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밤, 할로윈이 찾아왔다. 혹시 할로윈 하면 호박, 드라큘라, 조커 등만 떠올리진 않는지. 할로윈은 켈트족의 새해 첫날인 11월 1일의 전날로, 한 해의 마지막인 10월 31일에 켈트족은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는 의식을 가졌다. 자신을 악령처럼 꾸미는 이유는 유령과 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는데 할로윈 분장 문화가 여기서 유래 되었다. 이후 기독교가 켈트족을 정복하면서 11월 1일은 ‘모든 성인들의 날’(All Hallow Day)가 되었고, 10월 31일은 그 전야(All Hallows' Eve)가 되었다. 이 말이 지금의 할로윈(Halloween)이 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설이야 어찌 되었든, 한국과는 큰 관련이 없다며 심드렁하게 넘기는 이들이 많을 테다. 한국에서는 이태원만의 축제쯤으로 여겨지는 할로윈이지만, 그래도 간식을 쌓아두고 재밌게 놀 수 있는 구실을 만드는 거 아닐까. 코로나19로 어디 가기 무섭지만 할로윈을 핑계 삼아 놀고 싶은 어른들을 위해, 2021년 할로윈에 하기 좋은 코스프레들을 소개한다. 한 번쯤은 못이기는 척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 참가자, 관리자

2020년까지 할로윈을 지배했던 게 '조커'라면 2021년부터는 <오징어 게임>일 것이다. 국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오징어 게임>은 더 이상 ‘한국 드라마 중 가장 유명한’, ‘넷플릭스 콘텐츠 중 1위’가 아니다. 나날이 새로운 기록을 쌓아가고 있는 <오징어 게임>의 열기는 10월 31일에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기의 척도라고도 할 수 있는 SNL(Saturday Night Live)에서 라미 말렉도 이미 <오징어 게임> 코스프레를 한 바 있다. 그 퀄리티와 스케일에서 전 세계가 얼마나 <오징어 게임>에 진심인지를 알 수 있다. 

(왼쪽부터)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는 오징어 게임 코스튬, 반스 화이트 슬립온

실제로 초록색 트레이닝복과 빨간색 점프슈트, 그리고 까만색 가면 등 <오징어 게임>의 메인 복장들은 아마존에서 불티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스니커채널 ‘솔 서플라이어’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 반스의 화이트 슬립온 운동화 매출이 7800% 증가했다고. 

이태원을 지나가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이 될 확률이 높은 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할리 퀸

<오징어 게임>의 아성을 이길 순 없더라도 할로윈의 퀸을 오랜 시간 자처해온 ‘할리 퀸’을 빼놓을 순 없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제임스 건 감독이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리런치한 작품으로, ‘미친’ 영화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벨 레브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빌런들이 정부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팀을 이룬 영화다. 빌런들의 집합인 만큼 제멋대로에 각기 다른 꿈을 갖고 있지만, 캐릭터간의 충돌에서 오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전작이 모범생들의 나쁜 짓 코스프레였다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정말 ‘미친’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약점을 헐뜯기도, 감싸주기도 한다. 특히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THE'라는 방점을 붙인 만큼, 초반 1팀의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은 영화의 명장면. 

그야말로 난장판
이베이에서 판매하고 있는 할리퀸 코스튬

제임스 건의 놀이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순식간에 썰리고 갈리는데(!), 그만큼 많은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건 ‘할리 퀸’. 이번에는 할리 퀸 독식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할리 퀸의 빨간 드레스와 총기 난사 신은 가히 압도적이다. 찢어진 빨간색 드레스와 워커의 조합은 단순히 코스튬을 떠나 감각적인 패션으로 충분히 따라할 법 하다. 할로윈에도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싶다면 추천하는 코스튬.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감독 제임스 건

출연 마고 로비, 이드리스 엘바, 존 시나, 조엘 킨나만, 실베스터 스탤론, 비올라 데이비스

개봉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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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킬즈>

<할로윈 킬즈> 마이클 마이어스

혹시 할로윈에 진심인지. 그렇다면 <할로윈 킬즈>와 함께 으스스한 할로윈 보내기를 추천한다. <할로윈 킬즈>는 2018년에 개봉한 <할로윈> 후속편으로 마이클 마이어스와 주인공 로리 스트로드의 대결을 다룬 작품이다. 전작 <할로윈>은 호러 영화계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1978년 작 <할로윈>을 리부트한 작품으로,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을 리부트한다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호평을 받은 이력이 있다. 1편 성공에 힘입어 2편도 개봉했는데, 이번에는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바로 1978년 오리지널 작품에 출연했던 캐릭터들까지 돌아온다는 것!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는 마이클 마이어스 가면 / 10달러만 더 투자하면 퀄리티가 달라진다.

<할로윈 킬즈>에서 마이클 마이어스는 훨씬 더 대범해진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보이는 족족 죽이며, 스크린을 피로 가득 채우는 그의 행보에 '도대체 이길 수 있는 싸움인가' 의구심까지 든다. 만약 마이클 마이어스 코스튬을 하고 싶다면 거리를 다니는 건 자제하길. 흰색 칠을 한 윌리엄 샤트너 가면을 쓴 채 숨만 후욱 후욱 쉬면서 흉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바로 신고를 당할 테니까. 마이클 마이어스 코스튬은 집에서 홀로 즐기는 걸로 만족하자. 

누가봐도 수상한 사람
할로윈 킬즈

감독 데이빗 고든 그린

출연 제이미 리 커티스, 주디 그리어, 앤디 마티첵

개봉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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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엘라>

<크루엘라> 크루엘라

디즈니의 미친 X, 크루엘라는 <오징어 게임>이 없었다면 할로윈 코스튬의 1위를 노려볼 법했을 캐릭터다. 크루엘라는 1961년 개봉한 <101마리 달마시안>에서 달마시안 가죽에 집착하던 디즈니의 빌런으로 영화 <크루엘라>에선 그의 어린 시절을 풀어나가고 있다. 이제껏 보여주었던 안온한 디즈니의 이야기와 달리, 크루엘라는 말 그대로 ‘이 악물고’ 제대로 만든 캐릭터다. 그가 왜 그토록 패션에 집착했는지, 빌런이 되어야만 했는지를 보여주는 <크루엘라>는 디즈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과 함께 장기간 흥행했다. 

파티 시티에서 판매하고 있는 크루엘라 코스튬

패션이 메인인 영화답게 화려한 드레스가 스크린을 내내 장식한다. 어떻게 만드냐고? 아마존에 다 있다. 진짜 영화에 나온 것만큼 화려하고, 질이 좋진 않지만 그래도 일 년에 한 번 입을(어쩌면 그게 끝일) 옷 퀄리티치고 나쁘지 않다. 손재주가 있다면 만들어 보는 것도 추천. 크루엘라처럼 재능발견을 하게 될지 모르니까

크루엘라

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

출연 엠마 스톤

개봉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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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위도우>

<블랙 위도우> 블랙 위도우

국내에선 드물지만 서구권에선 할로윈 코스튬의 강자였던 블랙 위도우. 올해는 <블랙 위도우> 영화까지 개봉했으니 그 아성을 무시할 수 없겠다. <블랙 위도우>는 ‘시빌 워’ 사건 이후 어벤져스 해체 상황 직후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블랙 위도우의 모습은 물론, 그의 어릴 적 이야기를 담음으로써 블랙 위도우라는 강인한 이름 안에 숨겨졌던 나타샤의 진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더불어 그의 동생, 옐레나와 함께 하면서 거짓으로 이루어졌던 시간들의 진심을 차차 알아가게 된다. 옐레나는 나타샤에겐 없는 유머 감각을 갖추고 있다. 이것이 곧 나타샤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블랙 위도우의 부재로 인해 허전해진 마음은 달래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는 블랙 위도우 수트.

옐레나의 능청스러움과 탄탄한 액션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할로윈의 강자는 언니 쪽의 승. 기존 나타샤의 검은색 수트도 좋지만 영화에서 등장하는 하얀색 수트도 매력적이다. 단,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수트는 정말 ‘무늬’만 그려져 있는 쫄쫄이이니, 입으려면 다소 용기가 필요하다. 

옐레나가 놀렸던 바로 그 포즈
블랙 위도우

감독 케이트 쇼트랜드

출연 스칼릿 조핸슨, 데이빗 하버, 플로렌스 퓨, 레이첼 와이즈

개봉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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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