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세상 모든 귀여운 것들의 총합임에 틀림없다. 겨울밤, 추운지 몸을 둥글게 말고 새근새근 잠자는 모습. 발에서 풍기는 고소한 냄새. 퇴근하는 나를 반기는 격한 꼬리까지! 하지만 모든 이가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운을 갖진 못한다. '나만 없어 반려견~' 억울하다면, 영화 속 귀여운 천재견들을 보며 대리만족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은 다양한 작품 속 인간과 환상의 파트너를 이룬 강아지 '배우'를 살펴보겠다.
영화 <젠틀맨> (2022)
주지훈 + 윙
이번 주 당장 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당당히 영화 <젠틀맨> 메인 포스터를 장식한 신스틸러 '윙' 때문이다. '젠틀맨'은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현수’(주지훈)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며 불법, 합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들을 쫓는 범죄 오락 영화로 오는 28일 개봉 예정이다. 윙과 호흡을 맞춘 주지훈은 "윙이 사람 나이로 치면 저희보다 위다. 현장에서 항상 존댓말 쓰고 간식도 두 손으로 드렸다. 아기와 동물과 함께하는 촬영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두렵다. 그런데 윙 옹은 정말 천재견이다. 촬영이 빨리 끝났다. 윙이 선행하고 제가 뒤따르는 장면이 있는데, 천천히 가줘, 중간 빠르기로 가줘, 빨리 가줘를 다 알아듣는다. 굉장히 정확한 포인트에 현수의 감정을 대신 보여줄 수 있도록 표현해 준다.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공손히 밝혀 둘의 케미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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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경원
출연 주지훈, 박성웅, 최성은
개봉 2022.12.28.
영화 <마스크> (1994)
짐 캐리 + 마일로
오래된 영화지만 개와 인간의 파트너십을 이야기하는데 '마일로'를 빠뜨릴 순 없다. 평범하고 재미없는 일상을 보내던 은행원 스탠리(짐 캐리)가 어느 날 우연한 주운 고대 시대의 유물인 마스크를 쓰면서 초인적인 힘을 가진 불사신이 된다는 영화 <마스크>의 숨은 주인공은 스탠리의 반려견 '마일로'다. 3대 지랄견 위에 군림하는 초(超)지랄견으로 유명한 잭 러셀 테리어인 '마일로'는 지능이 거의 인간급으로 곤경에 빠진 스탠리를 여러 차례 구한다. 스탠리가 유치장에 갇혔을 때 열쇠를 훔쳐 와 그를 구하는 장면과 차 문 잠금장치를 입으로 풀고 손잡이까지 앞발로 직접 당겨 유유히 차를 빠져나가는 장면은 단연 압권! 영화는 입에 문 것은 무엇이든 절대 놓지 않는 잭 러셀 테일러의 특징을 잘 포착해, 스탠리가 강으로 내던진 마스크를 낚아채는 '마일로'를 보여주며 의미심장하게 끝을 맺는다.

-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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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척 러셀
출연 짐 캐리
개봉 1994.08.20.
드라마 <브루노라니까!> (2019)
솔번 '슬릭' 나임 + 브루노
<브루노라니까!>는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다. 감독이자 래퍼 솔번 슬릭 라임이 각본, 감독, 주연을 맡고, 그의 실제 반려견 '브루노'가 주인공으로 나선 이 드라마는 기발하고 독창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풍자를 담고 있다. 브루클린 명콤비답게 '맬컴'(솔번 슬릭 라임)과 '브루노'는 그들의 평화를 위협하는 사람들, 예컨대 모르는 남의 강아지를 허락 없이 만지는 사람, 똥을 제대로 치우지 않고 도망가는 개념 없는 사람들을 추적하고 응징한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풍자를 담은 수작으로 15분 내외의 에피소드 8편으로 구성되어 몰아 봐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시즌1은 브루노의 전 주인일 것으로 추측되는 '베이비'를 비추며 끝나는데, 시즌 2는 '멜컴'과 '베이비'의 '브로노' 소유권 분쟁으로 극이 시작될 듯하다. 넷플릭스여, 빨리 시즌 2를 내놓으시길!
영화 <벨과 세바스찬> (2014)
펠릭스 보쉬 + 벨
광활하고 아름다운 산맥을 담은 영상은 한없이 아름답고, 소년과 소년보다 큰 대형견의 우정을 보는 것은 언제나 감동이다. 6살 꼬마 세바스찬(펠릭스 보쉬)은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 알프스 언덕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양떼들을 돌보며 지내고 있다. 어느 날 마을의 양떼가 습격을 당하고 사람이 다치는 사건까지 발생하자 사람들은 떠돌이 개의 소행이라고 믿고 개를 쫓는다. 하지만 세바스찬이 우연히 마주친 개는 소문과 달리 선한 눈망울에 겁먹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른들 몰래 개를 돌보기 시작한 세바스찬은 ‘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둘은 어느새 세상 가장 특별한 친구가 된다. 대형견과 함께하는 삶이 로망인 이들에게 추천하는 영화다.

- 벨과 세바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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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니콜라스 배니어
출연 펠릭스 보쉬, 체키 카료, 디미트리 스토로지, 마고 샤텔리에, 우벵 깐셀러, 안드레 피치만, 메디 엘 글라위
개봉 2014.03.20.
에이트 빌로우(2006)
폴 워커 + 8마리의 썰매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언제나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에이트 빌로우>는 1958년 남극에 파견된 연구원들의 썰매견들이 겪은 실화를 그린 일본 영화 <남극 이야기>(1983)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미국인 지질학자 데이비스는 운석을 찾기 위해 남극의 탐사 대원 제리 쉐퍼드(폴워커), 그리고 8마리의 썰매개들과 남극탐사에 나선다. 잘 숙련된 8마리의 썰매견들 덕분에 가까스로 죽을 고비를 넘긴 데이비스와 제리는 썰매개들을 남겨두고 다른 탐사대원들과 부상 치료를 위해 남극을 떠나게 된다. 생존이 불가능한 땅, 남극에 버려진 8마리의 개들은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175일을 견뎠고, 마침내 도착한 탐사대원들에 의해 구조된다. 인간과 개, 우정과 충성심, 집념과 희망을 골자로 하는 <에이트 빌로우>가 실화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8마리의 개들이 CG(컴퓨터그래픽)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 경이롭다. 연기파 개배우들의 열연, 디즈니 플러스에서 꼭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

- 에이트 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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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프랭크 마샬
출연 폴 워커
개봉 2006.04.06.
<콜 오브 와일드>(2020)
해리슨 포드 + 벅
'개배우'들이 직접 연기한 위의 영화들과는 달리, <콜 오브 와일드>에서 개들은 CG로 표현돼 다채로운 행동을 해낸다. 미국 소설가 잭 런던의 베스트셀러 ‘야성의 부름’을 원작으로 한 <콜 오브 와일드>는 광활한 미국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개와 인간의 우정, 모험을 다룬다. 설정은 이렇다. 캘리포니아 부잣집 반려견 벅은 알래스카로 팔려간다. 낯선 자연환경에서 벅은 처음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고군분투하며 살아남는다. 이후 벅은 썰매개로 끌려가고, 다른 개들과 함께 설원을 달리며 야생성을 되찾으며 썰매개들의 리더로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벅은 '존 손튼'(해리슨 포드)을 만나게 되고, 서로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주면서 친구가 된다. CG로 구현된 동물들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해 몰입에 방해가 된다는 평도 있으나 동물과 인간의 유대감과 우정만은 훌륭하게 표현해 냈다.

- 콜 오브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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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크리스 샌더스
출연 해리슨 포드
개봉 2020.05.14.
문화기획자 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