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재개봉 하는 <인셉션>, 비하인드로 복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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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명작 <인셉션>이 개봉 10주년을 맞아 극장가에서 상영된다. 놀란이 구축한 꿈의 세계를 다시 한번 큰 스크린으로 목도할 수 있는 기회다. 복습을 위해 <인셉션>에 관한 팩트들을 짚어봤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세 번째 영화 <인썸니아>(2002)를 마친 후,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에 처음 <인셉션>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엔 두 달 정도면 시나리오를 써낼 줄 알았건만, 결국 8년이 지나서야 완성됐다. 프로덕션 기간 <인셉션>의 이야기는 철저히 비밀리에 부쳐졌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마음의 건축 안에서 펼쳐지는” SF 액션 스릴러라며 애매하게 묘사했다.



<인썸니아> 촬영 현장의 로빈 윌리엄스와 크리스토퍼 놀란


<인셉션>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데뷔작 <미행>(1998) 이후 원작 소설/코믹스를 각색하거나 리메이크 하지 않고 만든 첫 작품이다. 놀란은 꿈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전혀 조사하지 않은 채 <인셉션>의 이야기를 썼다.



<미행>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셉션 팀 개개인의 역할이 영화 제작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감독, 아서(조셉 고든 레빗)는 프로듀서, 애리어든(엘렌 페이지)는 미술감독, 임스(톰 하디)는 배우, 사이토(와타나베 켄)는 제작사, 로버트 피셔(킬리언 머피)는 관객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크리스토퍼 놀란과 (그의 아내이자) 프로듀서 엠마 토마스가 코브 역으로 선택한 유일한 배우였다. 케이트 윈슬렛에게 맬 역을 제안했지만, 윈슬렛은 캐릭터에 자기자신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아서 역은 본래 제임스 프랭코가 맡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스케줄 조정에 실패해 결국 무산됐다. 엘렌 페이지가 애리어든 역으로 확정되기 전 에반 레이첼 우드, 에밀리 블런트, 레이첼 맥아담스, 엠마 로버츠, 제시 슈럼, 테일러 스위프트, 캐리 멀리건 등이 물망에 올랐다.



엘렌 페이지


조셉 고든 레빗은 캐릭터에 대한 간단한 정보만 안 채로, 만약을 대비해 풀 착장을 하고 오디션에 갔는데, 공교롭게도 그 옷차림은 아서의 캐릭터와 완전히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워너 브러더스는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인셉션>을 3D로 만들어보라고 제안했지만, 놀란은 3D가 서사를 방해할 거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여왕폐하 대작전>

크리스토퍼 놀란은 설원에서 펼쳐지는 3단계 꿈을 <007>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여왕폐하 대작전>(1969)에서 영감을 얻었다. 피셔 가의 요새는 윌리엄 L. 페레이라가 설계한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가이젤 도서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가이젤 도서관



3단계 꿈 속 요새


예산이 큰 할리우드 영화는 흔히 ‘제 2 제작진’을 꾸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장면들이나 CG로 채워질 장면들을 촬영해놓는다. <인셉션>은 그렇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전작 <다크 나이트>에 이어 모든 장면을 촬영감독 월리 피스터와 함께 직접 찍었다.



크리스토퍼 놀란과 월리 피스터


코브가 마일즈(마이클 케인)를 강의실에서 만날 때, 여기에 와도 안전하냐는 질문에 코브는 “미국과 프랑스는 범죄인 인도 절차가 복잡하잖아요”라고 대답한다.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에서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프랭크는 프랑스에서 붙잡혀 미국으로 인도된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크리스토퍼 놀란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 마이클 케인은 영화 속에서 총 3분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인셉션>은 <배트맨 비긴즈>, <프레스티지>(2006), <다크 나이트>(2008)에 이어 케인이 놀란과 작업한 네 번째 작품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인터스텔라>(2014), <덩케르크>(2017), 올 여름 개봉하는 <테넷>(2020)도 함께 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임스 역에 톰 하디를 캐스팅 한 이유 중 하나는 가이 리치의 영화 <락큰롤라>(2008) 속 연기였다. 하디는 자신이 캐스팅 된 게 찰스 브론슨을 연기한 <브론슨>(2008)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놀란은 <브론슨>을 보지도 않은 상태였다.

<락큰롤라> / <브론슨>


사이토 역은 처음부터 와타나베 켄을 염두하고 쓰여졌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배트맨 비긴즈>(2005)에 켄을 출연시켰지만 분량이 너무 적었어서 <인셉션>에선 중요한 조연을 맡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배트맨 비긴즈>의 와타나베 켄


코브의 팀이 ‘킥’을 위해 사용하는 음악은 프랑스의 전설적인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이다. 맬 역의 마리옹 꼬띠아르는 <라 비 앙 로즈>(2007)에서 에디트 피아프를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한 바 있다. 전적으로 우연이었다. 꼬띠아르가 캐스팅 되고 크리스토퍼 놀란은 괜한 오해를 줄이고자 ‘Non, je ne regrette rien’를 뺄까도 생각했지만, 영화음악가 한스 짐머는 그대로 쓰게끔 설득했다.


돔 코브의 유일한 목표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의 이름부터 그걸 확실히 드러낸다. ‘Dom’은 슬라브어로 집을 의미한다. 영어 ‘domestic’, 라틴어 ‘domus’ 같은 낱말도 모두 ‘Dom’을 어원으로 한다.




림보 속 세상

주인공 ‘코브’의 이름은 고층건물을 주로 설계한 건축가 헨리 N. 코브에서 따온 것이다. 림보 속 코브와 맬의 세상은 고층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보스턴의 존 행콕 타워 / 몬트리올의 플레이스 빌 마리


킬리언 머피가 연기한 로버트 피셔의 이름은 체스 챔피언 바비 피셔에서, 로버트의 아버지 모리스 피셔의 이름은 영화 속 공간 이미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예술가 M.C.(모리츠 코넬리스) 에셔에서 이름을 따왔다. 톰 하디의 캐릭터 임스의 이름은 저명한 가구 디자이너 찰스/레이 임스 부부의 성에서 따왔다.

바비 피셔 / M.C.에셔의 작품



찰스/레이 임스의 대표작 ‘라운지 체어’


마리옹 꼬띠아르가 연기한 ‘맬’의 이름은 프랑스어로 불운이나 불행을 뜻하는 ‘malheur’이나 악을 뜻하는 ‘mal’에서 따왔다.


유서프는 ‘요셉’의 아랍식 이름이다. <성경>의 창세기에서 요셉은 꿈을 해석해 7년의 흉년을 예견하는 등 유독 꿈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메인 캐릭터 돔, 로버트, 임스, 아서(혹은 아리아드네), 맬, 사이토의 맨 앞 철자를 붙이면 ‘DREAMS’가 된다.


호텔 시퀀스에서 아리아드네의 머리는 아주 꼭 매어져서 제작진은 그녀의 머리카락이 무중력 상태에서 움직이는지 살피지 않아도 됐다.


<인셉션>은 초현실적인 특수효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돌아가는 복도, 펜로즈의 계단, 무중력 상태의 액션, 3단계 꿈에서의 눈사태 등 수많은 장치들이 컴퓨터그래픽 없이 완성됐다.


셉 고든 레빗은 돌아가는 복도에서 펼쳐지는 액션의 거의 전부를 직접 소화했다.


<인셉션>은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촬영상을 비롯한 4개 분야에서 수상했다. 2017년 <라라랜드>가 수상하기까지 <인셉션>은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 중 마지막으로 오스카 촬영상을 받은 작품으로 남아 있었다. IMAX 카메라 애호가인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크 나이트>에 이어 IMAX 65mm 카메라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핸드헬드로 찍을 수 없다고 판단해 사용하지 않았다.


숫자 ‘528491’은 영화 내내 변주되어 등장한다. 무중력 액션이 펼쳐지는 호텔 시퀀스에서 쓰이는 방은 528호와 491호이고, 여자로 변신한 임스가 피셔에게 건네는 휴지엔 528-491이 쓰여져 있다. 피셔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유품을 꺼낼 때 금고 비밀번호는 528491이다. 또한 528491은 자기 자신을 제외한 어떤 수로도 나눠지지 않는 소수(素數)다.



<인셉션>에 참여한 마리옹 꼬띠아르, 톰 하디, 조셉 고든 레빗, 킬리언 머피, 마이클 케인 다섯 배우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음 작품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출연했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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