에서 군인이 추가적인 군사 혜택을 얻기 위해 결혼을 하는 것은 사회적 문제다. 이는 기혼 장병의 경우는 주택 수당이 지급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민간인 배우자는 의료 서비스와 특전을 받을 수 있고 고용 지원과 같은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민간인 배우자가 미국 시민이 아닌 경우 결혼으로 인해 영주권을 부여받기도 한다. 군 당국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결혼을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혼인 동기를 의심하는 것은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극의 내용처럼 심문해도 동기를 파악하기 어려워 유죄 판결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영화에서 ‘가짜 결혼’ 다음으로 중요한 사건은 루크가 이라크에서 전쟁으로 부상을 당한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 후 약물 중독으로 살아가던 루크는 실망만 안긴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해병에 들어가서 훈장을 받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파병된 이라크에서 부상을 입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런 그가 받은 건 부상병이 받는 퍼플 하트다.

일각에서는 이 영화가 군대를 선전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는 이라크 파병을 가기 전 모인 루크와 같은 군인 중 한 명의 “빌어먹을 아랍 놈들을 신나게 사냥해 보자고”라는 허세 섞인 대사가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캐시는 화를 내며 “아랍인이라고 하면 그 민족 전체를 말하잖아. 꼭 모든 아랍인을 사냥하겠다는 말 같으니까 문제가 되겠는데.”라고 답한다. 다르게 접근하면, 방점을 캐시의 반응에도 놓을 수 있다. 물론 로맨스물을 표방하는 만큼, 극 중에서 이런 사회 고발적인 측면을 무겁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퍼플 하트> OST가 미국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캐시 역을 맡은 소피아 카슨은 배우이기 이전에 싱어송라이터다. 루크가 이라크로 파병되기 전 둘은 급하게 결혼을 한 탓에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가 없는 동안 캐시는 화상 통화를 통해 루크와 그의 군인 동료들에게 새로 음악 작업한 곡의 일부를 불러주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다. 비록 가짜 부부지만, 루크는 그의 뮤즈가 되고, 노래에 대한 영감이 된다.

영화에 나오는 OST들은 케시의 이해와 깨달음의 과정을 배경으로 한다. 감정이 가사로 드러난다. 이를테면, 루크가 이라크에 있을 때 상황에 맞게 ‘컴 백 홈’이라는 음악이 나온다. 이 곡은 둘 사이를 이어주는 것이다. 영화 끝부분에 캐시와 그의 밴드는 할리우드 볼에서 꿈에 그리던 공연을 하게 된다. 소피아 카슨은 극 중에서 할리우 볼에서 공연한 것이 초현실적이었다고 말하며,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영화, 즉 프로듀싱하는 영광을 누렸던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 중 하나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분열된 미국의 현실에 던지는 메시지


너무 다른 둘이지만 둘은 결국 사랑에 빠진다. (ft. 클리셰 그 자체지만 와꾸 합 케미 갑)

이 영화는 미국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38%를 받는 데 그쳤다. 그에는 뻔한 스토리에 대한 비평이 주를 이뤘다. 그럼에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영화에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캐시와 루크의 여정은 지금 미국 모습의 반영이라는 것. 이 영화의 제목인 ‘퍼플 하트’의 뜻은 복무 중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미군에게 수여되는 군사 훈장이다. 또 보라색이 빨간색과 파랑색의 중간색이라는 점도 있다. 이는 정치적으로는 빨간색이 우파, 파랑색이 좌파를 상징하기도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인 소피아 카슨이 5년 전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미국은 정치적으로 분열된 상황이었다고.

이 작품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엘리자베스 앨런 로젠바움 감독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답이 될 것 같다. “서류상 캐시와 루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둘 다 상당한 결함이 있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실제로 합법적인 부부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상화된 환상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 얼마나 분열되어 있는지를 고려해 볼 때, 관객들이 이 환상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우리는 지금 매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분열된 나라에 살고 있다. 빨강(공화당) 대 파랑(민주당)이다. 이 이야기는 무엇보다 색을 보지 않고 사랑을 선택하며, 붉은 마음과 푸른 마음이 만나 사랑을 선택할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허프포스트코리아/ 씨네플레이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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