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영화제에서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로커>가 절찬 상영 중이다. 이번 수상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2004년 작 <아무도 모른다>에 이어 또 한번 칸 주연상을 안긴 감독이 됐다. 고레에다와 더불어 여러 차례 칸 주연상 배우를 배출한 감독들을 소개한다.


스티븐 소더버그

*
1989년
제임스 스페이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Sex, Lies, and Videotape

2008년
베니시오 델 토로
<>
Che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스티븐 소더버그의 데뷔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26세에 발표한 첫 영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가 1989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장 빔 벤더스를 비롯한 심사위원은 기꺼이 소더버그에게 황금종려상을 바쳤다. 그뿐만 아니다. 스스로 성불구자라 고백하며 여자들의 성 경험담을 인터뷰 하고 그걸 녹화하는 걸 보면서 욕구를 채우는 그레이엄 역의 제임스 스페이더가 남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 소더버그의 작품을 통해 주연상을 차지한 건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2008년 <체>의 베네치오 델 토로였다. 아르헨티나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삶을 2부작에 걸쳐 영화화 한 <체>에서 게바라 역을 맡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배우 델 토로는 7년 동안 캐릭터를 조사해, 20세기 가장 유명한 인물을 육화해냈다. 그는 소더버그와 함께 한 전작 <트래픽>(2000)로 베를린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체>

마이크 리

*
1993년
데이비드 슐리스
<네이키드>
Naked

1996년
브렌다 블레신
<비밀과 거짓말>
Secrets & Lies

2014년
티모시 스폴
<미스터 터너>
Mr. Turner

<네이키드>

영국 감독 마이크 리의 작품은 무려 3명의 칸 주연상 수상자를 탄생하게 했다. 그가 경쟁부문에 초청된 게 총 5번인 걸 고려하면 타율이 상당한 셈. 처음 경쟁 후보에 올라 리가 감독상을 받은 <네이키드>는, 부랑자처럼 런던 거리를 헤매며 여러 사람들을 마주하는 자니 역의 데이비드 슐리에게도 남우주연상을 수여했다. 다음은 여성 배우. <대부>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1996년에 공개된 <비밀과 거짓말>은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같이 받았다. 가족들로부터 외면 받으며 중년의 삶을 지내다 오래전 입양 보낸 딸과 만나게 되는 신시아 역의 브렌다 블레신은 그해 굵직한 여우주연상들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블레신과 함께 <비밀과 거짓말>의 주연으로 활약한 티모시 스폴은 2년 동안 그림을 배워 영국의 저명한 화가 윌리엄 터너를 연기한 <미스터 터너>로 2014년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비밀과 거짓말>
<미스터 터너>

다르덴 형제

*
1999년
에밀리 드켕
<로제타>
Rosetta

2002년 
올리비에 구르메
<아들>
Le Fils

<로제타>

칸 영화제의 총애를 받는 대표적인 감독인 다르덴 형제는 1999년 작 <로제타>로 처음 경쟁부문에 초청돼 바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당시 처음 연기에 도전해, 하루하루 벌이에 목을 매다 못해 일자리를 위해 자기를 도와주는 친구마저 배신하고마는 주인공 로제타를 끄집어낸 에밀리 드켕이 (마찬가지로 첫 연기였던 <휴머니티>의 세브린 카닐과 함께 공동)여우연상을 받았다. <로제타>에 연이어 초청돼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아들>은 5년 전 아들을 죽인 소년을 다시 만나게 되는 남자를 연기한 올리비에 구르메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로제타>에도 출연한 바 있는 구르메는 이후 <더 차일드> <로나의 침묵> <자전거를 탄 소년> <내일을 위한 시간> <언노운 걸> 등 다르덴 형제의 작품에 꾸준히 출연해왔다.

<아들>

라스 폰 트리에

*
2000년
비요크
<어둠 속의 댄서>
Dancer in the Dark

2009년
샬롯 갱스부르
<안티크라이스트>
Antichrist

2011년
커스틴 던스트
<멜랑콜리아>
Melancholia

<어둠 속의 댄서>

1999년 <로제타>에 이어 그 이듬해에도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 바로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어둠 속의 댄서>다. 뮤지컬 영화를 표방한 <어둠 속의 댄서>는 아이슬란드 출신의 걸출한 아티스트 비요크가 주인공 셀마 역에 캐스팅 돼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솔로 데뷔 앨범을 내놓기도 전인 1990년에 영화 한편에 출연한 게 전부였던 비요크는 근근이 홀로 아들을 키우며 살지만 이제는 시력까지 잃어가는 셀마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2009년 '우울증' 삼부작을 시작하는 <안티크라이스트>에서 남편과 섹스를 하던 사이 아들이 추락사 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그녀'를 연기한 샬롯 갱스부르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2년 후 갱스부르가 커스틴 던스트와 자매로 나온 다음 작품 <멜랑콜리아>로 던스트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부터 여성 캐릭터를 극단으로 몰고 가는 방향을 고수하던 폰 트리에 특유의 연출이 여성 배우들의 열연을 이끌어냈다.

<안티크라이스트>
<멜랑콜리아>

미카엘 하네케

*
2001년
이자벨 위페르
<피아니스트>
La Pianiste

2001년
브누아 마지엘
<피아니스트>

La Pianiste

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는 2001년 심사위원 대상은 물론 두 주연상까지 섭렵했다. (이를 계기로 칸 영화제는 한 작품이 여러 부문을 독식하는 걸 지양하고 있다,) 영화가 공개되고 3년 뒤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를 원작으로 한 <피아니스트>는 강압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 성도착증을 가진 40대의 음악원 교수 에리카와 그의 제자가 되는 25세 발터의 관계를 그린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이끌리지만, 에리카는 다가오는 발터를 거부하면서도 다른 제자가 발터와 가까워지는 걸 보고 해를 가하고, 결국 가학과 피학이 뒤엉킨 성적 취향을 고백하게 되면서 그들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1978년 <바이올렛 노지에르>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위페르는 <피아니스트>로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고, 잔뜩 억눌린 욕망을 꾹꾹 눌러담은 위페르의 위대한 퍼포먼스에 적절히 반응한 브누아 마지엘 역시 남우주연상을 받게 됐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
2006년
페넬로페 크루즈, 카르멘 사우라 등
<귀향>

Volver

2019년
 
안토니오 반데라스
<페인 앤 글로리>
Dolor y gloria

<귀향>

페드로 알모도바르 역시 위에서 소개한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칸 영화제의 꾸준한 편애를 받고 있는 감독이다. 처음 경쟁 후보에 오른 <내 어머니의 모든 것>으로 감독상을 받은 그는 3대에 걸친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귀향>을 통해 다시 칸을 찾아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 배우가 아닌 알모도바르의 뮤즈와도 같은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와 카르멘 사우라를 비롯해 주요 캐릭터를 연기한 여섯 명의 배우 모두가 공동수상 했다. 2006년은 여우주연상뿐만 아니라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광의 날들> 역시 다섯 배우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알모도바르의 또 다른 단골 배우인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페인 앤 글로리>로 칸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 역시 특별한데, 그가 연기한 주인공 살바도르는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전적인 캐릭터였다. 

<페인 앤 글로리>

아쉬가르 파하디

*
2013년
베레니스 베조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Le Passé

2016년
샤하브 호세이니
<세일즈맨>
فروشنده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로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은 이란 감독 아쉬가르 파하디는 외국에서 만든 처음 만든 프랑스어 영어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로 처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무성영화 형식을 내세운 <아티스트>를 통해 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베레니스 베조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다시 이란으로 돌아와 만든 새 영화 <세일즈맨> 역시 칸 경쟁 후보가 됐고,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토대로 한 연극을 준비하는 부부의 이야기로 각본상을 받은 데 이어 <어바웃 엘리>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등 파하디와 여러 작품을 같이 한 샤하브 호세이니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세일즈맨>

고레에다 히로카즈

*
2004년
야기라 유야
<아무도 모른다>
らない

2022년
송강호
<브로커>

<아무도 모른다>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신도들의 가족을 그린 <디스턴스>(2001)로 처음 칸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디스턴스>는 빈손으로 돌아갔지만, 다시 한번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음 작품 <아무도 모른다>는 14세의 배우 야기라 유야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엄마에게 버려져 혼자 세 동생과 챙기며 살아가는 소년 아키라를 연기한 야기라를 두고, 2004년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제 내내 수많은 작품들을 보았지만 결국 기억에 남는 건 <아무도 모른다>의 소년의 눈빛이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 처음 칸 영화제를 방문한 이래 경쟁 후보작의 배우와 경쟁 부문 심사위원 등으로 여러 차례 칸과 연을 맺어온 송강호는 고레에다가 연출한 한국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브로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