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에선 새 학기가 마치 꿈과 설렘이 가득한 시기 인양 그려지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설렘보단 긴장이 앞선다. 낯선 공간과 그 안에 있는 더 낯선 사람들. 그들과 앞으로 어떻게 지내게 될까? 만약 전학을 간다면, 익숙한 곳에 ‘나’라는 낯선 존재가 끼어드는 셈일 텐데, 그게 과연 설렘이라는 감정으로 포장이 될까. 미지에 대한 공포에 가깝지 않을까. 내가 없어도 완전해 보이는 이 공간 안에서, 나의 자리가 정말 있을지 궁금해지는 순간. 학교 첫날 주인공의 모습을 제각기 담아낸 10개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몬스터 대학교
감독 댄 스캐론
주연 빌리 크리스탈, 존 굿맨, 스티브 부세미

<몬스터 대학교>(2013)

<몬스터 주식회사>(2001)의 프리퀄인 <몬스터 대학교>는 마이크(빌리 크리스털)와 설리(존 굿맨)의 대학시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몬스터 대학교에 걸어 들어가는 마이크의 모습을 보면, 어쩐지 어리바리하면서도 대학에 대한 환상만으로도 행복했던 신입생 시절이 떠오른다. 입학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몬스터 대학교>는 설리가 아닌 마이크가 메인 스토리텔러다. 영화는 실제로 대학교 신입생이 보면 좋은 내용으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나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 재능에 다루고 있다. 환상에 가득 차 있던 신입생이, ‘나는 뭘 잘할까?’ 고민하게 되기까지, <몬스터 대학교>는 픽사의 범작이란 평을 듣지만, 그래도 놓치기 아쉬운 사랑스러운 범작이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라면 한 번쯤 봐도 좋을 영화.

몬스터 대학교

감독 댄 스캔론

출연 빌리 크리스탈, 존 굿맨, 스티브 부세미

개봉 201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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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피 키드
감독 쏘어 프류덴탈
출연 재커리 고든, 로버트 카프론, 레이첼 해리스, 스티브 잔, 코너 필딩, 오웬 필딩, 데본 보스틱

<윔피 키드>(2010)

어렸을 적, 영어 공부 좀 하는 어린이였다면 한 번쯤은 봤을 책, <윔피 키드>(2010)가 영화로도 존재한다. 2010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윔피 키드>는 이제 막 중학생이 된 그렉(재커리 고든)의 학교 생존기다. 방학 동안 친구들은 어쩐지 부쩍 자라 있는데, 자신은 그대로인 게 영 낯설고 마뜩잖은 그렉. 식당 바닥에서 점심을 먹는 굴욕을 겪고 있는 그이지만, 그에게도 목표가 있다. 바로 학년 인기짱(!)이 되어서 학년 말 앨범에 실리는 것. 그렇지만 학교는 그에게 너무나 지저분하고, 야생적인 곳이다. 영화는 엄마가 차로 태워주면서 사랑의 인사를 하는 게 비웃음거리가 되는 사춘기 특유의 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하면서 관객을 ‘대리 수치’의 현장에 밀어 넣는다.

윔피 키드

감독 쏘어 프류덴탈

출연 재커리 고든, 로버트 카프론, 레이첼 해리스, 스티브 잔, 코너 필딩, 오웬 필딩, 데본 보스틱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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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감독 캐서린 하드윅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로버트 패틴슨

<트와일라잇>(2008)

혹시 MBTI가 _N__이라면, 소싯적 인터넷 소설 꽤나 읽어 봤다면, 수업시간을 백일몽으로 보내버린 적이 있다면,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이야기. <트와일라잇>은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수많은 여성 팬들에게 환상을 심어준 영화다. 특히 예쁘지만 과묵한, 소위 ‘인소’ 속 쿨한 여주인공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는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자신을 이입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있은 걸까.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면서 전학을 오게 된 벨라는 등교 첫날부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물론, 벨라는 눈에 띄는 게 싫다며 거절하지만. 잘생긴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지독하게 엮이는 것마저 인터넷 소설 속 여주인공의 전형이다. 한 손으로 벨라를 구하고, 금빛으로 반짝이는 눈동자를 마주하는 장면은 부정할 수 없는 명장면.

트와일라잇

감독 캐서린 하드윅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로버트 패틴슨

개봉 2008.12.10. / 2018.12.12.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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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점프 스트리트
감독 필 로드, 크리스 밀러
출연 조나 힐, 채닝 테이텀

<21 점프 스트리트>(2012)

화장실 코미디를 애호가라면 <21 점프 스트리트>가 N차 관람 필수작이다. <21 점프 스트리트>는 버디캅 무비에 화장실 코미디를 섞어 넣은 작품으로, 운동 바보 경찰 젠코(채닝 테이텀)와 몸치 경찰 슈미트(조나 힐)가 고등학교에서 잠복근무를 하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의욕에 불탔지만 생각보다 별거 없는(?) 경찰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던 두 사람은 마약이 유통되고 있는 고등학교로 잠복근무를 나서게 된다. 한때 소위 ‘일진’이었던 젠코는 슈미트에게 잠복근무 전 이것저것 일진이 되기 위한 조언들을 해주는데, “가방은 한쪽으로만 껄렁하게 매야 한다” “뭐든 열심히 하면 안 된다" 따위들이다. 그러나 입학식 당일, 막상 가본 학교는 졸업한 지 한참 된 그들의 기억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다. 나이 많은 위장 고등학생들의 고군분투가 눈물겹게 웃긴 영화.

21 점프 스트리트

감독 필 로드, 크리스 밀러

출연 채닝 테이텀, 조나 힐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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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감독 랜달 크레이저
출연 존 트라볼타, 올리비아 뉴튼 존

<그리스>(1978)

다채롭고 종합적인 이유로 개학은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개학을 기다리는 이유는 아마 친구들과 만나고, 방학 기간 동안 있었던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풀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휴대전화가 있으니 그런 설렘도 사라졌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방학에 뭐했어?’라고 묻는 것만큼 등교 첫날 분위기 나는 대화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를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영화는 <그리스>일 것이다. “여름 방학에 어땠어, 그 바다는 어땠어? 그 여자, 그 남자는?”하고 꼬리에 꼬리를 잇는 질문들의 세례가 <그리스>의 ‘섬머 나이츠’(Summer Nights)에 완벽하게 담겨 있다. 대니와 샌디는 여름날 있었던 이야기를 자기 식대로 각색해 친구들에게 들려준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 덕에 이 노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개학 첫날 송’이 됐다.

그리스

감독 랜달 크레이저

출연 존 트라볼타, 올리비아 뉴튼 존

개봉 198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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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를 찾아서 3D
감독 앤드류 스탠튼
출연 앨버트 브룩스, 엘런 드제너러스, 알렉산더 굴드, 윌렘 대포, 브래드 거렛, 앨리슨 제니, 오스틴 펜들튼

<니모를 찾아서>(2003)

아마 아이를 처음으로 학교에 보낸 부모님이라면 한 번쯤은 니모(알렉산더 굴드)의 아버지, 말린(앨버트 브룩스)처럼 생각하지 않았을까? 갑작스러운 상어의 급습으로 아내를 잃은 말린은 하나 남은 가족 니모 역시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니모를 학교에 보내는 걸 불안해한다. 집이 아닌 다른 공동체를 만나게 되는 니모는 아버지의 마음과는 전혀 다르게 학교에 무척이나 가고 싶어 하지만. 니모는 사고로 인해 한쪽 지느러미가 유독 작기도 하기에, 아버지는 자식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가 보지 않는 사이에 자란다고, 니모는 자신의 방식대로 일을 해결해 나가는 의지가 강한 아이였다. 등교 첫날이 아이만큼 긴장되는 부모에게 추천하는 영화.

니모를 찾아서 3D

감독 앤드류 스탠튼

출연 앨버트 브룩스, 엘런 드제너러스, 알렉산더 굴드, 윌렘 대포, 브래드 거렛, 앨리슨 제니, 오스틴 펜들튼

개봉 2003.06.05. / 2013.05.01.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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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

<해리 포터> 시리즈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시리즈의 시작,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J. K. 롤링 작가가 그린 마법 세계가 한몫했다. 친척 집에서 온갖 구박을 받으며 살던 해리가 11살 생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입학 초대장을 받게 된다. 그 유명한 런던의 킹스크로스 역 9와 4분의 3 승강장을 통해 호그와트 특급열차를 탄 그는 같은 호그와트 마법학교 입학생인 헤르미온느(엠마 왓슨)와 론(루퍼트 그린트)을 만나 친구가 된다. 호그와트 입학 첫날이면 빼놓을 수 없는 기숙사 배정. 네 개의 기숙사 모두 제각기 매력이 있어 영화를 보면서 ‘나는 후플푸프가 좋은데’ 하며 마법의 모자에게 배정받는 상상을 하는 건 아마 만국 공통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

개봉 2001.12.14. / 2021.09.15.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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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
감독 야마다 나오코
출연 이리노 미유, 하야미 사오리

<목소리의 형태>(2017)

전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신기한 것, 이질적인 것. 전자의 분위기로 흐른다면 신비로운 전학생이 돼 큰 인기를 끌 수도 있지만, 현실은 영화가 아니기에 대개는 후자로 진행된다. 만약 전학생이 장애가 있다면 더욱더 그 형태는 공고해진다. <목소리의 형태>는 청각장애가 있는 니시미야(하야미 사오리)가 전학을 오면서 달라지는 이시다 쇼야(이리노 미유)의 이야기다. 지루한 게 딱 질색이었던 이시다는 전학생, 게다가 청각장애인 니시미야를 괴롭히는 데 전력을 다하고, 니시미야는 그의 괴롭힘에 다시 전학을 가게 된다. 첫날, 종이를 차분히 넘기며 자신을 소개하고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니시미야. 그리고 그런 그를 마치 실험체 바라보듯 흥미롭게 바라보며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이시다. 영화는 6년 뒤 재회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학교폭력을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세상이던 초등학생 이시다와 모두를 배척하고 모두에게 배척당하는 고등학생 이시다의 첫 등굣날을 비교해 보면 지난 6년의 세월을 어렴풋이나마 가늠할 수 있을지도.

목소리의 형태

감독 야마다 나오코

출연 이리노 미유, 하야미 사오리

개봉 201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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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감독 피터 위어
출연 로빈 윌리엄스

<죽은 시인의 사회>(1990)

학생은 등교가 반갑지 않다. 지루한 자기소개와 강의계획서를 줄줄 읽는 수업 첫날은 어쩐지 졸음만 밀려오고 의욕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담당 선생님이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은 첫 만남에 휘파람을 불며 아이들 사이를 유유자적 휘적거리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바깥으로 부른 다음 자신을 ‘오 캡틴, 마이 캡틴’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말하며 자유롭게 아이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첫 등굣날은 교사에게도 긴장되는 순간이다. 학생들은 교사와 밀고 당기기를 하며 어디까지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떠보고, 교사는 제압당하지 않기 위해 제압하고자 한다. 그런 강압적인 행태에 익숙했던 아이들은 키팅 선생의 열린 태도와 자신들에게 호칭에 대한 ‘선택권’을 준 것에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학생이 교육의 주체라면, 호칭부터 그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함을 보여주는, 키팅 선생의 가치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죽은 시인의 사회

감독 피터 위어

출연 로빈 윌리엄스

개봉 1990.05.19. / 2021.04.01.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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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카로 살아남는 법
감독 마크 워터스
출연 린제이 로한

<퀸카로 살아남는 법>(2004)

전학을 간다는 건 학생에게 엄청난 부담감이자, 나아가서는 고통스러운 고립의 경험이 될 수도 있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케이디(린제이 로한)은 홈 스쿨링을 했기 때문에 학교라는 공간과 체제가 더욱 더 힘든 곳이었다. 그렇기에 케이디는 학교에서 완전히 이질적인 존재였을 것이고, 케이디 역시 두려움을 느꼈을 테지만, 그 모든 감정은 데미안(다니엘 프랜지스)과 제니스(리지 캐플란)를 만났을 때 완전히 누그러졌다. 데미안과 제니스는 케이디를 보호하며 노스쇼어 고등학교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을 가르쳐준다. 그들과 친해지기 전까지, 케이디는 말을 걸면 ‘엉덩이 차버린다’는 협박을 듣고, 선생님들은 소리 지르기만 하는 상황 속에서 당혹감을 느낀다. 가장 고통스러운 건 역시 점심시간. 혼밥이 가장 어려운 장소는 급식실이라고 했던가. 화장실에서 혼자 먹는 케이디의 모습은 짠하기만 하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

감독 마크 워터스

출연 린제이 로한

개봉 200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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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