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외로운 사람들
★★★☆
2차대전과 홀로코스트에 대한 많은 영화가 있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독특하다. 이 영화는 전쟁과 학살의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겪는 외로움과 트라우마에 대한 영화다.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된 의사 알도와 소녀 클라라. 진료를 위해 만난 두 사람은 아빠와 딸 같은 관계가 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 표면적으로는 잔잔한 톤처럼 보이지만, 감독은 그 안에서 움직이는 감정의 흐름을 역동적으로 포착한다. 두 배우의 정중동 스타일 연기도 영화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절망 끝에서 시작되는 희망
★★★☆
40대 의사와 열여섯 살 소녀의 만남. 두 사람은 가족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들’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겪는 격정적인 감정 변화를 멜로의 구조로 풀어가면서 홀로코스트와 2차 세계대전 직후 공산국가 헝가리의 시대상을 녹여낸다. 이들의 사랑이 어떤 형태로 귀결될지에 대한 긴장감, 상실의 고통과 억압의 공포를 견디고 삶의 의지를 찾아가는 인간애를 절묘하게 연출했다. 감정선을 쥐락펴락하는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헝가리 배우 카롤리 하이덕과 아비겔 소크의 이름을 찾아보게 될 정도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연대와 우정과 사랑, 그 너머의 어떤 것
★★★☆
홀로코스트 이후, 상실감과 부채감을 안고 살아가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참혹했던 역사의 현장을 직접적으로 담아내는 대신, 가족을 잃은 아픔을 공유한 두 남녀의 황량한 마음과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불면의 날들과 기습적으로 차오르는 눈물을 통해 아픈 시간을 환기한다. 나이 차이가 있는 남녀의 관계는 억압된 사회 분위기 안에서 오해를 부르기도 하는데, 영화는 이를 어느 정도 전략적으로 사용한 인상도 든다. 부녀도 연인도 아닌 관계 안에서 미묘하게 흔들리는 눈빛의 정체를 애매모호하게 남겨둠으로써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한편, 보는 이들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쇼트리스트 10편 중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