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러브 앤 썬더> OST는 어떻게 ‘햄식이’ 토르의 친근한 동네형 이미지를 강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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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눈 아퍼. 옛날 미술 선생님은 분명 5색깔 이내로만 사용하랬는데.

2011년 팝씬에 열풍을 불러온 마룬5의 ‘moves like Jagger’는 그 인기가 너무 대단했는데, 특히 광고계에서는 그 곡 없이는 업계가 돌아가지 않는 수준이었다. 영화계에도 제작자나 감독들이 너무나 애정해서 세대를 거듭해 쓰이는 음악이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2014, 2017)와 <수어사이드 스쿼드> (2021)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은 올드 팝의 가사와 뮤지션의 생애에 통달하여 그것을 아예 이야기의 요소에 녹여버리기도 했다.

7월 6일에 개봉한 <토르 : 러브 앤 썬더> (2022)의 OST는 80년대 LA 메탈을 주로 사용한다. 메탈의 전반적 정서가 강하다기보다는 당시의 악동 이미지를 차용해 토르(크리스 햄스워스 분)가 보여주는 친근한 동네형 이미지를 견고히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우람한 상완삼두근의 그도, 한국에선 단지 예쁜 햄식이 일 뿐.

실은 이번 토르 시리즈는 이야기가 단선적이며, 레이어가 겹쳐 긴장이 올라가는 요소는 거의 없다. 토르의 전여친이었던 제인(나탈리 포트먼 분)이 마이티 토르로 분해서 활약하고, 신을 살해하는 고르 (크리스찬 베일 분)에 대항하기 위해 신중의 신인 제우스(러셀 크로우 분)를 찾아다니는 소동의 과정을 쫒아간다. 그래서 감독인 타이카 와이티티는 이번 편에서 이야기 자체에 힘을 주기 보다는 뮤직비디오나 광고 같은 요소를 메인으로 생각하며 플롯을 거기에 끼워맞추는 형식을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서브컬쳐적인 요소를 많이 가져오는데 더 재미있는 관람을 위해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오프닝에서 토르가 인디가르의 적을 물리치는 장면에서 장 클로드 반담처럼 다리를 찢어 대항하는데 , 이 장면은 실제로 반담이 모델로 나오는 볼보 트럭 광고 The epic split 장면을 패러디했다 (심지어 엔야의 음악까지 똑같다) 뿐만 아니라 뉴 아스가르드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발키리가 등장하는 장면은 미국에서 엽기광고로 유명한 old spicy 제품 광고를 연상시킨다. 납치된 아스가르드의 아이들이 각성하여 고르의 괴물들과 싸우는 클라이막스는 M83의 뮤직비디오인 ‘Midnight city’를 차용했다.

아내는 구 여친으로, 딸은 고르의 딸로, 아들은 어린 시절의 토르로 등장한다.

토르와 건즈 앤 로지즈

오프닝에서 엔딩까지 LA메탈 밴드로 유명한 (스스로는 하드록이라 주장하는) 건즈 앤 로지즈Guns N Roses가 메가 히트시켰던 음악들이 사용됐다. 그들의 데뷔앨범 타이틀 곡인 ‘Welcome to the jungle’로 시작하여 클라이막스에서는 그들 최고의 곡으로 칭송받는 ‘November rain’까지, 연출자가 선사하고 싶은 장치로써 등장한다. 그리고 전작인 <토르 : 라그나로크> (2017) 에서 레드제플린의 ‘Immigrant song’를 활용했던 것 처럼 이번 시리즈에서 시그니처가 된 곡 또한 있다. 건즈 앤 로지즈의 1집의 히트곡들은 당시 메탈 키드들이 좋아할 요소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매니악을 넘어 앨범 판매량 1500만장을 가능하게 한 곡은 결국 ‘Sweet chid O’ mine’ 이었다.

제우스와 대립하며 번개를 차지할 때나, 엔딩에서 토르가 다시한번 출격할 때 흐르는 이 노래야말로 여러 영화에서 활용된 명곡중의 명곡이라 할 수 있다. 맑은 하늘을 연상시키는 이 곡이 활용된 몇 편의 영화를 알아보자.

건즈 앤 로지즈의 보컬인 액슬 로즈. 극 중 헤임달의 아들의 이름이 그를 본 딴 엑슬이다.

빅대디 (1999)

아담 샌들러하면 생각나는 인상.. 뭐랄까, 넉살좋고 너스레가 듬뿍 넘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잔뜩 반영된 영화다. 소니 (아담 샌들러 분)는 자신의 책임감을 증명하기 위해 멀리떠난 룸메이트의 아이인 줄리언(콜 스프로즈)을 입양하기로 한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소니가 보여주는 책임감은 결국 아이와 자신 모두를 성장시킨다. 엔딩에서 쥐어짜는 느낌은 있지만, 흔히들 말하는 90년대 가족영화로서 손색이 없다. 아빠가 혼자 아이를 키울 때 상상하게 되는 온갖 코미디적인 요소가 정말 골때리게 등장하는데, 소니가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며 줄리언과의 관계를 진중하게 결심할 때 ‘Sweet child O’ mine’이 나오며 각자의 속도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강조한다. 엔딩 크레딧에서도 역시 <토르 : 러브 앤 썬더> 처럼 한 번 더 이 곡이 흐른다.

그의 “All right?”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캡틴 판타스틱 (2016)

벤(비고 모텐슨 분)은 광활한 자연에서 여섯아이들을 거칠게 키운다. 그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대신 고전을 읽히며 아나키스트와 리버테리안 계열로 키운다. 그러다 아내의 부고를 접하게된 가족들. 그녀의 장례식에 가야하지만 사위를 너무도 싫어하는 장인은 그를 경찰에 신고해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그녀의 뜻과 반하는 기독교식 장례식을 진행한다. 과연 벤은 불교신자였던 아내의 마지막 소원인 불교식 장례를 이뤄줄 수 있을까?

개성 출중한 여섯아이와 아빠의 여정을 로드 무비 형식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아주 이상적인 삶의 이론을 펼친다. 하지만 삶은 결코 책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더 큰 지혜를 얻게 된다. 그들은 힘겨운 여정 끝에 마음을 모은 그들은 씻김굿하듯 춤추며 어쿠스틱버전의 ‘Sweet child O’ mine’을 부른다.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으며 굳은 신념이 유연해지는 과정들이 어떻게 행복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봄 직하다.

오프닝만 보면 완전 <파리대왕> (1990) 이다.

더 레슬러 (2008)

80년대 프로레슬링 스타였던 랜디(미키 루크 분)는 자기 삶을 괴롭히는 모든 요소를 뒤로 한채 자신을 사지로 내모는 링으로 향하는 삶을 택한다.

이 영화는 80년대의 모든 문화요소를 끌어온다. 사회는 풍요를 보였고 프로레슬링이 부흥했으며 음악적인 면에서 자유와 사랑에 대한 갈구와 향수가 넘쳐난다. 늙은 레슬러인 랜디는 단지 레슬링이 계속하고 싶어서 지역의 단체에서 계속 운동을 이어나가지만, 스타의 ‘가오’만큼은 잊지 않는다. 그러나 딸과의 불화, 생계를 위해 일하는 노동판의 사람들은 그가 스타로서의 품격을 지키는 것을 호락호락 내버려두지 않는다. 결국 그는 은퇴를 번복하며 위험한 링으로 향하지만, 되려 해방감을 느낀다.

랜디의 삶은 배우인 미키 루크의 궤적과 닮아 있다. 80년대 대스타였으나 운동과 마약으로 망가지고 은퇴를 발표했다가 다시 돌아와 스스로의 삶에 맞춤복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레슬링을 좋아하고, 미키 루크의 과거를 알며, 연출인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80년대 음악광에게는 안성맞춤의 이야기다.

랜디는 엔딩의 링으로 향하며 그를 말리는 캐시디 (마리사 토메이 분)를 되려 밀어낸다. 그들이 작별을 나누고 있을 때 등장음악으론 ‘Sweet child O’ mine’이 흐르고 관객들은 환호성은 더 커진다.

들리지? 내가 있을 곳은 여기야. 링에선 다치지 않아, 내게 상처를 주는 건 바깥세상이야,

그녀도 더 이상 그를 말리지 못한다.

자신의 파멸을 알면서도 전진하는 영웅의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흐름은 변하고 있는가?

<더 레슬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80년대가 좋았어, 근데 개같은 커트 코베인이 다 망쳐 버렸지”

“인생 좀 즐기는게 뭐가 나빠?”

끝날것 같지 않던 80년대의 번영과 영광은 너바나의 등장으로 종국을 알렸다. 이른바 얼터너티브 alternative, 직역하자면 대안적인 록의 시대가 온 것이다. 그리고 3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얼터너티브의 시대다. 풍요와 화려함으로 대변되는 사회에서 버려진 사람들의 울분이 이런식으로 폭발한 것이다.

그러나 그 정신을 이어받는 대표곡인 ‘Smells like teen spirit’은 선사했던 파괴력에 비하자면 문화적인 면에서 이렇다할 선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너바나의 최고 명반으로 꼽히는 <In utero> 또한 대중들에겐 꺼리는 정서가 있다.

그들의 음악이 감동을 주는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저변은 격한 분노와 우울감, 그리고 슬픔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그것을 대중이 받아들이기엔 때가 이른 것이 아닐까?


프리랜서 막노동꾼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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