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맷 데이먼, 아담 드라이버, 조디 코머, 벤 애플렉

개봉 20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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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 감독의 시대물, 역사물 작품을 돌아본다.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이하 <라스트 듀얼>)가 개봉했기 때문이다. 스콧 감독의 시대극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차기작 <킷백>(Kitbag) 역시 과거의 시간을 다루기 때문이다. <킷백>뿐인가. 스콧 감독은 <글래디에이터 2>의 제작을 발표했다. <프로메테우스>(2012) 이후 <마션>(2015),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 등에서 우주로 시선을 돌렸던 스콧 감독의 작품 속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


<1492 콜럼버스>(1992)

<1492 콜럼버스>의 제라르 드빠르디유(왼쪽)와 리들리 스콧 감독.
<1492 콜럼버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시대극을 잘 만드는 감독인가. 그렇다! 그의 장편 데뷔작 <결투자들>(The Duellists, 1977)이 칸영화제에서 베스트 퍼스트 워크상(Best First Work, 현재 명칭은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지 않았다면 <에이리언>(1979)도 <블레이드 러너>(1982)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런 스콧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시대극 대작이 바로 <1492 콜럼버스>다. 다만 스콧 감독의 시대극 재능은 이 영화에서 발휘되지 못했다. 시고니 위버가 이사벨 여왕을,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콜럼버스를 연기한 이 영화는 실패한 작품에 가깝다. 적어도 평론가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대중의 반응은 좀 더 좋았다. 당시로써는 엄청난 예산인 5000만 달러가 투입된 이 장엄한 신대륙 탐험 스펙터클은 지금 봐도 충분히 압도적이다. 여기에 반젤리스의 주제곡 <컨퀘스트 오브 파라다이스>(Conquest of paradise)는 한층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1492 콜럼버스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제라르 드빠르디유

개봉 199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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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2000)

<글래디에이터> 촬영현장의 러셀 크로우(왼쪽)와 리들리 스콧 감독.
<글래디에이터>

<글래디에이터>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시대극에서 가장 앞에 놓이는 작품이다.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의상상, 시각효과상, 음향상을 수상했다. <글래디에이터>는 윌리엄 와일러의 <벤허>(1959), 스탠리 큐브릭의 <스팔타커스>(1960), 앤서니 만의 <로마제국의 멸망>(1964) 등을 잇는 시대극의 고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작품이다. 막시무스(러셀 크로우)를 중심으로 한 검투사들이 카르타고의 전차 부대에 맞서 싸우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쉽게 스크린에서 시선을 떼기 힘들다. 영화가 시작되고 약 12분여간 이어지는, 막시무스가 로마군의 장군일 때 게르마니아에서 벌어지는 전투 시퀀스 역시 비주얼리스트라고 불린 스콧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였다. 이후 스콧 감독은 <글래디에이터>의 영향 아래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결국 2018년 <글래디에이터 2>의 제작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속편은 전작으로부터 25년 후의 이야기라고 알려졌다.

글래디에이터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러셀 크로우, 호아킨 피닉스, 코니 닐슨, 올리버 리드, 리처드 해리스

개봉 200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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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오브 헤븐>(2005)

<킹덤 오브 헤븐>

<킹덤 오브 헤븐>은 극장판과 감독판이 존재하는 영화다. 십자군 전쟁에서 활약한 프랑스 시골 출신의 대장장이 발리앙(올랜도 블룸)과 아유브 술탄국의 군주 살라딘(가산 마수드), 예루살렘 왕국의 시발라 공주(에바 그린)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 영화는 극장판에서는 혹평을, 감독판에서 극찬을 받았다. 러닝타임이 대략 50여 분 늘어난 감독판을 봐야만 <킹덤 오브 헤븐>의 진가를 알 수 있다. 2020년 11월 국내에 감독판이 개봉하기도 했다. 예루살렘 공방전 시퀀스는 <킹덤 오브 헤븐>이 <글래디에이터>와 같은 거대한 스펙터클과 스케일을 자랑하는 대작임을 증명한다. 여기에 더해 스콧 감독은 약 100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예루살렘을 두고 벌인 십자군 전쟁을 균형 있게 다뤘다. <킹덤 오브 헤븐>은 종교적 논란이 일어나지 않은 영화다. <킹덤 오브 헤븐>이 지닌 뛰어난 영화적 성취다.

킹덤 오브 헤븐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올랜도 블룸, 에바 그린, 리암 니슨, 제레미 아이언스, 에드워드 노튼

개봉 2005.05.04. / 2020.11.11.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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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2010)

<로빈 후드> 촬영장의 러셀 크로우(왼쪽)와 리들리 스콧 감독.
<로빈 후드>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우와 리들리 스콧이 다시 만난 대서사시. <로빈 후드>는 이런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여기에 빠진 점이 있다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의적 로빈 후드가 아닌 그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이다. 즉, 로빈 후드 프리퀄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는 <글래디에이터>보다는 <킹덤 오브 헤븐>에 더 가까운 영화일 수 있다. 로빈 롱스트라이드(러셀 크로우)가 십자군 전쟁을 치루고 영국으로 돌아오면서 영화가 시작하기 때문이다. 또한 <킹덤 오브 헤븐>처럼 <로빈 후드> 역시 감독판이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글래디에이터>부터 이어진 스콧 감독의 시대극의 특징은 <로빈 후드>에서도 이어진다. 9대의 카메라, 1500여 명이 넘는 스턴트 배우, 150대의 수레, 2만 5000여 벌의 의상 등으로 만든 대규모 전투 액션의 스펙터클을 <로빈 후드>에서 볼 수 있다.

로빈 후드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러셀 크로우, 케이트 블란쳇, 막스 폰 시도우

개봉 201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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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 신들과 왕들>(2014)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촬영현장의 리들리 스콧(왼쪽) 감독과 시고니 위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시대극 도전은 계속된다. 어쩌면 성경의 출애굽기를 다룬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이하 <엑소더스>)이 그에게 주어진 최후의 도전 과제였을지도 모른다. <엑소더스>는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대서사시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글래디에이터> 이후 스콧 감독의 시대극은 점점 더 스케일이 커지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특히 <엑소더스>는 더 커졌다. 이집트에 일어난 10가지 재앙과 홍해의 비주얼 경험은 압도적이다. 이에 반해 <엑소더스>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하다. 스콧 감독이 제시한 모세(크리스찬 베일)에 관객들이 동의하지 못해서였을까. 종교적 상징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모세가 <엑소더스>에 있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크리스찬 베일, 조엘 에저튼

개봉 20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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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 감독의 시대극을 돌아봤다. <글래디에이터>로 스콧 감독은 스펙터클을 강조한 할리우드의 시대극 부흥 시대를 열었고 자신이 그 연장선에 있었다. <엑소더스> 이후 등장한 시대극인 <라스트 듀얼>은 스펙터클과 거리를 뒀다. 중세 프랑스를 살아간 여성이 중심에 놓인다. 차기작 <킷백>에서는 다시 스펙터클이 강조될지도 모르겠다.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런 기대를 하게 만든다. 반대로 <라스트 듀얼>과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킷백>은 나폴레옹과 조세핀(조디 코머)의 관계에 주목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어떤 형식이 됐든 스콧 감독의 시대극은 관객들의 기대를 만들어낸다. 스콧 감독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이 거장과 함께할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글래디에이터 2>, <에이리언> 시리즈에 속하는 영화까지 부디 계획했던 모든 영화가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