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HBO 드라마들. 그 라인업을 세워보자면 <소프라노스>, <더 와이어>, <제너레이션 킬>, <체르노빌> 등 드라마의 역사를 갈아 치운 명작들의 향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왕좌의 게임> 역시 HBO가 제작했다. 이처럼 드라마 명가로 불리는 HBO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HBO맥스의 한국 진출을 통해서다. 본래 단독 OTT로 진출할 계획이었으나 시장의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국내 토종 OTT 웨이브와 손을 잡았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 등 기대작들도 웨이브로 한국에 입성하게 됐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명작들의 홍수 속, 무엇을 봐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시청자들을 위해 준비했다. 작품성과 화제성을 겸비하여 HBO 드라마의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최근작들 중 주목할 만한 드라마 시리즈 7개를 소개한다.


<웨스트월드: 인공지능의 역습>
<웨스트월드: 인공지능의 역습>

떡밥 가득한 SF의 세계, <웨스트월드>

<왕좌의 게임>을 뛰어넘기 위해 HBO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SF 시리즈 <웨스트월드>. 떡밥의 제왕 J.J 에이브럼스 감독이 제작을, 크리스토퍼 놀란의 동생 조나단 놀란이 각본을 맡아 시즌 초반 탄탄한 개연성을 자랑한다. 두 사람의 합작답게 에피소드가 진행되며 풀리는 떡밥들이 어마어마한 정도. 최상류층들의 유흥을 위해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세워진 가상의 테마파크 웨스트 월드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웨스트월드에 들어온 인간들을 위해 입력된 시나리오대로만 움직여야만 하는 호스트가 자신의 자아를 깨닫게 되면서 각성하게 되고, 인간들의 무자비한 행위에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한다는 내용. 드라마는 웨스트월드를 통제하는 거대 기업 델로스와 인간과 AI 사이에 놓인 호스트들로 하여금 기술의 진보에 대해 고찰하게 만든다. 1973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국내에선 <이색지대>로 개봉했다)를 원작으로 삼아 시리즈화했다. 안소니 홉킨스, 에드 해리스, 제프리 라이트 등 화려한 배우 라인업을 자랑한다. 현재 시즌 4까지 방영했으며, 시즌 5 제작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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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월드 : 인공지능의 역습

출연 안소니 홉킨스, 제임스 마스던, 에반 레이첼 우드, 제프리 라이트, 탠디 뉴튼, 로드리고 산토로, 에드 해리스, 섀넌 우드워드, 안젤라 사라피언, 시드 바벳 크누센, 지미 심슨

방송 2016, 미국 H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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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리아>
<유포리아>

지금 이 순간 가장 핫한 드라마, <유포리아>

어린 시절 우연히 마약성 진통제에 노출되면서 마약 중독자가 된 (젠데이아). 과도한 복용으로 결국 여름방학을 재활원에서 보내고,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집에 돌아오게 된다. 우연히 가게 된 파티에서 루는 동네로 이사 온 트랜스젠더 줄스(헌터 샤퍼)를 만나게 된다. 혼란스러운 10대를 보내고 있는 둘은 서로를 지켜주며 가까워지게 되고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 놓이게 된다.

<유포리아> 젠데이아 콜먼

'마약과 성, 트라우마, 범죄, 소셜 미디어가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사랑과 우정 사이 갈등하는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라는 시놉시스처럼 <유포리아> 미국 10대들의 사회적 문제를 담아낸 하이틴 드라마다.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다룬 하이틴물보다는 퇴폐적이고 선정적인 요소들로 인기를 끌었던 영국 드라마 <스킨스>에 더 가깝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시기를 보내며 양면성을 지닌 인물들을 표현하기 위해 롱테이크, 핸드헬드 및 아웃포커싱 등 다양하고 감각적인 연출이 눈에 띈다. 리듬감 있고 스피디하게, 때론 어지럽게 느껴질 정도로 뒤섞인 편집, 인물들의 감정 및 신에 맞물리는 몽환적인 음악들이 <유포리아> 관전 포인트로 손꼽힌다. 다소 지나치게 느껴질 수 있는 선정적인 장면들이 있으니 시청 시 주의하시길. 2019년 시즌 1이 엄청난 호평과 함께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시즌 2가 제작, 방영됐다. 

주연을 맡은 젠데이아는 제72회 에미상에서 역대 최연소로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데 이어, 2022년 제74회 에미상에서도 시즌 2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흑인 여성 배우 중 최초의 여우주연상 2회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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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리아

출연 젠데이아 콜먼, 모드 아패토우, 제이콥 엘로디, 스톰 레이드, 헌터 샤퍼, 알지 스미스, 시드니 스위니

방송 2019, 미국 H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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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세션>
<석세션>
<석세션>

한국에만 막장 있는 게 아니지! <오징어 게임> 제치고 에미상 작품상 받은 <석섹션>

재벌가의 막장 스토리를 다룬 드라마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빅쇼트>, <바이스>, <돈 룩 업>을 연출한 아담 맥케이가 제작자로 참여한 <석세션>이 그 예다. <석세션>은 세계적인 언론 기업 웨이스타 로이코 설립한 로이 가문의 이야기를 그린 재벌 막장극이다. 나이 든 로이 회장과 그의 경영권을 이어받기 위한 세 남매-첫째는 논외로 두자- 켄달(제레미 스트롱) 로이와 로먼 로이(키엘란 컬킨), 시브 로이(사라 스누크) 갈등과 다툼이 주된 서사를 담당한다.

유쾌한 사회 풍자와 시니컬한 블랙 코미디에 일가견 있는 아담 맥케이의 흔적들이 짙게 묻어있다. 미국에서 가장 핫한 시리즈 중 하나로, 74회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과 <유포리아> 등을 제치고 드라마 시리즈 부문 작품상(최우수 드라마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한없이 찌질한 모습을 선보였던 시브 로이의 약혼자 톰 역의 매튜 맥퍼딘이 키엘란 컬킨과 니콜라스 브라운을 꺾고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블랙 코미디물을 좋아한다면 지금 바로 관람해야 할 필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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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세션

출연 브라이언 콕스, 키에란 컬킨, 사라 스누크, 니콜라스 브라운, 매튜 맥퍼딘, 히암 압바스, 앨런 럭, 피터 프리드먼, 나탈리 골드

방송 2018, 미국 H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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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즈 테일>
<핸드메이즈 테일>

임신의 도구로 전락한 여성들, <핸드메이즈 테일>
 
디스토피아물을 선호한다면 주목하시길. 1985년 출간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 <시녀이야기> 드라마화한 <핸드메이즈 테일>은 하루아침에 극우세력인 길리어드가 정권을 잡게 되며 하녀이자 출산의 도구로 전락해버린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다. 잡지사에서 일하며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던 준(엘리자베스 모스)은 길리어드에 의해 가정이 파괴되고 프레드의 집에 하녀로 배치된다. 불임인 고위층의 가정에서 강제로 관계를 맺고 출산해야 하는 현실 속에 준은 자신의 딸을 되찾기 위해 존엄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권력의 손에 빼앗겨버린 여성의 존엄과 삶은 되찾을 수 있을까. 감독의 감각적이고 수려한 연출 및 탄탄한 개연성, 배우들의 연기로 2017시즌 1 방영 당시 대중들의 호평을 받았다. 69회 에미상에서 드라마 시리즈 부문 작품상을 거머쥐었으며, OTT 최초의 에미상 작품상 수상이라는 유의미한 기록을 세웠다. 그 외에도 감독상, 극본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제75회 골든글로브에서도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현재 시즌 5가 방영 중이다. 시즌 6을 피날레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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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즈 테일

출연 엘리자베스 모스, 사미라 윌리, 조셉 파인즈, 이본느 스트라호브스키, 맥스 밍겔라, 앤 도드, 매들린 브루어, O. T. 패그벤늘, 알렉시스 브레델

방송 2017, 미국 hu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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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작은 마을에 일어난 실종과 살인사건,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시골 마을 이스트타운에서 어린 손자와 어머니, 딸을 데리고 살고 있는 메어 형사(케이트 윈슬렛). 몇 해 전 아들을 잃고 남편과 이혼한 아픔이 있지만 남들보다 독하게 살아가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녀가 숲속 계곡에서 변사체로 발견되고 마을은 살인사건으로 발칵 뒤집어진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형사 콜린(에반 피터스)이 파견을 나와 메어와 파트너가 된다. 사건을 파고들수록 미제로 남았던 실종 사건들이 얽히게 되고, 메어는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와중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케이트 윈슬렛

2022 HBO <석세션> 있었다면 2021년엔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전을 거듭하는 진실들과 놀라운 전개로 마지막 회의 경우 공개 직후 HBO맥스의 최다 시청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과거의 아픔을 지나고 있는 여성을 연기하기 위해 살을 찌우고 보정까지 거부한 케이트 윈슬렛의 섬세한 내면 연기가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73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총 1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케이트 윈슬렛은 미니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콜린 역의 에반 피터스가 남우조연상을, 로리 로스 역을 연기한 줄리안 니콜슨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케이트 윈슬렛의 경우 제2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하며 또다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할 수 있었다.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출연 케이트 윈슬렛, 줄리안 니콜슨, 진 스마트, 앵거리 라이스, 에반 피터스, 가이 피어스, 케일리 스패니, 데이비드 덴맨, 존 더글러스 톰슨, 패트릭 머니, 제임스 매카들, 소시 베이컨, 조 티페트, 닐 허프

방송 2021, 미국 H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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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로투스>
<화이트 로투스>

초호화 호텔이 살인사건 현장으로? <화이트 로투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제작된 드라마가 있다? <화이트 로투스> 코로나로 인해 장소 이동이 쉽지 않았던 제작 환경을 반영해 만들어진 드라마다. 하와이에 위치한 초호화 호텔 화이트 로투스에서 일주일 동안 일어난 일을 그렸다. 시놉시스처럼, 실제로 배우와 제작진들은 호텔에 8주간 고립된 채 촬영을 진행했다고. 드라마는 세 그룹으로 나누어진 인물들의 사정을 따라가며 마침내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지게 되는 구조를 취한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 타냐(제니퍼 쿨리지), 성공한 기업가 니콜(코니 브리튼)과 암에 걸린 거 같다 주장하는 남편 마크(스티븐 잔), 신혼여행을 왔지만 신혼여행을 따라온 시어머니부터 지배인 아먼드(머레이 바틀렛)와의 트러블까지 자꾸만 일이 꼬여가는 셰인(제이크 레이시)과 레이첼(알렉산드라 다다리오)가 있다

<화이트 로투스>

<화이트 로투스>는 화려해 보이는 리조트 속 터지기 일보 직전인 인물들의 모습과 끝내 파국으로 치닫고야 마는 전개를 통해 미국 사회에 대두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그려냄으로써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선보인다.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마이크 화이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유연하게 연기해 내며 뛰어난 앙상블을 이뤄낸 배우들의 명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74회 에미상 미니시리즈 부문 작품상, 각본상, 연출상, 남우조연상 등 총 10관왕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본래 리미티드 시리즈였으나 압도적인 호평과 화제성으로 시즌 2가 제작이 확정됐다. 시즌 1과 달리 이탈리아 시칠리아가 배경이며, 오는 10 30일 첫 방영할 예정이다.

화이트 로투스

출연 머레이 바틀렛, 코니 브리튼, 제니퍼 쿨리지,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 제이크 레이시

방송 2021, 미국 H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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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드래곤>
<하우스 오브 드래곤>

업그레이드해 돌아온 <왕좌의 게임>의 프리퀄, <하우스 오브 드래곤>

HBO 간판 시리즈 <왕좌의 게임>이 프리퀄 시리즈로 돌아왔다. 더 거대해진 스케일과 시각효과들로 무장한 <하우스 오브 드래곤>이다. 드래곤의 왕가로 불리는 타르가르옌 가문을 중점으로 다루며, 대너리스가 태어나기 약 170년 전이자 로버트의 반란이 일기 전 타르가르옌 가문의 철권 통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타르가르옌 가문의 권력이 절정에 달했을 당시, 비세리스 1세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그의 딸인 라에니라(밀리 앨콕) 비세리스 1세의 동생 다에몬( 스미스), 아들 아에몬( 글린 카니)의 권력 다툼을 비롯해 본격적인 흑색파와 녹색파의 대립을 다룰 예정이다. <왕좌의 게임> 소설의 외전 <불과 피>를 원작으로 하며 조지 R.R 마틴이 총괄 제작자로 참여해 각본에 도움을 줬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

<하우스 오브 드래곤> HBO를 이끌어갈 새로운 시리즈로 주목받는 만큼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다. 회당 제작비만 2000만 달러, 한화로 약 286억 원에 달한다. 총 제작비만 2억 달러인 대작 중의 대작인 셈. 공개 당일 가입자만 1000만 명을 불러 모으며 HBO맥스의 역대급 구독자 수를 기록, 전작의 실망스러운 피날레를 잊게 만들며 <왕좌의 게임> 팬들을 다시 한번 결집 시키는데 성공했다. 4일 만에 시청자 수가 2천만 명을 넘어가는 등, 어마어마한 반응에 힘입어 첫 방송 직후 시즌 2가 확정됐다.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