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일 없는 사람이라도 연말이면 크리스마스 생각에 들뜨곤 한다.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인 기념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산타클로스, 트리, 화려한 조명 등으로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새로온 새해의 반가움으로 대신해주는 축제 같은 날이 되었다. 이런 날, 어쩌면 누구보다 축하받아야 하지만 크리스마스라면 축하받기 애매한(?) 배우들이 있다. 바로 12월 25일이 생일인 배우들이다. 이번 포스트는 12월 25일에 태어난 배우들을 모아보았다.


안내상

<악마판사>

라디오 청취자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그 캐치프레이즈 "안 터져요~"의 주인공 안내상. 안내상은 1964년 12월 25일에 태어났다. 생일도 크리스마스인데, 대학교 전공이 신학과다. 장로회신학대학교를 다니다가 중퇴하고 연세대 신학과로 진학했으니 당시 신실한 신자였던 것. 운명이라면 운명인지도. 우여곡절 끝에 종교인이 아닌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안내상은 극단 활동을 하다가 드라마, 영화에서 점차 두각을 보였다. 생활연기부터 천연덕스러운 코미디 연기까지 폭넓게 소화하는 믿고보는 배우 중 한 명. 최근 <마우스> 박두석 팀장, <악마판사> 민정호, <붉은 단심> 선종 등으로 출연했다. 지금은 <사장님을 잠금해제>에서 박재춘 역으로 박인성(채종협)의 아버지로 출연 중.


엄지원 

<산후조리원>(왼쪽), 잡지 「코스모폴리탄」 화보

변하지 않는 미모의 소유자, 엄지원도 크리스마스가 생일이다. 1977년 12월 25일생으로 90년대엔 꽤 있었지만 요즘은 보기 드문 '길거리 패션 사진'으로 모델로 데뷔하게 된 케이스. 모델로 데뷔했지만 방송국 리포터로도 활동했고, 1998년 시트콤 <아니 벌써>에 출연해 배우로도 이름을 알리게 됐다. 영화쪽은 <똥개>, <극장전>, <가을로>, <스카우트> 등 여러 장르에서 주연을 맡았는데 흥행 성적은 <박수건달>, <소원>, <미씽: 사라진 여자>, <마스터> 등에 출연한 2010년대가 가장 좋았다. 최근 <방법>, <산후조리원>, <작은 아씨들>까지 출연작이 삼연속 히트를 치면서 가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차기작은 2023년 공개될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잔혹한 인턴>으로 라미란과 함께 투톱 주연을 맡는다.


황정음

황정음 (출처=씨제스 네이버 포스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브랜드처럼 자리잡은 황정음도 크리스마스에 태어났다. 1984년 12월 25일생인데, 출생신고를 1달 늦게 해 주민등록상에는 1985년 1월 25일이 생년월ㅇ일이라고.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푼수 같으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해 일약 스타로 발돋움한 황정은은 이후 <자이언트>, <골든 타임>, <비밀>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특히 2015년에는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 두 드라마가 대히트를 치며 그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계를 완전히 평정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 근래 공중파 드라마가 부진하면서 황정음 또한 그 여파에 휘말리는 듯했지만, 202년 <쌍갑포차>가 넷플릭스로 히트를 치며 다시금 반전을 이뤘다. 지난 2년간의 공백을 끝으로 2023년 <7인의 탈출>이란 범죄스릴러 드라마로 복귀할 예정.


계륜미

계륜미 (출처=중국 엘르 화보)

대만 영화계가 자랑하는 첫사랑 아이콘 중 한 명, 계륜미도 12월 25일생이다. 1983년 12월 25일이 생일로, <남색대문>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첫 영화부터 주연을 맡은 것도 대단한데, 그마저도 길거리 캐스팅으로 제안을 받은 독특한 케이스. 국내에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류샤오위 역으로 얼굴을 알렸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한국에서 흥행한 데다, 지금까지도 '천재들의 피아노 대결' 장면으로 유명한 인기작이다. 류샤오위를 연기한 계륜미도 극중 발랄한 매력과 가슴아픈 비밀을 품은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해 인기를 얻었다. 2000년대 대만 영화의 인기를 이끈 일등공신이라고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지만 데뷔작이지만 최근에야 한국에 정식 개봉한 <남색대문>,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용문비갑>, <여친남친> 정도만 개봉했다. <와일드 구스 레이크>로 2019년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해당 영화 또한 아쉽게도 VOD로만 만날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감성을 채우고 싶다면 계륜미의 출연작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제레미 스트롱

<석세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저 바다 건너,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배우로는 제레미 스트롱이 있다. 1978년 12월 25일에 태어난 그는 드라마 <석세션>에서 켄달 로이 역으로 열연을 펼쳐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 SAG(미국배우조합)에서 TV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석권했다. 근래 출연작은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아마겟돈 타임>, 아론 소킨 감독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가이 리치 감독의 <젠틀맨> 등이 있다. 흔히 말하는 꽃미남 배우나 스타에 가까운 배우는 아니라 국내에 이름이 많이 알려진 건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생일처럼 의외로 소소한 얘기거리가 많다. 예를 들면 그가 유년기 시절, 어린이 극단에서 활동했었다. 그 극단에는 크리스 에반스의 누나도 있었는데, 그래서 크리스 에반스는 제레미 스트롱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고. 두 사람은 나중에 고등학교 극단에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공연했다고 한다. 또 배우일이 잘 안 풀리던 시절엔 <발라드 오브 잭 앤 로즈>를 촬영 중인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개인비서로 일한 과거도 있다. 촬영하는 동안 성실히 일한 덕에 촬영이 끝나는 날 데이 루이스는 제레미 스트롱에게 편지를 남겼단다. 


씨씨 스페이식

<미스터 스마일>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은 이쪽이긴 하다(<캐리>)

크리스마스에 태어났다고 하니까 살짝 안 어울리는 느낌이 있는 배우...라면 실례일까. 우리에겐 '캐리'라는 캐릭터로 유명한 씨씨 스페이식도 크리스마스가 생일이다. 1949년 12월 25일에 태어난 씨씨 스페이식은 말했듯 캐리로 유명한데, 캐리는 학교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엄마에게 억압받다가 초능력을 발휘하게 된 소녀다. 캐리는 졸업파티에서 '프롬 퀸'으로 선정됐다가 학우들이 돼지피를 뒤집어씌우면서 분노에 차 초능력을 휘두른다. 정작 씨씨 스페이식은 실제로 졸업파티에서 프롬 퀸으로 선정됐던 학교 스타였다고 한다. <캐리>가 압도적이어서 그렇지, <JFK> <스트레이트 스토리> <헬프> <미스터 스마일> 등 빼어난 작품들에게 얼굴을 비추며 지금까지도 활동 중이다. 현재는 수잔 서랜든, 메간 멀러리, 베트 미들러와 함께 <더 파퓰러스 포>라는 코미디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