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가 유명하냐, 비욘세가 유명하냐. 아주 미묘하지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도 어려운 대결이 바로 '인지도'다. 어떤 분야에서 전설적인 사람이라도 문외한에겐 낯설 수 있고, 반면 실력은 그럭저럭하여도 쇼맨십이나 평소 행실로 유명한 경우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현재 가장 유명한 배우는 누구일까. 인터넷 투표 사이트 '랭커닷컴'(Ranker.com)에 올라온 해당 설문조사를 10위까지 만나보자(6월 17일 기준).
1위 톰 행크스
어쩌면 너무 뻔한 인물. '미국의 얼굴'이란 별명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작품 선정부터 연기, 평소 인성까지 모범적인 할리우드 배우 표본. 역대 최고 흥행작은 <토이 스토리 4>이며 실사 영화는 <다빈치 코드>가 1등. 최근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많은 이들의 걱정을 샀었다. 현재는 완치 후 열심히 신작 촬영 중이다.
2위 조니 뎁
캐릭터 연기의 대가. 조니 뎁이란 이름만큼 잭 스패로우, 윌리 웡카, 가위손, 매드 해터 등 특정 캐릭터 그 자체로도 자주 회자된다. 히트작은 5편으로 33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다만 '지금 가장 유명한'에서 2위에 오른 건 최근 앰버 허드와의 법적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밑바닥을 보여줬기 때문일지도.
3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꽃미남에서 명배우까지. 3위는 (외모는 아니지만) 배우로서는 그야말로 정석적인 '정변'을 보여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대급 흥행작 <타이타닉> 보유자, 수많은 역경을 뚫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1회 수상자. 환경 관련 단체를 조직해 환경보호를 열심히 설파 중인 운동가로도 유명하다. 물론 한결같은 취향의 여자친구도 그의 유명함의 일부분일 듯.
4위 크리스 헴스워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원년 멤버 2. 북유럽 금발 신 토르의 화신 크리스 헴스워스. 앞선 사람들에 비하면 필모그래피나 경력이나 다소 빈약한데, 워낙 피지컬 좋고 잘생기고 목소리까지 갖춘 덕에 인기가 많을 수밖에. <고스트 버스터즈>나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같은 코미디와 <하트 오브 더 씨> 같은 묵직한 드라마까지 소화하는 만능 배우기도 하고.
5위 톰 히들스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원년 멤버 3. 악역이면서 인간적인 캐릭터 로키를 거의 혼연일체급으로 연기했다. 그러면서 자원봉사와 기부 등 선행을 밥 먹듯이 하는 선행 천사로 유명하니, 작품 내외 모두 인지도를 톡톡히 쌓고 있는 상황. 최근 디즈니플러스에서 드라마 <로키>가 방영돼 이번 순위에 영향을 줬을 듯.
6위 모건 프리먼
서양 커뮤니티에 한때 유행했던 밈. "모건 프리먼은 신이다".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로 다큐멘터리나 영화에서 내레이션을 많이 한 탓에 '모건 프리먼= 창조주'란 농담이 나온 것. 배우로서도 '미국 대통령' '신'처럼 유색인종에게 좀처럼 오지 않는 배역까지 맡으며 인종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대배우.
7위 윌 스미스
래퍼이자 배우, 두 가지 커리어를 모두 쥔 남자 윌 스미스. 평소에는 위트 있고 여유로운 성격으로 대중을 사로잡고, 영화에선 폭넓은 캐릭터 연기를 보여주니 그야말로 스타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다. 최근 <알라딘>의 흥행도 고무적이다. 아들 제이든 스미스의 기행을 재치 있게 패러디하면서 아들 덕(?)까지 보고 있다.
8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개국공신이자 원년 멤버 1. '토니 스타크가 로다주를 연기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를 찰지게 연기했다. 슈퍼히어로 실사 영화를 부흥시키면서 그의 드라마틱한 과거 또한 인지도에 도움을 주었다. <아이언맨> 시리즈만으로 23억 달러 흥행 수익을 남겼고, 그중 <아이언맨 3>는 지금까지도 MCU의 단독 영화 중 흥행 2위를 지키고 있다.
9위 사무엘 L. 잭슨
한국 한정 '엄마 자주 찾는 효자 배우' 사무엘 L. 잭슨. 그동안 활동한 경력과 출연한 작품 수를 생각하면 누구라도 그를 모를 수 없을 것 같긴 하다. 최근엔 MCU의 닉 퓨리가 히트 캐릭터지만, <펄프 픽션> <다이 하드 3>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 등 희대의 오락 영화에서 선역과 악역을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한 번 꽂히면 잊을 수 없다.
10위 드웨인 존슨
할리우드는 세대별로 '대표 빡빡이'가 있는데, 지금은 드웨인 존슨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빈 디젤이나 제이슨 스타뎀도 견줄 수 있으나 스스로를 '브랜드화'한 드웨인 존슨의 전략은 독보적이다. 특히 압도적인 피지컬과 유머러스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반전 매력이 그의 최고 장점.
1위 스칼렛 요한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원년 멤버 4. 블랙 위도우가 가장 히트한 캐릭터지만, <그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언더 더 스킨>, <조조 래빗> 등 배우로서의 선구안 또한 탁월하다. 코로나19로 1년 넘게 연기된 그의 (아마도) 마지막 MCU 출연작 <블랙 위도우>가 개봉하는 그날까지, 화제성은 단연 톱 오브 톱.
2위 엠마 왓슨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리즈, 그 주역을 11년 동안 맡았다면? 유명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엠마 왓슨은 배우로서의 커리어는 다소 부족할지라도 <해리 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이기에 우상이 됐고 스타가 됐다. 현재 2년 넘게 공백기여서 은퇴 아니냐는 말도 많지만, 그럼에도 그의 인기나 인지도는 여전히 건재하다.
3위 마고 로비
청춘을 흔든 첫사랑부터 미치광이 악녀까지, 마고 로비는 그걸 다한다. 2013년 <어바웃 타임> 샤롯과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나오미로 청순미와 뇌쇄미를 모두 보여준 그는 2016년 역대급 '만찢캐' <수어사이드 스쿼드> 할리퀸으로 최정상에 올랐다. 흥행력에 <아이, 토냐>에서의 연기력까지. 최근 원톱 주연을 자주 맡고 있으며 <캐리비안의 해적> 스핀오프의 새로운 주인공으로도 발탁됐다.
4위 제니퍼 로렌스
22살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10대들의 우상 캣니스, 엑스맨의 영원한 히로인 미스틱. 그를 수식할 말이 차고 넘칠 만큼 제니퍼 로렌스는 어린 나이에도 영화계를 휘어잡았다. 세계 여자배우 수입 순위권에도 여러 번 이름을 올렸으니 흥행력도 더할 나위 없고. 특히 개성 강한 눈매와 독특한 구석이 있는 외모가 인상적이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이후 휴식기를 가졌다가 현재 신작을 준비 중이다.
5위 엘리자베스 올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신흥 멤버. 아역 배우로 활동한 언니들 덕에 흔히 '올슨 자매'라고 알려졌으며 데뷔작부터 깊이 있는 연기로 주목받았다. 하나 역시 대중적인 인기의 기점이라면 MCU의 완다 막시모프. 올슨은 강력한 초능력이 있지만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견뎌내야만 하는 완다의 인간적인 면모를 각각의 영화 속에서 탄탄히 쌓아갔고, 최근 방영한 <완다비전>으로 다시 한번 MCU의 주역 자리를 다졌다.
6위 제니퍼 애니스톤
한국에선 '브래드 피트 (전) 부인'이란 타이틀 정도로 유명한 제니퍼 애니스톤. 그의 순위가 의아할 수도 있으나 그는 미국의 국민 드라마 <프렌즈>의 레이첼 그린으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스타다. 북미에서만 1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 출연작만 6편이 있으니 미국인들의 제니퍼 애니스톤 사랑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7위 앤 해서웨이
앤 해서웨이는 데뷔 초, <프린세스 다이어리>로 '디즈니 청춘스타' 이미지가 강했는데 <브로큰백 마운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레 미제라블> 등 작품 선구안과 흥행성 모두 입증했다. 다만 유독 악의적인 사생활 루머가 많아 비호감 연예인으로도 자주 거론되는 등 힘든 시기도 적잖았다. 지금은 안티가 많이 사라졌으나 악플도 관심이라고, 그들이 만든 수많은 뉴스가 세계를 휩쓸었으니 유명한 건 자명하다.
8위 젠데이아
춤, 노래, 패셔너블함에 이제 연기까지. 젠데이아는 '준비된 스타'라 할 만큼 할리우드에 금세 자리 잡았다. 드라마 <우리는 댄스소녀>나 예능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 장르에서 화려한 실력을 보여주고 가수로 데뷔한 '스타'이자 <유포리아>로 에미상 드라마 여우주연상 최연소 수상에 성공한 '배우'니까 여타 미사여구는 필요 없다.
9위 안젤리나 졸리
요즘은 작품보다 사생활과 자선 사업으로 자주 화두에 오르는 안젤리나 졸리. 한 번만 봐도 기억에 남은 개성적이고 인상적인 마스크와 도발적이면서 자유분방한 그의 이미지는 자신만의 아우라로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2000년대부턴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 연기를 자처해 <툼레이더>, <솔트>, <윈티드> 등을 남긴 '할리우드 여전사'의 상징.
10위 나탈리 포트만
나탈리 포트만의 최근 행보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출연작도 전반적으로 예전보다 못하고, 연출 도전 또한 미적지근했다. '하버드대 인텔리 배우'란 이미지도 더 이상 큰 힘을 못 쓰고 있는데, 그럼에도 그가 가장 유명한 배우라고 생각할 만한 근거는 역시 마틸다가 아닐까. 1995년 영화 <레옹>의 마틸다는 지금까지도 희대의 아이콘으로 남아있으니, 마틸다를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도 유명하리라 생각할 수 있겠다.
미국인이 생각하는 유명한 배우 20명을 살펴본 결과, 순위에 없어서 의아한 배우도 있고 의외로 순위에 있어서 신기한 배우도 있다. 투표에 참여한 각자가 생각하는 인지도 순위를 총합한 결과니 어디까지나 재미로 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순위와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겠다. 이번 아이템을 짜면서 아래 세 가지를 알 수 있었다.
1. 시리즈 영화는 인지도 인식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며, 특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인기가 많은 프랜차이즈답게 출연 배우들의 인지도 인식이 높은 시리즈다.
2. 배우의 경우 커리어나 실력만큼 연기한 캐릭터의 인지도 또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3. 한국에선 가장 흥행 타율이 좋은 '톰 형'이 10위 안에 없는 등 문화권에 따라 인지도 인식 또한 다를 수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