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여름에 줄이어 개봉하는 대작 상업영화들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8월은 극장가 최고 성수기 중 하나다. 그렇다고 상업영화만 줄지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감히 말하자면 8월은, 다큐멘터리의 달이기도 하다.

매년 8월이면 EBS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가 열린다. 벌써 14회를 맞이하는 EIDF는 올해도 어김없이 8월 21~27일 진행될 예정이다. 여기에다 기다렸다는 듯 국내 다큐멘터리의 '대장들'이 신작으로 극장에 찾아온다. EIDF 개막에 앞서 8월의 다큐멘터리 대전을 먼저 만나보자.

# <공범자들>, 최승호의 또 다른 칼날 (8월 17일 개봉)

최승호 PD는 2016년 가장 인상적인 언론인 중 하나였다. 그가 몸담은 뉴스타파는 대기업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을 공개했고, 본인은 '서울시 공무원 스파이 조작 사건'을 소재로 한 <자백>으로 날카로운 폭로에 나서 14만 관객을 모았다. 

공범자들

감독 최승호

출연 이명박, 김재철, 김장겸, 고대영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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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이 개봉한 지 1년도 채 안 됐지만 최승호는 바쁘게 다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청와대와 MBC·KBS의 커넥션을 언급하며 언론의 기능을 상실한 공영방송 실태를 지적했다. 시사회로 미리 만나본 관객들은 "웃기다"고 평했다. 동시에 "분노한다"고도 덧붙였다. 그야말로 '웃지 못할 상황'이 정확히 담겼다는 의미다.

<공범자들>에 등장하는 인물 중 다섯 명은 8월 3일 해당 다큐멘터리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8월 15일,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고 <공범자들>은 예정대로 17일 개봉했다. 해당 공영방송 보도국 기자들도 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이 기막힌 상황까지 촉발시킨 사안을 <공범자들>에서 명명백백하게 만나볼 이유가 충분하다. 

자백

감독 최승호

출연 최승호, 김기춘, 원세훈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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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천재와 바보의 종이 한 장 차이(8월 24일 개봉)

뭐 이런 밴드가 다 있어. '밤섬해적단'의 음악을 들으면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2010년 1집 '서울불바다'를 발매한 2인조 밴드 밤섬해적단은 '멸공'이 쓰인 헬멧을 쓰고 "김정일 만세! 만만세!"를 부른다. 그런 이들을 '지존파 사건'과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로 1990년대를 돌아봤던 <논픽션 다이어리>의 정윤석 감독이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하여 탄생한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 <파티 51>, <노후 대책 없다>로 이어져 온 펑크 밴드 다큐멘터리의 계보를 잇는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2016년 해체를 선언한 밤섬해적단의 유산과도 같다. 역설적인 표현으로 세상에 펀치를 날리던 이들의 음악과 공연, 그리고 박정근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서기까지 '미친 밴드의 미친 영화'란 평에 걸맞은 내용을 담는다.

파티51

감독 정용택

출연 하헌진, 회기동 단편선, 밤섬해적단, 한받, 박다함, 유채림, 안종녀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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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 후 제46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제16회 뉴욕 아시아 영화제,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를 들렸던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24일 개봉한다. 역설적인 풍자로 무장한 이들의 정신이 스크린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감독 정윤석

출연 권용만, 회기동 단편선, 장성건, 박정근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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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로베르 두아노>
순간을 담은 작가의 일대기 (8월 24일 개봉)

연이은 한국의 다큐멘터리 속에서 로베르 두아노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한 편 있다. '누구?'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가도 포스터를 보면 "아!" 하고 곧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SNS(특히 42월드)를 즐긴다면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사진들을 남긴 사진 작가이다.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와 27살의 줄리엣 비노쉬, 그리고 비오는 날의 첼리스트 등 로베르 두아노가 남긴 작품은 물론, 그를 소재로 한 최초의 다큐멘터리이다. 팬이든 그를 처음 접하는 관객이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다.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로베르 두아노

감독 클레망틴 드루디유

출연 클레망틴 드루디유, 로베르 두아노

개봉 2016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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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석>, 20여 년의 조사를 담다 (8월 30일 개봉)

지난 몇 년간 이상호 기자는 2014년 세월호 사고 직후 <다이빙벨> 제작을 시작으로 온갖 사건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본인의 색과 행보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언론인인 그는 원하든 원치 않든 이제 하나의 아이콘처럼 보인다. 

다이빙벨

감독 이상호, 안해룡

출연 이종인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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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번에 들고 온 '핵폭탄'은 <김광석>이다. 2012년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해 "김광석의 죽음을 타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지 5년 만이다(2016년 부천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했으니 4년 만이긴 하다). 그의 죽음 이후 10여 년간 조사를 해왔다고 말한 결과물이 81분의 상영본에 담겨있다. 

이상호는 <김광석>으로 故 김광석의 자살을 부정하고 용의자를 지목한다. 이상호는 "이 영화는 김광석의 변사를 밝히는 첫 번째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영화 말미에서 제보를 부탁한다. 또 그는 이미 차기작 <대통령의 7시간>의 편집도 끝냈다. 적어도 자신이 주목한 사건의 끝은 보겠다는 그의 매서움이 엿보인다. 

김광석

감독 이상호

출연 김광석, 이상호, 박학기, 한동준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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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EIDF에는 어떤 영화들이?
EBS 국제다큐영화제

다큐멘터리 개봉작도 쟁쟁하지만 관심이 있다면 EIDF로 눈길을 돌려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24개국의 70편이 상영되는 EIDF 2017은 EBS 스페이스홀, 메가박스 킨텍스, 아트하우스 모모,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한울광장, 청계천 한빛광장 야외무대에서 21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된다. 

EIDF 2017은 10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한국 다큐멘터리 파노라마, 아시아의 오늘, 페스티벌 초이스, 월드 초이스, EIDF 포커스: 어린이와 교육, EIDF 포커스: 자연과 기술, EIDF 포커스: 뮤직 & 아트, EIDF 포커스: 여성과 사회, 내 손 안의 다큐 - 모바일 단편 경쟁, VR 다큐 특별전이다.

EIDF 포커스: 뮤직 & 아트 상영작

다큐멘터리 팬이 아니더라도 주목할 만한 섹션은 단연 EIDF 포커스: 뮤직 & 아트이다. 가수 데이빗 보위,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켄 로치·데이빗 린치, 셰프 자크 페팽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가 준비돼있다. 특히 2016년 타계한 데이빗 보위의 마지막 5년을 담은 <데이빗 보위: 지기 스타더스트 마지막 날들>이나 베니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데이빗 린치: 아트 라이프>를 주목해도 좋을 것이다.

<데이빗 보위: 지기 스타더스트 마지막 날들> 스틸컷 / <데이빗 린치: 아트 라이프> 포스터

다큐멘터리가 지루하거나 뻔하다고 느끼는 관객이라면 VR 다큐 특별전을 추천하고 싶다. Virtual Reality, 즉 가상현실에 맞춰 제작된 8편의 다큐멘터리는 각기 다른 주제를 관객들 눈앞에 풀어놓을 것이다. 국내 최초 상영이란 메리트와 함께.

<7월 7일의 생존자> 스틸컷 / 기자회견 당시 VR 다큐멘터리 상영

아직 다큐멘터리가 낯설어서 쉽게 걸음이 옮겨지지 않는다면 맛보기로 만나볼 수도 있다. EBS는 EIDF 기간에 상영작들을 텔레비전으로 방영할 예정이다. 또 공식 홈페이지에서 D-BOX라는 VOD 서비스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그러니 방송 편성표와 D-BOX로 좀 더 가볍게 다큐멘터리에 입문하는 것도 추천한다.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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