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는 이번에 정말 '갓동님'이 될 수 있을까.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마침내 공개됐다. 2017년, 가족 문제로 하차한 잭 스나이더 대신 조스 웨던이 완성한 <저스티스 리그>(이하 극장판)는 개봉 이후에도 '잭 스나이더 버전이 있다'는 항간의 소문이 있었다. 기다 아니다 말만 많던 그 버전은 2020년 5월 20일, 공식적으로 존재를 인정받았다. 더불어 2021년 HBO 맥스로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여 팬들을 환호하게 했다.
그로부터 거의 1년이 지나, 3월 18일 VOD와 각종 플랫폼을 통해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공개됐다. 기자로 말할 것 같으면 DCEU 중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최고로 칠 만큼 잭 스나이더가 만드는 '비주얼'과 '분위기'를 인정하는 팬 중 하나. 다소 괴상한(?) 취향의 기자가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이하 잭스나컷)를 공개되자마자 본 후기를 옮겨본다.

-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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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벤 애플렉, 헨리 카빌, 갤 가돗, 제이슨 모모아, 에즈라 밀러, 레이 피셔
개봉 미개봉
120 → 242, 주인공은 사이보그?
잭스나컷은 242분, 4시간 2분짜리 영화다. 극장판이 120분이었던 걸 생각하면 두 배나 길다. 정말 신기한 건 극장판에서 삭제한 장면이 있는데도 242분인 것. 잭 스나이더식 슬로모션 연출과 특유의 장대한 스토리라인이 만난 결과이다.
그럼 잭스나컷은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바뀌었을까. 이번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사이보그(레이 피셔)와 플래시(에즈라 밀러)다.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이야 제작 당시에 솔로 무비가 기획되고 있어서였는지 확 달라진 부분이 없으나, 사이보그는 이번 잭스나컷에서 '사이보그 비긴즈'라고 봐도 무방한 서사를 가졌다. 기존 극장판에선 (다소 극단적으로 말하면) 방구석 여포였던 것과 달리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한 계기나 아버지와의 관계 등 그의 과거가 무척 상세하게 묘사된다.
플래시는 사이보그만큼 서사적 변화가 크지 않지만 그의 능력이 빛나는 순간이 무척 많아졌다. 많은 관객들이 이번 잭스나컷의 명장면으로 플래시의 장면을 선택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잭 스나이더의 주특기 '초인 묘사'가 플래시를 그리면서 날 선 감각을 보여준다. 또 극장판에서 사용한 재촬영 분량을 빼면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조금 줄었다. 물론 여섯 슈퍼히어로 중에선 여전히 가장 유쾌한 캐릭터지만.
악역도 빛난다
반면 이번 버전에서 리거들처럼 득을 본 캐릭터는 스테픈울프(시아란 힌즈)다. 스테픈울프는 원작에서 다크사이드의 부하로 활약하는데, 극장판에선 다크사이드나 그에 준하는 배후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원작과 완전히 다른 재해석이 이뤄진 것도 아니었고, '저스티스 리그'라는 팀에 대적할 만한 포스도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이번 잭스나컷에선 스테픈울프가 왜 그렇게 마더박스에 목숨 거는지 그 이유는 물론이고, 스테픈울프의 행적이 좀 더 악랄해져 영화를 튼실하게 채운다. 외형 디자인이 변경된 것 외에도 말투, 목소리, 심지어는 숨소리조차 변경돼 전투광이자 야생의 짐승 같은 특징이 돋보인다. 그렇지만 정말 아쉬운 점은 이 짐승 같은 모습에 비해 눈이 너무 선하다는 것.
더불어 극장판에서 그저 조롱거리였던 마더박스도 탈바꿈했는데, 몇몇 장면을 추가하고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생체기계'라는 마더박스의 특징을 제대로 묘사했다. 전반적으로 기존 극장판에 비해 위험성이 더해졌고, 특히 극후반부에 아주 무시무시한 명장면을 만들기도 한다.
잭 스나이더의 이미지, 정키XL의 음악
스토리를 제외하고도 잭스나컷의 변경점은 무궁무진하다. 조스 웨던이 진행한 재촬영 분량을 뺐는데도 4시간이 육박하니 얼마나 많은 분량이 극장판에서 제거됐는지 말해 무엇하랴. 그중 많은 부분이 서사를 보충하지만 기존 액션 시퀀스를 더욱 단단하게 보충하는 장면도 꽤 있다.
현지에서 R등급이지만 우리나라에선 12세 등급을 받은 잭스나컷. 예고한 대로 유혈이 표현됐다. 그러나 '유혈 낭자' 수준이 아니고 클로즈업 등을 통한 강조가 없어서 국내에선 12세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홍보에 비하면 폭력의 수위는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고, 다만 잭 스나이더 특유의 초인 액션은 이번 작품에서도 만끽할 수 있다. 극장판에 있던 장면들도 편집을 달리해 훨씬 매끄럽고 시원시원한 시각적 쾌감을 준다.
잭스나컷은 일반적인 와이드 화면비가 아닌 4:3 비율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호불호가 있는 편인데, 가정용 디스플레이도 16:9 와이드가 보편적이기 때문. 4:3 영상이면 좌우 블랙바가 들어가니 꽉 찬 화면을 못 보니까 아쉽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번 4:3 비율은 잭 스나이더의 영상미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스나이더가 만드는 신화적 이미지, 비행이나 상승, 권력관계를 암시하는 인물 간의 높이 차이 등을 더욱 견고하게 한다. 또 벤 애플렉이나 제이슨 모모아, 헨리 카빌 등 한 덩치하는 슈퍼히어로들의 전신샷 또한 4:3 비율을 꽉 채워 그들의 비범함을 부각시킨다.
잭스나컷의 숨은 공신은 음악을 담당한 정키XL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더 레드 케입스 아 커밍'(The Red Capes are coming), '이즈 쉬 위드 유?'(Is She With You?) 등 명스코어를 뽑은 정키XL은 이번 잭스나컷에서 '저스티스 리그'에 걸맞은 테마곡을 선사한다. 위대한 영웅들의 연합을 가슴 벅찬 멜로디로 풀어낸 정키XL의 음악, 그것만으로도 이번 영화의 값어치는 확실하다.
잭스나컷이 극장판에 비해 훌륭하지만 냉정히 말해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집에서 볼 수 있고, 챕터 구분도 했으니 긴 상영 시간은 큰 단점이 아니다. 그러나 기존 촬영분에서도 별로다 싶은 부분까지 모조리 포함한 점은 (이 버전이 팬 서비스 차원이니 어쩔 수 없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몇몇 장면은 '이렇게 선을 넘네' 싶은 잭 스나이더식 원작 파괴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이번 작품은 잭 스나이더 감독의 장단점이 정말 명확하게 드러난다. '뽕차는 맛'에 본다는 감독답게 장면 하나하나는 기막히게 좋지만, 4시간 동안 슬로모션 연출을 과하게 쓰는 감이 없잖아 있다.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그 연출의 적중률이 다소 낮은 편이고. 아마존 장면은 과하게 비장한 분위기와 배우들의 미묘한 연기로 다소 오글거리기도 하며, 아무래도 제약 없이 다 때려 넣은 팬 서비스 작품이니 전체적인 강약 조절이 조금 아쉽다. 다른 캐릭터의 비중이 늘긴 했지만 결국 슈퍼맨이 대활약하는 후반부도 어쩔 수 없는 단점.
◎ 미숙한 영웅 플래시&사이보그의 성장기
◎ 저스티스 리그 vs. 다크사이드 대립의 서막
◎ 다시 봐도 DC의 캐스팅은 완벽하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