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감성 로맨스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가 일본에서 <귀멸의 칼날>을 누르고 6주간 박스오피스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저 흔한 일본 로맨스 영화라 생각하고 흘려보내기엔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다. 로맨스 영화의 바이블로 불리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를 연출한 도이 노부히로 감독과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의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가 협업한 작품이다.

이번 영화의 주역, 무기 역을 맡은 스다 마사키는 실제로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20대 남자 배우로, 현 일본 20대의 대표격이다. 나른한 인상과 사람을 끌어당기는 아우라, 탄탄한 연기력까지. 언뜻 보면 맑아 보이지만,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형언하기 어려운 서글픔이 보이는 그의 얼굴은 맥락을 만든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2021)

한때는 책과 그림을 사랑했던 낭만 청년에서 자기계발서를 읽는 세일즈맨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굉장히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다뤄 그 연기력을 입증해 보였다. 오늘은 현 일본 20대 청춘의 대표, 스다 마사키의 이모저모를 알아보고자 한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 키요하라 카야, 호소다 카나타

개봉 2021.07.14.

상세보기

데뷔는 가면라이더의 주역으로!

스다 마사키는 2007년 아뮤즈가 실시한 '아뮤즈 30주년 기념 오디션'에서 최종 31명에 오르게 된다. 참가자만 무려 6만 5368명이었던 대규모 오디션에서 괄목할 만한 결과를 보여줬지만 아쉽게도 최후에는 탈락하고 만다. 이후 그는 2008년 '제21회 쥬논 슈퍼 보이 콘테스트'에 다시 참가하게 되는데 그때도 파이널 12명에 남았다.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이 콘테스트를 계기로 탑 코트 소속사에 들어가게 된다. 

<가면 라이더 W : Forever AtoZ 운명의 가이아 메모리>(2010)

그는 2009년 <가면라이더 W>의 주연, 필립 역으로 본격 데뷔를 하게 되는데, 당시 나이는 16살이었다. 특촬물에, 지구의 기억을 가진 수수께끼 천재 소년 컨셉이었던 만큼 다소 만화적인 액팅이 눈에 띈다. ‘멋있다’보단 ‘예쁘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 만큼 선이 곱고 앳된 모습 덕분에 국내에서도 데뷔초 스다 마사키를 좋아하는 팬들이 꽤나 있다. 

가면라이더 W

출연 키리야마 렌, 야마모토 히카루, 나카가와 신고, 스다 마사키, 나다기 타케시, 나스비, 이타노 토모미, 카사이 토모미, 테라다 미노리, 나마이 아미, 아스카 린, 키미사와 유우키, 단 토모유키

방송 2009, 일본 TV 아사히

상세보기
가면 라이더 W : Forever AtoZ 운명의 가이아 메모리

감독 사카모토 코이치

출연 키리야마 렌, 야마모토 히카루

개봉 미개봉

상세보기

한 때는 여장이 어울렸던 소년(?!)
<해파리 공주>(2014)

데뷔 초엔 지금과 달리 소년 미가 그의 주 매력이었기 때문에 여장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는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영화 <해파리 공주>(2014)에서 여장남자 쿠라노스케 역을 맡게 된다. 여장한 소감에 대해 묻자 “항상 귀엽고, 아름답게 있어야 하는 여자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그는 하이힐로 걷는 연습을 하고, 체형 유지와 피부 트러블을 방지하기 위해 식사와 수면도 컨트롤 했다고. 원래도 마른 체형이었지만, 그는 배역을 위해 14Kg을 감량하며 176cm에 50Kg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해파리 공주

감독 카와무라 타이스케

출연 노넨 레나, 스다 마사키, 하세가와 히로키, 이케와키 치즈루, 오타 리나

개봉 미개봉

상세보기

예쁘장한 소년이 아닌, 배우로서의 도약.
<도모구이>(2013)

예쁘다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렸던 만큼, 그는 주로 예쁜 소년 이미지로 소비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배우로서의 성장을 도모했다. 그는 2013년,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영화 <도모구이>에서 주연 투마 역을 맡았는데, 지금까지 로맨스나 특촬물에 치중되어 있던 그의 필모와는 굉장히 결이 다른, 자극적이고 무거운 영화다. 투마는 사디스트인 아버지를 혐오하지만, 자신의 내면에 아버지와 같은 욕망이 있음을 알고 좌절한다. 아들의 연인을 성폭행하는 아버지, 아버지와 똑같이 욕구를 해소하는 아들.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소재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이 중요했다. 납득되지 않는 인물의 행동을 배우는 연기력으로 메우니까. 그리고 스다 마사키는 이 영화로 배우가 되고자 했고, 그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그가 쌓아왔던 이미지는 뒤로 한 채 그는 노출과 폭력적인 연기도 마다하지 않고 과격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제37회 일본 아카데미상 신인배우상을 수상하며 청춘스타에서 배우로 도약했다. 

<은혼>(2017)
<옆자리 괴물군>(2017) / 귀엽다

물론, <은혼>이나 <옆자리 괴물군>과 같은 만화 원작 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하며 기존 팬들의 니즈에도 응답했다. 그는 배우로서 방향을 완전히 전환하기보다는, 이미지의 확장을 꾀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예쁜 소년에서 배우로, 연기 잘하는 배우에서 세대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어떤 배역이든 폭넓게 소화해 내는 넓은 수용성 덕분이 아닐까. 

도모구이

감독 아오야마 신지

출연 스다 마사키, 기노시타 미사키, 시노하라 유키코, 미츠이시 켄, 다나카 유코

개봉 미개봉

상세보기
은혼

감독 후쿠다 유이치

출연 오구리 슌, 스다 마사키, 하시모토 칸나, 나가사와 마사미, 오카다 마사키

개봉 2017.12.07.

상세보기
옆자리 괴물군

감독 츠키카와 쇼

출연 스다 마사키, 츠치야 타오

개봉 미개봉

상세보기

배우로는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아, 황야>(2017)

그에게 2018년은 의미 있는 해였다. 그가 배우로서, 뮤지션으로서, 스타로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낸 해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 <아, 황야>로 41회 일본 아카데미 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해 보였다. <도모구이>로 신인 배우상을 받았던 그가 불과 5년 만에 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아, 황야>에서 그는 아버지의 자살과 어머니의 유기로 인해 고독하고 야성적인 성격의 신지를 연기했다. 양익준과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연기파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양익준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오히려 자유자재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줬다. 악만 남은 듯, 괴성을 내지르며 권투를 하는 그의 모습에선 순정만화 같던 소년 시절이 보이지 않았다. 

아, 황야

감독 키시 요시유키

출연 스다 마사키, 양익준

개봉 미개봉

상세보기

뮤지션으로는 라인 뮤직상을,

일본 아카데미 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은 해, 그는 뮤지션으로서의 가능성도 증명해 보였다. 그는 2017년에 싱글 [見たこともない景色 (한 번도 본적 없는 풍경)]으로 가수 데뷔를 했다. 이 곡은 일본의 한 통신사 광고에 사용되었지만, 발매 이후 오리콘 데일리 차트 2위, 아이튠즈 종합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시원하고 청량한 보컬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던 그는 배우와 뮤지션이라는 투 트랙 노선을 선택한다. 

이후 2018년, 그는 니혼TV 드라마 ‘토도메의 키스’ 주제곡 [さよならエレジー (안녕 Elegy)]로 라인 뮤직 어워드에서 종합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스타로는 20대 남자배우 부문 1위를.
주렁주렁한 귀걸이에 시스루 레이스 옷도 찰떡 같이 소화해 내는 스다 마사키.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는 스다 마사키는 패션센스도 좋다. 단순히 멋지게 입는 걸 떠나, 그는 파격적인 조합으로 항상 새로운 패션을 선보인다. 그가 유달리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은 바로 트랙 팬츠. 자칫하면 동네 한량처럼 보이는 그 트랙팬츠에 포멀한 구두를 신어 완전히 새롭게 매치했다. 그는 평범하게 멋진 것보다는 괴상하더라도 개성 있는 패션을 추구한다. 타고나길 팔로워보다 리더가 어울리는 스다 마사키. 그는 2018년 닛케이 파워랭킹 20대 남자배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작은 영화여도 상관 없다, 스다 마사키 효과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2021)

일본에서 2021년 1월 29일에 개봉한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젊은 여성층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일본 박스오피스 6주 연속 1위를 달성했다. 거대 배급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흥행을 할 수 있었던 건 오롯이 관객들 사이의 평가 덕분이었다. 

박평식 평론가는 “향기롭게 야위는 연인들에게”라는 코멘트를 남기며 7점을 매겼다. 사랑이 식는다기보단, 관계가 야위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그곳에서 스다 마사키는 현실 앞에 무력하게 스러져 가는 평범한 20대 남자, 무기를 연기했다. 처음과 달라진 남자친구의 모습에 상처 받은 적 있는 여성이라면 그의 연기에 다시 한번 그때의 기억이 떠오를지 모른다. 그때는 알지 못했던 그의 마음을 이번 그의 연기로 알 수 있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우연한 계기로 사랑에 빠진 대학생 무기(스다 마사키)와 키누(아리무사 카스미)의 5년간의 연애를 쭉 따라간다. 서로에게만 신경 쓰면 됐던, ‘너는 뭘 좋아해?’ 라며 취향 공유가 가장 중요했던 대학생 시절을 함께 한 그들은 작지만 안락한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만들며 그들만의 세계를 꾸려나간다. 그러나 취업을 하게 된 순간, 순수하기만 한 사랑은 그 힘을 잃는다. 돈과 직업, 사회에 자리 잡는 시간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상대방 외에도 너무나 많다. 꽃다발은 하향선을 그리는 존재다. 결코 더 생생해질 수 없다. 영화는 경제 위기 속 취업난에 결국 사랑을 지켜내지 못하는 현실적인 20대의 사랑을 꽃다발에 비유하며, 그들에게 위로와 공감의 손을 건넨다. 


좋은 건, 많이 보자!

길게 이야기했지만, 스다 마사키는 예쁘고, 귀엽고, 잘생겼다. 좋은 건 많이 보자!

취향이 잔뜩 반영된 GIF. 개인적으로 스다 마사키의 미모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은 <물에 빠진 나이프>(2016)라고 생각한다.
<데스노트: 더 뉴 월드>(2016)
<핑크와 그레이>(2015)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