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 사이에 과연 친구가 가능한가. 깻잎 논쟁, 카풀 논쟁에 이어 블루투스 논쟁까지 별의별 논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이성 사이 친구 존재 여부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던지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었을 뿐이지 남사친 여사친에 대한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간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 우정과 사랑 사이를 미묘하게 줄타기하는 남녀의 이야기가 단골 주제로 등장해왔고,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도 왕왕 언급되어왔다. 여기 남녀 사이에 친구가 있는가에 대한 답을 내려줄 영화들을 가져왔다. 소꿉친구로 만나 서로의 오랜 단짝이 된 이들부터 대학에서 만나 친구가 된 이들, 각자의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다 친구가 된 이들까지 다양한 표본들이 있다. 그래서 결국 남녀 사이에 친구가 있다는 것이냐고? 아래 영화들의 결말을 한 번 눈여겨 보시라.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러브, 로지
Love, Rosie , 2014

로지(릴리 콜린스)와 알렉스(샘 클라플린)는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며 간밤에 꾼 이상한 꿈까지 공유하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두 사람 사이의 단단했던 친구의 벽은 로지의 18번째 생일 파티에서 균열이 생기고 만다. 파티에서 만취한 두 사람이 술김에 키스를 해버리기 때문. 하지만 다음날 로지는 필름이 끊겨버리고, 어젯밤 일에 대해 생각조차 하기 싫다며 알렉스의 마음에 대못을 박아버린다. 이때를 기점으로 두 사람은 무려 12년을 애매한 사이로 지낸다. 영화가 개봉했었던 당시 유행했던 노래의 가사를 빌리자면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 같은’ 썸남과 썸녀로 긴 시간을 보냈던 것. 결국 두 사람은 수많은 오해와 지나간 연인들, 그리고 엇갈린 타이밍을 넘어 끝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고, 18살에 시작했던 키스는 30살이 되어 다시 두 사람 사이로 돌아온다. 애매하게 유지했던 친구라는 이름의 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 그렇게 소꿉친구 둘은 연인이 되었다. 

러브, 로지

감독 크리스티안 디터

출연 릴리 콜린스, 샘 클라플린

개봉 201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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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데이
One Day, 2011

영화는 1988년 7월 15일을 시작으로 매년 7월 15일을 조명하며 20년 동안 반복되는 하루를 보여주는 독특한 구조로 진행된다. 7월 15일은 영국의 전설 속 ‘원 데이’인 ‘성 스위틴 데이’로, 그날 비가 내리면 40일 내내 비가 내리고 반대로 맑다면 40일 동안 아름다운 날씨가 이어진다는 속설이 전해지는 날이다. 그리고 그날은 주인공 엠마(앤 해서웨이)와 덱스터(짐 스터게스)의 대학교 졸업식 날이기도 했다. 졸업식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고 급작스럽게 하룻밤을 보낸 후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사랑도 우정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며 20년을 지낸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도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엠마와 풍족한 집에서 태어나 그저 세상을 즐기며 살고만 싶은 덱스터는 오랜 시간 동안 부단히 곁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흘러 엠마와 덱스터는 우정이라는 명목으로 유지해왔던 그들의 관계를 사랑으로 재정의한다. 물론 그 사이 덱스터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엠마였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원 데이

감독 론 쉐르픽

출연 앤 해서웨이, 짐 스터게스

개봉 2012.12.13. / 2020.07.08.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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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위드 베네핏
Friends With Benefits, 2011

LA에 살고 있는 아트디렉터 딜런(저스틴 팀버레이크)과 뉴욕의 헤드헌터 제이미(밀라 쿠니스)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각자의 연인에게 ‘친구로 지내자’며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받는다. 그리고 세상에 진실한 사랑은 없다며 이젠 아무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그러던 중 제이미가 딜런을 패션잡지 <GQ>의 아트 디렉터로 추천하고, 딜런이 뉴욕으로 오며 두 사람은 처음 만나게 된다. 사랑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비슷한 둘은 금세 친구가 되지만, 활기가 넘치는 청춘의 두 남녀는 본능 앞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보통의 이야기라면 우정을 지키기 위해 선을 넘지 않거나 선을 넘었다면 우정이 깨지는 쪽으로 갈 텐데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다른 길을 택한다. 우정과 잠자리는 양립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섹스 후에도 우정을 지키겠다는 맹세를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신선했지만 결론은 결국 앞선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한다. 엔딩 장면에서 키스 후 데이트를 가 테이블을 엎어버리는 두 사람. 비슷한 결의 작품으로 <친구와 연인사이>도 있다. 

프렌즈 위드 베네핏

감독 윌 글럭

출연 밀라 쿠니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개봉 201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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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My Best Friend's Wedding, 1997

영화는 줄리안(줄리아 로버츠)이 마이클(더모트 멀로니)의 전화를 받으며 시작된다. 두 사람은 대학교 2학년 때 만나 한 달간 열렬히 사랑했던 사이지만, 오히려 헤어진 후에 베스트 프렌드가 된다. 서로가 힘들 때 아낌없이 도와주며 곁을 지켰던 둘은 28살 때까지 각자의 짝을 찾지 못하면 결혼하자며 부질없는 약속을 했다. 줄리안이 마이클의 연락을 받은 시기는 마침 그녀가 28살이 되기 3주 전. 하지만 그가 건넨 말은 ‘결혼하자’가 아닌 ‘결혼한다’였고, 새삼 그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줄리안은 마이클을 되찾기 위해 그를 찾아간다. 하지만 마이클의 여자친구인 키미(카메론 디아즈)는 줄리안의 속도 모르고 그녀에게 들러리를 부탁하는 등 시종 호의적으로 굴며 줄리안을 난처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줄리안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결혼식을 몇 시간 앞둔 마이클에게 자신과 결혼하자고 말도 안 되는 고백을 하며 키스하는데, 마침 키미가 이 장면을 목격해버린다. 결혼이 무산되어버릴 뻔한 위기를 여차저차 넘기고 줄리안의 짝사랑은 종지부를 찍는다. 리스트 중 유일하게 남사친과 여사친이 이루어지지 않은 작품. 하지만 과연 한 번 사귀었던 전적이 있는 남사친을 진정한 친구라 할 수 있을까.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감독 피 제이 호건

출연 줄리아 로버츠, 더모트 멀로니, 카메론 디아즈

개봉 1997.12.13. / 2021.07.14.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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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When Harry Met Sally..., 1989

남녀 사이 친구 가능에 대한 이야기는 30년도 더 전에도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대학 졸업 후 뉴욕까지 함께 차를 타고 가게 된 해리(빌리 크리스탈)와 샐리(멕 라이언). 당시 해리는 샐리 친구의 남자친구였다. 두 사람은 무려 18시간을 함께 달렸지만,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주제로 설전을 벌이다 뉴욕에 도착해 곧장 제 갈 길을 간다. 그리고 5년 후 우연히 비행기에서, 또 한 번의 5년 후 서점에서 마주친다. 그 사이 샐리는 이별을 했고, 해리는 이혼을 했다.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을 거라고 했던 두 사람은 10년이 지나 겨우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샐리는 전 남자친구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해리와 어쩌다 하룻밤을 함께 보내버린다. 뜻밖의 전개에 다소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린 두 사람. 그러나 한 해의 마지막 날 그들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사랑임을 깨닫고, 세 달 후 웨딩 마치를 울린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감독 로브 라이너

출연 빌리 크리스탈, 멕 라이언

개봉 1989.11.18. / 2016.12.28.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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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무비 에디터 박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