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밤
감독 박훈정
출연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총을 든 여자
★★★
제주도에서 펼쳐지는 범죄 액션 스릴러. 박훈정 감독 특유의 폭력 스타일은 여전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여빈의 캐릭터. 전작 <마녀>(2018) 때 여성을 액션의 전면에 내세우며 변신을 추구했던 감독은, <낙원의 밤>에서도 남성들이 득실거리는 세계를 가차 없이 응징하는 여성 액션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액션 신에서는 치열하지만, 왠지 허무한 감성을 지닌 영화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아름답고 처연한데 밋밋하다
★★★
피할 수 없는 운명, 감당할 수 없는 상실, 극복할 수 없는 불행으로 삶의 끝에 선 두 남녀의 지옥도를 그렸다. 참혹한 복수의 서사를 제주도라는 낭만적 풍광에 펼쳐내 비장미를 극대화했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와 장르의 익숙함을 잊게 만드는 포인트는 단연 배우들의 열연이다. 선한 눈빛으로 속삭이는 태구(엄태구)는 서사의 빈틈에도 설득력을 불어 넣고 독립적이고 자기 결정권이 뚜렷한 재연(전여빈)은 누아르 속에서 온전히 빛나는 여성 캐릭터로 인상 깊은 활약을 선보인다. 악인이면서도 원칙이 있고 미운데도 멋있어 보이는 마상길(차승원)의 활약도 기대해도 좋을 만큼 매력적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서정적인 누아르
★★
서늘한데 낭만적이고, 잔인한데 서정적이다. 석양 지는 순간의 채도까지 신경 쓴 게 역력히 드러나는 비주얼이 제주도라는 이국적인 공간에 더해져 저장해두고 싶은 장면을 여럿 선사한다. 여러모로 이야기 자체보다 정서에 더 힘을 준 느낌이다. 이것이 피와 살점이 터지는 감독 특유의 하드고어적인 연출력과 맞부딪치면서 새롭지는 않지만 낯선 결을 선사한다. <마녀>에서 보여줬던 감독의 캐스팅 눈썰미는 전여빈을 통해 다시금 입증된다. <브이아이피>에서 여성을 도구화했다 비판받았던 박훈정 감독이 <마녀>에 이어 다시 한번 주체이고 강력한 캐릭터를 주조한 게 특이점.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호흡하는 인상을 안긴다. 그리고 엄태구다. 늘 느끼지만, 이 배우에게 목소리는 인장이고 무기고 매력이고 개성이다. 영화가 배우들의 매력을 잘 업었다.

낙원의 밤

감독 박훈정

출연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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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더
감독 플로리안 젤러
출연 올리비아 콜맨, 안소니 홉킨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늙는다는 서글픔, 남의 일이 아닌 공포
★★★☆
런던의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 그가 걱정되는 딸 앤(올리비아 콜맨)은 아파트를 자주 찾고, 간병인을 아버지 곁에 두려 하지만 안소니는 격렬하게 거부한다. 시시각각 변하고 사라지고 엉망으로 재편되는 안소니의 기억은 모두가 날 속이고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불안으로 이어진다. 치매 환자의 공포는 안소니의 시점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스릴러로, 가족의 고통은 앤의 시점에서 상처와 연민을 오가는 드라마로 구현됐다. 영화는 기억이 사라지고 결국 내가 사라지는 질환의 서글픔을 스릴러와 드라마를 동원해 깊이 있게 다뤘다. 주름과 검버섯마저 연기하고 있는 듯한 안소니 홉킨스의 매 순간이 놀랍다.

더 파더

감독 플로리안 젤러

출연 올리비아 콜맨, 안소니 홉킨스

개봉 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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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디
감독 일리야 나이슐러
출연 밥 오덴커크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이 난리가 고양이 팔찌 때문이라니
★★★
비범한 과거를 숨기고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던 전직 특수 요원이 강도들이 가져간 딸의 고양이 팔찌 때문에 처절한 복수극에 휘말린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무섭게 폭주하는 밥 오덴커크의 액션 연기가 인상적이고 <빽 투 더 퓨처> 시리즈의 브라운 박사 크리스토퍼 로이드의 활약이 반갑다. 분노의 방아쇠를 당긴 이유에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지만, <존 윅>의 현실감 있는 액션과 <베이비 드라이버>의 리듬감 있는 편집이 더해져 ‘액션’ 영화로서의 재미는 충분하다.

노바디

감독 일리야 나이슐러

출연 밥 오덴커크

개봉 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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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트맨
감독 
김나경
출연 우지현, 심달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먼지 속의 풍경
★★★
먼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더스트 아트 소재로  작품. 홈리스로 살아가는 태산(우지현) 과거의 트라우마로 세상과 단절하며 살아가지만, 우연히 모아(심달기) 만나면서 조금씩 닫힌 마음이 열리게 된다. 인상적인 풍경을 지닌 영화. 우지현, 심달기, 강길우  인디펜던트 신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만나 신선한 조합을 이룬다. 김나경 감독의  장편. 주목할 만한 신인이다.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세상에 빛나지 않는 것은 없다
★★★

힘없이 부유하다 잠시 머물 곳을 찾지만, 이내 다시 흐트러지는 먼지는 상처와 불안 속에 방황하는 이들을 닮았다. 스스로 거리의 삶을 택한 태산(우지현)은 벽화를 그리던 모아(심달기)를 만나며 예술적 교감을 통해 위로를 얻는다. 수북하게 쌓인 먼지가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거듭나는 것처럼 세상 무엇도 하찮은 것은 없다는 희망과 긍정의 이야기다.

더스트맨

감독 김나경

출연 우지현

개봉 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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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
감독 
박선주
출연 한우연, 전석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위로와 공감의 여운
★★★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애써  기억을 지우며 살았지만,  세월이 지난  범인이 검거되면서 경찰에 의해 고통스러운 과거가 환기된다. 여기서 <비밀의 정원> 주인공 정원(한우연) 내면적 갈등뿐만 아니라, 그의 남편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폭력의 피해자들을 어떻게 보듬고 위로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 한우연과 남편으로 나오는 전석호의 연기가 좋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곳에서 가족애가 피어오른다
★★★☆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 부부에게 뜻하지 않은 소식이 전해진다. 아픈 과거와 다시 마주한 아내,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된 남편, 그리고 주변 가족들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감독의 시선이자 연출력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감독은 사건의 피해자였던 아내 캐릭터에 신중하게 접근해 연민의 대상이 아닌 온전한 인물로 이해하게 만든다. 남편 캐릭터 또한 얼마든지 감정적 동요를 표출하는 인물로 만들 수 있음에도 반대의 관점을 선택해 설득력을 얻는다. 부부를 연기한 한우연, 전석호의 연기도 반드시 언급해야만 한다. 흔들림 없고 침착한 연기로 조용히 마음을 사로잡는다.

비밀의 정원

감독 박선주

출연 한우연, 전석호

개봉 20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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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녀유혼: 인간정
감독 
임진쇠
출연 이개형, 진성욱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CG 만든 <천녀유혼>
★★
1980년대 왕조현과 장국영의 <천녀유혼> 잊지 못하는 관객이라면, <천녀유혼: 인간정>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영화다. 섭소천과 영채신 그리고 요괴를 물리치는 연적하까지 원작의 인물 구도와 스토리라인은 동일하다. 하지만 원작 특유의 애절한 감정과 흡인력 있는 구성과 배우의 매력은 약화되었고,  공백을 채우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액션 스펙터클이다. 리메이크의 한계를 드러내는 작품.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신구 세대를 모두 홀리려는 묘책
★★
1980~1990년대 홍콩 영화를 대표하는 판타지 로맨스 <천녀유혼>(1987)의 리메이크작.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 지금까지 수많은 리메이크가 쏟아진 이유는 인간과 요괴의 로맨스라는 기묘한 주제를 살리고, 요괴와 퇴마사의 대결이라는 흥미로운 볼거리를 업그레이드해 관객의 구미를 당기겠다는 심산일 터다. 이번 리메이크는 젊은 관객과 원작 팬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중국 드라마의 라이징 스타 진성욱, 이개형을 주연배우로 내세우고 판타지 액션 장면에 공을 들여 새로움을 주고자 했다. 반면에 원작을 따르는 줄거리와 다시 부른 주제가는 원작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그런데도 원작의 캐스팅과 연출이 워낙 강력해 절반의 성공에 머무르고 만다

천녀유혼: 인간정

감독 임진쇠

출연 이개형, 진성욱

개봉 20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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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감독 
이창무
출연 김대건, 이상인, 고관재, 김정팔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익숙한 소재의 범죄 영화
★★
사이비 종교, 살인사건, 범죄 조직, 타락한 경찰  범죄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들을 결합했다. 이야기 자체가 새롭진 않지만, 소재의 결합에서 오는 독특함이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에서 순조롭게 전진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측면이 있다. 시각적, 언어적 폭력의 묘사는 거칠고 투박하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구원 투수의 부재

밀양을 배경으로 한 종교 범죄 스릴러. 의문의 시체가 발견되고 사건을 추적하던 타지인 형사는 사고를 당해 기도원에서 눈을 뜬다. 영화는 지방 소도시를 무대로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하고 사이비 종교를 둘러싼 인간의 구원과 믿음을 다루는데 이렇다 할 장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방식이나 감정 처리가 미흡하다 보니 이입할 만한 캐릭터가 부재하고, 사이비 종교의 폐단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파헤친다는 의도가 무색하게 자극적인 연출이 난무한다. 결말도 과연 누구와 무엇을 위한 구원인가에 대해 석연치 않은 물음을 남긴다.

구원

감독 이창무

출연 김대건, 이상인, 고관재, 김정팔

개봉 20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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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친절
감독 
론 쉐르픽
출연 조 카잔, 타하르 라힘, 빌 나이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타인을 외면하지 않을 용기
★★★
제목처럼 타인의 친절보다 타인을 향한 냉대와 혐오가 판을 치는 세상에 론 쉐르픽 감독이 일침을 날린다. 극 중 대사를 빌어서 무슨 권리로 그렇게 불친절하냐고 묻는다. 화려한 뉴욕을 무대로 전문직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는 기존의 옴니버스 로맨틱 무비가 아니다. 감독은 어두운 뉴욕에서 누구보다 괴롭고 외롭게 살아가지만,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 온기 넘치는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어린 두 아들과 집을 나와 거리를 전전하는 여성, 타인을 위해 봉사하지만 정작 자신을 위하지 못하는 간호사, 러시아 식당 주인과 매니저 등 캐릭터 빌드업이 인상적이다.

타인의 친절

감독 론 쉐르픽

출연 조 카잔,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제이 바루첼, 타하르 라힘, 케일럽 랜드리 존스, 빌 나이

개봉 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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