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커버넌트> A.I. 월터의 탄생 영상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이리언이란 이름을 달고 만들어지는 5번째 영화이자 이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이다. 지난 1979년에 1편이 개봉된 이래, 2편은 86년에, 3편은 93, 4편은 97, 외전이라 할 수 있는 <프로메테우스>5년 전인 2012년에 각각 개봉되며 긴 시간을 간격으로 리부트 없이 띄엄띄엄 만들어져 왔다. ‘에이리언이란 타이틀을 달고 개봉되는 건 무려 20년 만으로, 전사를 다뤘던 <프로메테우스>로부터 십여 년 뒤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서 관심을 모았다. 국내에선 북미보다 열흘이나 빠르게 개봉해 이미 첫 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로 인해 닐 블롬캠프가 시고니 위버와 마이클 빈과 함께 2편에서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시퀄을 준비하던 계획은 무기한 연장되다 결국 엎어졌고, 스콧은 프로메테우스커버넌트를 잇는 새로운 삼부작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올해로 한국나이 팔순을 넘겼고, 여전히 다양한 차기 프로젝트들이 밀려있는 리들리 스콧에게 과연 속편을 만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몰라도, 이미 속편의 각본이 완성됐다는 뉴스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아 전작들에 비해 빠르게 진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창조주로서 자신이 이 세계를 마무리짓겠다는 의지가 강력해 보인다.
 

‘프로메테우스’와 달리
분명 시리즈 내에 있음을 표방한 ‘커버넌트’

 
스페이스 자키들에 대한 부분과 인류 기원에 대한 미스터리를 건드렸던 <프로메테우스>와 달리 <에일리언: 커버넌트>는 보다 시리즈의 직접적인 화두와 주제들에 접근하고 있다. ‘제노모프라는 매혹적인 생명체에 대한 탄생의 배경과 창작적인 탐구가 영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프로메테우스>에서 던졌던 물음들이 성급하게 마무리되거나 해결되지 못한 채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어 호불호를 남기는데, 뒤에 나올 속편에서 이것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지 혹은 다뤄질 것인지, 에이리언 1편과 어떤 방식의 조우를 이뤄낼 것인지 여러모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런 내용적인 논란을 잠식시키는 건 리들리 스콧의 탁월한 비주얼적인 야심이다. 죽음으로 갈 것을 뻔하게 인지하면서도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제노모프라는 존재에 대한 집착과 호기심 그리고 탐욕이 빚어내는 탐미적인 학살의 지옥도는 처절하면서도 아름답고, 숭고하다. 여전히 시류에 앞서가는 그의 연출력과 스타일리시한 비주얼, 그리고 휴머니즘에 대한 철학을 숨기지 않는 이 노익장의 열정과 노력은 영화기술의 장인으로서 최고의 솜씨를 뽐내고 있다. 비록 감독을 맡진 않았지만 에이리언과 함께 자신의 양대 SF걸작으로 칭송받는 <블레이드 러너>의 시퀄까지 공개되는 올 2017년은 리들리 스콧에 대한 경이와 찬탄이 이어질 한 해가 될듯 싶다.
 

에이리언 음악의 근원
제리 골드스미스

에이리언시리즈의 음악은 1편을 제외하곤 모두 막 할리우드에서 꽃피우려는 신진 영화음악가들의 깜짝 발탁인 경우가 많았다. 기존 작곡가들이 가진 한계와 익숙한 기시감에서 오는 전형성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SF와 호러라는 장르적 특성상 참신한 접근법과 신예들의 색다른 도전 정신, 실험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통해 에이리언이 가진 생경함과 공포, 매력을 음악으로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각 편마다 영화음악가들의 특색과 성향을 다양하게 드러내며 통일되지 않은 원색의 매력과 스타일을 맘껏 펼쳐보였다. 그 기준점을 제시한 건 바로 1편의 음악을 맡은 마에스트로 제리 골드스미스였다.

제리 골드스미스

제리 골드스미스는 <혹성탈출><세컨드>, <카프리콘 프로젝트><지옥의 사막>, <스타트렉> 60~70년대의 전설적이고 독특한 SF영화들의 음악을 담당하고, <메피스토 왈츠>, <오멘>, <매직> 등 탁월한 호러에도 능했던 대가로서, 서늘하고도 광활한 우주의 괴생명체에 대한 경이와 공포를 숨이 멎을 정도로 고요하면서도 무시무시하게 점층적으로 표현해냈다. 비록 감독이었던 리들리 스콧과 싸워가며 자신의 많은 큐들이 삭제되거나 편집되는 등 수모를 겪긴 했지만(그래서 당시 감독에 대한 증오(!)가 상당했다고), 이후 시리즈에 그의 큐들이 다시 활용되며 그의 에이리언 스코어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도 했다.

저마다 영화음악가들의 색채를 보여줬던
‘에이리언’ 시리즈

2편에선 당시 주목받던 신인이었던 제임스 호너가 음악을 맡아 밀리터리 액션극으로 다소 방향성이 바뀐 음악 스코어를 완성했는데, 리들리 스콧보다 더한 완벽주의자 제임스 카메론을 만나 역시 악전고투 끝에 스코어를 완성시킨 악몽 같은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역시 감독에 대한 증오(!)가 음악으로 승화돼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사운드의 극한을 들려준다. 아비규환이란 단어에 딱 어울릴 법한 그의 혼돈의 사운드는 제임스 호너의 첫 아카데미 음악상 지명이란 보상으로 돌아왔으며, 에이리언 시리즈 전체에서도 유일한 오스카 음악상 후보이기도 했다.


3편의 음악을 담당한 건 현대음악가이자 영화음악가로 활동하는 엘리웃 골든탈이었다. 감독이었던 데이빗 핀처가 편집권을 박탈당하고 표류하며 후반에만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는데, 이 작품이 첫 블록버스터 영화음악이었던 골든탈 역시 작곡에만 1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하며 자신의 가장 만족스러운 작업물 중 하나로 뽑기도 했다. 녹음 당시 LA 폭동이 일어나 그 영향이 고스란히 음악에 묻어있으며, 불협화음의 신경질적인 부분들과 황량함, 종교적인 뉘앙스와 아방가르드한 장엄함이 교차하며 기존 시리즈와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성공한다.

40년간 한 번도 같은 작곡가가
등용되지 않았던 시리즈

4편의 음악을 맡은 존 프리젤 역시 깜짝 발탁으로, 마이크 저지가 감독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비비스 앤 버트헤드>로 갓 주목받은 신인이었던 그를 선택하는 파격을 단행한다. 클론의 부활과 여성 A.I의 등장 그리고 지구로 향한다는 결말 등이 어우러지며 할리우드와 장 피에르 주네의 독특한 이종교배라는 평가만큼이나 존 프리젤의 스코어 역시 신시사이저로 무장된 각종 이펙트와 전통적인 오케스트럴 사운드 그리고 인간 목소리를 결합시켜 복합적이고도 다양한 소리의 스펙트럼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제리 골드스미스 스타일에 입각한 전통적인 스코어로 자신의 색채를 보여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리들리 스콧이 33년 만에 복귀한 <프로메테우스>에선 2006<어느 멋진 순간>부터 호흡을 맞춰 온 마크 스트라이텐필드가 다섯 번째 협업을 이루고 있으며(안타깝게도 이 작품 이후 둘의 파트너쉽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생 토니 스콧과 짝패를 이뤄왔던 해리 글렉슨 윌리엄스가 추가 음악을, 그리고 제리 골드스미스의 원 테마도 살짝 삽입하며 에이리언과의 연결성을 암시하고 있다. 번외물로 기획된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1편은 독일 출신의 작곡가 해롤드 클로저가, 2편의 경우 역시 당시 신인이었던 브라이언 타일러가 담당해 두 대표적인 우주 생명체의 대결에 어울리는 사운드를 직조해냈다.

Prometheus: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1: A Planet)


 

제드 커젤의 새로운 에이리언 음악

이번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선 이 시리즈의 전통(?)에 따라 새롭게 호주 얼터너티브 록 밴드 출신의 제드 커젤이 음악을 맡고 있다. 그는 형인 저스틴 커젤의 영화 <멕베드><어쎄신 크리드>의 음악을 맡으며 본격적인 영화음악가로 발을 뗐는데(무려 주연인 마이클 패스벤더와는 4번째 협업작이기도 하다!), 그 작품들의 미니멀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들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록을 하면서도 클래식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이번 새로운 에이리언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프로메테우스><마션>을 함께했고, 원래 음악으로 내정돼 있던 해리 글렉슨 윌리엄스의 석연치 않은 교체는 2% 아쉬움을 남긴다.

현재 유행하는 미니멀한 오스티나토 스타일을 차용하는 동시에 사운드디자인에 가까운 음향들과 무조성의 단순한 테마, 타악과 베이스의 점층적인 고조 등을 통해 공포감을 배가시키고 서스펜스를 강화시키는 한편, 제리 골드스미스의 테마를 사용하며 시리즈에 편입하려는 시도는 간단하지만 전통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시리즈 내내 등장했던 제노모프의 탄생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시리즈와 직접적인 연계라는 점에서) 꼭 필요한 선택이자 최고의 묘수였다. 특히 영화의 초반부 커버넌트호를 소개할 때나 구조 신호를 받고 혹성으로 향할 때 흘러나오는 제리 골드스미스의 테마는 우아하고 고전적이기까지 하다.

<프로메테우스>에서도 에이리언과의 연관성을 위해 제리의 테마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매우 잠깐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과거 시리즈의 환기인 동시에, 역사의 반복이자 새로운 시작이기에 그 비중은 더욱 늘어났고 온건한 모습을 갖춘 채 영화 내내 부유하고 떠돈다. 커젤은 여기에 자신의 역동적인 타악 라인과 으스스한 앰비언트를 섞어내며 마에스트로 제리의 음악에 함몰되거나 정체하지 않고 변화와 융합을 시도한다. 기존 제리의 음악 못지않게 펼치는 그의 스코어는 제모노프 탄생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과 과정에 대해 알려주면서 소름끼치고 상상하고 싶지 않은 엔딩을 향해 달려간다. 휘몰아치는 액션과 전투 신에서 빛을 발하는 건 물론, 전작들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그들에 대한 경외감과 숭고함, 두려움과 용기의 스코어링을 펼쳐 보인다.

Jed Kurzel - Planet 4 / Main Theme (Alien Covenant: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커젤이라는 신성이 바치는 에이리언 헌사

 
거장의 불친절한 대답이자 동어반복이 될지도 모르는 시리즈의 징검다리에 제드 커젤의 음악은 새로운 빛과 희망이 되어준다. 그의 음악은 놀랍고도 새로운 발견이고, 시리즈에 대해 커젤이 보이는 깍듯한 예우이고, 제리 골드스미스에게 바치는 자신만만한 비전이자 헌사이기도 하다. 준비 중인 커버넌트의 후속편에서도 이전 시리즈와 달리 그의 이름을 계속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운드트랙스 / 영화음악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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