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싱: 미제사건> 유연석
<뜨거운 피> 정우

정우와 유연석이 같은 시기 극장가를 찾았다. 유연석은 <베니싱: 미제사건>에서 형사로 변신했고, 정우는 <뜨거운 피>에서 조직의 암투를 그려낸다. 스크린을 나란히 장식하는 두 배우를 보니 자연스레 <응답하라 1994>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쓰레기(정우)와 칠봉이(유연석)의 세계관이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응답하라 1994>가 방영한 지도 어느덧 9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많이 달라졌을 신촌하숙 식구들의 근황이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응답하라 1994> 배우들의 근황을 한 자리에 모아봤다. 

배니싱: 미제사건

감독 드니 데르쿠르

출연 유연석, 올가 쿠릴렌코, 예지원

개봉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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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감독 천명관

출연 정우, 김갑수

개봉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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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응답하라 1994> 김재준(쓰레기) 役

영화 <바람>이 정우의 출세작이라면, <응답하라 1994>는 정우의 인생작이다. 늘 장난기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무심하게 툭툭 진심을 이야기할 줄 알던 쓰레기는 <응답하라 1994>의 로맨스를 빛낸 캐릭터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나정(고아라)을 괴롭히던 쓰레기가 한순간 사랑스러운 눈빛을 장착하기까지. 그 과정에서 어떠한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았던 건 단연 배우 정우의 능력 덕분이었다. 무엇보다 <응답하라 1994>에서 정우의 생활 연기는 유독 빛난다. <바람>에서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정우는 현실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어려울 만큼 온전히 캐릭터와 극에 녹아들며 드라마의 흥행을 견인했다. <응답하라 1994> 이후 정우의 행보는 달라졌다. 그야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정우에겐 여러 편의 차기작이 쏟아졌고, 대부분의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었다. <쎄시봉>(2015) <히말라야>(2015) <재심>(2017) 흥부(2018) 등 스크린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물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까지 <바람>의 짱구와 <응답하라 1994> 쓰레기만큼의 파급력을 지닌 캐릭터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인데. 2022년 정우가 들고나올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그 아쉬움이 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뜨거운 피

연초 <뜨거운 피>로 극장의 문을 두들긴 정우는 올해 3편의 작품으로 대중을 찾을 예정이다.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모범가족>. 파산과 이혼 위기에 놓인 평범한 가장이 우연히 거금이 든 차량을 발견하고, 마약조직의 2인자와 얽히면서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로 정우는 주인공 동하를 연기한다. 그리고 또 한 편의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에도 출연을 확정지었다. 사고로 영구 제명된 국대 출신 태권도 선수가 국가대표 멘탈코치로 돌아와 승자독식의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서 진정한 승부를 펼치는 스포츠 드라마로 정우는 타이틀롤 제갈길을 연기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오랜 기간 개봉이 연기되고 있는 작품도 있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다. 영화에서 정우는 강력계 형사 역을 맡았는데. 2019년 크랭크업했지만 아직까지 개봉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야말로 배우 정우의 이름을 가장 많이 만나볼 수 있는 해가 될 수도 있을 거라 예상된다.


고아라
<응답하라 1994> 성나정 役

'응답하라'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얼굴은 일명 '개딸'이라 불리는, 성동일의 딸들이다. <응답하라 1997>에선 정은지가, <응답하라 1988>에선 혜리가 그리고 <응답하라 1994>에서 '개딸'을 담당한 얼굴은 고아라였다. 정은지와 혜리가 예상 밖의 캐스팅이었듯 고아라가 <응답하라 1994>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만 해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지금 와서 보면 고아라 만큼 성나정의 다이나믹한 얼굴을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아라는 성나정 그 자체가 되어 시청자 앞에 섰다. 근 십년간 고아라를 수식하던 <반올림>은 없어지고 이제 고아라 앞엔 성나정이 남았을 만큼, 고아라는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놀라운 변신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도도솔솔라라솔

이후 고아라는 그야말로 '열일'하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드라마 출연작만 따져봤을 땐 단 1년간의 공백기도 없을 만큼 매년 새로운 얼굴을 하고 나타나 관객들을 찾고 있다. <화랑>(2016) <블랙>(2017) <미스 함무라비>(2018) 해치(2019) 등 단순 로맨스가 아닌 사극, 범죄, 미스터리 장르물 등 다양하게 장르를 선택하며 연기의 폭을 넓혔다. 재작년 방영된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 이후 고아라는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듯 보였는데. 작년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 <슬픈 열대>에 캐스팅됐다는 소식과 함께 차기작을 확정했다. 영화 <슬픈 열대>는 복싱 선수 출신의 한 소년이 미스터리한 자들의 타깃이 되어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누아르로 고아라, 김선호, 김강우가 이름을 올렸다. 아직까지 고아라가 맡은 바에 대해선 알려진 사실이 없다. 고아라는 2016년 개봉한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후 스크린 활동이 전무했다. 오랜만에 관객들을 찾는 고아라가 박훈정 감독과 만나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연석
<응답하라 1994> 김선준(칠봉이) 役

<응답하라 1994>의 남편 찾기가 끝까지 쫄깃쫄깃 할 수 있었던 건 쓰레기만큼이나 매력적인 칠봉이 캐릭터 덕분이었다.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했던 쓰레기가 츤데레 같은 매력으로 시청자를 끌어 당겼다면, 그 반대편에선 칠봉이가 무자비한 다정함을 꺼내 보이며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했다. 순수하면서도 어딘가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들게 만들던 유연석의 강아지 같은 얼굴은 숱한 '칠봉파'를 양산시키며 정우, 고아라와 함께 드라마를 이끌었다. <응답하라 1994>를 만나기 전까지 유연석은 선보다는 악에 가까운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해 왔다. <혼> <건축학개론> <늑대소년> 등 여러 작품에서 매서운 얼굴을 주로 꺼냈다. 사랑 보단 미움 받는 것이 익숙한 배우였다는 말과도 같은데. 칠봉이를 통해 유연석은 처음으로 대중의 커다란 사랑을 받게 되었고, 그야말로 출세작인 된 <응답하라 1994> 이후 유연석은 이후 작품들에서 굵직한 역할들을 떠안으며 스크린과 브라운관 모두에서 활약하는 배우로 떠올랐다.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와 같이 메가 히트한 캐릭터를 뛰어넘는 작품과 역할을 또 한 번 맡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유연석은 그 어려운 걸 계속해서 해내고 있는 배우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강동주, <미스터 션샤인>의 구동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안정원까지. 듣기만 해도 캐릭터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인생 캐릭터들을 여러 차례 갈아 치우는 데 성공했다. 올해도 유연석은 분주하기만 하다. 가장 먼저 영화 <멍뭉이> 촬영을 끝냈다. <멍뭉이>는 <청년경찰>과 <사자>를 연출한 김주환 감독 작품으로, 가족 같은 반려견과 생이별하게 된 두 남자가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나선 여정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연석과 차태현이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에서도 유연석을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유연석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을 통해 윤종빈 감독, 황정민, 하정우, 박해수, 조우진과 호흡을 맞춘다. <수리남>은 마약왕을 검거하기 위한 국정원의 비밀작전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민간인 사업가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로 유연석은 고문 변호사이자 조직의 브레인 데이빗 박을 연기한다.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김성균
<응답하라 1994> 김성균(삼천포) 役

<응답하라 1994>에서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를 고르자면 삼천포가 아닐까. <범죄와의 전쟁>에서 눈을 뒤집어 까며 최민식을 위협하던 이와 삼천포가 동일 인물이라니. 김성균에게 "순진한 가발을 씌우면 또 다른 느낌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삼천포 캐릭터는 그야말로 김성균을 위한, 김성균에 의한 캐릭터였다. 신원호 감독은 "김성균이 끝까지 거절을 했더라면 그 캐릭터는 엎어버렸을 것이다"라고 까지 밝혔다. 신원호 감독의 감은 적중했고, 어딘지 모르게 순박하면서도 까칠한 삼천포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그려낸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대중에게 확실한 존재감을 새기는 데 성공한다.

그리드

<응답하라 1994> 출연 배우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 역시 김성균이다. <범죄와의 전쟁>과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역대급 존재감을 뽐낸 김성균은 많은 연출자들이 탐내는 얼굴이 되었다. 2013년부터 김성균은 꾸준하다 못해 일정하게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는 중인데. 올해도 김성균의 시계는 쉬지 않고 돌아갈 예정이다. 영화만 무려 4편이 대기 중이다. <서울대작전> <오픈 더 도어> <한산: 용의 출현> <서울의 봄>. 모두 주연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디즈니+에서도 김성균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김성균은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로 알려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서 빠른 속도와 강력한 힘을 지닌 인물을 연기할 예정이라고. <무빙>은 2022년 4분기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다.


도희
<응답하라 1994> 조윤진 役

놀라운 사실이지만 <응답하라 1994>는 도희의 배우 데뷔작이다. 타이니지로 활동하던 도중 <응답하라 1994>의 오디션을 봤는데, 특유의 사투리 구사력으로 조윤진 역할을 따냈다고 알려져 있다. 아담한 키에 비해 널널하게 입은 바지와 티셔츠. 5대 5로 정확히 갈라진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신세대의 모습과 동시에 구수한 사투리와 찰진 욕까지. <응답하라 1994> 조윤진은 표현하기도, 사랑받기도 힘든 캐릭터였는데. 캐릭터의 단점마저 매력으로 승화하는 데 성공한 도희는 확실한 '연기돌'로 인정받으며 꾸준히 배우로서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자산어보

최근 인상적인 작품으로는 영화 <자산어보>를 이야기할 수 있겠다. <자산어보>에서 도희는 창대(변요한)의 소꿉친구이자 해녀인 복례를 연기했다. <응답하라 1994>에서도 그랬듯, <자산어보>에서 역시 도희는 거친 대사들을 찰지게 소화해내며 영화의 신 스틸러로 떠올랐다. 제41회 황금촬영상 시상식에선 신인여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매년 드라마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도희는 최근 디즈니+ <너와 나의 경찰 수업>에서도 경찰대학 신입생 우주영을 연기하며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아직까지 이후 차기작은 공개된 바가 없지만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배우임은 분명한 듯 보인다.


손호준
<응답하라 1994> 손호준(해태) 役

준호 역시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유의 곱슬머리를 하고 있는 손호준은 해태 타이거즈의 열렬한 팬이라는 이유로 해태라는 별명이 붙었다. 의리 빼면 시체일 만큼 친구들과의 우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곳곳에 러블리함이 묻어있던 해태는, <응답하라 1994>의 쉼터 같은 존재였다. <응답하라 1994>를 만나기 이전 이미 연극 무대를 장식한 경험이 있는 손호준은 해태라는 인물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무엇보다 전라도 지역에서 태어난 만큼 배우 손호준의 걸쭉한 사투리 연기는 일품이었다. 영화 <바람>을 본 이들이라면 손호준을 경상도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당시 손호준의 사투리 연기는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결과였다. <응답하라 1994> 이후 손호준은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는 물론 서울말까지 클리어했다며 "지금도 언제든 경상도, 전라도, 서울말로 연기할 수 있다. 남들은 영어, 일어, 중국어 공부할 때 저는 3개 한국어를 공부한 셈"이라고 웃어 보였다.  

스텔라

<고백부부>(2017) <눈이 부시게>(2019) 등 꾸준히 드라마에서 얼굴을 비추고 있는 손호준의 성실한 행보는 올해도 그대로 이어진다. 영화 <스텔라>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가 방영을 준비 중이다. <소방서 옆 경찰서>는 범인 잡는 경찰과 화재 잡는 소방의 공동대응 현장 이야기로 손호준은 화재진압대원을 연기할 예정이다. 이규형, 허성태와 함께 코미디에 도전한 영화 <스텔라>에서도 손호준은 가장 맨 앞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스텔라>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나우무비 에디터 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