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희망찬 새해가 밝은 게 어제 같은데 벌써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습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영화들, 그 중에서도 단연 톱은 <나 홀로 집에> 시리즈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번 주 씨플 재개봉관은 그래서! <나 홀로 집에> 1편 특집으로 준비했습니다! (짝짝짝) 그 동안 <나 홀로 집에>를 즐기신 분들이라면 눈 휘둥그레질 사사로운 이야기, 지금 만나보시죠!

나 홀로 집에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출연 맥컬리 컬킨, 조 페시, 다니엘 스턴, 존 허드, 로버츠 브로좀, 캐서린 오하라

개봉 199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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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크리스마스에 TV 틀면 하는 영화'로 취급받고 있죠? 먼 나라 폴란드에서도 '크리스마스 전통의 영화'라고 합니다. 1990년 이후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최고로 시청률이 높은 '프라임 타임'에 방영한다고 하는데요, 2011년에는 자그마치 누적 시청자 500백만을 기록하며 단연 최고의 크리스마스 영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오랜 시간 인기를 누린 것 못지않게 개봉 당시에도 뜨거운 인기를 얻었습니다. 1편 개봉 이후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고 합니다. '코미디 영화 중 가장 흥행한 작품'이라는데요, 월드 와이드 4억 7600만 달러 수익을 냈답니다. 1990년 당시 개봉작 중 북미 흥행 순위 1위기도 하고요! 참고로 전 세계 흥행 1위는 <사랑과 영혼>입니다.

<나 홀로 집에> 포스터 / 에드워드 뭉크의 <절규>

<나 홀로 집에>의 포스터에도 들어간 트레이드 마크 '비명지르는 케빈'은 실제로 에드워드 뭉크의 작품 <절규>를 모티브로 기획했는데요, 2편의 포스터에선 케빈이 든 신문 속에서 자유의 여신상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존 휴즈가 연출할 뻔한 <크리스마스 대소동>

<나 홀로 집에> 각본가 존 휴즈와 연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원래 <크리스마스 대소동>으로 첫 작업을 할 뻔했습니다. 콜럼버스 감독이 존 휴즈를 연출직에 앉히려 했는데요, 주연인 체비 체이스와 불화가 있었는지 존 휴즈에게 다음 작업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나 홀로 집에>가 그 선택지 중 하나였죠.

정작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이 영화 전에 흥행 성적이 좋았던 작품이 없습니다. 본인도 이제 영화 연출을 더는 못 하겠구나 체념했던 그때! 존 휴즈가 <나 홀로 집에> 시나리오를 보냈고, 읽자마자 성공할 거라고 직감했다네요. 그때까지 읽어본 시나리오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다고요.

크리스마스 대소동

감독 제레미아 S. 체칙

출연 체비 체이스

개봉 198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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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못말려>의 맥컬리 컬킨과 존 캔디

존 휴즈는 처음부터 케빈 역에 맥컬리 컬킨을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아저씨는 못말려>(Uncle Buck)에서의 연기를 봤으니까요. 하지만 크리스 콜롬버스 감독은 오디션에서 수백명의 아이들을 보고 나서야 맥컬리 컬킨이 최고의 선택임을 확신했다네요. 케빈의 옆집 소년 미치 머피(제프리 와이즈먼)도 케빈 역으로 오디션을 봤더라고요!

아저씨는 못말려

감독 존 휴즈

출연 존 캔디

개봉 198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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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컬리 컬킨은 현장에서 굉장히 프로페셔널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조 페시마저도 "맥은 전혀 9살 소년 같지 않았다. 이미 성숙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하니, 어떤 식으로 준비했던 걸까요?

그래도 아직 아이인지라 하루에 딱 5시간만 촬영장에 있을 수 있었답니다. 아동보호법 때문인데요, 스태프들은 카메라 앞에 맥컬리 컬킨 혼자 나오는 장면을 최대한 많이 촬영했다고 합니다. 또 맥컬리 컬킨은 촬영을 진행하면서 지치는 시간이 많아지자 테이크가 끝나면 그냥 세트에 누워서 낮잠을 잤다는데요, 프로페셔널하다기엔 완전 애기애기한데요?(ㅋㅋㅋ)

키에란 컬킨의 1990년, 그리고 2010년대

맥컬리 컬킨만큼 귀욤귀욤한 사촌 퓰러! 사실은 컬킨의 실제 친동생 키에란 컬킨이라고 합니다. 꾸준히 배우활동을 이어와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 드라마 <파고> 시즌 2, <위너독>에 출연했죠.

<나 홀로 집에>에 등장하는 '부비트랩 지도'는 맥컬리 컬킨이 실제로 그린 지도라고 하네요! 넘어져있는 도둑들에게 "그만 하실래요, 아니면 더 혼나실래요?"라고 놀리는 당돌한 대사도 그의 애드리브랍니다.


해리 역으로 거론된 세 배우 조 페시(위), 로버트 드니로(아래 왼쪽), 대니 드비토(아래 오른쪽)

원래 해리 역에는 로버트 드니로와 대니 드비토가 고려됐었습니다. 두 사람 다 결국 배역을 거절했죠. 사실  조 페시가 캐스팅된 건 오로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팬심' 덕입니다. 조 페시는 <나 홀로 집에> 전에 코믹한 역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다니엘 스턴은 원래 마브 역을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대신 캐스팅된 배우가 조 페시와의 케미스트리가 없어서 제작진이 다시 그를 설득했고, 결국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최고의 콤비 마브(다니엘 스턴)-해리(조 페시)

조 페시는 촬영장에서 맥컬리 컬킨을 일부러 피해 다녔답니다. 컬킨이 실제로 그를 심술궂은 사람으로 여기길 바랐거든요. 또 조 페시는 화날 때마다 가족영화란 걸 잊고 'F워드'를 쓰는 바람에 감독이 F워드 대신 Fridge(냉장고)라고 말하라고 권유했답니다.

두 사람의 맹연기에는 의외의 비하인드가 있습니다. 조 페시와 다니엘 스턴은 이 영화가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네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과장된 연기를 했는데, 그게 영화의 코믹함을 잘 살려 흥행을 견인한 요소가 됐죠.

"왜 닭처럼 입고 있어?(Why the hell are you dressed like a chicken)"와 "어쩌면 자살했나봐(Maybe he committed suicide)"라는 마브의 대사는 다니엘 스턴이 즉흥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마브가 밟는 장식품은 사실 사탕이고, 그가 맨발로 돌아다니는 장면에서도 실은 고무발을 착용했다네요.


프랭크 삼촌

영화의 원래 각본은 완성본과 큰 차이가 있었는데요, 하나는 말리 할아버지가 없었던 거고, 하나는 해리와 마브가 집을 터는 이유가 프랭크 삼촌의 음모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대로 갔으면 스릴러 될 뻔했네요.

케빈의 아빠 피터가 주방 조리대를 정리하는 장면에서 케빈의 비행기표가 살짝 보이고, 케빈의 사촌 헤더는 아이들 수를 세면서 3번째, 11번째에 자신을 두 번 셉니다. <나 홀로 집에>를 반복 시청한 팬들은 "케빈을 두고 가려는 가족들의 '빅픽처'"라고 말하기도 했죠.

마브가 얼굴에 맞는 BB탄은 손으로 직접 그린 특수효과입니다. 특수효과를 담당한 케빈 노르딘은 부모님 집 창고에서 수작업으로 특수효과를 그려넣었는데요, 덕분에 고작 몇 백 달러로 특수효과를 소화할 수 있었답니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보일러를 실제로 움직여 케빈에게 다가오도록 하는 것도 고려했었는데요, 예산 문제로 접어야 했습니다. 대신 케빈의 이름을 부르는 걸로 공포심을 조성했죠. 이 장면은 스태프 두 사람이 낚시줄과 손전등을 이용해 만들었다는데요, 최고의 '가성비'로 뽑을 만하죠?

케빈이 버즈의 여자 친구 사진을 보고 놀라는 이 장면! 이 사진은 아트 디렉터의 아들을 여자아이처럼 꾸민 거라 합니다. 감독은 여자 아이를 보고 놀라는 연출을 넣으면 모델이 된 아이에게 잔인한 처사라고 생각했다네요. 순수하고 감성적인 영화를 연출하는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배려심이 느껴지지 않나요?


영화에 등장하는 흑백 영화, 실제로 있는 영화가 아닙니다. <나 홀로 집에>를 위해 제작된 이 영화는 <더러운 영혼과 천사들>이라고 불렸다는데요, 제임스 카그니가 출연한 <더럽혀진 얼굴의 천사>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입니다. <나 홀로 집에> 촬영 전 제작해야 했는데, 예산이 많지 않아 판지 세트에서 촬영했다네요.

더럽혀진 얼굴의 천사

감독 마이클 커티즈

출연 제임스 카그니, 팻 오브라이언

개봉 193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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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험천만한 영화에서 부상은 의외의 장면에서 발생했는데요, 해리가 케빈의 손가락을 깨무는 장면을 연습하다가 실제로 조 페시가 컬킨을 물었습니다. 결국 컬킨의 손에 작은 상처가 남았다고 하네요.

<나 홀로 집에>에 음모론이?! 1977년에 사망한 엘비스 프레슬리가 이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했다고 주장한 팬들이 있습니다. 케빈의 엄마가 공항 데스크 직원에게 항의하는 장면, 그 뒤편으로 보이는 수염 기른 남자가 엘비스 프레슬리라는데요, 엘비스 생존설을 믿는 팬들을 제외하곤 신빙성이 없는 주장이었죠.

이 장면은 실제로 다니엘 스턴의 얼굴에 타란튤라 거미를 올리고 촬영했습니다. 다만 딱 한 번만 촬영한다는 게 조건이었죠. 다니엘 스턴은 소리를 지르는 척만 했는데요, 거미가 놀라 물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명소리는 나중에 덧입힌 거죠. 참고로 케빈의 손도 맥컬리 컬킨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이라네요!

해리의 머리가 토치에 불타는 장면은 당연히 특수효과입니다. 이 장면에서 사용된 가짜로 탄 머리는 지금도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사무실에 보관돼 있답니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나중에 밝히길, 존 허드(케빈의 아빠 역)는 이 영화 출연을 별로 안 좋아했다는군요. 하지만 이 영화의 완성본을 보고 흥행 성공을 듣고는 2편 첫 촬영날 감독에게 사과했다고 합니다. 존 허드는 2017년 7월 21일 세상을 떠나 팬들의 애도가 이어졌습니다.

<나 홀로 집에>에는 존 윌리엄스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습니다. 원래 작곡가가 하차한 후 합류했는데요, 제작자들조차 그를 고용할 거라고 생각 못했으나 영화의 편집본을 본 존 윌리엄스가 "매력적인 영화"라며 수락했다고 합니다. 그가 작곡한 "Somewhere In My Memory"는 메인 테마처럼 돼 2편에서도 사용되죠.

Somewhere in my memory

맥컬리 컬킨은 <나 홀로 집에> 대성공 이후 익히 알려진 대로 부모와의 갈등, 후속작의 썩 좋지 않은 흥행 성적 등으로 긴 휴지기를 가졌습니다. 사망설이 돌기도 하고, 마약 복용으로 체포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죠. 하지만 이후 재활에 전념해 조만간 배우 세스 그린의 첫 장편 연출작 <체인지랜드>의 주연으로 복귀 예정입니다. 

2015년 출연한 웹드라마 <:Dryvrs>에서는 '케빈이 그대로 성장했다면?'이란 설정으로 등장, "그 좋은 크리스마스에 8살짜리 꼬맹이가 빈집털이랑 싸웠다고, 난 아직도 악몽을 꿔"라며 냉소적인 블랙코미디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에디터도 참 많이 본 영화인데, 비하인드를 정리하다 보니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나 홀로 집에>가 생각나는 게 아니라, <나 홀로 집에>가 생각날 즈음에 크리스마스가 찾아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드네요. 올 크리스마스도 케빈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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