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리메이크작이었어? 완벽한 현지화로 한국에서 대박 난 영화들(feat. 빈틈없는 사이)

이미 검증받은 스토리를 재해석하는 리메이크는 안전한 선택이다. 하지만 안전함이 성공을 보장해 주진 않는 법. 한국적 상황과 정서를 반영한 섬세한 현지화 작업을 거친 영화라야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오늘은 오리지널 작품에 동시대성을 버무려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리메이크 영화를 모아봤다. 소개하는 의미에서 최근 개봉한 <빈틈없는 사이>도 리스트에 포함했다.

관객 수 무려 700만 명!! 유해진 주연의 <럭키>

<럭키>(좌) <열쇠도둑의 방법>(우)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후, <실락원>을 시작으로 <링>, <남쪽으로 튀어>, <용의자X>, <리틀 포레스트> 등 다수의 일본 영화가 한국에서 리메이크 됐지만, 작품성이나 흥행 면에서 소위 '대박'을 친 작품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개봉한 <럭키>는 ‘이례적인 흥행 돌풍’ ‘기적의 스코어’라는 평가와 함께 700만이 넘는 관객을 불러들이며 그야말로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원작은 <열쇠 도둑의 방법>. 일본에서 2012년 개봉한 이 작품은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우치다 켄지' 감독이 '36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수 각본상과 15회 상하이 국제 영화제에서 '금잔각본상'을 수상했을 만큼 스토리 자체가 탄탄한 작품이었고, 이를 이계벽 감독이 알아보고 영리하게 리메이크한 것.

살인청부업자였지만,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진 뒤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을 무명 배우로 착각하는 주인공 형욱을 연기하는 유해진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형욱은 작은 단역 배우에서 신 스틸러가 되는 인물이다. 연기할 때 나의 무명 시절 경험을 참고했다"라는 그의 말처럼, 영화 속 형욱과 실제 유해진은 절묘하게 겹쳐진다. <럭키>는 개봉 후 베트남과 중국에서 각각 <1천억의 열쇠>와 <엔드게임: 나는 킬러다>로 리메이크 되기도.

럭키

감독 이계벽

출연 유해진, 이준, 조윤희, 임지연, 조한철, 김민상, 차엽, 김지안, 성병숙, 박승태

개봉 2016.10.13.

열쇠 도둑의 방법

감독 우치다 켄지

출연 히로스에 료코, 사카이 마사토, 카가와 테루유키, 아라카와 요시요시, 모리구치 요우코, 카케이 미와코

개봉 미개봉

가성비 갑! 관객 수 530만 명의 <완벽한 타인>

<퍼펙트 스트레인저>→<완벽한 타인>→<블러디 문 페스트>

18년 개봉한 <완벽한 타인>은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다룬다. 제작비가 38억에 불과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관객 530만을 동원하며 매출액 443억을 기록, 역대급 가성비 영화로 등극한다.

식탁이 주 무대인 만큼, 영화 흥행의 상당 부분은 출연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에 빚진다. '키티'로 하드캐리한 유해진, 무게감 있는 연기로 영화의 구심점을 잡아준 조진웅, 예능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의외의 연기력 보여주는 이서진, 유해진과의 부부 케미로 웃음을 유발하는 염정아 등 존재감 넘치는 배우들이 식탁을 둘러싸고 긴장과 웃음의 완벽한 앙상블을 보여준다. 촘촘한 구성미와 신선미는 단연 압권.

원작은 2016년에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Perfetti sconosciuti)>이며, 2019년 기준 이 영화는 한국을 비롯해 그리스, 스페인, 터키, 인도, 프랑스 등지에서 18차례 리메이크 되어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영화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완벽한 타인>의 베트남판 영화 <블러디 문 페스트>(국내엔 <완벽한 타인: 블러디 문>으로 수입됐다)는 개봉 당시 역대 베트남 자국 영화 흥행 1위에 오르기도. 좋은 이야기는 국적 불문 사랑을 받는다.

퍼펙트 스트레인저

감독 파올로 제노베제

출연 알바 로르와처, 주세페 바티스톤, 안나 포글리에타, 마르코 지아리니, 에도아도 레오, 카시아 스무트니아크, 발레리오 마스딴드리아

개봉 2019.10.24.

완벽한 타인

감독 이재규

출연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지우

개봉 2018.10.31.

의외로 리메이크! 500만 명을 기록한 <독전>

<마약전쟁>(좌), <독전>(우)

<독전>도 의외로 리메이크 영화다. 두기봉 감독의 홍콩영화 <마약전쟁>(2013)을 원작으로 하며, 제목도 원제를 그대로 따랐다. <독전>의 기본 이야기는 원작과 비슷하다. 마약범들을 추적해온 경찰 집단이 있다. 마약왕을 쫓던 와중, 한 버림받은 조직원과 경찰은 우연히 공조하게 된다. 이들은 힘을 합쳐 마약 시장의 거물을 소탕하는데 이에 협조하는 마약범의 진짜 목적은 알기 어렵다.

큰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결말만 놓고 본다면 두 영화는 다른 영화라 할 수도 있다. <독전>은 '이선생'이라는 인물에 대한 미스터리와 심리극을 중심으로 영화를 고조시키다가 결말 부분에 반전으로 그 긴장감을 터뜨리는데 반해, 원작에서는 두 주인공의 원치 않는 협조 그 자체에 집중한다. 어쩔 수 없이 마약을 하고 정신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욕조에 눕혀져 얼음 세례를 받는 장면이나, 마약 공장의 일꾼들이 엄청난 전투력을 가진 농아인 점 등 원작의 배경을 그대로 차용한 부분과 상이한 결말과 작품 분위기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전>은 봤지만 <마약전쟁>은 아직이라면, 필히 시청을 권한다.

독전

감독 이해영

출연 조진웅, 류준열, 김주혁, 김성령, 박해준, 남문철, 서현우, 강승현, 정준원, 정가람

개봉 2018.05.22.

마약전쟁

감독 두기봉

출연 고천락, 임가동, 순홍레이, 황혁, 협선, 종한량, 임설, 노해붕, 곽도, 시우파이 청

개봉 2014.02.13.

속편까지 제작된 <정직한 후보>

<O Candidato Honesto>(좌) <정직한 후보>(우)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로 동명의 브라질 영화 <O Candidato Honesto>를 원작으로 한다. 2020년 2월에 개봉한 영화는 코로나19로 상영 중인 영화들의 흥행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에서도 관객 수 150만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1편의 흥행은 <정직한 후보 2>(2022)의 제작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원맨쇼에 가까운 열연으로 맹활약하는 라미란은 웃음의 강약을 귀신같이 조절하며 현실 정치와 기득권의 사회적 문제를 적절히 비꼰다. 무거운 사회문제를 충분히 곱씹으면서도 때론 부담감 없이 툭 쏟아내는 '진실의 주둥이' 연기, 과연 라미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정직한 후보 3>을 찍을 수 있으면 광대뼈라도 깎을 것”이라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인 라미란. 3편은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정직한 후보

감독 장유정

출연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송영창, 온주완, 조한철, 손종학, 조수향, 윤세아

개봉 2020.02.12.

가장 최근작! <빈틈없는 사이>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왼쪽), <빈틈없는 사이>

앞선 리메이크작들의 흥행 성공 사례로, 프랑스 영화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2016)을 리메이크한 <빈틈없는 사이>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빈틈없는 사이>의 이우철 감독은 “원작의 배경인 프랑스와는 정서와 상황이 다르지만, 한국적인 정서로 풀면서 '벽 사이 동거 & 비대면 연애'라는 동시대성과 요즘 꿈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공감이 될 만한 요소까지 갖췄다” 라며 “시대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것에도 더욱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영화는 방음이 안 되는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게 된, 뮤지션 지망생 승진(이지훈)과 피규어 디자이너 라니(한승연)의 동거인 듯 동거 아닌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옆집 이웃을 내쫓으려는 소음 전쟁에서 점차 서로에게 스며드는 썸을 묘사한다.

동갑내기 커플 케미를 뽐내는 이지훈, 한승연 외에도 <범죄도시3>의 '초롱이' 고규필, <악인전> 김윤성, <모범택시> 이유준,<슈룹> 정애연, <소리도 없이> 임강성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다채로운 매력과 빈틈없는 연기력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현재 극장 상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