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통해 자신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다는 것,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올해 오스카 시상식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의 화제성에 힘입어 그녀의 청춘 시절이 소환되고 있다. 윤여정과 함께 과거 한국 영화, 드라마를 책임졌던 배우들의 그때 그 시절은 어땠을까? 70대, 80대에 접어든 나이에서도 여전히 촬영장에서 열정을 뽐내고 있는 노년 배우들, 그들의 청년 시절 사진을 모아봤다. 그들의 지금을 만든 과거의 모습을 살펴보자. 


윤여정 1966년 데뷔, 55년 차 배우
스무 살이 되던 해 TBC의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윤여정은 연기 인생 55년 만에 지구 건너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됐다. 1971년 공개된 영화 <화녀>와 드라마 <장희빈>은 윤여정의 연기 인생의 시작에 놓여있는 작품이다. 당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 윤여정은 예사롭지 않은 신예 배우로 대중과 평단에 제 존재감을 알렸다. 


이순재 1956년 데뷔, 64년 차 배우
충무로의 살아있는 전설. 한국 영화, 드라마의 살아있는 역사로 일컬어도 좋을 배우, 바로 이순재다. 1956년 연극 무대 위에 서며 배우로서 첫발을 디딘 이순재는 영화와 드라마를 거쳐 시트콤, 예능까지 섭렵하며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쉬지 않고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을 이은 차기작은 영화 <안녕하세요>(가제). 호스피스 병동을 배경으로 한 휴먼 드라마로 지난달 크랭크 인했다. 


나문희 1969년 데뷔, 52년 차 배우
1969년 드라마 <이상한 아이>를 통해 배우의 길에 접어선 나문희는 1996년 <바람은 불어도>를 통해 KBS 연기대상을 수상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17년 주연을 맡은 <아이 캔 스피크>로 청룡영화상을 비롯한 다양한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다시 한번 신화를 쓴 충무로의 대세 배우. 2020년에만 무려 네 편의 영화로 관객을 찾은 그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박근형 1963년 데뷔, 58년 차 배우
박근형은 첫 영화 <지하실의 칠인>이 개봉한 1968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수많은 작품으로 관객 곁을 찾아왔다.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청춘의 덫> 등 그 시대를 대표하는 드라마에서 모두 박근형의 색다른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최근까지도 꾸준히 스크린에 출석 도장을 찍고 있는 다작왕. <증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이은 스크린 신작은 <아들의 이름으로>다.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그는 당시의 책임자, 박기준을 연기한다. 


안성기 1957년 데뷔, 64년 차 배우
박근형과 함께 신작 <아들의 이름으로>로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바로 안성기다. 2020년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소식으로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터라 더 반가운 복귀. 1957년, 6살의 나이로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한 그는 촬영장에서 10대 시절의 절반을 보냈다. 이후 흔들림 없이 성인 배우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고,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수십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국민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김혜자 1961년 데뷔, 60년 차 배우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눈이 부시게>를 통해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혜자. 그의 수상 소감은 모두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기 충분했다. 목소리만으로도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닌 김혜자는 올해로 데뷔 60주년을 맞았다. 그의 시작은 1960년대 연극 무대 위.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탄탄한 내공을 다진 김혜자는 1970년대 MBC 인기 드라마에 다수 출연하며 톱배우의 반열에 올랐고, 그간 방송사 연기대상 4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수상 4회라는 기록을 세웠다. 


고두심 1972년 데뷔, 49년 차 배우
MBC 공채 5기 전체 1등으로 입사한 고두심은 수많은 드라마에서 누군가의 엄마로 등장하며 '국민 엄마'라는 호칭을 얻었다. 방송 3사의 연기대상 트로피와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 트로피까지 수집한 국내 유일의 배우. 고두심의 연기엔 보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힘이 있고, 그 힘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디어 마이 프렌즈> <나의 아저씨> <동백꽃 필 무렵>까지, 그해 화제가 된 드라마엔 모두 고두심이 있었다. <엑시트> <시동> 등 최근엔 스크린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진희 1969년 데뷔, 52년 차 배우
지금은 드라마 속 회장님 전문 배우로 유명하지만, 1970년대 브라운관의 미남 스타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았던 배우. 바로 한진희다. 그의 최근작은 작년 여름 방영된 드라마 <청춘기록>. 손자 사혜준(박보검)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지원군 할아버지 사민기를 연기했다. 사민기는 시니어 모델이라는 노년의 꿈을 이루는 데 성공한다. 헤어와 의상까지, 연기 인생 52년 만에 캐릭터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 한진희의 도전이 돋보였던 캐릭터다. 그가 앞으로 보여줄 더 다양한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


문숙 1974년 데뷔, 47년 차 배우
문숙은 데뷔부터 주연으로 등장한 혜성 같은 신인 배우였다. 1975년 <태양 닮은 소녀>로 눈도장을 찍고, <삼포 가는 길>로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문숙은 3년간 다섯 편의 영화, 한 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뒤 미국으로 이민을 택했다. 이후 2015년 <뷰티 인사이드> 속 우진의 엄마로 출연해 신비로운 매력을 뽐낸 그는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작품에 얼굴을 비춰오며 다양한 캐릭터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