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영화에서는 전체 서사를 전부 뒤바꿀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영화 평들 중엔 “마지막 10분이 다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일 만큼, 영화에서 마지막 10분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나 반전 영화인 경우, 마지막 10분을 위해 달려간다고 해도 좋을 만큼 중요하다. 

탄탄한 빌드업과 그걸 무너뜨리는 엔딩, 내가 믿고 있던 모든 게 거짓이었다는 그 놀라움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반전(反轉)이 있는 영화를 본다. 하지만, 영화에 기분 좋게 뒤통수를 맞고 싶어 반전 영화를 검색해봐도 <유주얼 서스펙트>(1996), <오펀: 천사의 비밀>(2009), <식스 센스>(1999) 같은 작품들만 줄줄이 나온다. 그렇다고 반전을 위한 반전 영화를 보고 싶진 않은 당신을 위해, 당신이 몰랐던 가장 충격적인 결말의 영화 5편을 소개한다. 장르는 최대한 다양하게 골랐다. 장르가 어찌됐든, 당신이 기분 좋게 뒤통수를 맞길(!) 바라는 마음에서 선정했다.


<가라, 아이야, 가라>(2007)
감독 벤 애플렉
출연 케이시 애플렉, 모건 프리먼, 미셸 모나한, 에드 해리스

<가라, 아이야, 가라>(2007)

배우이자 감독인 벤 애플렉이 연출을 맡은 <가라, 아이야, 가라>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소설가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으로, 북미에서 큰 인기를 끈 ‘켄지 앤 제나로 시리즈’ 가운데 네 번째 작품인 <곤, 베이비 곤>(Gone, Baby, Gone)을 각색했다. 국내에 수입된 영화의 제목은 원제를 그대로 번역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데니스 루헤인은 언제나 작품에 충격적인 반전을 넣어 왔는데, 그 반전의 기초가 되는 게 바로 사회의 허점이다. 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그 맹점을 날카롭게 찌르는 게 그의 서사 스타일이다. <곤, 베이비, 곤>에서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아동보호 현장의 문제점을 짚어냈다.

영화화된 <가라, 아이야, 가라>는 어느 날 갑자기 여자 아이가 집에서 사라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이의 엄마는 마약을 하고 방탕한 삶에 찌든 미혼모였고,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사건은 매스컴에 주목을 받게 된다. 처음엔 미국에 흔히 있는, 아동 학대와 아동 실종 사건처럼 보였지만 아이의 실종은 사립탐정 켄지(케이시 애플렉)와 제나로(미쉘 모나한), 그리고 베테랑 경찰 브루사드(에드 해리스)의 집요한 추적 끝에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처음엔 단순 실종, 이후엔 마약 조직의 암투와 연결돼 있다고 믿었지만 영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보여주며 미국의 아동학대 현실과 법의 맹점을 드러낸다.

가라, 아이야, 가라

감독 벤 애플렉

출연 케이시 애플렉, 미셸 모나한, 모건 프리먼, 에드 해리스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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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와일드>(2007)
감독 숀 펜
출연 에밀 허쉬, 빈스 본

<인투 더 와일드>(2007)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면, 한 번쯤은 해봤을 상상. 나도 속세와 연 끊고 자연에서 살아볼까? 불치병도 낫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고, 오로지 진솔하게 나만을 위해 살 수 있을 것 같다. 인간도 원래는 자연의 일부이니, 자연에서 살면 행복하지 않을까? <인투 더 와일드>는 이러한 바람에서 시작한 영화다.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크리스토퍼(에밀 허쉬)는 사회와 자신이, 사람과 자신이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과의 관계도 어렵기만 한 그는 가족과의 연락을 끊은 채 자연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전 재산은 이미 국제빈민구호단체에 기부한 상태. 그야말로 빈털터리로, 원래 이름도 버린 채 완전히 다른 삶을 꾸려 나간다.

멀리 여행을 떠난 그는 히피족이나 농부, 집시 커플, 가죽 세공인 등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서적 교감을 이룬다. 그는 그들과의 관계가 만족스러웠고, 함께 살자고 제안하는 이도 있었지만 그는 끝끝내 거절하고 혼자 살기를 택한다. 그의 최종 목적지는 알래스카였기에 결국은 사람을 떠나 알래스카로 향한다. 그리고 2년이란 시간이 지난 뒤, 그는 알래스카에 도착했을까. <인투 더 와일드>는 크리스토퍼 매캔들리스라는 미국의 하이커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논픽션 작품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매캔들리스는 1990년 대학을 졸업한 후 북아메리카 대륙을 가로질러 알래스카로 히치하이킹 여행을 떠났다. 진정한 자유를 찾아 세상을 등지고 떠난 그는 정말 자유를 찾았을까. 영화가 주는 마지막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한 사람의 인생을 걸었다는 점에서 묵직하게 다가온다.

인투 더 와일드

감독 숀 펜

출연 에밀 허쉬, 빈스 본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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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라이즈 비니스>(2000)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해리슨 포드, 미셸 파이퍼

<왓 라이즈 비니스>(2000)

반전 영화 소개글에 공포영화가 없으면 섭섭하다. <왓 라이즈 비니스>는 그 유명한 <빽 투더 퓨처> 시리즈와 <포레스트 검프>(1994)를 연출한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의 공포 영화다. 화려한 감독의 경력 만큼 출연진도 만만찮은데, 해리슨 포드, 미셸 파이퍼 등 그 당시 스타를 총동원해 호화롭게 캐스팅했다. 원래 이렇게 소문난 잔치에 먹거리가 없다는 얘기가 많지만, <왓 라이즈 비니스>는 그런대로 괜찮은 잔치다. 굳이 ‘그런대로’라는 평을 붙인 건 그의 다른 영화보다는 아쉬운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왓 라이즈 비니스>의 주인공 노먼(해리슨 포드) 박사는 가정과 직장에서 모두 완벽하게 행동하는 과학자다. 그의 부인 클레어(미셸 파이퍼) 역시 마치 그린 듯한 이상적인 아내상으로 딸과 남편만을 위해 살아왔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이다. 평화로운 듯 보이는 노먼 박사의 가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클레어가 한 여성의 환영을 보기 시작하면서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남편에게도 호소해 보지만 노먼 박사는 그의 문제를 무시해버린다. 계속해서 환영을 보는 클레어는 어느 순간부터 그 존재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되고 그가 실종자의 유령임을 알게 된다. 실종자의 신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속 장면들을 조금씩 빌려오며 고전적인 스릴러 영화 분위기를 연출했다. <왓 라이즈 비니스>는 미스터리에서 공포물, 스릴러, 다시 공포물로 몇 차례의 변주를 거듭한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그 과정이 누군가에겐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마지막 눈밭에서의 장면은 앞선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서늘한 공포를 선사한다. 

왓 라이즈 비니스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해리슨 포드, 미셸 파이퍼

개봉 200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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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앨리>(2022)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브래들리 쿠퍼, 케이트 블란쳇, 토니 콜렛, 윌렘 대포, 리차드 젠킨스, 루니 마라, 론 펄먼, 메리 스틴버겐, 데이빗 스트라탄

<나이트메어 앨리>(2022)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 <나이트메어 앨리>에 대한 호평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 영화에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해도 좋을 괴물도, 크리처도 없다. 판타지 동화 같은 얘기는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트메어 앨리>에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인장(印章)이 확실하게 찍혀 있다. <나이트메어 앨리>는 그의 다른 작품에서 경험한 것처럼 불길하고, 어둡고 동시에 매혹적이다. 위험할 걸 알면서도 그 길을 선택하게 되는 매력, 그게 기예르모 델 토로의 특징이다. 그는 <나이트메어 앨리>에서 자신을 특징짓는 여러 요소를 모두 배제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이 어떤 영화를 만드는 감독인지 인증한 셈이다.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나이트메어 앨리>는 ‘가디언’(The Guardian)이 선정한 ‘주목받지 못한 10권의 걸작 소설’에 이름을 올린 작품으로, 194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던 주인공의 욕망을 조명하고 있다. 영화는 잔혹하고 불길한 유랑극단으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주인공 스탠턴은 사람의 마음을 간파하는 독심술을 터득하게 되면서 욕망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말 그대로 ‘호화로운 악몽’에 취해 스스로 파멸의 과정을 걷게 된다. <나이트메어 앨리>의 유랑극단은 <위대한 쇼맨>(2017)의 화려함이 아닌, 광인이 닭의 목을 입으로 찢어발기는 역겨운 쇼다. 성공할 수 있었지만, 결국 자만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간 욕망의 궤도를 기예르모 델 토로 식으로 보여준 작품이 <나이트메어 앨리>다.

나이트메어 앨리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브래들리 쿠퍼, 케이트 블란쳇, 토니 콜렛, 윌렘 대포, 리차드 젠킨스, 루니 마라, 론 펄먼, 메리 스틴버겐, 데이빗 스트라탄

개봉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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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커 맨>(1973)
감독 로빈 하디
출연 에드워드 우드워드, 크리스토퍼 리

<위커 맨>(1973)

사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에도 선정되었고 호러 영화 베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위커 맨>을 넣을지, 말지 고민했지만 고전영화를 자주 접해보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굳이 넣었다. 로빈 하디 감독의 <위커 맨>은 아리 에스터 감독이 <미드 소마>를 만들 때 큰 영향을 준 작품이기도 한데, 두 작품을 보고 나면 그가 <위커 맨>을 보고 얼마나 큰 감명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호러 영화 장르에 속해 있지만 기괴하고 독특한 분위기가 더 눈에 띄는, 기이한 영화라는 결을 같이 하고 있다.

위커 맨은 고대 켈트의 사제인 드루이드들이 인신공양을 할 때 사용한 구조물이다. 커다란 사람 모양의 우리를 만들고 그 안에 산 제물을 가둔 뒤 불을 붙이는 것으로, 광기 어린 종교적 믿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위커 맨> 역시 종교적 믿음을 호러 영화의 문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어린 소녀가 실종되자, 이를 조사하기 위해 신실한 기독교인 경찰관 하위(에드워드 우드워드)는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이교도들의 섬으로 파견된다. 이교도들의 마을에서, 본능적으로 하위는 소녀가 실종된 게 아니라는 걸 직감한다. 폐쇄적인 문화를 가진 마을 사람들은 기괴한 행위들을 반복하는데, 하위 역시 이에 음산함을 넘어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종교적, 직업적 사명을 지키기 위해 이교도 공동체에 맞선다. 사악함과 매혹이 한데 뒤엉켜 있는 충격적인 결말은 호러 영화 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반전으로 손꼽힌다.

위커 맨

감독 로빈 하디

출연 에드워드 우드워드, 크리스토퍼 리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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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