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2>에 웬 ‘어벤져스’ 뿌리기? 지난 7일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최초 공개된 영화 <마녀2>를 본 뒤 배우 조민수는 “감히 우리도 어벤져스 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고, 배우 성유빈은 “어벤져스 말고 ‘여벤져스’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라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글쎄? 동의하기 어렵다. 신시아, 박은빈, 서은수, 박은빈, 조민수, 김다미 등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린 주연 배우들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는 것 말고는.
4년을 돌고 돌아온 <마녀2>에는 보고 싶었던 김다미가 등장하긴 한다. 제작진의 표현대로 “짧고 강렬하게”. <마녀> 속편 제작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대중의 관심은 김다미였다. 정확하게는 본성을 깨달은 구자윤(김다미 분)이 앞으로 선보일 액션에 대한 기대감과 <마녀>가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마녀 프로젝트’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어떤 이유로 마녀라는 존재를 만들었을까. <마녀>가 풀지 못한 굵직한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다. 사실 박훈정 감독은 2018년 <마녀>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시리즈물이라는 점을 주지시킨 바 있다. 다소 완결성이 부족한 <마녀>에 관객들의 호응이 높았던 이유다. 게다가 김다미라는 새로운 얼굴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김다미표 <마녀2>를 기대했던 대중의 바람과 달리 박훈정 감독은 일찍이 김다미가 아닌 새로운 마녀의 등장을 예고했다. <마녀2>는 ‘1408: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낸 신인 배우 신시아가 주인공이다. 신시아가 연기한 소녀는 구자윤이 사라진 뒤 초토화된 연구소 아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존재로, 마녀 프로젝트의 기준이 되는 완전체다. 구자윤보다 훨씬 더 강력한 능력을 가졌다.
연구소 안에만 갇혀있던 소녀가 세상을 마주하며 시작하는 <마녀2>의 전개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능력을 보유한 소녀가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알고 보면 전혀 평범하지 않은) 경희-대길 남매를 만나 한가로운 일상을 보내는 장면까지 많이 익숙한 장면의 연속이다. 소녀에게 허락된 이 짧디짧은 평화의 시간이 뻔하게 채워지는 동안 소녀를 추적하는 움직임은 바빠진다. 유니언 그룹의 수장 백 총괄(조민수 분) – 초인간주의 그룹 실세 장(이종석 분)과 본사 소속 에이스 조현(서은수 분) – 상해 출신 의문의 4인방 – 조직폭력배 용두(진구 분)까지 우르르 등장하며 <마녀2>는 속도감을 높여가는데 불행히도 여기서부터 스텝이 꼬이기 시작한다.
모든 것의 시작: 그게 도대체 뭔데?
실존하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녀2>는 따뜻한 휴머니즘과 날카로운 액션이 한데 어우러진 영화로 전작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여전히 불친절하다. 4년 전 <마녀> 마지막 신에서 구자윤은 닥터 백의 쌍둥이 동생이자 마녀 프로젝트의 창시자 백 총괄을 찾아가 “보다 근본적인 걸 해결하려고요”라며 자신의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마녀2>의 부제는 구자윤의 목표와 관객들의 궁금증을 한 번에 해결할 키로 보였으나 효용성은 다소 떨어진다. <마녀>에서 난데없이 스토리 텔러가 되었던 닥터 백에 이어 <마녀2>에서는 백 총괄이 열심히 설명하지만 의문점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째 개운하지 못한 전개는 <마녀> 시리즈가 박훈정 감독의 계획대로 제작되지 못한 영향이 크다. 해외 로케이션 문제로 제작사와 갈등을 빚으면서 <마녀2> 시나리오가 대폭 수정됐고, <마녀1> ‘전복’에 이어 당초 2부로 설정됐던 ‘충돌’이 아닌 3부 ‘또 다른 존재’가 먼저 나오게 됐던 것.
“3부는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던 사람이 알고보니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인물이고, 또 다른 초자연적인 인물과 엮이게 되는 세계(를 그린다)”
– 박훈정 감독, 6월7일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서사 실종된 캐릭터 X 확장된 액션
예고편에도 공개되지 않는 미지의 인물까지 더해지면서 <마녀2>에는 보다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소녀를 중심으로 설정되는 그룹은 5개에 이른다. 137분, 꽤나 긴 러닝타임이지만, 이들의 모든 서사를 풀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1편이 한정된 공간이었다면, 2편은 펼쳐진 공간이다”
박훈정 감독, 5월24일 <마녀2> 제작보고회에서
비교적 협소한 공간에서 펼쳐지던 <마녀>와 달리 <마녀2>는 공간을 대폭 확장시켰다. 덕분에 액션 무대도 넓어졌다. 하늘과 땅을 오가는 액션은 X축과 Y축을 뛰어넘어 Z축까지 쭉쭉 뻗어나간다. 다소 평면적이었던 전작의 액션을 입체적으로 발전시켰다. 특히 축구 경기장 면적 다섯 배에 달하는 크기의 목장을 배경으로 한 후반부 액션 시퀀스는 <마녀2>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스스로 “액션에 욕심이 많은 편”이라고 한 박훈정 감독은 <마녀2> 액션신에 진심을 다했다. 제작비를 쏟아부은 것은 물론이고, 캐릭터별로 주특기를 달리했다. 김정민 무술감독은 “스타일리시한 부분을 강조하되, 무엇보다 캐릭터에 의해서 파생된 액션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이전에 없던 속도감으로 시원시원했던, 마녀스러운 액션 시퀀스만은 살아남은 셈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주인공인 소녀의 액션이다. 구자윤을 뛰어넘는 초능력자인 소녀의 액션은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지만, 지루할 만큼 정적이다. 말간 얼굴로, 거친 맨몸 액션을 보여줬던 김다미표 <마녀>에 열광했던 팬들에게 김다미를 더 그리워하게 만들 대목이다.
초능력이 있다고 해서 이 소녀를 슈퍼 히어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제대로 설명된 게 하나 없는 <마녀2>에 ‘어벤져스’를 갖다 불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교적 스케일이 크고, 액션이 화려하고, 주인공에게 초능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벤져스’라고 하기엔 보는 낯이 뜨겁다. 할리우드 <어벤져스>는 히어로물의 대표격이다. 극악무도한 빌런 중의 빌런들이 무고한 시민들과 지구를 위협하고, 초능력으로 무장한 슈퍼 히어로들이 빌런과 맞서 싸우며 지구를 구해낸다. 그런데 <마녀> 시리즈는? 각각의 캐릭터들과 근간이 되는 마녀 프로젝트에 대해서 선악을 판단할 단서가 거의 없다. 어떤 쪽이 나쁘고 어떤 쪽이 좋은지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명분 없는 액션신만이 난무하는 가운데, 백 총괄의 “반드시 제거돼야 돼”라는 말은 공허하게 귓등만을 때린다.
<마녀3> 가능성은?
“캐릭터 숫자만큼 이면 좋겠다. 정확하게 몇 편이라고 말씀드리긴 그렇다. 아직 나오지 않은 인물들이 많고 아직 풀지 못한 이야기도 많다”
– 박훈정 감독, 6월7일 <마녀2>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마녀2>에는 <마녀>에는 절대 없었던 한 가지가 존재한다. 바로 쿠키 영상. 대단한 여지를 남긴 채 마무리되는 <마녀2>는 쉽게 끝내기엔 아쉬운 ‘마녀 유니버스’를 그대로 보여준다. 박훈정 감독은 “소녀와 구자윤은 성장 중이다. 넘사벽 캐릭터는 나오지도 않았다. 더 센 캐릭터가 있다”라며 <마녀> 시리즈를 무한 확장시키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마녀> 시리즈 속편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캐릭터 숫자만큼 이면 좋겠다”라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박훈정 감독의 바람처럼, 마녀 유니버스는 이어질 수 있을까. 그 원동력은 이제 관객들에게 달렸다. <마녀2> 개봉은 6월15일이다.
씨네플레이 도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