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은 물러나라!한 남자의 외침이 MBC 로비를 가득 채운다. 촛불이 만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금도 공영방송 MBC는 박근혜 정권이 내세운 김장겸 사장이 장악하고 있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MBC의 투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반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보도로 인해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았다. 이 경험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동기로 작용했다.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이 첫번째 목표였다. 그를 해임하기 위해 검찰, 감사원, 국세청 등 모든 사정기관이 총동원되었고, 결국 경찰로 포위된 여의도 KBS에서 정연주 사장이 쫓겨나왔다. 이후 세상을 날카롭게 살피던 시사 프로그램들은 하나 둘 폐지되었고, 그 자리는 이명박 정권을 홍보하는 프로그램들로 채워졌다.

다음은 MBC 차례였다. 광우병 위험성을 언급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문제점을 파헤친 <PD수첩>은 방송 관계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며 고초를 겪었다. <뉴스데스트> 클로징 멘트가 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이유로 신경민 앵커가 경질되었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은 압력을 행사해 엄기영 MBC 사장을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 김재철을 앉히며 MBC를 장악하기에 이른다. 이런 과정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과 방송인들은 차례로 해임되거나 좌천됐다. 비판의 기능이 사라진 언론은 결국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해버렸다.

2009 5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억눌렸던 국민의 분노를 폭발하게 했다. 언론의 본질을 잃어버린 KBS MBC는 차가운 시선과 조롱 속에서 현장으로부터 밀려나야만 했다. 국민에게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KBS MBC의 구성원들은 파업과 제작거부, 낙하산 사장 퇴진 운동 등으로 투쟁했지만, 돌아온 것은 해직과 정직, 엉뚱한 부서로의 발령 등이었다. 탄압은 집요했고 멈추지 않았다.

<공범자들> 메인 예고편

박근혜 정권도 이명박 정권의 언론관을 그대로 이어갔다. 비판이 상실된 언론은 온 국민을 절망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여지없이 문제점을 드러냈다. 정부가 내놓은 말들을 그대로 옮겨 적던 언론들은 잘못된 현장 상황을 확인 없이 보도하며 최악의 오보를 쏟아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또한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을 외면하고 사건의 본질을 고의로 흐리며 정권과 협력했다.

영화를 연출한 최승호 감독은 MBC <PD수첩> 피디로 있다가 해고됐다. 이제는 대안언론 <뉴스타파>에서 정부를 감시하고 부조리를 파헤치는 취재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지난 9년간 공영방송을 파괴한 주역들에게 집요한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 책임을 회피하고 그런 적 없다 발뺌할 뿐이다. 그들이 내놓은 말들은 공교롭게도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마치 영화적 재미를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을 비롯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의외의 대응으로 웃음을 선사하지만, 마음은 내심 씁쓸하다.

김민식 MBC 드라마 PD 페이스북 라이브.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외친 이는 김민식 MBC 드라마 PD. 공허하게 증발할 것 같던 그의 외침은 더 큰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수많은 동료들이 그와 뜻을 함께하며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영화는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해 투쟁한 이들이 겪은 해직과 징계 등의 고통을 말해준다. 오늘도 여전히 공범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고, 이것이 우리가 이 투쟁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공범자들

감독 최승호

출연 이명박, 김재철, 김장겸, 고대영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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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심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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