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맞이 살풀이? 재평가받고 있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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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피터 파커/스파이더맨 앤드류 가필드

10주년을 앞두고 살풀이라도 된 걸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개봉과 함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히어로 영화의 금자탑이자 ‘어둠의 피터 파커’ 밈으로 지금까지 사랑받는 <스파이더맨> 시리즈, 마블 스튜디오와 소니 픽처스가 손잡고 원대한 세계관을 그린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비하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상대적으로 홀대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신작에서 나름의 서사를 이어가며 관객들에게 향수를 일으켰고, 그 결과 OTT 플랫폼에서 인기 순위에까지 오르는 역주행에 성공했다. 이번 영화 공개 이후 ‘이 장면은 진짜 좋았지’하고 자주 언급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명장면을 골라봤다.

* 이하 본문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주요 장면 및 스포일러가 포함한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토비 맥과이어는 ‘샘스파’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앤드류 가필드는 ‘어스파’로, MCU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톰 홀랜드는 ‘톰스파’로 표기한다. ​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피터 파커의 웹슈터 만들기

원작 코믹스에선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은 피터 파커가 직접 제작한 웹슈터에서 발사하는 것으로 나온다. 피터의 천재성을 강조한 설정인데, 샘스파에선 “고등학생이 어떻게 해도 끊어지지 않는 거미줄을 만드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란 점을 감안해 신체에서 생생되는 것으로 변경했다. 톰스파는 웹스터 설정을 차용하긴 하나 극중 웹스터 제작과정을 묘사하지 않았다. 스파이더맨 실사 영화는 세 번이나 제작됐는데 어스파만이 피터 파커가 웹 슈터를 제작했다는 설정을 직접 보여준 유일한 영화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팬들 사이에선 샘스파, 어스파, 톰스파 중 가장 머리가 좋은 건 어스파일 것이란 게 중론. 특히 이 장면에서 이어지는 스파이더맨 POV 시점은 웹스윙이 시원시원하기로 유명한 어스파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다.


일진에서 친구로, 플래시 톰슨

톰스파는 여러 캐릭터를 원작에서 비틀어 새로운 캐릭터성을 부여했다. 대표적인 예가 메리 제인이 아닌 미셸 존스 MJ. 또 다른 인물은 플래시 톰슨인데, 본래 근육질에 교내 슈퍼스타인 그를 본인도 썩 훌륭하지 않으면서 피터를 깔보는 성격으로 재해석했다. 플래시 톰슨은 원작에서 피터를 무시하다가 그를 인정하고 친구가 되는, 그러면서 베놈의 숙주가 됐다가 정부의 요원이 되기도 하는 폭넓은 서사를 가진 캐릭터여서 MCU의 플래시는 배우 토니 레볼로리의 재치 있는 연기에도 호불호가 갈리는 편. 어스파는 피터 파커를 원작과 가장 비슷하게 묘사했다는 평가처럼 플래시 톰슨 또한 원작과 가장 비슷하게 묘사했다. 피터를 무시하다가 나중에는 그를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어스파의 플래시 톰슨은 현재 팬들이 (혹시라도 어스파 3편이 나온다면) 다시 보고 싶은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리자드의 학교 습격 장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액션 장면 중 하나. 스케일이 크거나 액션 쾌감이 훌륭한 장면은 아닌데, 그럼에도 베스트인 이유는 피터 파커스러움이 굉장히 잘 묘사됐기 때문. 리자드(리스 이판)가 습격한 상황에서도 계속 농담을 던지는 그의 유쾌함이 여느 영화에서 보기 힘든 피터 파커스러움이다. 거기에 리자드 몸에 붙어서 기어다니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이 정말 거미 같아서 좋다는 반응도 있다.


오스코프로 가는 크레인 길

스파이더맨의 별명이 무엇인가.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이다. 톰스파가 비판받는 부분 중 하나가 아직까지 스파이더맨과 뉴욕 시민들의 끈끈한 관계가 없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샘스파, 어스파의 그런 장면들을 다시 찾는 팬들이 많은데, 어스파의 ‘크레인 시퀀스’ 또한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을 느끼기 좋은 장면이다. 도시 곳곳의 크레인 기사들이 오스코프로 가려는 스파이더맨을 도와 길을 만들어주는 이 장면은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선한 마음이 스파이더맨을 관통하는 주제와도 연결돼 재평가받고 있다.​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

웹스윙의 진수를 담은 오프닝

최애 스파이더맨이 누구든 팬들이 인정하는 딱 한 가지. ‘웹스윙은 어스파가 최고다’. 이 명제를 입증하기까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오프닝 3분이면 충분하다. 고공 높이에서 추락하듯 떨어지던 스파이더맨이 웹스윙으로 뉴욕 한복판을 가로지를 때, 그 속도감은 다른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만나기 힘든 쾌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스파이더맨 특유의 시그니처 포즈들과 독특한 시점샷까지, 웹스윙이 무엇인지 각잡고 보여주는 것 같은 장면. 여기에 화룡점정은 스파이더맨 마크에서 그의 등으로 이어지는 오프닝의 첫 장면이 아닐까 싶다.


스파이더맨 vs. 일렉트로 타임스퀘어 장면

사고로 일렉트로가 된 맥스(제이미 폭스)가 타임스퀘어에 나타나자 스파이더맨은 침착하게 그를 설득하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의 실수로 일렉트로와 스파이더맨이 대립하게 되는 순간. 이 장면의 압권은 스파이더센스가 발휘되는 짧은 순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는 것. 오른쪽 웹슈터 하나로 사람들을 구하는 스파이더맨의 센스와 일렉트로의 무한한 능력을 잘 표현한 장면이다. 또 사람들의 반응에 일렉트로가 흔들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도 다른 스파이더맨 빌런에게서 보기 힘든 장면 중 하나.


클라이막스의 스파이더맨 vs. 일렉트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명장면 오브 명장면. 일렉트로와 어스파의 마지막 대결이란 극적인 포인트에 훌륭한 비주얼과 사운드가 더해져 보는 사람에게 그야말로 ‘스파이더맨뽕’을 주입시킨다. 특히 전기를 흡수한 일렉트로가 발전소 설비를 오가며 동요 ‘거미'(The itsy-bitsy spider)를 연주하는 순간은 제작진의 재치와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 이후 현란하게 일렉트로의 공격을 피하는 스파이더맨, 그웬(엠마 스톤)이 합세한 협동 작전 등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기 손색이 없다.


그웬의 죽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봤다면 이 장면을 다시 찾아봤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피터 파커가 불운의 아이콘이어도 히로인의 안위는 대체로 지켰었는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선 그 불문율이 깼다. 이 장면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건 그웬의 죽음을 막고자 하는 스파이더맨의 간절함을 거미줄을 통해 표현한 섬세함 때문. 또 웬만한 영화들과 달리 히로인이 사고 순간에 즉사한다는 것도 당시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던 부분. 구구절절한 대화를 나누지도 못한 채 서로를 떠나보낸 두 사람이기에 더욱 애처롭게 느껴진다.


우리들의 친절한 스파이더맨

비극적으로만 끝날 줄 알았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였으나, 그래도 마지막은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의 귀환으로 마무리한다. 영화의 엔딩은 화려한 액션이나 신선한 반전은 없지만, 슈퍼 히어로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한다. 알렉세이 시체비치(폴 지아매티)가 탈옥해 메카닉 슈트를 입고 돌아왔을 때, 그의 앞을 막아서는 건 스파이더맨 코스튬을 입은 어린아이. 비록 어린이지만 빌런 앞을 막아설 수 있는 용기는 어스파를 넘어 스파이더맨이란 캐릭터가 가진 ‘우리 모두가 스파이더맨’이란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누구든 이 마스크를 쓸 수 있어”라는 대사와도 일맥상통. 사실 라이노를 기대한 팬들에겐 다소 힘 빠지는 결말이긴 하지만, 어스파의 시리즈 결말로는 훌륭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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