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는 2001년 심사위원 대상은 물론 두 주연상까지 섭렵했다. (이를 계기로 칸 영화제는 한 작품이 여러 부문을 독식하는 걸 지양하고 있다,) 영화가 공개되고 3년 뒤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를 원작으로 한 <피아니스트>는 강압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 성도착증을 가진 40대의 음악원 교수 에리카와 그의 제자가 되는 25세 발터의 관계를 그린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이끌리지만, 에리카는 다가오는 발터를 거부하면서도 다른 제자가 발터와 가까워지는 걸 보고 해를 가하고, 결국 가학과 피학이 뒤엉킨 성적 취향을 고백하게 되면서 그들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1978년 <바이올렛 노지에르>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위페르는 <피아니스트>로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고, 잔뜩 억눌린 욕망을 꾹꾹 눌러담은 위페르의 위대한 퍼포먼스에 적절히 반응한 브누아 마지엘 역시 남우주연상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