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시기를 막론하고 학교 폭력은 우리 사회의 가장 고질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시대에 따라 괴롭힘의 도구와 양상이 변화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그 안에 남겨진 피해자들의 얼굴이다. 최근에야 <인간수업> <소년심판> <돼지의 왕>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제작하지만 여전히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 이 때문에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더욱 반갑다. 이 작품은 그간 학교 폭력을 다뤄 온 영화들과는 시선을 달리하는데, 과거의 작품들이 피해자의 얼굴을 집중 조명했다면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가해 학생의, 그리고 그 부모들의 뻔뻔한 얼굴과 태도에 주목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개봉을 맞아 이 작품을 포함해 학교 폭력의 민낯을 볼 수 있었던 각국의 영화들을 한데 모아봤다.


한국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명문 국제중학교의 한 한생이 같은 반 친구 4명의 이름을 적은 편지를 남긴 채 의식불명 상태로 호숫가에서 발견된다. 편지에 적힌 아이들의 가족은 하나같이 우리나라의 권력과 재력을 꽉 쥐고 있는 이들로, 가해자로 지목된 이 아이들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사건을 은폐하고자 한다. 영화는 2012년 현대 일본희곡 낭독공연에서 상영되었던 동명의 일본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데, 영화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로 결정하고 시나리오를 집필하기까지 무려 5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오랜 고민과 준비 끝에 나온 작품인 만큼 영화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데, 자식의 문제에 대해 부모가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 낱낱이 보여주며 관객들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도록 만든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감독 김지훈

출연 설경구

개봉 20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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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Thread of Lies, 2013

마트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당당한 엄마 현숙(김희애)은 남의 일엔 관심 없는 시크한 성격의 첫째 만지(고아성), 가족들 중 가장 밝고 웃음이 많은 둘째 천지(김향기)와 함께 넉넉하진 않지만 크게 부족하지도 않게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천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현숙과 만지는 천지의 죽음 뒤에 숨겨진 다른 이야기를 알게 된다. <우아한 거짓말>은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천지는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은근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고,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엄마와 언니에게 슬쩍 내비치지만 가족들은 이를 쉬이 알아차리지 못한다. 학교 폭력 문제에 단지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것만이 아닌,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고도 묵인하는 방관자도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 

우아한 거짓말

감독 이한

출연 김희애,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

개봉 201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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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년시절의 너
少年的, Better Days, 2019

기댈 곳 하나 없는 우등생 소녀 첸니엔(주동우)은 우연히 길에서 문제아 베이(이양천새)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를 도와주다 가까워지게 된다. 비슷한 상처와 외로움을 가진 두 사람은 자연스레 서로에게 의지를 하게 되고 학교폭력을 당하는 첸니엔을 위해 베이는 그녀 곁을 지킨다. 그러다 수능을 하루 앞둔 어느 날 사건이 터지고 만다. 2020년 국내에서 처음 개봉한 영화 <소년시절의 너>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연출한 증국상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첫 개봉 이후 국내에서 두 번이나 재개봉을 했을 정도로 저력이 대단했던 작품이다. 언뜻 보기엔 10대 소년과 소녀의 청춘 로맨스를 그리는 듯하지만, 그 이야기를 중심으로 학교 폭력 문제를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내며 청소년들과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소년시절의 너

감독 증국상

출연 주동우, 이양천새

개봉 2020.07.09. / 2021.04.22.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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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몬몬몬 몬스터
告老!怪怪怪怪物!, Mon Mon Mon Monsters, 2017

린슈웨이(등육개)는 학교 내 불량 서클 ‘몬스터’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이다. 그 무리의 우두머리는 런하오(채범희). 린슈웨이는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들과 어울리는데, 어느 날 치매에 걸린 노인의 금고를 훔치려다 괴물 자매를 만난다. 린슈웨이와 런하오 일당은 그 괴물들 중 하나를 아지트로 데려와 학대하기 시작하고, 나머지 괴물이 그를 찾아 나서며 복잡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믿기 힘들겠지만 <몬몬몬 몬스터>는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메가폰을 잡았던 구파도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전작과 전혀 다른 장르와 결의 <몬몬몬 몬스터>는 괴물보다도 더 끔찍한 생명체는 인간이라 외치며 인간의 폭력성과 잔혹성을 조명한다. 또 학교 내 폭력을 조장하는 가해자와 그들을 지켜보는 무수한 방관자들을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해내며 관객들에게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몬몬몬 몬스터

감독 구파도

출연 등육개, 채범희, 진패기, 유혁아

개봉 201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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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릴리 슈슈의 모든 것
リリィ シュシュのすべて, All About Lily Chou Chou, 2001

유이치(이치하라 하야토)는 가수 릴리 슈슈를 좋아하는 중학교 2학년의 평범한 소년이다. 유이치는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호시노(오시나리 슈고)와 절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갑자기 돌변한 호시노는 츠다(아오이 유우)의 약점을 잡아 원조교제를 시키고, 유이치가 짝사랑하던 소녀 쿠노(이토 아유미)도 끔찍하게 괴롭힐 뿐 아니라 친한 친구였던 유이치에게도 스스럼없이 가혹행위를 저지른다. 왕따를 당하는 중학생 소년의 일상을 따라가는 이 작품은 이와이 슌지 감독이 직접 쓴 동명의 소설을 스스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앞서 언급한 구파도 감독처럼 양극단의 작품을 연출하며, 작품의 결에 따라 ‘화이트 이와이’와 ‘블랙 이와이’로 불리기도 하는데, '블랙 이와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속 학교 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슬프다 못해 처참하기까지 하다. 2001년 작으로 20년도 더 전의 작품이지만, 영화 속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더 암울하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이치하라 하야토, 오시나리 슈고

개봉 2005.06.23. / 2021.08.08.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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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캐리
Carrie, 1976

캐리(씨씨 스페이식)는 광적으로 독실한 신자 어머니(파이퍼 로리)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여고생이다. 어머니의 강압적인 태도에 캐리는 내성적인 아이로 자라고, 학교에서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보통 소녀들과는 달랐으니, 바로 염력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의 소유자라는 것. 그러던 어느 날 졸업파티에서 캐리는 학생들의 음모에 걸려들어 돼지 피를 뒤집어쓰는데, 이때 그녀의 초능력이 폭발하며 끔찍한 일을 벌이고 만다. 영화는 스티븐 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어머니로부터 억압당하고 학교에서도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며 어찌 보면 통쾌한(?) 복수를 그리는 작품이다. 2013년 클로이 모레츠가 주연을 맡아 리메이크된 작품도 있다. 

캐리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씨씨 스페이식

개봉 197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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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무비 에디터 박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