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법: 재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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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용완
출연 엄지원, 정지소
개봉 2021.07.28.
<방법: 재차의>는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방법>의 극장판이다. <방법>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속편이라고 볼 수 있다. 드라마의 출연진이 그대로 영화에도 출연한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엄지원이 연기한 임진희다. 김용완 감독, 연상호 작가가 만들어낸 ‘방법 유니버스’를 이끄는 주인공을 연기한 엄지원이 지나온 길을 돌아보자.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눈에 띄는 작품들을 골랐다.
<기묘한 가족>(2018)
<기묘한 가족>은 제목처럼 기묘한 영화다. 장르는 코믹 좀비물이다. 제시 아이젠버그, 엠마 스톤, 우디 해럴슨 등이 출연한 <좀비랜드>와 비슷한 느낌이다. 좀비가 등장하는 코믹한 영화라는 점에서만 보면 그렇다. 장르의 구분에서 두 영화는 한 갈래지만 나머지는 많이 다르다. 미국과 한국의 거리 만큼 다르다고 해야 할까. 엄지원은 임신 중인 여성 남주를 연기했다. 남주는 망해버린 시골의 주유소를 운영하는 집안의 맏며느리다. 시아버지 만덕(박인환), 남편 준걸(정재영), 시동생 민걸(김남길), 시누이 해걸(이수경)과 함께 살고 있다. 남주와 가족은 쫑비(정가람)라고 이름 붙인 좀비를 통해 돈을 벌 사업을 구상한다. 시골 노인들에게 돈을 받고 쫑비에게 물리게 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해괴한 사업인가 싶을 텐데, 쫑비에게 물린 만덕이 좀비로 변하기는커녕 젊어지고 기력을 되찾는 것을 보면서 낸 사업 아이디어였다. 이 사업의 결과는 대성공! 이제 쫑비는 가족이 됐다. 다만 좀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유한 민걸도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이제 온 동네 좀비들이 주유소에 몰려들 일만 남았다. <기묘한 가족>은 정말 제목처럼 기묘한 영화다. 만약 이 영화의 코드에 꽂힌다면 미친 듯이 웃으며 재밌게 볼 수 있을 테고, 아니라면 보면 볼수록 화가 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충청도 사투리가 인상 깊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 기묘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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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민재
출연 정재영, 김남길, 엄지원, 이수경, 정가람, 박인환
개봉 2019.02.13.
<미씽: 사라진 여자>(2016)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엄지원이 연기한 이지선에서 묘하게 <방법>의 임진희가 떠오른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고군분투 여성 캐릭터라고 말할 수 있겠다. 차이점을 꼽자면 지선 쪽이 훨씬 더 처절하다는 것이다. 지선은 자신의 딸을 데리고 사라진 보모 한매(공효진)를 뒤쫓는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양육권 소송 중에 일으킨 자작극을 의심한다. 딸을 남편에게 뺏기기 싫어서 어딘가 숨겨두고 거짓말을 한다는 거다. 게다가 지선은 반년이나 아이를 맡겼던 한매에 대한 정보가 모두 거짓인 걸 알고 낙담하고 만다. 아이를 찾기 위한 지독하게 처절한 여정. 엄지원이 연기한 지선은 절박함 그 자체를 표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로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엄지원이 보여준 연기가 가장 눈이 부시다고 생각한다. 엄지원과 짝을 이룬 공효진의 연기도 마찬가지다.

- 미씽: 사라진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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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언희
출연 엄지원, 공효진
개봉 2016.11.30.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5)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하 <경성학교>)에서 엄지원은 요양 기숙학교의 교장을 연기했다. 이 교장의 화사한 미소는 오묘하다. 친절해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어딘가 구린 구석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가 소녀들에게 건네는 뭔지 모를 약 같은 느낌이다. 학생들에게 의학적 처방도 내리는 이 이름 없는 교장은 단순히 말하면 악당, 빌런(villain)이다. 영화의 후반부에 미소의 이면에 있는 진실이 드러난다. 그때부터가 엄지원은 미소 대신 욕망 가득한 비열한 웃음과 공포에 질린 눈빛을 보여준다. 엄청나게 특별한 악역은 아니지만 연기하기 결코 쉽지는 않은 캐릭터다. 게다가 일본어 연기도 겸해야 했다. 엄지원은 <경성학교>의 이해영 감독의 전작 <페스티발>에도 출연했다.

-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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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해영
출연 박보영, 엄지원, 박소담
개봉 2015.06.18.
<스카우트>(2007)
광주의 한 다방. 호창(임창정)과 세영(엄지원)이 마주 앉았다. 7년 만에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서울 신촌에 있는 대학에 다니던 시절 죽고 못사는 연인이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아쉬워하며 입술을 내밀면 이긴 사람이 키스하는 게임을 할 정도다. 그랬던 두 사람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광주에는 무슨 일로 왔냐는 세영의 질문에 호창은 선동렬을 만나러 왔다고 말한다. 세영은 선동열이 누구냐고 되묻는다. <스카우트>는 호창이 광주일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괴물 투수 선동열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좌충우돌을 담은 코미디 영화다. 여기까지가 <스카우트>의 표면적인 시놉시스다. 호창과 세영의 대화 장면을 좀 더 보면 이야기가 더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건 영화를 두 번 이상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일종의 복선 같은 것이다. 갑자기 깨진 다방 유리창 틈으로 최루탄 연기가 들어온다. 세영은 가방에서 치약과 손수건을 꺼낸다. 손수건에 치약을 짜서 호창에게 건네며 이걸로 코를 막으면 숨쉬기 편할 거라고 말한다. 세영은 시위에 참여한 경험이 많은 것 같다. 호창은 손수건을 받아 들고 흑백 텔레비전에 등장한 중앙정보부 서리라는 직함의 전두환을 보며 그가 자신의 군대 시절 연대장이라면서 그때 했던 축구 이야기를 전한다. 세영의 표정은 심드렁하다. <스카우트>는 1980년 5월이 시대 배경인 영화다.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지만 선동열 스카우트를 둘러싼 코미디와 1980년 5월 광주를 절묘하게 섞어서 다룬 김현석 감독의 역작이다.

- 스카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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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현석
출연 임창정, 엄지원
개봉 2007.11.14.
<똥개>(2003)
엄지원의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극장전>(2005)과 <똥개> 가운데 어떤 작품을 소개할까 고민하다가 <똥개>를 골랐다. 두 영화의 성격이 많이 다르다.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에서 엄지원은 주연이었다. 이 영화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기도 하다. 반면 곽경택 감독의 <똥개>에서 엄지원은 조연이었다. 영화의 예술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대단히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똥개>가 대중적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기는 했다. 다시 말하지만 두 영화의 성격은 다르고 우열을 논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똥개>를 소개하는 이유는 이 영화를 통해 엄지원이 배우로서 대중에게 확실히 이름을 알렸기 때문이다. 엄지원이 연기한 정애는 정우성이 연기한 똥개와 한집에 살게 된 캐릭터로 고아 출신의 소매치기범이다. 경찰인 똥개의 아버지(김갑수)가 소년원 출소 후 갈 곳 없는 정애를 데려왔다. 첫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면서 침을 툭 뱉는 모습이 당시로써는 파격적이었던 것 같다. 엄지원은 대구 출신이라서 경상도 사투리도 자연스러워서 더 눈에 들어왔다. 똥개에게 “니 서울 가본 적 있나? 서울에 ‘로데 오거리’라고 있는데…” 하는 대사 역시 꽤 유명했다. 벌써 20년 가까이 지난 <똥개>의 정애가 배우 엄지원의 시작이었다.

- 똥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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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곽경택
출연 정우성, 김갑수, 엄지원, 김정태
개봉 2003.07.16.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